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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 대한 불신이 만연한 요즘이지만 여전히 언론인을 꿈꾸는 언시생은 많다. 대형 언론사는 대부분 채용형 인턴제를 도입하고 있고, 이에 따라 언시생들은 제법 긴 기간 동안 바늘구멍을 통과하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한다. 언론사 채용 프로세스의 문제점과 대안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편집자 주
언론사 입사는 ‘고시’로 불린다. 국가가 공인하는 전문 자격시험은 아니지만 그만큼 합격하기 어려워서 그렇다. 포털사이트 국어사전은 ‘언론 고시’를 “대학가에서 언론사의 입사 시험을 이르는 말, 취업 희망자가 많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나온 말”로 풀이한다. 사전 예문으로 쓰인 1993년 기사에도 언론 고시라는 단어가 등장하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언론사 입사 경쟁이 고시와 맞먹는다는 인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 30년간 언론사와 전체 기자 수는 늘었어도 다들 가고 싶어 하는 대형 언론사의 채용 문은 여전히 좁다. 신입 채용 인원은 각각 한 자릿수인 데다 경영 상황이나 안팎의 환경 변화에 따라 채용 자체를 건너뛰는 해도 있다. 언론사 입사 준비생, 이른바 언시생들은 언제 뜰지 모를 채용 공고를 기다리며 바늘구멍 앞에 서 있다.
최장 8주 채용 연계형 인턴제 도입에 ‘채용 갑질’ 논란
대형 언론사 4곳이 잇달아 신입 채용 공고를 낸 지난봄, 언시생 커뮤니티 ‘아랑’에선 이들 언론사를 향한 비판이 쏟아졌다. 중앙일보·JTBC, 한국경제신문, 한국일보가 이번 신입 공채에 도입한 ‘채용 연계형 인턴제’ 때문이다. 언론사들은 기존 채용 전형인 서류-필기-실무 평가-면접에 최장 8주간의 인턴십 과정을 추가했다. 더욱 긴 시간을 들여 다각도로 평가하겠다는 취지인데 언시생들 사이에선 채용 갑질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채용 절차를 들여다보면 중앙일보·JTBC의 경우 서류-필기(온라인)-역량 평가-8주간 풀타임 인턴십-임원 면접을 거쳐 수습사원을 뽑는다. 중앙그룹은 지난해에는 신입 공채를 하지않았고 2017~2019년 채용 땐 2주간 현장 평가를 진행했다. 올해는 현장 평가를 인턴십으로 변경해 이 기간을 두 달로 늘렸다. 중앙그룹 관계자는 “8주의 인턴십 평가는 우수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검증의 시간”이라며 “취업준비생 입장에서도 충분히 근무하면서 회사가 자신에게 맞는지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올해부터 신입 채용 방식을 채용 연계형 인턴기자제로 전환했다. 여기서도 역시 서류-필기-적성검사(온라인)-기획안·실무 평가-4주간 인턴십-최종 면접을 통과해야 수습기자(한국일보에선 견습이라고 부름)가 될 수 있다. 지난 1954년 국내 언론사 최초로 수습 공채를 시작한 한국일보는 언론 환경이 변화하면서 기존 채용 전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새로운 전형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일보는 채용 공고문에서 “취재와 글쓰기는 물론 디지털 시대에 맞는 다양한 능력이 요구된다. 지원자 역량을 다각도로 검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며 “지원자는 직무 체험 기회를 얻음과 동시에 본인이 몸담게 될 회사에 대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리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언시생들은 언론사가 채용형 인턴 방식으로 부여하는 직무 체험 기회가 부담스럽다. 단순히 체험 기회로 보기엔 인턴십에 다다르는 과정까지 일반 공채 전형과 다름없는 비용과 시간, 노력을 투입해야 한다. 한두 달 인턴을 하고 나서도 최종 면접, 다시 3~6개월간 수습 생활을 해야 정식 구성원이 된다. 1년에 몇 번 없는 기회 하나하나가 절실한데 장기간 인턴을 하다 보면 다른 언론사 채용을 놓칠 수 있다. 특히 채용 예정 인원의 2~2.5배수가량을 인턴으로 뽑겠다는 한국일보 공지에도 언시생들은 울상일 수밖에 없었다. 4주간 활동한 인턴 5명 중 2~3명이 탈락하는 비율이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언시생들은 채용형 인턴제 도입 취지는 이해한다면서도 지원자 입장에서 과도한 인턴 기간과 낮은 전환율이 가혹하다고 했다. 무엇보다 인턴 기간에는 다른 기회가 막히고, 일반 공채 과정보다 탈락 후 여파가 크다고 토로했다.
언시생 A 씨는 “이상적으로 생각하면 채용형 인턴제 자체엔 문제가 없지만 사실상 충성심을 보겠다는 것으로 느껴진다. 저희에겐 다른 취업 기회가 제한되는 게 가장 큰 타격”이라며 “보통 인턴 경험은 스펙이 되지만 채용형은 채용 과정에서 탈락했다는 인식 때문에 자기소개서에 쓰기 어렵다”고 말했다.
채용형 인턴 경험이 있는 언시생 B 씨는 이 제도가 갈수록 좁아지는 언론사 채용 문을 더 좁게 만든다고 평가했다. B 씨는 “공채와 맞먹는 경쟁률을 뚫고 인턴이 됐지만 최종 면접 탈락 통보를 받고 나니 정리해고 당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저희는 극심한 취업난에 시달리고 있고 언론사들은 그런 현실을 신랄하게 비판해왔으면서 정작 가족이 될 수 있는 언시생들에겐 가혹하게 대하고 있다”며 “다른 친구들도 그 잔인한 걸 또 해야 한다는 데 절망하고 있다. 채용형 인턴제 방식이 굳어질까 두렵다”고 말했다.
언론사들 “기존 공채 방식으로는 능력 평가 어려워”
언론사 내부의 인식은 언시생들의 반응과 차이가 있다. 수십 년간 유지해온 기존 공채 방식으로는 언론사와 콘텐츠 수용자가 요구하는 능력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이 크다. 좋은 인재를 찾기 위해 인턴십이나 수일에 걸친 현장 평가를 도입해 검증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다.
지상파 방송사 신입 선발 과정에 참여했던 한 PD는 “지원자 입장에선 기존 전형도 어려운 과정이겠지만 심사위원으로서는 이 짧은 시간 안에 지원자의 능력이나 인성을 평가하는 게 가능하냐는 심각한 회의가 든다”며 “시험이나 면접을 잘 보는 사람보다 직접 일하면서 드러나는 동료들과의 협업, 업무 능력이 뛰어난 인재를 뽑고 싶다. 여러 언론사가 채용 연계형 인턴십을 운영하는 취지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언론사들은 채용 연계형 인턴제 도입과 현장 평가를 강화하는 추세다. 신입 채용에서 공채와 채용 연계형 인턴제를 병행해온 동아미디어그룹은 지난해부터 채용 연계형 인턴을 통해서만 기자와 PD를 선발한다. 변화의 이유는 “코로나19와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이다. 동아미디어그룹은 채용 공고에 ‘나만의 콘텐츠를 위해 쌓아온 열정과 경험을 중요하게 보겠다’, ‘인턴의 채용 전환율을 높이겠다’고 안내했다.
서울신문도 올 초 수습기자 채용 과정에서 실무 평가 기간을 5일로 늘렸다. 기존 실무 평가는 지원자들이 하루 동안 특정 주제에 대해 취재하고 기사를 제출하는 방식이었다. 바뀐 전형에서 지원자들은 사회부 사건팀 기자들과 5일간 함께 일하며 과제를 수행했다. 실무진 평가와 최종 면접을 거쳐 수습을 선발했다.
당시 안미현 서울신문 편집국장은 채용 방식 변화를 소개한 기자협회보 기사에서 “서류, 논술 필기, 면접까지 지원자들이 정말 많은 준비를 해오다 보니 변별력이 없다고 봤다. 또 지원자가 어떤 사람인지 하루 동안 파악하는 건 한계가 있고 기자들이 같이 현장에서 부딪치며 평가하면 좋겠다는 공감대가 있었다”며 “기사 테크닉보다 지원자의 시대정신, 사안에 접근하는 자세 등 기본적인 소양을 평가한다”고 밝혔다.1)
기존 채용 방식을 유지하고 있는 언론사들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하지만 앞선 사례를 정답으로 볼 순 없다. 종합일간지에서 수습기자 채용을 담당했던 간부는 “내부에서 채용 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는데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예전처럼 진행했다. 일주일 실무 평가나 채용형 인턴을 두고 회사는 ‘그 정도 시간도 못내냐’는 건데 지원자들은 상당히 비판적이더라”며 “회사와 지원자 간의 입장 차이가 클 수밖에 없어 어떤 방식이 맞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답은 없지만 대안은 있다
완성형 신입을 찾겠다는 언론사와 그 과정이 가혹하다는 언시생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메울 수 있을까. 정답은 없지만 대안은 있다. 윤세영저널리즘스쿨에서 예비 언론인을 가르치는 송상근 이화여대 저널리즘교육원 특임교수는 “채용 연계형 인턴제 자체엔 찬성”이라면서도 “제도를 보완해 수험생들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구체적인 방안으로 인턴에 최종 선발 인원의 1.2배수 이하 배치, 최장 2주 활동을 언급했다. 지난해 채용 전환율을 높이겠다고 밝힌 동아일보가 인턴으로 11명을 선발하고 그중 9명을 수습으로 채용한 사례가 있다.2)
송 교수가 강조하는 또 다른 개선 방향은 실무 중심의 필기시험 도입이다. 기자 직군 필기시험에 포함된 논술과 작문은 취재 보도 업무와 동떨어져 있고, 기자의 핵심 역량인 취재력과 문장력을 평가하기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송 교수는 관훈저널 기고에서 “논술과 작문은 의견성(주관적) 글쓰기인 반면 뉴스를 제작하기 위한 취재 보도는 사실적(객관적) 글쓰기로 다른 영역”이라며 “입사 전후에 요구되는 역량이 일치하지 않다 보니 언론사는 수습기자를 기초부터 가르친다. 평가자와 피평가자가 시간과 역량을 같이 낭비하는 셈”이라고 진단했다.3)
국내 언론사의 채용 시스템이 실무 평가에 소홀한 현실은 미국, 일본과 비교할 때 더 선명히 드러난다. 미국에서 언론인을 꿈꾸는 이들은 학부와 대학원에 설치된 500여 개 저널리즘스쿨에서 훈련을 받는다. 학생들은 재학 중에 언론사에서 인턴으로 활동하고,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언론사에 입사한다.4) 대부분 작은 언론사에서 시작해 경력을 쌓으며 메이저 언론사로 이직하는 단계를 밟는다. 현장 경험과 업무 능력이 가장 중요한 평가 기준인 것이다.
일본은 국내 언론사와 비슷하게 서류-필기시험-면접 방식으로 기자를 뽑는다. 다만 채용 후 훈련 과정은 전혀 다르다. 일본 주요 언론사들은 신입 기자를 채용한 뒤 모두 지방지국으로 보내 5년간 근무하게 한다. 그 사이 다양한 경험을 쌓은 기자들은 5년차가 돼서야 도쿄 본사 근무를 지원할 자격을 얻는다. 그동안의 실무 평가 결과와 기자의 능력에 따라 본사 근무 여부가 결정된다.5)
여러 언론사가 밝힌 대로 환경 변화에 따라 언론인에게 새로운 능력이 필요해진 것은 분명하다. 회사 안팎에서 개개인이 할 수 있는 역할의 범위도 넓어졌다. 그런데 이번 채용 방식을 둘러싼 논란을 보면, 국내 언론사들은 그 새로운 능력을 기존 인력이 아닌 지원자들에게 기대하고 있다. 당장 그러한 능력이 필요한 건 지원자가 아니라 한창 일하고 있는 현직들인데도 말이다.
“디지털 시대에 맞는 다양한 능력은 사측이 적절한 교육을 제공해서 신입 기자들에게 길러줘야 할 역량 아닌가. 변해가는 언론 환경에 맞는 역량을 이미 갖춘 인력을 신입 채용에서 찾는 건 지나친 지대 추구 행위로만 느껴진다.”
언시생 커뮤니티 아랑에 쓰인 이 댓글에 많은 이가 공감한 것도 당연한 일이다.
언론사가 변화에 대응하려면 신입에게 부담을 지우는 방식이 아니라, 구성원들부터 새로운 능력을 익힐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어느 조직보다 변화에 둔감하고 연공서열 기반의 위계 구조가 단단한 이곳에선 아무리 뛰어난 인재가 들어오더라도 역량을 제대로 펼치지 못할 위험이 크다.
1) 박지은, <서울신문 수습공채에 일선 기자들 참여>, 기자협회보, 2021.1.20, http://www.journalist.or.kr/news/article.html?no=48778
2) 김달아, <언론사 지망생 쥐어짜는 ‘채용 연계형 인턴’>, 기자협회보, 2021.5.12, http://www.journalist.or.kr/news/article.html?no=49389
3) 송상근, <제작과 교육, 채용 개선을 위한 ‘3각 협업’이 절실하다>, 관훈저널, 151, 18-25쪽, 2019.6.
4) 김성후, <언론사 경력채용 늘고 있다>, 관훈저널, 141, 75-81쪽, 2016.12.
5) 김달아, <세계 부수 10위 중 4곳이 일본 신문…포털엔 기사 하루 5개만 전송>, 기자협회보, 2018.9.4, http://www.journalist.or.kr/news/article.html?no=448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