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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글로벌 스트리밍 시장의 화두는 번들 상품이었다. 넷플릭스에 맞서기 위해 경쟁사들의 각축전이 뜨거운 가운데, 2025년 국내 스트리밍 서비스들도 협업과 합병이라는 전략을 내세웠다. 네이버와 넷플릭스의 동맹과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까지, 한국 OTT 시장의 판세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2025년 새해가 밝은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한국 스트리밍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경쟁이 뜨겁다.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 1위 넷플릭스가 압도적인 자본력과 콘텐츠 파워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가운데 티빙, 웨이브 등 로컬 스트리밍 서비스들은 생존을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국내 1위 스트리밍 서비스는 여전히 넷플릭스다. 넷플릭스의 영향력이 축소되고 티빙, 웨이브 등 로컬 서비스들의 힘이 강해졌다고 하지만, 일시적인 현상에 가깝다. 세계 190개 국 넘게 진출해 있는 넷플릭스의 힘은 여전히 강하다. 2024년 12월 26일 공개한 <오징어게임 시즌2(Squid Game S2)>는 공개 일주일 만에 글로벌 톱 차트를 휩쓸었다. 한국의 경우도 2025년 1월 14일 현재까지 하루 이틀을 제외하고 계속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오징어게임>을 예외적인 콘텐츠라고 볼 수 있지만, 넷플릭스가 가진 플랫폼의 힘을 무시할 수 없다.
이에 디즈니, 맥스(MAX) 등 글로벌 스트리밍 사업자들은 넷플릭스에 대항할 전선을 만들고 있다. 서비스들을 합치는가 하면 경쟁사들까지 함께하는 번들(Bundle, 묶음) 상품을 만들기도 한다.
美 콘텐츠 시장, 생존 위한 번들 ‘대유행’
2024년은 확실히 번들 상품의 해였다. 먼저 2024년 7월 디즈니(Disney)와 워너브라더스디스커버리(WBD)는 미국 내에서 협업 번들을 발표했다. 디즈니플러스의 가장 인기 있는 번들인 디즈니플러스와 훌루(Hulu)에 WBD의 스트리밍 맥스(Max)를1)더한 것이다. WBD는 케이블TV 차터커뮤니케이션(Charter Communications)과 케이블TV+스트리밍 번들을 추진 중이다. 심지어 스트리밍 라이벌인 컴캐스트(Comcast)와도 스트리밍 번들을 추진 중이다. 글로벌 스트리밍 경쟁 속 적군과 아군이 따로 없는 모습이다.
2024년에 가장 극적인 번들은 슈퍼 스포츠 번들 베뉴(Venu)였다. 디즈니와 WBD, 폭스(FOX)가 힘을 합쳐 만든 메가 스포츠 번들이었다. 미국 메이저 스포츠 리그의 75%를 차지하는 거래였다. 하지만, 푸보(Fubo) 등 경쟁 서비스의 반발로 법원에서 론칭에 제동을 걸었다. 법원은 경쟁사들의 불만을 받아들여 론칭 중단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후 디즈니는 2025년 1월 훌루(Hulu+live)와 푸보의 합병을 발표하는 등 미국 스트리밍 시장은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다.
넷플릭스와 네이버의 협업: 콘텐츠 강화와 플랫폼 확장
이러한 상황 속에서 국내 스트리밍 서비스도 협업과 합병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넷플릭스와 네이버의 협업,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 추진은 이러한 흐름을 반영한 대표적인 사례다.
네이버와 넷플릭스는 2024년 11월,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가입자에게 넷플릭스 광고형 스탠다드 이용권을 제공하기로 하였다. 국내 IT 플랫폼 멤버십 서비스로서는 최초로 넷플릭스 이용권을 포함하게 된 것이며, 이는 서로의 강점을 극대화하기 위한 윈윈 전략으로 평가된다. 네이버는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가입자에게 월 5,500원의 넷플릭스 광고형 스탠다드 이용권을 제공한다.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가입자는 월 4,900원으로 더 비싼 가격의 넷플릭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당시 네이버는 “충성 고객을 확보하고, 신규 이용자 유입을 확대하고자” 본 서비스를 추진했다고 밝혔고, 넷플릭스는 “네이버 멤버십 회원과 콘텐츠 접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국내 1위 사업자(포털, 스트리밍) 간 묶음 상품 론칭 의미는 크다. 가장 먼저 구독자를 추가 확보하고 향후 등장할 경쟁 서비스를 견제하는 효과다. 광고 상품을 시작한 넷플릭스는 보다 많은 구독자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또 네이버 입장에서는 멤버십에 기존 티빙에 이어 넷플릭스까지 포함해 선택권을 확대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네이버는 미국 버라이즌(Verizon)이나 월마트(Walmart)처럼 네이버를 중심으로 한 구독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 국내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자의 90%가량이 티빙이나 넷플릭스를 구독하는 점을 감안하면 네이버가 스트리밍 구독의 중심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넷플릭스 입장에서는 기존 TV나 영화 콘텐츠가 아닌 네이버 웹툰이나 웹소설 상품을 내놓을 수도 있다. 미국인들에게 익숙한 그래픽 노블 그림에 블로그 스타일의 스크롤(blog-like scroll)을 탑재한 웹툰은 지속적인 빠른 업데이트가 장점이다. 웹툰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웹툰은 글로벌 활성 사용자가 1억 7,000만 명에 달하며 매일 2,400만 명의 크리에이터들이 12만 개 이상의 스토리를 업로드하고 있다. 웹툰의 참신성과 넷플릭스의 글로벌 확장성이 합쳐진다면 두 회사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티빙과 웨이브 합병: 규모의 경제 실현, 콘텐츠 경쟁력 강화
네이버와 넷플릭스의 ‘N-N’ 동맹은 다분히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을 의식한 움직임이다. 합병을 통해 콘텐츠 제작 투자 규모를 확대하고, 다양한 장르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해 사용자들의 다양한 취향을 만족시킬 수 있다. 또한, 통합 플랫폼을 구축해 사용자들에게 더욱 편리하고 풍부한 콘텐츠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이는 곧 사용자 확보 및 매출 증대로 이어져 넷플릭스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CJ ENM의 티빙과 SK스퀘어의 웨이브는 2023년 12월 합병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양사는 ‘스트리밍 경쟁력 강화’를 명분으로 내걸었다. CJ ENM은 티빙 지분 48.85%, SK스퀘어는 웨이브 지분 40.5%를 보유하고 있다. 합병법인에서는 CJ ENM이 최대 주주가 되고 SK스퀘어가 2대 주주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1년이 지나도록 합병은 답보 상태다. 합병 비율·기업가치 평가·콘텐츠 공급대가 등을 두고 양사 간 이견이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CJ ENM이 지난해 11월 웨이브의 전환사채(CB) 상환에 1,000억 원을 지원하는 등 합병 추진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시간이 많이 지체됐지만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은 국내 스트리밍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만한 사건임에는 충분하다. 두 서비스가 합병에 성공할 경우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가 1,200만 명을 넘어 넷플릭스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 점유율은 34~35% 수준으로 합병 회사는 넷플릭스와 양강 구도를 형성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쿠팡플레이, 디즈니플러스, 애플 TV+, 왓챠 등 국내 다른 스트리밍 서비스들은 이들과의 경쟁에서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 합병은 만년 적자인 두 서비스를 위해서도 절실하다. 업계에 따르면 웨이브는 2023년 연간 803억 원의 적자를 냈고, 티빙도 같은 기간 1,42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협업과 합병을 통한 메가 스트리밍 전략은 분명 매력적인 선택지지만, 극복해야 할 과제들도 존재한다. 합병 이후 주주들이 크게 늘어나는 만큼, CJ ENM의 의지대로 티빙을 끌고 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티빙은 KBO(프로야구)·KBL(프로농구) 중계 등 스포츠 콘텐츠를 키우고 있지만, 웨이브는 오리지널 콘텐츠가 많지 않다.
통합 대세, 문제는 그 이후
해외 사례로 볼 때, 협업과 통합은 대세다. 넷플릭스는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으며, 한국 시장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가며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규모의 경제에서 상대적인 열세에 놓일 수밖에 없는 한국 스트리밍 서비스들은 통합과 협업을 통해 결점을 보완해야 한다.
제작비 절감을 위해서도 통합은 의미가 있다.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경쟁이 심화함에 따라 제작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 효율적인 메가 스트리밍 제작 시스템을 구축하고, 다양한 투자 모델을 개발해 제작 비용을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아울러 한국 스트리밍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다. 사용자 확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2)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가 지난해 12월 30일 발표한 <2024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4년 전체 OTT 이용률은 79.2%를 기록했다. 10명 중 8명이 스트리밍 서비스를 본다는 이야기다. 이용률은 2022년 72.0%, 2023년 77.0% 등을 기록하며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이때문에 수익을 높이기 위해선 광고, 개별 구독 상품 등 다른 수익원을 찾아야 한다. 유료 구독형 스트리밍 서비스의 광고형 요금제는 넷플릭스·티빙 이용자의 18.2%가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합병이 끝이 아닌 것이다. 메가 스트리밍 론칭 이후에도 새로운 먹거리 찾기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그밖에 합병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조직 문화 충돌, 콘텐츠 제작 방향의 차이, 플랫폼 통합 과정에서의 기술적 문제 등을 해결해야 한다.
합병의 진정한 승부는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이뤄질 수밖에 없다. 국내 스트리밍 시장이 포화된 만큼, 누적 적자를 해소하고 매출을 확대하기 위해선 K-콘텐츠의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해외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 콘텐츠 수요를 측정하는 패럿애널리틱스(Parrot Analytics)에 따르면 <오징어게임 시즌2>의 경우 미국으로의 확산성은 147%로 나타났다(2025년 1월 14일 현재). 한국에 비해 미국에서의 수요가 47%p 높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쉽지는 않다. K-콘텐츠 수요 대부분의 과실은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가 가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SK스퀘어와 지상파 3사가 만든 K-콘텐츠 전문 스트리밍 서비스 코코와(Kocowa)를 제외하면 한국 기업들이 운영하는 해외 미디어 플랫폼은 전무하다. 합병된 웨이브와 티빙의 미래 전략은 해외에서 나와야 한다. 아울러 네이버의 경우 역시 넷플릭스와의 협업도 좋지만, 판을 해외로 키울 필요가 있다.
1) Aquilina, T., <What Warner Bros. Discovery and Disney Stand to Gain From Streaming Bundle Partnership>, Variety, 2024.5.10, https//variety.com/vip/disney-plus-hulu-max-streaming-bundleanalysis-1235998205”https://variety.com/vip/disney-plus-hulu-axstreaming-bundle-analysis-1235998205
2) 최은수, <40대 이상도 넷플 즐겨 본다…전 국민 10명 중 8명 OTT 이용>, 2024.12.30, 뉴시스, https://www.newsis.com/view/NISX20241230_000301498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