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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는 유료 구독 부활을 성공시킬 수 있을까. 최근 기성 언론사들이 네이버 프리미엄콘텐츠에 입점해 구독 모델의 가능성을 점쳐 봤다. 다양한 콘텐츠 창작자들과 경쟁한 이들의 성적표는 어떨까. 언론은 포털 구독 서비스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그 방향성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오래전 ‘유료 구독’은 뉴스를 접하는 보편적인 통로였다. 사람들은 그날그날 새로운 소식과 다양한 정보가 담긴 신문을 돈을 내고 구독해 집에서 받아보거나 가판대에서 사서 봤다. 1990년대 말 다음·네이버 같은 포털사이트가 등장하면서 이런 구조는 무너지기 시작했다. 유료 구독을 하지 않아도 언론사가 생산한 뉴스 대부분을 포털에서 무료로 보는 시대가 20년 넘게 지속되고 있다.
포털에 뉴스 유통 주도권을 뺏긴 상황에서 언론사들의 지상 과제는 과거 유료 구독 구조를 되찾는 일이 됐다. 포털이 아닌 언론사 자체 플랫폼으로 사람을 모아 그들이 누구인지 확인하고, 뉴스에 제값을 매겨 팔겠다는 것이다. 언론사들이 실행 방법을 고민하는 사이 양대 대형 포털이 먼저 콘텐츠 구독 서비스를 내놨다. 네이버가 지난 5월 비공개 사전 테스트(CBT)로 선보인 유료 콘텐츠 플랫폼 ‘프리미엄콘텐츠’와 카카오가 지난 8월 공식 오픈한 콘텐츠 구독 서비스 ‘카카오 뷰’다.
결국 네이버와 손잡은 언론사들
카카오 뷰의 포맷은 콘텐츠 큐레이션이다. 콘텐츠 발행자(뷰 에디터)가 텍스트, 기사나 영상 링크, 사진 등을 하나의 보드에 담아 발행하는 형식이다. 뷰 에디터는 언론사뿐 아니라 개인도 될 수 있다. 직접 콘텐츠를 생산하지 않아도 다른 언론사·개인이 만든 콘텐츠를 한데 모아 서비스하는 것만으로도 구독자를 모으고, 향후 수익까지 낼 수 있다. 기성 언론사들은 주로 자사 콘텐츠를 큐레이션하는 보드 여러 개를 운영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주목할 만한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다수다.
서비스 기획 단계부터 언론계 이목이 쏠린 건 네이버 프리미엄콘텐츠였다. 네이버는 프리미엄콘텐츠라는 새 플랫폼을 통해 월 단위 유료 구독 등 콘텐츠 판매 시스템을 구축한다며 언론사들에 참여를 제안했다. 언론계에선 유료 구독 모델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다는 기대와 포털 종속이 깊어질 거란 우려가 교차했다.
당시 한 언론사 관계자는 “언론사는 유료 구독 모델을 원하지만, 자체적으로 구현하기엔 아직 한계가 있다. 포털이 그걸 알고 제안한 것”이라며 “유료화 시스템을 포털에 넘기면 언론사는 주도권을 상실할 것”이라고 내다봤다.1)
참여를 고민하던 언론사 대부분은 결국 네이버와 손을 잡았다. 지난 5월 13일 프리미엄콘텐츠 CBT 오픈 당시 개설된 25개 채널 가운데 기성 언론사·관계사 8곳의 13개 채널이 포함됐다. 이들과 함께 IT, 실리콘밸리, 북저널리즘, 서평, 문화, 글로벌 경제, 디자인, 트렌드·마케팅, 부동산, 유통·물류, 인테리어 등을 다루는 전문 창작자들도 입점했다. 뒤이어 7월 29일 22개 채널이 추가로 열렸다. 9월부터 입점 문턱이 대폭 낮아져 9월 23일 기준 64개 채널이 운영 중이다. 네이버는 지난 9월 5일까지 사전 신청을 받아 순차적으로 200개 채널을 추가할 예정인 만큼 채널 수는 더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프리미엄콘텐츠에 가장 먼저 입점한 기성 언론사 채널 대다수는 구독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9월 23일 기준) 구독자 수 10위권에서 기성 언론사·관계사가 운영하는 채널은 ‘코인데스크 프리미엄’(2위·한겨레 자회사)과 ‘소소소설’(8위·머니투데이) 등 두 개뿐이다. 구독자 수 1위는 부동산 플랫폼 스마트튜브가 운영하는 ‘부동산조사연구소’다. 지난 7월 2차 입점한 이 채널은 부동산 전문가가 지역별 부동산 수요 등을 분석한 자료를 제공한다. 다른 10위권 채널들도 전문가나 인플루언서들이 운영하고 있다.
흥행 요소 찾기 어려운 기성 언론사
인기 있는 채널을 살펴보면, 부동산과 코인처럼 정보 수요가 많고 돈벌이가 되는 경제 콘텐츠가 강세다. 구독자 수 15위권에서 1위(스마트튜브)·5위(복덕 이선생)·10위(BOODING)·12위(땅집고 pro)가 부동산, 2위(코인데스크 프리미엄)와 3위(Cryptolerance)가 코인, 6위(커머스BN)·7위(소셜경제미디어SNEK)·11위(매경취업스쿨)·14위(THE STOCK)가 주식, 유통산업, 경제 이슈를 다룬다.
특히 구독자 수 2위인 코인데스크 프리미엄은 타깃과 콘텐츠를 차별화해 경쟁력을 높였다. 한겨레 자회사인 온라인 매체 코인데스크코리아(코데코)의 주요 독자는 코인 투자를 깊게 하는 사람이거나 업계 종사자인 반면, 프리미엄콘텐츠 채널 코인데스크 프리미엄의 이용자는 코인 투자로 돈을 벌고 싶은 일반인이다. 유통 경로별 독자 성격을 구분해 코데코 웹사이트엔 블록체인 기술부터 규제 이슈까지 폭넓게 다루고, 프리미엄에선 코인 투자 정보에 집중한다.
김병철 코데코 편집장은 “어디서나 무료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환경에서 굳이 돈을 내게 할 유인을 만들려면 구독료 이상의 돈을 벌게 해주는 콘텐츠여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한 분야라도 해당 분야를 종합적으로 다루기보다, 부동산에서도 경매만 집중하는 것처럼 주제의 뾰족함이 있어야 콘텐츠 유료화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채널 운영자 또는 화자의 팬덤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구독자 순위 8위인 소소소설 채널이 대표적이다. 현직 기자 중에서 네이버 기자 페이지 구독자 수가 가장 많은 남형도 기자(5만여 명)가 직접 콘텐츠를 연재하고 있다. 소소소설은 ‘소외되었으나 소중한 이들을 위한 소설 한 편’의 준말로, 남 기자가 취재하면서 접한 취재원과 사연에 상상력을 더해 소설로 풀어내는 형식이다. 남 기자는 소설 연재로 매달 벌어들이는 구독료 전액을 기부하고 있다. 온라인 매체 ‘ㅍㅍㅅㅅ’를 창간한 이승환 씨의 ‘고해상도’(4위) 역시 팬층을 기반으로 많은 구독자를 확보한 사례다. 유명 작가 오소희 씨의 ‘그 언니의 방’(9위)이 상위권에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기성 언론사들의 채널에선 이런 흥행 요소를 찾기 어렵다. 준비 과정에서부터 콘텐츠와 타깃에 대한 깊은 고민보단 ‘네이버가 한다니까’, ‘다른 데도 참여한다니까’ 입점한다는 반응이 많았다. 대부분 당장 성공을 확신할 수 없는 프리미엄에 시간과 인력을 투자하기보다 기존 콘텐츠를 재활용하는 방식을 취했다. 새로운 콘텐츠여도 실제 구독자의 지갑을 열리게 하는 덴 역부족이었다.
오픈 4개월이 흐른 현재 주요 채널의 구독자는 수백 명대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2,900~4,900원에 형성된 월 구독료를 적용하면 기성 언론사로선 당장 큰 수익을 내기 어렵다. 구독자 수 8위인 소소소설을 운영하는 남형도 머니투데이 기자가 지난 9월 3일 채널에 공개한 7월 치 구독료는 총 143만 2,000원이다. 네이버에 지급하는 수수료 3만 7,805원을 뺀 136만 6,311원이 소소소설 채널의 순수익이다. 기성 언론사들의 기대에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남 기자는 “유료화를 경험한다는 측면에선 의미가 크지만 유료 구독자 확보가 쉽지 않다는 걸 확실히 느꼈다. 독자들이 원하는 걸 치밀하게 공부하고 시작했어야 하는데 기성 언론사가 늘 해온 방식대로 접근한 게 원인인 것 같다”며 “독자들의 지갑을 열게 할 정도의 콘텐츠는 뭘까, 어떻게 하면 충성도를 끌어올리면서 독자층을 확장할 수 있을까 고민이 더 깊어졌다”고 말했다.
언론사 내부 유통 정책 다시 점검해야
기성 언론사 관계자들은 포털이 내놓은 유료 구독 서비스에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서비스·플랫폼 자체의 성패가 아니라 여기 올라탄 자신들의 미래가 그렇다는 얘기다. 프리미엄콘텐츠에 1차로 입점했던 머니투데이의 부동산 전문 채널 ‘부릿지’가 두 달 만에 운영을 포기한 것도 포털의 구독 플랫폼에선 승산이 없다고 일찌감치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프리미엄에 참여한 한 언론사 담당자는 “타사들 따라 들어가긴 했는데 현실적으로 여기에 집중하긴 어렵고, 좋은 콘텐츠를 만들 여력이 없으니까 악순환이 이어지는 상황”이라며 “내부적으로는 사실상 망했다고 평가하고 있는데도 다른 언론사들이 나가지 않으니까 저희도 버텨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언론사의 디지털 담당 간부는 “쉽지 않을 거라는 우려가 현실이 됐다. 뉴스 콘텐츠는 유료 구독 모델로서 한계가 있다는 걸 느끼고 있다”며 “지금으로선 비용이나 투자는 최소화하면서 성과를 낼 방안을 계속 찾아가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언론사만 콘텐츠를 유통할 수 있는 포털 뉴스 공간과 달리 여기선 대형 언론사도 개인 한 명과 같은 콘텐츠 생산자·유통자일 뿐이다. 언론사들은 이미 카카오 뷰에서 수천 개의 채널과 경쟁하고 있다. 네이버가 밝힌 대로 프리미엄콘텐츠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오픈 플랫폼으로 공식 론칭하면 이러한 흐름이 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성 언론사들이 그동안 포털 뉴스 공간에서 누려온 혜택을 받지 못하는 셈이다.
한 언론사 고위관계자는 “네이버가 프리미엄 콘텐츠 입점을 제안할 때만 해도 언론사별 네이버 구독자의 1%는 프리미엄에 들어갈 거라했는데 실제 결과를 보면 네이버 모바일에서의 구독자와 프리미엄 구독자 수는 비례하지 않았다”며 “네이버도 언론사들도 현 상황을 유지하면서 유료 구독 모델 안착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2)
기성 언론사는 포털 안에서 아직 유료 구독 모델의 가능성을 확인하지 못했다. 다만 프리미엄콘텐츠와 카카오 뷰를 경험하며 포털의 콘텐츠 유통 전략이 더 이상 기성 언론사만을 향해 있지 않다는 걸 또 한 번 체감했다. 언론계가 예상했던 대로 포털을 통한 유료 구독 실험은 결국 기성 언론사의 포털 종속을 강화할 것이란 우려가 커진 상태다.
다만 다른 측면에서 보면 이번 일이 언론사가 뉴스 생태계의 주도권을 되찾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승산 없는 포털 무대에 매달리기 보다 언론사 스스로 길을 찾아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면 말이다. 최근 조선일보와 중앙일보가 자체 플랫폼 강화, 독자적인 구독자 확보에 나서는 모습도 다른 언론사들의 탈포털 고민을 부추기고 있다. 김종윤 중앙일보 편집국장은 기자협회보와의 인터뷰에서 “포털 구독자가 허수라고 생각진 않는다. 우리 기사를 많이 봐주는 독자들이고 중요하지만 (포털은) 기본적으로 우리 집이 아니다”라며 “허공(포털)에 콘텐트를 뿌릴 게 아니라 독자들이 원하는 걸 정확히 알고 공급해야 우리 기사, 사이트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지고 중요한 독자가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3)
국내 디지털 뉴스 생태계를 분석해온 최진순 한국경제신문 기자는 “언론사가 포털에 기사 전체를 내어주고 구독 모델을 성공시킨 세계적 사례는 없다”면서 “포털이 주도하는 구독 생태계의 우위에 서려면 언론사 내부에서 기존의 유통 정책을 재점검하고 어떤 방향으로 접근할 것인가부터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만 언론사 구독 모델이 현실감 있게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말했다.
1) 김달아, <네이버, 내달 중순 유료 구독 베타서비스... 언론사들 합류 고심>, 한국기자협회, 2021.3.9, http://www.journalist.or.kr/news/article.html?no=49007
2) 김달아, <‘네이버 프리미엄' 비공개 베타 3개월… 성적표 받아보니>, 한국기자협회, 2021.8.24, http://www.journalist.or.kr/news/article.html?no=50024
3) 최승영, <"독자 니즈 파악부터… 올해 중앙일보 '로그인 독자' 30만 목표">, 한국기자협회, 2021.9.7, http://www.journalist.or.kr/news/article.html?no=5008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