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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경제의 급부상으로 전 세계 각국이 관련 기업들에 대한 규제에 뛰어든 가운데, 중국도 자국의 독점적 플랫폼에 대한 감독과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이 플랫폼 기업에 대한 전방위 규제를 시작한 배경을 살펴보고, 기업에 미칠 영향과 향후 전망을 알아본다. 편집자 주

디디추싱의 잘못된 선택?
‘중국의 우버’로 잘 알려진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 디디추싱(滴滴出行, Didi)이 중국 정부의 규제로 큰 난관에 봉착했다. 지난 7월 4일,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国家互联网信息办公室, CAC, Cyberspace Administration of China)1)은 디디추싱이 고객의 사이버 보안 위험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앱스토어 내 삭제 명령을 내렸다. CAC는 디디추싱이 불법적으로 개인정보를 수집, 사용함으로써 법규를 심각하게 위반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지난 6월 30일 디디추싱이 기업공개(IPO)를 통해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된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이뤄졌다.
디디추싱이 미국 증시에 상장될 경우 미국 정부가 보안 데이터에 접근할 것을 우려한 CAC는 네트워크 보안에 대한 자체 점검과 이를 위한 IPO 연기를 요구했지만, 디디추싱은 상장을 강행했다. 미중 간 패권 다툼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당국의 권고를 무시한 것이다. 중국 정부의 조치는 빠르고 강력했다. 디디추싱의 주가는 7월 6일 기준 20% 가까이 폭락했고 디디추싱의 주요 지분을 소유한 소프트뱅크, 텐센트 등의 주가도 함께 하락했다. 기존 고객들은 서비스 사용에 문제가 없지만, 앱 스토어 내 삭제 조치로 신규 고객 유치가 불가능해 이로 인해 입는 피해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규제 당국은 디디추싱을 포함, 화물차량 공유서비스 플랫폼인 윈만만(運滿滿), 훠처방(貨車幇)과 온라인 구인구직 플랫폼 보스즈핀(Bosss直聘) 등 기업을 대상으로 국가안보법 위반 조사에 착수했다.2) 다른 기업도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신규 회원을 모집할 수 없다. CAC는 성명을 통해 “국가 안보 리스크를 예방하고 국가 안보 및 공공의 이익을 유지, 보호하기 위해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곧이어 CAC는 ‘인터넷안보심사방법’ 규정 개정안을 공고했는데, 여기에 회원 100만 명 이상을 보유한 인터넷 서비스 기업이 해외 상장을 하려면 반드시 사전에 사이버 안보 심사를 받도록 하는 규정이 새롭게 추가됐다. 중국 인구를 고려했을 때 대부분의 플랫폼 기업(예: 전자상거래, 배달 서비스, 공유 차량 서비스 등)이 100만 명 이상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모든 중국 플랫폼 기업의 미국 증시 상장이 실질적으로 금지돼 미국 시장에서의 자금 조달이 어렵게 된 상황이다.
전방위적으로 확대되는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와 압박
중국 정부가 자국의 인터넷 서비스 및 플랫폼 기업을 대상으로 칼을 뽑아든 것은 지난해 11월부터다. 시작은 중국 테크 기업의 대표격인 알리바바 그룹이었다. 알리바바 그룹은 오랜 기간 동안 공들여 추진해 온 자회사 핀테크 기업 앤트그룹의 IPO를 금융 당국의 조치로 취소했다. 알리바바 창업자인 마윈이 앞선 시기 상하이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금융 당국의 후진성을 강도 높게 비판한 직후 벌어진 일이다.
이를 시작으로 규제 당국은 2000년대 후반 이후 손보지 않은 ‘반독점법’ 개정을 추진하고 전자결제, 전자상거래 등 플랫폼 서비스 분야의 관리 감독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을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개최된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는 ‘2021년 8대 중점 업무’ 중 하나로 ‘반독점 강화 및 자본의 무질서한 확장 방지’를 제시했다. 올해 2월에는 ‘플랫폼 경제 분야에 관한 반독점 규제 지침’을 세우고 주요 플랫폼 기업의 반독점법 위반 행위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했다. 이어 3월에는 ‘온라인 거래 감독 관리 방법’을 발표하고 소셜미디어 플랫폼, 라이브 커머스 등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운영하는 기업의 고객 개인정보 활용 등과 관련한 의무사항을 명시했다.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国家市场监督管理总局, SAMR, State Administration for Market Regulation)3)은 4월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 플랫폼 기업 34개사의 경영진을 소환해 시장지배력 남용 행위를 직접 조사하고 결과를 발표할 것을 지시했다. 중국 교통운수부도 디디추싱 등 10개 공유 차량 서비스 플랫폼 기업 경영진을 소환, 면담했다. 결과적으로 SAMR은 알리바바 그룹에 182억 위안(약 3조 2,000억 원)에 달하는 역사상 최대 규모의 반독점 과징금을 부과했으며, 배달서비스 플랫폼 메이투안, 전자상거래 플랫폼 핀둬둬, 디디추싱 등에게도 불공정 경쟁을 이유로 각각 150만 위안(약 2억 6,000만 원)의 과징금을 징수했다.
규제 당국이 독점 및 불공정 경쟁 행위, 고객 데이터 남용에 대해 과징금을 물리는 등 플랫폼 기업들을 압박하면서, 기업의 경영 활동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텐센트가 최대 주주로 있는 중국 양대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인 후야(HUYA)와 도우위(DouYu)가 전략적 합병을 추진하려는 계획이 알려지면서 SAMR이 이를 직접 언급, 텐센트를 압박하면서 합병 계획이 철회됐다. 한동안 영웅 대접을 받던 플랫폼 기업 창업자들은 스스로 요직에서 물러나면서 몸을 낮추거나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며 이미지 쇄신에 나서고 있다. 핀둬둬의 창업자 황정(黃崢)은 지난해 CEO에서 물러난 데 이어 올해 초에는 회장직도 내려놨다. 틱톡(더우인)의 모기업 바이트댄스의 창업자 장이밍(張一鳴)은 올해 말에 CEO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텐센트의 창업자 마화텅(馬化騰)은 공공복지, 농촌 활성화 등에 77억 달러(약 8조 6,000억 원)를 지원하겠다고 밝혔고, 메이투안의 왕싱(王兴)은 개인 재단에 173억 홍콩 달러(약 2조 5,000억 원)를 기부해 교육과 과학 연구에 사용하기로 약정했다.
규제 목적은 ‘체제 안정’
그동안 중국 정부는 플랫폼 경제를 새로운 경제 발전 동력으로 지정하고,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산업의 시작과 성장을 독려했다. 그러나 극소수의 기업이 플랫폼을 장악하는 독점적 구조가 형성되고 이에 따른 불공정 관행들이 만연하면서 중국 정부가 규제 및 관리 감독 기능을 강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플랫폼 경제의 급부상으로 관련 기업들을 규제하는 곳이 중국만은 아니다. 미국, 유럽 등도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의 플랫폼 기업들과 반독점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다.
다만 미국, 유럽 등이 반독점법을 제정하고 강력한 규제를 시행하는 주요 목적이 역동적인 공정 시장경제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면 중국 당국의 규제에는 더 근본적인 목적이 있다. 안정적인 체제 유지가 바로 그것이다. 플랫폼 경제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국가 경제를 견인하는 영웅들로 추대받는 창업가들이라도 마윈의 경우처럼 중국 체제를 비판하거나, 디디추싱의 경우처럼 당국의 지도에 따르지 않을 경우 매우 강력한 조치를 취하는 것에서 이 부분이 잘 드러난다. 특별히 중국의 경우 전자상거래를 포함한 인터넷 경제의 비중이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 훨씬 높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는 플랫폼을 지배하는 기업이 시장과 체제에 미치는 영향을 제어하고 관리하는 것을 핵심 과제로 삼는 것이다.
플랫폼 기업들의 해외 증시, 특히 미국 증시 상장 관련 규제에 대해 당국이 표면적으로 내세우는 이유는 국내 고객 데이터와 중국의 안보 관련 정보들이 미국으로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플랫폼 기업을 통해 해당 데이터들이 미국으로 넘어가면 미국 정부가 이를 악용해 중국의 국가 안보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디디추싱 등 국가안보법 심사 대상이 된 기업들은 최근 미국 증시에 상장했고 회원의 개인정보와 더불어 도로와 각종 시설 등 국가 안보와 관련된 정보를 수집한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동시에 중국 당국의 이런 조치는 대량의 데이터를 수집하는 자국 플랫폼 기업들이 중국 당국의 관리하에 있는 홍콩이나 상하이 증시에 상장하도록 유도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급성장하고 있는 플랫폼 기업들이 자국 시장에 남도록 해 체제의 안정성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읽힐 수 있다. 규제 당국이 디디추싱에 대한 심사를 발표한 타이밍(중국 공산당 100주년 기념 행사 다음 날)이 이를 뒷받침한다.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중국 공산당의 통치 기반을 확고히 하겠다는 것을 선포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동안 규제 지속될 것
텐센트의 전략적 합병 철회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규제가 강화되면서 당장 기업의 경영 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불확실성이 증대됨에 따라 혁신 및 성장 활동이 위축될 것이고, 불공정 관행 시정 조치가 실행되면 단기적으로 실적 악화 및 주가 하락 등이 예상된다. 또 반독점 조사 결과에 따라 기업 지배구조 등에도 대폭적인 변화가 일어날 수도 있다. 느슨한 규제 하에서 소수의 플랫폼 기업들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과거의 시대는 끝이 난 셈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관련 규제들이 잘 적용될 경우 불공정 관행을 시정하는 데 도움을 주고 더 건전한 인터넷 경제 발전을 촉진할 가능성도 있다. 독과점 구조가 완화되면서 신규 플랫폼 기업들이 활발하게 시장 진입을 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되고 따라서 산업 전반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별히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될 수도 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중국 정부는 자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획득하는 부수적인 이점을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언급했듯이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 강화는 전 세계적인 추세로, 이러한 배경이 중국 정부가 자국의 플랫폼 기업들에 대한 규제와 압박을 확대하는 데 더 힘을 실어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규제들이 향후 미중 패권 다툼의 향배에 따라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의 중국 시장 내 영향력이 확대될 것을 대비하기 위한 중국 정부의 사전 작업이라는 시각도 있는데, 이 또한 전방위적 규제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을 암시한다. 중국 정부는 이 시기를 만리방화벽4) 이후 자국의 시장과 체제를 보호하기 위해 법과 제도를 정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는 셈이다. 현재까지는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 조치가 중국 기업만을 대상으로 적용되고 있지만, 향후 외국의 플랫폼 기업도 중국 당국의 관리 감독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1)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은 중국 공산당 중앙 네트워크 안전 및 정보화 위원회 판공실(中国共产党中央网络安全和信息化委员会办公室, Office of the Central Cyberspace Affairs Commission)을 겸하면서 중국 내 인터넷상의 전반적인 콘텐츠에 대한 감독과 관리를 담당하고 있다.
2) 윈만만과 훠처방의 모기업인 만방(滿幇) 그룹은 뉴욕증권거래소에, 보스즈핀은 나스닥에 상장돼 있다.
3) 2018년 4월 국무원 직속기구로 정식 설립됐으며 △공정한 시장 질서 유지를 위한 감독 및 관리 △종합적인 법 집행 △경쟁 정책의 일괄 시행 등을 전담한다.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의 역할에 해당하는 기관이다.
4) Great Firewall of China(GFW): 국내 인터넷을 규제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강제하는 법적 조치와 기술이다. 선별된 해외 웹사이트로의 접근을 차단하고 국경을 넘는 인터넷 트래픽의 속도를 떨어트리는 것이 주요 역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