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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유료 구독 서비스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국내 포털사이트도 속속 구독 상품을 내놓고 있다. 플랫폼 구독 서비스에 대한 뉴스 사업자들의 관심이 높은 가운데, 국내외 구독 서비스 현황과 전망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한국 주요 포털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구독 서비스에 일제히 뛰어든 가운데 뉴스, 정보 등 미디어 콘텐츠가 포함된 ‘미디어 구독 상품’이 주목받고 있다. 네이버가 지난 5월 뉴스 및 콘텐츠를 유료 구독하는 ‘프리미엄콘텐츠’를 내놓은 데 이어, 카카오도 8월 콘텐츠 발행과 편성 주권을 넓힌 ‘카카오 뷰’를 선보였다. 이 두 서비스는 차이가 조금 있지만 크리에이터(언론, 미디어 혹은 전문가)와 오디언스(팬, 독자)를 직접 연결한다는 측면에서 구독형 창작자 경제(Creator Economy) 서비스로 묶을 수 있다.
국내 미디어 업계가 네이버와 카카오의 구독 모델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가장 큰 이유는 이들 서비스가 위협일지 기회일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방송사, 신문사, 인터넷 언론사 사이에선 ‘보이지 않는 위협’과 ‘새로운 희망’이 공존하고 있다. 과거 2000년대 초반 포털이 뉴스를 중심으로 미디어 생태계를 장악했던 상황이 재현될 것이라는 걱정에서부터 광고 모델과 메이저 위주로 형성돼 있는 국내 미디어 시장에 다양성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긍정론도 있다. 국내 포털의 구독 전략과 글로벌 시장 미디어의 구독 현황을 분석해 본다.
뉴스 집합 서비스
네이버 프리미엄콘텐츠
네이버가 지난 5월 베타 서비스를 시작한 ‘프리미엄콘텐츠’는 뉴스 집합 서비스(Aggre gation)다. 기존 포털이나 언론사들의 서비스와 차이가 있다면 유료라는 점이다. 뉴스 백화점처럼 여러 유료 미디어들을 한곳에 모아놓고 개인 선택을 유도하는 형태다. 애플 뉴스+와 유사하다. 그러나 애플이 케이블TV처럼 각 언론사의 구독 수익을 나눠주는 형태의 월정액(10달러, 약 1만 1,700원)으로 운영되는 반면, 프리미엄콘텐츠는 오픈마켓 형태다. 각 언론사나 뉴미디어 서비스들이 각자의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회원을 모집한다. 이용료도 제각각이다.
프리미엄콘텐츠는 지난 5월 비공개 베타 테스트를 시작했다. 처음 오픈 당시 프리미엄콘텐츠에는 25개 미디어가 참여했다. 뒤이어 지난 7월 29일 22개 채널이 추가로 개설됐다. 기존 미디어보다는 음악, 부동산, 책, 경제 등 각 분야 크리에이터가 추가로 들어왔다.
올해 상반기 정식 오픈 예정이었지만 아직 베타 테스트 기간이다. 대신 네이버는 참여 파트너를 200개로 늘리겠다고 공식 블로그를 통해 밝혔다. 이는 시작 초반이지만 예상보다 성장 속도가 더디기 때문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일부 메이저 언론사들도 독자 수가 수백 명을 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나마 부동산, 블록체인 등 경제 콘텐츠가 많은 구독자 수를 확보했다.
네이버는 일단 베타 버전을 통해 최대한 많은 시행착오를 해결한 뒤 정식 서비스에서는 입점 미디어들이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프리미엄콘텐츠에 대한 접근성도 더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이에 네이버는 심사 기준도 다소 완화해 콘텐츠를 생산하는 크리에이터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개방형 플랫폼으로 정식 오픈할 예정이다.
콘텐츠 큐레이션과 정기구독 서비스를 내세운 카카오
카카오는 올해 구독 경제 확대를 중점 과제로 선정하고 관련 서비스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지난 6월 기존 정기구독 상품을 모아서 보여주는 구독ON, 이모티콘 등을 월정액 구독으로 사용하는 플러스 상품 등도 운영 중이다. 미디어 시장에서 주목하는 서비스는 카카오 뷰와 구독ON이다. 현재 이 두 서비스 모두 모바일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카카오 뷰는 지난 8월 3일 카카오가 내놓은 카카오톡 전용 콘텐츠 큐레이션 서비스다. 콘텐츠 크리에이터인 ‘뷰 에디터(View Editor)’가 자신의 취향과 관점에 맞는 보드를 발행하면 이를 이용자가 구독하는 방식이다. 기존 포털 뉴스 추천 디자인이나 실시간 주요 뉴스, 뉴스 배치 등 알고리즘을 두고 많은 사회적 갈등을 빚어온 만큼 ‘콘텐츠 편성’ 주체를 민주화한 느낌이 크다. 누구나 콘텐츠를 편성해 발행하는 뷰 에디터로 참여할 수 있다. 학생, 회사원, 자영업자, 작가, 유튜버 등 누구나 가능하다. 아직은 구독 서비스가 아니지만, 카카오는 향후 유료 콘텐츠 발행 등 다양한 수익모델을 추가할 계획이다.
여민수 카카오 대표는 서비스 소개 블로그에서 “카카오 뷰에서 콘텐츠 창작자인 ‘뷰 에디터’는 자신만의 시선을 담아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주인공이 되고, 이용자는 자기 생각과 관점을 담은 공간에서 능동적인 콘텐츠 소비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지난 6월 내놓은 구독ON은 현재 카카오 정기구독 플랫폼이다. 식품, 가전, 생필품 등 실물 상품뿐 아니라 청소, 세탁 등 무형의 서비스까지 다양한 종류의 상품과 서비스를 한 번에 구독할 수 있다. 현재는 미디어가 없지만, 언제든 스트리밍 서비스, 신문, 방송 VOD 등 구독을 추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미디어(언론)와 함께 서비스(강연)가 추가된다면 추가 수입도 가능하다.
카카오는 일단 이 두 서비스를 앞세워 카카오톡을 구독 경제 플랫폼으로 확장하겠다는 전략이다. 카카오톡 채널을 중심으로 커머스와 비즈니스 영역 간 시너지를 창출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콘텐츠의 경우 유료 서비스를 선보여 콘텐츠의 새로운 소비 형태를 마련하려는 계획이다.
여민수 대표는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카카오 뷰, 구독ON, 이모티콘 플러스 등 디지털 아이템 구독을 포함한 카카오 구독 플랫폼의 큰 틀이 완성됐다”며 “상품, 서비스, 콘텐츠까지 구독의 중심축이 마련된 만큼 카카오가 펼쳐나갈 구독 생태계는 카카오톡 채널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장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글로벌 구독 경제 대세 속 국내 미디어는
네이버나 카카오톡과 같은 오픈 플랫폼의 구독 모델로의 진화는 글로벌 시장의 현주소다. 한국만 특별히 다른 상황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오픈 플랫폼들이 구독 경제로 묶어내려는 상품은 매우 다양하다. 언론 미디어 분야에서도 기존 미디어뿐만 아니라, 인플루언서, 크리에이터가 생산하는 콘텐츠들이 구독 상품으로 혹은 후원 모델로 오디언스에 유료로 서비스된다.
최근만 해도 애플 뉴스+(뉴스 미디어 구독), 애플 팟캐스트(유료 팟캐스트 구독)나, 페이스북 불레틴(Bulletin, 유료 뉴스레터 구독), 페이스북 라이브 오디오 룸(Live Audio Room, 음성 오디오 플랫폼 구독), 트위터 레뷰(Revue, 유료 뉴스레터 구독), 슈퍼 트윗(Super tweet, 유료 트윗 구독), 스포티파이 오픈 팟캐스트(유료 팟캐스트 구독), 서브스택(Substack, 뉴스레터) 등의 다양한 미디어 구독 모델이 나오고 있다.
이들 구독 상품에서 기존 미디어뿐만 아니라 작가나 전문가 등 크리에이터도 유료 콘텐츠를 생산하고 월 구독료를 받고 있다. 페이스북은 불레틴 폐쇄형 베타 버전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베스트셀러 작가 말콤 글래드웰(Malcolm Gladwell), 인기 스포츠 리포터 에린 앤드류(Erin Andrews) 등도 뉴스레터 작가에 포함돼 있다.
그러나 우리 언론사와 글로벌 언론사들의 가장 큰 차이점은 한국 미디어 구독 시스템의 허약함에 있다. 팬데믹 이후 많은 시도를 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언론사 규모와 관계없이 구독 모델(콘텐츠 유료화)로 진화하고 있는 곳은 거의 없다. 월간지들은 구독의 형태를 갖추고 있지만, 온라인 구독 시장으로 이를 이어가는 언론사가 드물다. 이런 상황에서 외부에서 불어 닥치고 있는 구독 모델에 자칫 잘못 편승할 경우 콘텐츠의 종속화는 지금보다 더 심화될 수밖에 없다.
미국 언론사도 이른바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 빅테크 기업들로 인한 디지털 광고 쏠림 현상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새로운 구독 실험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제품 리뷰 사이트인 와이어커터(Wirecutter)에 유료 구독 모델(월 5달러, 약 5,800원)을 도입했다. 기존 뉴스와 쿠킹, 게임에 이어 새로운 구독 모델을 선보인 것이다. 뉴스 구독 등과 구독 번들(Bundle, 여러 구독 상품을 묶어 할인 서비스하는 것)도 구상 중이다.
미국 대표 무료 신문으로 인식됐던 USA투데이도 지난 5월 유료 구독 시장에 뛰어들었다. 분석적 글쓰기와 영상, 뉴스레터 등을 묶어 ‘유료 구독 패키지’를 월 5달러(약 5,800원)에 제공한다. 단독 콘텐츠와 함께 필독 저널리즘을 앞세워 구독자를 모으겠다는 전략을 밝혔다.
케이블TV 뉴스 시장의 최대 강자였던 CNN도 스트리밍 서비스에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광고 감소 극복과 구독 매출 확대로 방송 주권을 지키기 위해 내년 1분기 자사의 단독 구독 서비스 CNN+를 론칭한다. 이곳에서 오리지널 뉴스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앵커(기자)와 팬(오디언스) 간 직접 네트워킹도 추진한다. 뉴스를 중심으로 한 크리에이터 경제의 형성이다.

뉴스 스타트업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 미디어, 콘텐츠, 산업, 정치 전문기자들이 모여 만든 퍽미디어(Puck Media)는 뉴스레터, 유명인 단독 인터뷰 기사, 인사이트 칼럼 등에 이어 전문기자와 독자 간 연결, 인맥 네트워킹 등의 이벤트와 독점 콘텐츠를 받는 연간 250달러(약 30만 원) 이너서클(Inner Circle) 구독 모델을 도입했다. 기자 개개인의 퍼포먼스로 평가받는 미디어 스타트업이 고려해볼 만한 상품 구성이다.
이런 미디어들의 내부 노력이 매우 중요한 이유는 구독 경제 광풍 속 플랫폼 종속화를 막고 콘텐츠에 대한 소유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결국 네이버나 카카오도 구독 번들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 자기 플랫폼에 오디언스와 구독자를 계속 묶어두는 전략이 지금의 ‘오픈 플랫폼’ 시장에서 가장 핵심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플랫폼과 서비스가 수평 경쟁하고 있는 지금은 구독자들의 시간을 점유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 다양한 분야에서 구독 서비스가 나오고 있지만 결국 시간과 비용 문제로 소비자들의 선택은 한정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소비자들의 선택을 줄여주는 구독 번들 출시는 당연한 순서다.

애플이 클라우드, 애플TV, 뉴스+ 등 서비스를 묶은 ‘애플 원’을 내놓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구독 시장 경쟁이 더 치열해짐에 따라 지금보다 더 다양한 ‘구독 IN 구독’ 모델이 나올 수밖에 없다.
구독 번들에서 콘텐츠 업데이트 주기가 짧고 발행이 정기적인 언론 미디어는 매우 소중하다. 실제 T우주로 구독 시장에 가장 늦게 진입한 SK텔레콤도 애초 구독 플랫폼을 내세우며 스트리밍 서비스 웨이브(WAVVE)를 핵심 소재로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구독 번들의 핵심이 가격 인하인 만큼, 콘텐츠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으려는 미디어 입장에선 구독 번들의 확대가 달가울 리 없다. 뉴욕타임스도 애플 뉴스+에 콘텐츠를 공급하다가 결국 자신들이 구독 상품과 배치된다며 공급을 중단하기도 했다. 게다가 이런 구독 번들의 경우 자기 콘텐츠의 성과를 보여주는 구독자 분포 등의 다양한 데이터가 소유주(언론사)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수익 배분 주도권을 쥐려는 플랫폼과 미디어 사이 갈등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이런 플랫폼들의 질서에만 따라가지 않으려면 자신들만의 수익 경제가 유지돼야 한다. 자체 구독 상품, 플랫폼 경쟁력이 갖춰지지 않으면 구독 경제 내에선 반짝이는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없다.
글로벌 크리에이터 경제에서 떠오르는 젊은 구루(Guru, 지도자)로 불리는 리 진(Li Jin) 아틀리에벤처스(Atelier Ventures) 대표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유튜브 등 플랫폼 사업자들이 크리에이터에게 지원하는 콘텐츠 펀드를 ‘빵과 서커스(bread and circuses)’라고 부르며 비난했다. 빵(펀드)을 주는 대신 서커스(콘텐츠 제작)를 시키고 수익은 플랫폼이 가지고 간다는 이야기다.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이 펀드를 통해 제작비를 받고 플랫폼에 모든 주도권을 넘기면 안 된다는 조언이다.
이는 미디어 기업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특히,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신문이나 방송의 경우 이런 구독 경제 및 상품은 기회일 수 있다. 그러나 맹목적으로 뛰어들기보다는 콘텐츠 소유권이나 데이터 주도권, 수익 배분 방식 등을 두고 제대로 된 협상이 필요하다. 페이스북 유료 뉴스레터 플랫폼 불레틴에는 다양한 지역 기자들이 자신들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의 소식을 전하고 있지만, 이들이 쓴 콘텐츠는 다른 플랫폼(신문, 방송, 온라인)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