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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지난 수년간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뤄냈으며 글로벌 AI 기술 경쟁에서 미국 다음으로 확고한 2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생성형 AI (Generative AI)와 대형 언어 모델(LLM, Large Language Model) 개발에서 미국과의 격차가 점차 더 벌어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중국어 기반 AI 모델 등 일부 응용 분야에서는 큰 진전을 이뤄내고 있다. 미국이 여전히 빅테크 기업들의 영향력과 유수 대학들의 연구력을 바탕으로 AI 혁신에서 앞서가고 있으나 중국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다양한 AI 스타트업을 배출하고 있으며 AI 연구 및 개발의 양적 측면에서는 미국을 앞서고 있다. 특히 중국 최고의 대학으로 꼽히는 칭화대는 세계적 수준인 중국 AI 스타트업들의 산실로 평가받고 있다.
전폭적인 정부 지원 통한 AI 연구개발 혁신 성과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AI 관련 연구 논문을 발표하고 있는 국가다. 다만 논문 수는 미국보다 많지만, 우수 논문 비율이나 인용 횟수와 같은 질적 지표에서는 여전히 미국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최근 논문의 질적 성과도 점진적으로 향상되고 있으며 특히 생성형 AI 연구의 핵심 분야에서 중국 연구자들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중국은 AI 분야 특허에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2013년부터 가장 많은 AI 분야 특허를 출원한 국가로 자리 잡았으며, 2022년까지 누적 기준으로 미국보다 약 4배 많은 특허를 출원했다.
중국 내 특허권을 관리하는 국가지식산권국(国家知识产权局)은 미국 특허상표청(USPTO, United States Patent and Trademark Office)보다 약 3배 더 많은 특허를 승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이러한 AI 혁신은 정부의 강력한 지원 덕분이다. 중국은 2017년 ‘차세대 인공지능 개발 계획’을 발표하며 AI를 국가적 핵심 전략으로 채택했다. 2030년까지 AI에서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2025년까지 AI 기술의 주요 발전을 이루고, 2030년에는 AI 생태계를 완전히 성숙시키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다.
중국 정부는 AI 연구에 자금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국영 펀드를 통해 초기 기술 개발을 촉진하고 있다. 중앙정부 펀드는 AI 기술 개발과 관련된 연구소 및 스타트업에 자금을 제공하고 상하이, 베이징, 선전 같은 주요 도시에서는 지역 차원의 펀드 및 세제 혜택을 통해 AI 기업의 성장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중국은 지역별로 특화된 AI 클러스터를 형성하여 산업 생태계를 촘촘히 구성하고 있다. 예를 들어, 칭화대가 소재한 베이징은 AI 연구 및 교육 허브로, 상하이는 금융 및 헬스케어 AI 솔루션 중심지로서, 선전은 하드웨어 및 사물인터넷(IoT) 기술의 중심지로서, 알리바바와 같은 빅테크 기업의 본거지인 항저우는 전자상거래와 AI 융합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광범위한 데이터 인프라를 구축해 AI 생태계를 강화하고 있다. 공공데이터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분야의 빅데이터를 민간 기업과 공유해 AI 모델 훈련을 지원하고 있는데 이는 중국의 AI 기술 응용의 핵심 프로젝트로 자리 잡은 스마트시티 프로젝트와 연계된다. 공공데이터와 AI 기술을 활용해 교통, 에너지, 공공 안전 분야에서 효율성을 향상시키는 스마트 인프라 구축을 그 목적으로 하는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는 정부-민간 파트너십을 통해 핵심 관련 기술을 발전시키고 이를 국제적으로 수출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AI 스타트업과 빅테크 기업 간 경쟁과 협력지푸AI(Zhipu AI), 미니맥스(Minimax), 문샷AI(Moonshot AI), 바이추안AI(Baichuan AI)와 같은 주요 스타트업과 바이두(Baidu), 알리바바(Alibaba), 바이트댄스(ByteDance) 같은 대형 기술 기업은 경쟁과 협력을 통해 다양한 AI 모델과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있다.
베이징에 본사를 둔 지푸AI는 오픈AI와 앤트로픽(Anthropic) 같은 글로벌 선도 기업을 따라잡기 위한 중국의 핵심 자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챗GLM(ChatGLM) 시리즈를 통해 중국어와 영어를 포함한 다국어 자연어 처리에 집중하고 있는데 지푸AI의 모델은 대화형 AI 애플리케이션에 주로 활용되며 사용자와의 자연스러운 상호작용이 강점이다. 최근 지푸AI는 오토GLM(AutoGLM)이라는 AI 에이전트 앱을 출시했는데 이 앱은 음성 명령을 이해하고 스마트폰에서 지시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오토GLM은 중국 사용자들을 겨냥한 제품으로 위챗(WeChat), 메이투안(Meituan)과 같은 인기 있는 로컬 앱과 호환이 가능하다.
지푸AI는 여러 국영 투자 펀드와 알리바바 그룹, 텐센트 홀딩스, 메이투안, GL 벤처스, 레전드 캐피털 등 민영 투자사로부터 투자를 받았으며, 경쟁이 치열한 중국의 생성형 AI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AI 관련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Z펀드(Z Fund)를 통해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다.
또 다른 대표 AI 스타트업인 미니맥스는 챗봇 서비스인 토키(Talkie)로 미국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다. 토키는 생성형 AI 기술을 활용해 이용자들이 실제 인물 또는 허구의 인물을 기반으로 한 가상의 캐릭터와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한다. 토키는 사용자 친화적인 대화형 인터페이스를 통해 글로벌 사용자 기반을 확장하고 있다. 토키는 빠르게 성장하는 ‘동반자 AI(companion AI)’ 시장의 일부로 2024년 상반기에 미국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된 AI 앱 중 하나다. 토키는 2024년 첫 8개월 동안 전 세계적으로 1,700만 건의 다운로드를 기록했는데 이는 같은 기간 구글이 지원하는 경쟁 앱 캐릭터AI(Character.ai)의 약 1,900만 다운로드에 약간 뒤처지는 수치다.
상하이에 본사를 둔 미니맥스는 올해 약 7,000만 달러(약 980억 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데, 매출의 대부분은 미국을 포함한 해외 시장에서 발생하고 있다. 중국의 전통적AI 강자인 센스타임(SenseTime)의 임원 출신으로 미니맥스의 공동 창립자인 얀 준지에(Yan Junjie)는 “중국 본토는 대형 IT 기업들이 지배하고 있어 많은 외국 시장에서 더 자유로운 경쟁이 가능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미니맥스는 알리바바와 텐센트, 그리고 글로벌 흥행을 기록한 모바일 게임 원신(Genshin Impact)의 제작사인 미호요(miHoYo)와 같은 대형 기술 기업들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미니맥스는 또 오픈AI의 소라(Sora)와 유사한 동영상 생성 도구인 비디오-01(Video-01)을 출시하며, AI 영상 제작 분야에서의 경쟁을 가속화했다. 이 도구는 사용자가 텍스트 설명을 입력하면 최대 6초 길이의 동영상을 생성할 수 있다. 미니맥스는 소비자용 AI 플랫폼인 하이루오AI(Hailuo AI)를 통해 텍스트, 음악 생성 기능도 제공한다.
중국 최대의 인터넷 검색 회사인 바이두는 2023년 3월 자체 대형 언어 모델인 어니봇(Ernie Bot)을 출시한 이후, 알리바바와 같은 대형 IT 기업뿐 아니라 지푸AI 와 같은 스타트업들과 경쟁하고 있다. 바이두는 검색 등 기존 온라인 서비스의 매출 감소를 AI 중심의 성장으로 보완하고 있다. 바이두는 기업이 맞춤형 AI 에이전트를 개발할 수 있도록 돕는 도구를 제공, 기업들이 고객 서비스 및 영업 도우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AI 에이전트 또는 애플리케이션을 손쉽게 개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예를 들어, 먀오다(Miaoda)라는 애플리케이션은 코드를 작성하지 않고도 자연어로 프로그래밍을 진행해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바이두의 이런 접근 방식은 AI 기술을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발전하는 데 기여한다고 평가받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어니봇의 사용자 성장과 함께 새로운 AI 스마트 안경(Xiaodu AI Glasses)을 2025년 상반기에 출시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알리바바는 대형 언어 모델 통이치엔원(Tongyi Qianwen) 및 이미지 생성 모델 통이완상(Tongyi Wanxiang)과 같은 AI 모델들을 활용한 플랫폼을 구축하며 클라우드 인프라와 함께 산업 생태계를 강화하고 있다. 알리바바가 주관하는 연례행사인 압사라(Apsara) 컨퍼런스는 대형 언어 모델 개발 및 생성형 AI 애플리케이션을 중심으로 중국 내 주요 AI 스타트업들이 최신 기술 혁신을 선보이고, 산업 내 트렌드를 논의하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 열린 2024년 압사라 컨퍼런스에는 280개 이상의 회사와 약 9만 명의 관객이 참가했다. 알리바바는 문샷AI, 바이추안AI, 지푸AI, 미니맥스 등 중국의 주요 AI 스타트업에 투자를 진행했으며 다양한 산업과 협력하며 AI 및 클라우드 부문에서 가파른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틱톡의 모회사로 강력한 AI 기술 역량을 지닌 바이트댄스는 2024년 5월, 자체 개발한 대규모 언어 모델인 두바오(Doubao)를 공개했다. 곧이어 두바오의 비디오 생성 기능을 강화한 두바오-픽셀댄스(Doubao-PixelDance)와 두바오-씨위드(Doubao-Seaweed) 등을 연달아 출시했다. 두바오는 하루 평균 120억 개의 텍스트 토큰을 처리하고, 3,000만 개의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오픈AI의 GPT-4와 동등한 수준의 퍼포먼스다. 두바오의 또 다른 강점은 데이터의 입출력을 처리하는 비용이 오픈AI를 포함해 다른 AI 모델 대비 현저하게 낮다는 것이다. 두바오는 중국 내에서 생성형 AI 앱 중 가장 많이 사용되는 앱으로, 2024년 11월 기준 월간 활성 이용자 수 5,100만 명에 도달했다. 이는 바이두 어니봇의 1,250만 명, 문샷AI 키미봇의 1,000만 명을 크게 앞선다. 다만 챗GPT의 1억 8,000만 명에는 크게 모자란 수치다.
중국 AI 기술 발전 가로막는 도전 과제
중국의 AI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여러 도전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 무엇보다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는 중국의 AI 기술 발전에 큰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엔비디아(NVIDIA)의 고성능 GPU 칩은 대형 언어 모델과 기타 고급 모델을 훈련하는 데 필수적이다. 중국은 수출 제한을 극복하기 위해 클라우드 기반 접근 방식을 통해 미국 칩에 간접적으로 접근하거나, 자체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고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성과가 제한적이다.
또 대형 언어 모델 및 생성형 AI 훈련에는 막대한 컴퓨팅 자원이 필요하며, 이는 데이터 센터와 전력 공급 문제와도 연결된다. 중국은 국산 반도체 개발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해 외국 의존도를 줄이고, 자체 AI 하드웨어 기술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 화웨이(Huawei) 같은 기업들은 자체 GPU 칩과 AI 훈련 플랫폼을 개발하여 중국 내 AI 산업 생태계를 강화하고 있다.
앞서 이야기한 대로 중국은 광범위한 데이터 수집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으며, 특히 공공데이터 플랫폼을 통해 방대한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그러나 이 데이터의 품질과 다양성은 여전히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일부 데이터는 부정확하거나 편향돼 있어 모델 훈련에 적합하지 않으며, 이는 AI 성능과 신뢰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무엇보다 중국은 데이터 보호와 국가 보안 문제로 인해 해외 데이터를 활용하는 데 제약을 받고 있는데 이는 중국의 AI 기술이 동남아시아, 중동, 아프리카와 같은 신흥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중국 정부는 체제 안정성 확보를 위해 AI 기술 관련 엄격한 규제를 시행하고 있는데 이는 기술 발전 속도를 늦추고, 기업들이 혁신보다 규제 준수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하게 만드는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예를 들어, 기업은 알고리즘의 훈련 데이터와 활용 방식을 정부에 보고해야 하며, 사용자는 알고리즘 서비스를 거부할 권리를 가진다. 생성형 AI 모델은 훈련 데이터와 생성 결과의 정확성과 다양성을 입증해야 하며, 이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 상용화가 제한되기도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 정부는 AI 기술 개발을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체제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책임을 유지할 수 있는 규제 체계를 마련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국제적으로 수용 가능한 규제 표준을 수립해 AI 기술에 대한 글로벌 논의에서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 중국 정부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