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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人사이드] 인터뷰: 루이 드레퓌스 르몽드 CEO
미디어 人사이드 | 등록일 : 2025-11-28

미디어 환경의 변화로 세계 언론이 위기를 공감하고 있는 가운데, 르몽드는 눈에 띄는 디지털 전환의 혁신을 보여주고 있다. 월간 《신문과방송》은 지난 10월 30일 ‘KPF 저널리즘 컨퍼런스’ 참석차 방한한 루이 드레퓌스 르몽드 CEO를 직접 만나 그 성공 전략과 철학을 물었다. 편집자 주

 

르몽드(Le Monde)가 만성적 적자와 구조적 위기를 겪던 시기, 변화를 진두지휘하게 된 인물이 루이 드레퓌스(Louis Dreyfus)였다. 2010년 CEO 취임 이후 그는 뉴스룸의 체질을 바꾸고 재정을 재편하며 르몽드를 디지털 전환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이끌었다. 오늘날 르몽드는 프랑스에서 가장 안정적인 디지털 구독 기반을 갖춘 매체로 평가된다. 이 변화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2024~2025년 순이익은 1,000만 유로(약 170억 원)를 넘어섰고 유료 구독자는 60만 명에 이르렀다. 무엇보다 다수의 언론사가 비용 압박으로 편집국을 축소하는 동안, 르몽드는 오히려 기자 수를 두 배 가까이 늘렸다. 기술 변화와 플랫폼 경쟁이 심화된 환경에서 ‘편집 역량 강화’를 선택한 것이다.

 

이러한 전환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그리고 AI가 뉴스 생산 방식을 다시 쓰는 지금, 전통 언론이 지속성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은 무엇일까.

 

 

진민정 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좌)과 인터뷰 중인 루이 드레퓌스 르몽드 CEO(우) ⓒ한국언론진흥재단

 

 

15년간의 변화, 르몽드는 어떻게 부활했나


진민정 당신이 르몽드 CEO로 취임한 게 2010년이었다. 그 후 15년 동안, 르몽드에서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

드레퓌스 첫째는 재정의 안정이다. 2000년대 초 르몽드는 매년 1,000만 유로(약 170억 원)가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2016년부터 흑자 구조로 전환했고, 2024~2025년에는 순이익이 1,000만 유로(약 170억 원)를 돌파했다. 지금 르몽드의 수익 중 70% 이상은 광고가 아닌 독자 구독에서 나온다.

둘째는 편집 역량의 강화다. 2010년 300명이던 기자 수는 2025년 550명으로 늘었다. 단순한 인력 충원이 아니라, ‘품질 중심의 성장’을 위한 구조적 변화다. 좋은 저널리즘은 속도 경쟁이 아니라 시간의 문제다. 기자가 충분한 시간을 들여 맥락을 해석할 수 있을 때 콘텐츠의 품질을 높일 수 있고, 그것이 신뢰로 이어진다. 이런 철학이 뉴스룸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를 가능하게 했다. 2011년 창간한 라이프스타일 중심의 장문 보도 잡지 «M», 그리고 2020년대 들어 주목받은 ‘엥티미테(Intimités)’1) 섹션 같은 시도들이 대표적이다. 이 섹션은 월 방문자 350만을 기록하고 있고, 구독 전환율은 기사당 평균 9.3건을 달성해 르몽드에서 가장 높은 독자 충성도를 보이고 있다.

셋째는 논의의 전환이다. 내가 취임했을 때, 회의의 주제는 늘 인쇄소, 발행 시간, 유통망 같은 문제였다.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다. 인공지능, 독자 데이터, 영상 콘텐츠, 다국어 서비스가 논의의 중심이다. 르몽드는 더 이상 ‘신문사’가 아니라, ‘뉴스 실험실’이다.

마지막으로, 독자의 변화다. 르몽드는 2024년 기준 58만 명의 유료 디지털 독자를 확보하면서 프랑스 1위 언론이 됐고, 프랑스 전체 디지털 구독 성장의 33%를 견인했다. 15년 전엔 하루 24만 명이 종이신문을 구입했지만, 지금은 종이와 디지털을 합쳐 60만 명이 르몽드를 읽는다.

르몽드는 더 이상 ‘프랑스만의 신문’이 아니라, 전 세계 180개국에서 읽히는 글로벌 언론으로 성장했다. 이는 단순한 흑자 전환을 넘어선 변화다. 편집 역량에 대한 장기적 투자, 젊은 독자층을 위한 전략적 접근, 그리고 AI 시대에 맞춘 윤리적 혁신으로 조직 구조 전체가 재설계됐기에 가능한 전환이었다.

 

진민정 프랑스에서는 거대 자본이 언론을 집중적으로 소유하는 구조에 대한 우려가 꾸준히 제기된 것으로 안다. 르몽드는 어떤 방식으로 편집권의 독립을 보장하고 있나?

드레퓌스 지금 르몽드의 72%는 비영리 재단이, 나머지는 직원 주주가 소유하고 있다. 재단은 기자와 직원, 독자가 함께 구성한 ‘언론독립위원회(pôle d’indépendance)’의 동의 없이는 어떤 지분도 매각할 수 없다. 이 구조가 외부 자본의 개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결정적인 전환점은 2024년 봄이었다. 과거 대주주였던 자비에 니엘(Xavier Niel)이 자신이 보유한 지분 전체를 단 1유로(약 1,700원)에 ‘언론독립재단(Fonds pour l’indépendance de la presse)’에 넘겼다. 언론의 독립을 개인의 이익보다 우선시한 선택이었다. 그 순간 르몽드의 자본은 완전히 공익적 형태로 전환됐고, 재단 규정상 이 지분은 더 이상 매각할 수 없게 됐다. 말하자면, 르몽드는 이제 법적으로도 ‘어느 누구도 소유할 수 없는 언론’이 된 것이다.

이 구조 덕분에 외부 자본의 영향력은 원천적으로 차단되고, 단기 수익보다 저널리즘의 원칙을 우선하는 결정이 가능해졌다. 이 구조는 단순한 이상이 아니라 실제로 작동하는 제도적 장치다. 언론의 자유는 철학이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다. 독립은 재정적 자립 없이는 유지될 수 없다. 르몽드는 재단의 기금에 의존하지 않고, 모든 운영 재원을 독자 구독을 기반으로 확보한다. 이 재정 구조가 편집권 독립의 가장 견고한 기반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진민정 한국에서는 네이버나 다음 같은 포털을 통해 뉴스를 무료로 소비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이런 환경에서는 언론사의 유료 구독 모델 확장이 쉽지 않다. 르몽드는 어떻게 구독 기반을 성장시킬 수 있었나? 르몽드 사례에서 한국 언론이 참고할 만한 점이 있다면 무엇이라 생각하나?

드레퓌스 르몽드의 유료 구독이 성장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초기에 ‘독자와의 직접 관계’를 만든 데 있다. 우리는 포털이나 외부 플랫폼에 의존하지 않으려 했다. 중개자가 끼어들면 독자와의 연결이 약해지고, 결국 언론 스스로 신뢰를 잃게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독자와의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오프라인 활동도 적극적으로 만들고 있다. 매년 ‘르몽드 페스티벌’을 비롯해 쿠튀르 쉬르 갸론(Couthures-surGaronne),렌느(Rennes), 툴루즈(Toulouse) 같은 도시에서 편집국이 직접 참여하는 행사를 연다. 독자가 기자를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고, 신문을 체험하는 과정 자체가 신뢰를 만드는 중요한 순간이기 때문이다. 특히 렌느는 대학생이 많은 도시라, 매년 젊은 세대를 위한 큰 행사가 열린다. 우리는 신뢰가 결국 만남과 대화에서 나온다고 믿는다.

이런 토대 위에서 르몽드는 구독 방식을 접근을 제한하는 ‘페이월(pay-wall)’ 방식이 아니라 ‘확장적’ 모델로 발전시켰다. HBO 맥스(HBO Max)와의 통합 구독, 스포티파이(Spotify)와의 공동 마케팅, 뉴욕타임스와의 교차 구독은 모두 뉴스 구독의 접점을 넓히기 위한 실험이다. 또한 이러한 파트너십은 단순한 이용자 확대 전략이 아니다. 르몽드가 독자에게 다가가는 방식을 한 단계 더 진화시키려는 시도다. 구독의 성장은 기술 문제가 아니라, 독자가 ‘이 매체와 관계를 맺을 이유가 있다’고 느끼는지에 달려 있다.

한국 시장에 대해 조언할 입장은 아니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르몽드는 출발 단계부터 가능한 한 직접적인 관계를 구축하려 했다. 그런데 한국의 포털 구조에서는 언론이 독자를 직접 만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들었다. 만약 가능한 시점이 온다면, 포털을 벗어나 독자와 직접 연결되는 구조를 모색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언론은 여러 플랫폼 사이에서 쉽게 사라질 위험이 있다.

 

텍스트에서 영상으로, 젊은 세대 사로잡은 르몽드의 3대 전략


진민정 한국에서는 젊은 세대의 뉴스 이탈이 심각하다. 2024년 언론수용자 조사에서도 전 세대의 이용이 줄었고, 특히 2030 세대는 뉴스 소비와 언론 신뢰도 모두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흐름은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다만 르몽드는 같은 어려움 속에서도 젊은 독자를 끌어들이는 데 성공적인 사례로 언급되곤 한다. 이 세대를 끌어들이기 위해 어떤 전략으로 접근하고 있나?

드레퓌스 젊은 세대는 더 이상 텍스트 중심으로 뉴스를 소비하지 않는다. 이들은 뉴스 앱보다 소셜 플랫폼에서 사회적 이슈를 접한다. 그래서 르몽드는 비교적 이른 시기에 이 생태계에 진입했고, 지금은 스냅챗과 틱톡,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모든 주요 SNS 플랫폼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영상팀을 40명 규모로 확대했고, 매달 2천 개 이상의 영상을 제작하고 있다.

핵심 전략은 세 가지다. 시각적 경험을 중심에 둔 영상(Show), 복잡한 이슈에 대한 해설(Explain), 그리고 검증 기반의 비주얼 탐사보도(Reveal)다. 이 세 포맷을 통해 르몽드는 속도에 대응하면서도 사실을 희생하지 않고, 시청 친화성을 높이면서도 맥락을 놓치지 않는 디지털 저널리즘 방식을 구축해왔다.

르몽드의 디지털 확장을 실질적으로 이끄는 주체는 소셜미디어 콘텐츠팀이다. 이 팀은 신문의 편집 철학, 즉 정확성과 품질, 균형을 그대로 디지털 콘텐츠에 적용한다. 다시 말해, 형식은 플랫폼에 맞게 바꾸되, 내용의 기준은 절대 낮추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킨다. 이런 일관성이 축적되면서 르몽드는 특히 18~24세 이용자층에서 높은 참여율을 확보했고, 프랑스 언론 가운데 가장 활발하고 충성도 높은 젊은 뉴스 커뮤니티를 형성했다.

이 흐름 속에서 르몽드가 집중해 온 것이 젊은 세대를 위한 세로형(Vertical) 해설 영상이다. 대부분 1~2분 분량으로, 기자들이 직접 카메라 앞에 서서 사회·정치·문화 이슈를 짧고 명확하게 설명하는 방식이다. 매주 7~10편이 제작되며, 주제는 ‘정신 건강’ 같은 일상적 관심사부터, 구글 지도에 점선으로 표시된 모호한 국경을 통해 국제 분쟁의 맥락을 풀어내는 ‘점선 국경(Pointillés)’, 도시 공간 속 사회적 긴장을 다루는 ‘도시의 전설(Urban Legends)’까지 폭넓다.

이 영상들은 틱톡, 스냅챗, 인스타그램 릴스, 유튜브 쇼츠뿐 아니라 르몽드 웹사이트와 앱에서도 그대로 소비된다. 젊은 세대의 시각 언어를 존중하면서도, 저널리즘의 기준은 결코 낮추지 않는다는 르몽드의 접근 방식이 가장 잘 드러나는 사례다.

 

진민정 르몽드는 젊은 세대와의 접점을 넓히기 위해 소셜미디어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최근 인플루언서와 크리에이터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전통 언론이 주목 경쟁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 변화는 어떻게 보고 있나?

드레퓌스 그 위험은 이미 현실이라고 본다. 젊은 세대는 뉴스를 보기 위해 틱톡이나 인스타그램을 켜지 않는다. 그들의 첫 목적지는 크리에이터나 친구들의 콘텐츠다. 하지만 우리가 같은 공간에서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한다면, 우연히라도 접하게 되고, 그것이 결국 뉴스 소비 습관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르몽드는 SNS를 결코 포기할 수 없다.

르몽드는 프랑스 언론 가운데 가장 먼저 스냅챗에 진출했고, 지금은 대부분의 핵심 소셜 플랫폼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X(구 트위터) 팔로워는 1,000만 명을 넘는다. 하지만 우리의 목표는 ‘조회수 경쟁’이 아니다. 청소년층을 겨냥해 자극적 제목이나 미확인 정보를 퍼뜨리는 계정과 달리, 우리는 언제나 검증된 정보로 소통한다. 젊은 세대의 언어를 사용할 수는 있지만, 그들의 속도에 휩쓸리지는 않는다.

인플루언서들은 젊은 세대의 감각을 정확히 읽고 새로운 형식을 만드는 능력이 있다. 우리는 그 형식을 관찰하고 배울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그들은 기자가 아니다. 르몽드는 형식에서 영감을 얻을 수는 있지만, 저널리즘의 원칙과 책임은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형식은 시대에 따라 바뀔 수 있지만, 진실을 다루는 기준은 바뀔 수 없다.

 

 

루이 드레퓌스 CEO는 르몽드가 만성적 적자와 구조적 위기를 겪던 시기, 변화를 진두지휘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진민정 르몽드는 소셜미디어를 통한 소통뿐 아니라, 디지털 공간 밖에서도 젊은 세대와 접점을 넓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오프라인 활동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나?

드레퓌스 젊은 세대를 위한 투자는 단기적인 수익을 위한 것이 아니다. 10년, 15년 뒤를 내다보는 일이다. 지금 그들을 만나지 않으면 미래의 독자는 없다. 그래서 르몽드는 단순히 콘텐츠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젊은 세대가 언론을 직접 ‘경험’하도록 돕는 미디어 교육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르몽드는 프랑스 교육부 산하 미디어교육기구인 끌레미(CLEMI)가 주최하는 ‘학교 미디어교육 주간’의 공식 파트너다. 나는 끌레미의 자문·운영위원회(Conseil d’orientation et de perfectionnement du CLEMI) 위원으로도 활동하며, 미디어 교육의 방향과 역할을 논의하는 일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

또 르몽드 기자들은 AFP 기자들과 함께 만든 ‘앙트르 레 린뉴(Entre les lignes)’2)라는 단체를 통해 연중 내내 미디어 교육을 이어간다. 이 단체는 프랑스 전역의 중·고등학교를 찾아가 기사 읽기 수업, 토론, 뉴스 제작 체험 등을 진행하며, 학생들이 언론의 역할을 직접 체험하도록 돕는다. 기자들은 근무시간 중 연 2~3회, 반나절 단위로 이런 활동에 참여할 수 있고, 회사는 이를 공식적으로 장려한다.

젊은 세대가 언론이 무엇인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미래가 거기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신문이 없는 환경에서 자란 세대는 신문을 읽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르몽드는 젊은 세대를 단순 독자에서 언론의 의미를 이해하는 시민으로 성장시키는 것을 저널리즘의 핵심 책무로 보고 있다.

 

AI 활용부터 저작권 분배까지, 르몽드의 윤리적 기준은

 

진민정 공지능이 뉴스 생산의 방식을 크게 바꾸고 있다. 르몽드는 어떤 원칙으로 대응하고 있나.

드레퓌스 AI는 기자를 대체할 수 없다. 우리는 AI를 번역, 교열, 자막, 데이터 분석 등 보조적 영역에서만 사용한다.

2023년 12월 르몽드는 ‘AI 윤리 헌장(Charte sur l’usage de l’intelligence artificielle)’을 제정했다. 이 헌장은 “어떤 경우에도 인공지능은 인간을 대체할 수 없다”라는 원칙을 명시하고, AI의 사용 목적을 정보의 질을 높이는 데 한정하고 있다. 모든 활용은 독자에게 명확히 고지돼야 하며, 이미지 생성이나 기사 작성에는 사용할 수 없다.

AI는 효율을 높이는 수단일 뿐, 편집 판단의 주체가 될 수 없다. 영어판의 경우 AI가 1차 번역을 맡지만, 그다음에는 전문 번역가와 영어권 기자가 문맥과 표현을 검수한다. 의미를 해석하고 판단을 내리는 역할은 언제나 인간에게 있다. 이 원칙은 다른 영역에서도 동일하다. AI는 배우의 음성을 기반으로 오디오 기사를 생성하거나 댓글 모더레이션 과정에서 문제 게시물을 탐지하는 데 도움을 주지만, 최종 결정과 책임은 언제나 편집자가 맡는다.

이런 접근은 ‘기술을 수단으로 삼되, 저널리즘의 주체는 인간이다’라는 르몽드의 철학을 보여준다. AI는 효율을 높였고, 그 결과 영어판 편집국에는 새로운 고용이 생겼다. AI가 일자리를 줄이지 않고 오히려 확장시킨 셈이다.

 

진민정 르몽드 영어판이 구독 확대에 실제로 도움이 되고 있나?

드레퓌스 그렇다. 르몽드의 영어판은 2022년 4월 7일에 출범했다. 출시 이후 꾸준히 성장해 지금은 1만 5,000명 이상의 구독자를 확보했다. 우리는 앞으로 몇 년 안에 전체 구독자 가운데 영어판 독자가 약 15%를 차지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이며, 내년부터는 투자 단계에서 벗어나 완전히 독립적인 수익 모델을 갖출 예정이다.

영어판의 약 40%는 프랑스어판 기사 번역본이고, 나머지는 국제·정치·문화·경제·라이프스타일 등 글로벌 독자를 위한 독자적 콘텐츠로 구성된다. 번역 과정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세 단계를 거친다. 1차로 AI 번역이 수행되고, 2차로 전문 번역가가 교정하며, 마지막으로 영어권 출신 기자 10명으로 구성된 팀이 문맥과 표현을 최종 검수한다. 이 과정을 통해 프랑스어판과 동일한 정확성, 검증 수준, 서사 품질을 유지한다.

우리는 르몽드 영어판을 단순한 번역 서비스가 아니라, 유럽과 국제 이슈를 깊이 있게 분석하는 글로벌 에디션으로 키우고자 한다. 영어판의 성장은 르몽드가 프랑스 언론의 경계를 넘어, 국제적으로 ‘프랑스 저널리즘의 모범’을 구현하는 하나의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2025년 3월에는 이러한 확장의 일환으로 르몽드 주말 매거진 《M》의 영어판인 《M International》을 새롭게 선보였다. 연 2회 발행하며, 20개 국 37개 도시의 350개 서점에서 2만 5,000부가 배포된다. 또 격주 뉴스레터와 인스타그램 채널을 통해 잡지의 주요 콘텐츠를 르몽드 영어판의 심층 기사와 연결하며, 글로벌 독자와 르몽드 저널리즘을 이어주는 창구 역할을 한다. 이 모든 시도는 하나의 방향으로 수렴한다. 즉, 르몽드 저널리즘을 세계 어디서나 같은 품질로 경험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진민정 르몽드는 저작인접권으로 얻은 수익의 약 25%를 기자들에게 분배한다고 들었다. 이 비율은 르몽드의 자체 결정인가? 아니면 프랑스의 저작권 관련 규정이나 기준에 따른 것인가?

드레퓌스 저작권의 경우, 르몽드는 기자들에게 수익의 50%를 분배한다. 그런데 저작인접권(droits voisins)은 저작권에서 파생된 권리이지, 저작권 그 자체는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저작권의 절반인 25%를 적용하기로 했다. 단순히 관행적으로 정한 비율이 아니라, 기자의 기여를 실질적으로 인정하기 위한 기준이다.

관련 규정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이건 프랑스 언론사 중에서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대부분의 매체는 정액제로 아주 낮은 금액만 지급하거나, 평균 18% 수준에 머문다. 그래서 르몽드는 “좀 더 공정하고, 좀 더 후하게”라는 원칙 아래 25%를 채택했다. 상한선도 두지 않았다. 수익이 늘면 기자에게 돌아가는 몫도 함께 늘어나도록 한 것이다. 이 결정은 노조와의 협의를 통해 마련된 것이며, 업계에서 “역사적 협정”으로 평가받았다.

르몽드는 이런 결정의 취지를 분명히 밝히고 있다. 저작인접권으로 발생하는 수익은 기자의 노동을 통해 만들어진 결과물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그 수익은 생산 주체에게 정당하게 환원돼야 한다.

AI 기업과의 계약에도 동일한 원칙이 적용된다. 오픈AI나 퍼플렉시티 같은 기업이 우리 콘텐츠를 학습 데이터나 정보 서비스에 활용하면, 그로부터 생긴 수익의 일부를 기자들에게 저작인접권 형태로 분배한다. 단순한 법적 의무가 아니라, 정보 생산의 주체에게 정당한 몫을 분배해야 한다는 윤리적 약속이다.

 

 

르몽드의 디지털 전환은 단순한 기술 실험이 아니라 신뢰를 다시 구축하는 과정이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기술보다 신뢰—변하는 시대, 변하지 않는 원칙

 

진민정 디지털과 AI 기술이 급속히 확산되면서 언론의 역할을 둘러싼 논쟁도 커지고 있다. 이런 변화 속에서 르몽드는 어떤 편집 방향과 가치를 지향하고 있나?

드레퓌스 르몽드는 어떤 정당도 지지하지 않는다. 우리의 기준은 이념이 아니라 가치다. 인간의 존엄, 유럽의 통합, 민주주의의 수호 —이 세 가지가 편집의 중심을 이룬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일수록 독자가 다시 돌아올 기준점이 필요하다. 1944년 창간 이후 르몽드는 사실 확인, 균형, 신뢰라는 원칙을 일관되게 지켜왔다. AI 시대에도 이 원칙은 변하지 않는다.

르몽드의 디지털 전환은 단순한 기술 실험이 아니라 신뢰를 다시 구축하는 과정이었다. 종이 중심의 사고를 벗어나고, 플랫폼에 종속되지 않으면서, 콘텐츠의 품질에 투자하자 독자 기반은 오히려 더 견고해졌다. 르몽드는 기술에 빠르게 적응하되, 단 한 가지는 바꾸지 않는다. 좋은 저널리즘은 여전히 세상을 이해하는 가장 신뢰할 만한 방법이라는 믿음이다. 

 

 

 

 

 

 

 

1) ‘친밀함’을 의미. 2023년 출시한 섹션으로 사랑, 우정, 육아, 가족생활 등 개인의 내밀한 삶과 관계를 탐구

2) ‘행간’이라는 뜻. 2010년 AFP와 르몽드 기자 100여 명이 만든 미디어교육 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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