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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월드 와이드] 중국
미디어 월드 와이드 | 등록일 : 2021-09-30

2020년 11월, 알리바바 그룹의 핀테크 자회사인 앤트그룹(Ant Group)의 상하이증권거래소 상장 중단 발표를 신호탄으로, 중국에 매서운 규제의 칼바람이 불고 있다. 첫 타깃은 알리바바(Alibaba), 텐센트(Tencent) 등을 필두로 하는 플랫폼 기업들이었다. 이후 사교육 시장으로 옮겨간 규제의 칼날은 게임 업계, 연예계 등으로도 확산하고 있다. 올해 6월에는 중국판 우버 디디추싱이 미국 뉴욕 증권시장에 상장된 직후 중국 당국이 사이버보안 점검을 이유로 디디추싱을 포함한 여러 교통·운송 서비스들의 앱 다운로드 및 신규 가입자 모집을 금지했다. 이어 7월에는 영리 목적의 사교육 사업이 전면 금지됐고 8월에는 미성년자들의 게임 시간제한이 더 강화됐다. 최근 들어서는 연예인과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의 검열·관리를 엄격하게 하는 일련의 조치들이 공개됐다.

 

국가 안보 강화를 위한 플랫폼 규제

 

알리바바, 텐센트와 같은 플랫폼 기업들이 당국 규제의 첫 번째 타깃이 된 데는 복합적 요인이 작용했지만, 그 밑바탕에는 모바일 결제를 중심으로 중국인의 생활 전반과 의식 구조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게 된 이들 플랫폼에 대한 중국 당국의 위기의식이 깔려있다. 체제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중국 당국의 입장에서 플랫폼 기업들의 자국 내 영향력 확장과 해외시장 진출은 큰 잠재적 위험 요인이다.

디디추싱과 관련 기업들에 대한 규제도 같은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디디추싱처럼 중국 내 주요 인프라 및 사용자 정보를 포함하고 있는 플랫폼이 미국과 같은 해외 주식시장에 상장될 경우 체제 안정에 위협이 될 수 있는 데이터 국외 유출 위험성이 존재하는 것이다. 중국은 정보 보안법을 통해 중국 영토 내 서버를 둔 모든 기업과 조직이 활동 중에 얻은 데이터를 국외로 유출할 수 없도록 규제한다. 또 중국 정부는 서버에 접근할 권리를 갖고 있으며 모든 기업과 조직은 정부의 데이터 접근 요구에 응해야 한다.

 

이들 플랫폼을 통해 생성·공유되는 다양한 콘텐츠들도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엄격한 관리 대상이다. 체제 안정에 해를 끼칠 수 있는 콘텐츠에 대한 검열과 규제는 오랜 시간 지속돼 왔지만 최근 들어서는 플랫폼에 대한 직접적이고 강도 높은 규제가 시작되고 있다. 중국 내 인터넷 감독 기관인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国家互联网信息办公室, Cyberspace Administration of China)은 지난 8월 국가 안보 및 공공 이익 보호와 건전한 인터넷 서비스 발전을 그 목적으로 밝히며 ‘인터넷 정보 서비스 알고리즘 추천 관리 규정(초안)’을 발표하고 의견 수렴을 시작했다.

 

이 규정의 핵심은 플랫폼이 알고리즘 추천 서비스의 목적, 원리, 운영 방식을 공개하는 것과 개별 사용자들이 알고리즘 추천 방식을 기반으로 하는 서비스를 거부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이용자가 서비스를 거부하면 플랫폼은 즉시 관련 서비스를 중단해야 한다. 또 사용자를 현혹하거나 많은 돈을 소비하도록 유도하는 알고리즘 모형의 활용을 허용하지 않는다. 대중 여론에 영향을 끼치는 알고리즘 추천 방식을 활용하는 업체는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알고리즘 추천을 통해 국가 안보에 해를 끼치거나 경제, 사회 질서를 어지럽히는 콘텐츠, 법률이 금지한 정보를 제공하는 행위도 금지했다. 대부분의 대규모 플랫폼들이 알고리즘 추천 방식을 사용하고 있어서 이 조치는 해당 플랫폼상의 콘텐츠를 당국의 엄격한 규제 안에 가두기 위한 방안으로 해석된다.

 

강화된 게임 산업 규제

 

중국 게임 산업을 포함한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총괄 감독하는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国家新闻出版广电总局, State Administration of Press, Publication, Radio, Film and Television)은 지난 8월 18세 미만 청소년들의 온라인 게임 허용 시간을 주 3시간(금·토·일 및 공휴일 각 1시간)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기존 규제(주중 하루 1.5시간, 주말 3시간)보다 더욱 강화된 내용이다.

 

중국 당국은 해당 조치를 취하기 전부터 게임 판호(版號, 게임 출판과 운영을 위한 승인 번호로 일종의 게임 서비스 허가권) 발급 의무화와 해외 서버 연동 금지(2020년 4월) 등을 통해 게임 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중국에서 게임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에서 발급하는 판호가 필요하다. 판호 발급 제도는 PC 온라인 게임을 대상으로 먼저 시행됐고 2016년부터는 모바일 게임을 대상으로 확대됐다.

 

초기에는 자국의 게임 산업을 보호하고 자국 기업의 성장을 촉진하기 위함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국 기업들에 대한 규제도 점차 강화하기 시작했다. 규제 당국은 2018년 자국 기업들 대상으로도 판호 발급을 9개월 동안 중단해, 해당 기업들이 신작 게임으로 수익을 낼 수 없어 어려움을 겪기도 했는데 똑같은 상황이 다시 벌어지고 있다.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 등은 9월 초 텐센트, 넷이즈(NetEase) 등 자국의 대형 게임 관련 기업들을 소집해 청소년 대상의 게임 시간제한 규정을 철저히 준수할 것을 요구했으며, 당분간 신규 게임 판호 발급이 없을 것이라는 방침을 통보했다.

 

청소년 대상의 게임 시간제한은 표면적으로 사교육 시장 규제와도 관련이 있다. 당국은 온라인 게임 산업이 최근 빠르게 발전하면서 청소년들이 게임에 중독되는 등 큰 사회문제가 대두되고 있으며 이로 인한 학습 지장, 심신, 생활상의 문제를 초래한 것이 해당 규제의 배경임을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청소년을 포함한 젊은 세대들이 게임 내에서 만나 의견을 교환하고 체제 비판적인 여론을 형성하는 것을 막기 위한 노력으로 해석되고 있다.

 

전방위적인 연예계 검열과 압박

 

규제 당국의 연예계에 대한 검열과 통제도 새삼스러운 소식은 아니지만 최근 들어 그 강도와 범위가 심상치 않다. 특정 연예인에 대한 강력한 제재뿐만 아니라, 연예계 전반을 대상으로 하는 전방위적 압박이 시작되고 있다. 중국의 반부패 감독 기관인 중국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는 지난 8월 성명을 통해 연예인 문화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특별히 중앙기율검사위원회는 탈세 혐의로 연예계에서 퇴출당한 배우 정솽과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돼 체포된 크리스 우 사건 등을 언급하며 잘못된 연예인 문화가 중국 젊은이들에게 그릇된 가치관을 조장한다고 주장했다.

 

9월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은 ‘문화예술 프로그램과 출연자에 대한 관리 강화 통지’를 발표했다. 중앙기율검사위원회의 성명에 대한 구체적 방안으로 연예인과 연예 프로그램에 대한 여덟 가지 규제 내용을 담고 있다. 부도덕한 연예인의 방송 출연 금지, 여성스러운 남자 아이돌 출연 금지, 아이돌 육성 프로그램의 금지, 연예인 자녀의 예능 프로그램 출연 금지, 고가 출연료 제한 등이 그 내용이다. 특별히 부도덕한 연예인의 방송 출연 금지에 대해서는 프로그램 출연 배우와 게스트 선정 시 불법을 저지른 사람을 단호히 배제할 것과 정치적 소양, 도덕적 품행, 사회적 평가 등을 기준으로 삼을 것을 명시했다.

 

문화 산업과 대중문화 전반을 관리·감독하는 문화여유부에서는 지난 8월 ‘연예인 교육 관리와 도덕성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해당 방안에는 연예계 종사자들이 문화예술과 관련된 시진핑 국가주석의 발언을 공부하고 그 의미와 본질을 이해해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또 이들을 대상으로 세법, 저작권법, 민법 교육을 강화해 탈세 등의 사회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조항도 포함돼 있다.

 

같은 달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에서는 ‘무질서한 팬덤에 대한 관리 강화 통지’를 발표했다. 온라인 팬덤 문화를 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10개 조항이다. 연예인 대상 인기 순위 발표, 팬들 대상 과도한 소비 유도, 오디션 프로그램에서의 유료 투표권 구매 행위 등을 금지했다. 실질적인 제재 행위도 현재 진행 중이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는 방탄소년단 멤버 지민의 팬클럽 계정이 지민의 생일 축하 광고를 위해 회원들을 대상으로 모금 활동을 벌인 이유로 계정 사용을 60일간 정지했다. 곧이어 다른 K-POP 스타들의 팬 계정도 30일간 정지됐는데 웨이보 측은 비이성적 팬덤 행위를 계정 정지의 이유로 언급했다.

 

규제 칼날 들이댄 이유는 체제 안정 확보

 

일련의 파격적 규제들은 온라인 플랫폼이나 게임,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반정부 정서가 퍼지는 것을 차단하고 체제 안정을 확보하겠다는 중국 당국의 의지로 해석된다. 무엇보다 최근 시진핑 국가주석이 ‘공동 부유론’1)을 강조하면서 목표 달성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각 영역에 규제의 칼날을 들이대고 있다. 개혁개방 이후 지난 30년간 고속 성장을 이뤄낸 중국의 빈부 격차가 점점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플랫폼 기업들과 게임 기업들의 초고속 성장과 막대한 이익 규모, 학부모들에게 큰 부담을 지웠던 사교육 시장, 빈부 격차를 확연히 드러내며 박탈감을 안겨준 연예계 등이 그 대상이 된 이유다. 또 알리바바, 텐센트 등의 대형 플랫폼 기업들이 거액의 기부금을 내면서 공동 부유론 지지 입장을 밝힌 것에서도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즉, 덩샤오핑의 ‘선부론’2)에 따라 고속 성장의 열매를 먼저 따먹은 그룹들이 현재는 중국 사회의 엄청난 불평등을 비판하기 위한 소재이자 명백한 목표물이 된 상황이다. ‘공동 부유론’ 주창과 함께 ‘선부’를 향한 강력한 규제들이 체제 안정을 위한 중국 당국의 핵심 전략이라는 관점에서 앞으로 더 많은 규제와 검열 수단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1) 시진핑은 2021년 8월, 중앙재경위 제10차 회의를 통해 공동 부유론을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100주년(2049년)을 위한 목표로 설정했다. 공동 부유는 최종 목표로 3차 분배의 수단을 통해서 진행된다. 1차 분배는 시장 경쟁력 바탕의 소득 분배, 2차 분배는 정부의 정책 수단을 통해 진행하는 재분배, 3차 분배는 사회 공익 활동과 기부로 진행되는 분배를 의미한다.

2) 덩샤오핑이 내세운 개혁개방의 기본 원칙으로, 능력 있는 사람부터 먼저 부자가 돼서 낙오된 사람을 도와야 한다는 성장 중심의 경제 철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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