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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대선 보도 이대로 괜찮나] 대선 보도 점검
커버스토리 | 등록일 : 2021-11-26

내년 대선을 앞두고 관련 보도가 쏟아진다. 언론은 유권자에게 정치 정보를, 정당에는 정당 활동에 대한 국민의 평가를 정확히 알려야 한다. 현재 대선 관련 보도는 그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을까. 우리 언론의 대선 보도 관행과 문제점을 점검하고, 해결책을 찾아본다. 편집자 주

 

언론이 민주주의 기능에 충실할 때 민의가 반영되는 정치 체제가 작동한다. 언론의 민주주의 기능은 유권자에게 정치 정보를 제공하고 정부와 정당 활동에 대한 시민들의 평가를 말해주는 저널리즘 실천을 통해 이뤄진다. 두 가지 측면에서 대통령 선거(이하 대선) 보도의 적절성 여부를 평가할 수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첫째, 언론은 정당의 정책 의사 결정 과정을 유권자들에게 충실히 전하고 있는가. 지난 일주일간 네이버 뉴스 정치 코너에 게재된 기사들1) 가운데 대선과 직간접으로 관련된 주요 뉴스는 이재명 후보의 캠페인 본부 구성 및 활동,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그리고 집권 여당 이재명 후보가 성남시장 재직 시절 추진했던 성남 판교 대장 도시개발사업(이하 ‘대장동 개발 사업’)에 관한 소식을 다뤘다. 중앙일간지(경향신문, 조선일보, 동아일보, 한국일보, 한겨레) 1면에 보도된 정치 기사의 내용, 그리고 지상파 및 종합편성채널의 저녁 종합뉴스의 주요 정치 뉴스 내용은 네이버 뉴스의 내용과 별반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먼저, 언론의 대선 보도는 경마 저널리즘의 전형을 보여줬다. 후보 간 지지율 격차, 본선 경쟁력, 캠페인 전략에 주목하는 경마 저널리즘은 이념 혹은 정책 측면에서 후보자 간 차이를 발견하기 어려운 정당 내 예비 선거 보도에서 뚜렷하게 관찰된다. 집권 여당은 7월 28일 제1차 토론회를 시작으로, 그리고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9월 3일 대선 후보 등록 결과 공고와 더불어 당내 경선을 시작했으니 정당별 후보가 선출될 시점까지의 선거 보도는 경마보도의 양상을 띨 수밖에 없다. 예전처럼 이번 경선에서도 상대방을 깎아내리려는 후보자 간 설전이 치열하게 전개됐고 선거를 게임으로 간주하는 언론은 지금껏 그랬던 것처럼 네거티브 캠페인을 충실하게 전달했다. 싸움 구경이 재미있듯이 경마 보도가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유용한 기사 작성법일 수 있지만 유권자의 합리적 선택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2) 오히려 유권자가 평소에 가진 호감에 따라 후보를 선택하게 하는 피상적 판단(superficial judgment)에 머물게 한다.

 

다음으로, 언론은 ‘대장동 개발 사업’을 정치적 부패와 연결 지어 이를 현저한 정치 이슈로 만들었다. 이슈에 대한 언론의 관점(미디어 프레임)은 이슈 명칭에서 잘 드러난다. 통신사(뉴스1, 뉴시스)는 ‘대장동 개발 특혜·비리 의혹’으로, 방송(YTN, KBS)은 ‘대장동 의혹’으로 칭한다. 대다수 인터넷신문은 야당 정치인의 입을 빌어 ‘대장동 게이트’로 부른다.3) 검찰이 세간의 ‘의혹’을 해소해줄 만한 눈에 띄는 수사 결과를 내놓지 못하니 야당과 언론은 의혹의 크기나 사안의 중요성에 비해 결과물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부실 수사를 거론한다.4) 이 같은 ‘의혹 제기’ 중계 보도가 일시적으로 시민들의 관심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지만 결국에는 정치에 대한 냉소적인 감정을 촉발하게 되니 이 또한 결코 바람직한 저널리즘 실천이라 말할 수 없다.

 

 

지난 10월 1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 앞에서 주요 당직자들이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비리 의혹 규명을 위한 특검 도입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사건 맥락 이해에 도움 되는 뉴스 제공해야

 

위에서 기술한 선거 보도의 두 가지 특징은 다름 아닌 정치 엘리트와 언론의 공생 관계에서 기인한다. 정치인들은 유권자에게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통로(언론)가 필요하고, 언론은 많은 클릭 수를 유발하는 흥미로운 기사를 쓰기 위해 정치인 취재원에 대한 접근권을 원한다. 정치인과 언론 간 ‘호혜적’ 공생관계가 뉴스에 포함될 내용들을 결정하고, 생산된 뉴스는 유권자의 반응을 끌어낸다(Jacobs & Shapiro, 2011). 가령, ‘대장동 개발 사업’을 처음 공론화한 박종명 경기경제신문 대표기자는 집권당 대선 후보 경선이 한창인 시기에 익명 취재원이 제보한 내용(“이재명 경기도지사(당시 성남시장)의 비호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의혹의 입소문이 떠돌고 있다”)을 토대로 세 건의 기사(9월 23일 자 기자수첩 기사는 익명 취재원 제보 내용 전문을 소개)를 작성했다. 이후 정치권 취재원을 인용한 후속 뉴스들이 쏟아지면서 ‘대장동 개발 사업’은 중요한 선거 의제가 됐고(의제설정효과),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최악의 정책으로 간주하는 여론과 맞물려 대선 후보 평가에 사용되는 기준이 됐다(점화효과). 실제 갤럽의 10월 4주 차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55%가 “당시 성남시장 이재명이 대장동 개발 사업에 참여한 ‘민간업체에 특혜를 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개입했다’”고 인식한다 답했고, 65%는 대장동 사건 특검 도입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지지자(83%) 및 보수성향 유권자(78%)와 더불어 선거 승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되는 MZ세대(학생 73%, 20대 70%)의 특검 도입 찬성 응답률이 평균보다 유의미하게 높았다(데일리오피니언 제470호). 현재 시점에서 ‘대장동 개발 사업’이 제20대 대선 승패를 좌우할 최대 정치 이슈가 된 셈이다.5)


이재명 후보가 성남시장으로 재직 중일 때 시행된 개발 사업인 만큼 언론이 집권 여당 후보의 도덕성과 행정 능력을 의심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언론의 감시견 기능). 그런데 정치인이나 수사 관계자 취재원에 의존해 파편화된 사실들을 뉴스로 만들어내는 관행이 오히려 ‘대장동 의혹’의 크기만 증폭시킨다. ‘대장동 의혹’을 처음 제기한 박종명 경기경제신문 대표기자는 CBS <한판승부>에서 “많은 법조인들하고 정치인들이 엮이고 설켰다”고 말했고6) 중앙일간지의 한 논설위원은 ‘정치 후진국에서나 있을 법한 엘리트 카르텔형 부패’ 사건이라고 정의7)하기도 했다. 이들의 말대로 국회의원 곽상도(아들의 화천대유 근무 및 퇴직금 50억 수령), 국정농단의혹사건수사 특별검사 박영수(딸의 화천대유 근무 및 대장동 아파트 분양), 이재명 경기도지사 선거법 위반사건 무죄선고 주심대법관 권순일(화천대유 고문) 등 정치인과 법조계 인사는 물론 기업 또는 기업인과 언론인(경영진 포함)들도 직간접으로 연루된 사건이라면 언론은 시민이 사건의 맥락을 이해하도록 돕는 뉴스를 제공해야 한다. 파편화된 뉴스들만으로 ‘대장동 의혹’을 제기하는 대신 민간 개발사의 ‘대박 설계’를 가능하게 만든 도시개발법의 허점, 지방자치단체의 민관 공동개발 사업 현황, 성남시와 성남시 의회 그리고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의사 결정 과정, 대형 금융사의 입찰 참여 등 개발 정책 수립 및 진행 과정 전반을 파헤쳐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전 법조 출입기자가 대장동 개발사업 책임업체의 대표인만큼 언론인과 법조인 그리고 정치인 간 커넥션을 파헤치는 탐사보도 역시 필요하다. 하지만 언론의 관심이 온통 이재명 후보에게만 쏠려 있어 뉴스에 담긴 관점이 한쪽으로 치우친 ‘왜곡된’ 인상을 만들어 내는듯한 형국이다.

 

취재와 기사의 형식 측면에서는 늘 지적돼왔던 부적절한 관행이 이전보다 더 도드라졌다. 대개의 보도가 단일 취재원의 발언8)을 기사화하고, 취재원의 일방적 주장9)을 큰따옴표로 처리해 이를 제목으로 삼는다. 포털 공간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주목 경쟁으로 ‘신속성’을 ‘사실 확인’ 및 ‘취재원 교차 검증’(저널리즘 기본원칙)보다 우선시 하다 보니 언론의 선거 저널리즘 실천은 정치적 의혹을 확산시키는 수준을 넘지 못한다.

 

둘째, 언론은 정부와 정당의 활동에 대한 시민들의 평가를 말해주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우선, 매스미디어 생태계에서 언론은 주로 집합적 시민의 의견과 일부 예외적인 의견에 높은 뉴스 가치를 부여한다. 언론이 대선 후보 선호도 조사(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여론조사 결과 현황)를 실시하고 MZ세대 관련 뉴스10)를 봇물처럼 쏟아내지만 기자는 집단 간 격차에만 주목할 뿐 집단 내 차이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11)

 

뿐만 아니라 일부 사회관계망서비스 이용자의 포스팅과 댓글러의 글을 기사화하는 것이 눈에 띄는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 윤석열 후보를 공격하는 당내 경쟁자를 콕 집어 ‘저격’하는 내용12), 인터넷 ‘논객’의 이재명 후보 정책 비판13), 김종인 발언의 정치적 맥락 해석14)에 이르기까지 주제 또한 다양하다. <신문윤리실천요강> 제2조(취재준칙) 2항(자료무단이용금지)에 따라 공익을 위해 불가피할 경우 ‘인터넷 게시물과 댓글’을 취재원으로 사용할 수 있다지만 인플루언서들이 특정 계층의 평판에 기대 사회적 생계를 유지하니 시민의 의견을 대표한다 말할 수 없고, 댓글은 익명의 간접 취재원에 해당하는지라 사실 검증 자체가 불가능하다. 결국 언론인들은 자신들이 중시하는 뉴스 가치(시의성, 저명성, 인간적 흥미)가 공익과 무관하거나 지나치게 정파적이어서 저널리즘의 핵심 기본 원칙인 ‘사실 확인’과 ‘취재원 간 교차 검증’을 자발적으로 위반한다는 고해성사를 하는 셈이다.

 

‘사실 확인’과 ‘교차 검증’이란 기본 원칙


앞서 두 가지 기준에 근거해 대선 보도를 점검한 결과 언론사 데스크와 기자들은 ‘유권자가 정책을 기준으로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않는다’는 명제에 충실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정책 보도가 최선의 저널리즘 실천이라는 뜻은 아니다. 정치적 약속을 실천하기에 적합한 자질을 갖추지 않았다면 공약은 아무런 소용이 없으니 후보의 인간적 특성을 평가하는 데 도움을 주는 보도 또한 정책 보도 못지않게 유용하다.

 

언론학자들과 수사학자들은 선거 캠페인 내용을 정책과 인간적 특성 측면에서 분류하는데, 이러한 전통은 유권자들이 이들 두 가지 요소를 평가해 지지할 후보를 선택한다는 정치학자들의 이론에 근거한다. 정책 플랫폼을 비교해 판단하고 투표하는 ‘이슈 투표(issue voting)’는 ‘나’의 생각을 후보가 지지해주니 그를 선택한다는 입장이고, 인간적 특성(리더십 능력, 인간적 자질, 정치적 이상)을 중시하는 이는 예전에 맡았던 공직에서 업무를 훌륭하게 수행했으니 대통령 직무도 잘 해낼 것이라고 판단한다(Gabriel S. Lenz, 2012). 후보의 정책에 대한 입장이나 인간적 자질에 관한 판단은 유권자 개인의 경험, 주변 사람들과의 대화, 언론이 전하는 뉴스, 유튜브나 페이스북 등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노출된 정보를 통해 학습한 결과물이다. 특히 정치 정보 학습 과정에서 뉴스가 면대면 대화나 소셜 네트워킹을 통한 의견 교환에 사용되는 원시정보라는 점을 고려하면 선거 국면에서 언론의 저널리즘 실천은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다.

 

앞서 인용한 정치학자가 지적했듯이 최악의 경우는 단편적인 사례를 통해 부풀려진 인상에 기반해 후보자를 선택하는 것이다. 정책 혹은 인간적 특성이 아닌 전혀 다른 이유(특정 정당·정치인에 대한 반감)를 선호하는 후보를 정하고 이후 그 정치인의 정책적 관점을 채택하는 절차를 밟는 선택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미다. 문제는 앞서 언급한 두 가지와 최악의 경우를 구별하는 경계선을 명확하게 긋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다. 다만, 세 번째 유형에 해당하는 이들은 식견(knowledge)이 아닌 사회경제적 지위나 정치적 정향성에 의존해 정치적 의사를 결정하는데, 이러한 현상은 정치적 성향이 아주 진보적이거나 매우 보수적인 양극단에 위치한 이들에게서 도드라진다. 특히 이들은 미디어의 당파적 편견을 당파적으로 인식하는 경향(적대적 미디어 지각, hostile media perception)이 강해 선거 보도는 기존의 정치적 태도를 강화하는 효과를 낳고 이로 인해 정치적 양극화가 더 심해지게 된다.

 

일반적으로 진보와 보수의 양극단 사이에 위치하는 유권자들은 정치적 선택에 유용한 정보를 얻기 위해 뉴스를 이용하는 경향이 있고, 실제 이들의 선택이 선거 결과를 결정한다. 그런데 언론이 ‘일탈적인’ 취재원에 의존해 특정 정치 세력을 편들면 이들은 주류 미디어에 대한 신뢰를 철회한다(Guess et al., 2021). ‘사실 확인’과 ‘취재원 간 교차 검증’이라는 기본 원칙에 충실한 선거 저널리즘만이 유권자의 합리적 선택을 돕고 주류 미디어에 대한 신뢰를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1) 10월 28일부터 11월 7일 사이 종이신문 1면,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의 저녁 종합 뉴스 프로그램, PC 인터넷 네이버 뉴스의 정치 코너 1페이지에 게재된 기사를 대상으로 대선 관련 보도의 특징을 살폈다.

2) 신진환, <[취재석] ‘비호감’ 키우는 野 경선 비방전, 유권자는 괴롭다>, 더팩트, 2021.10.31, http://news.tf.co.kr/read/ptoday/1896703.htm

3) 최현욱, <윤석열 “정권교체 위한 ‘反대장동 게이트 연합’ 추진할 것”>, 데일리안, 2021.11.3, https://www.dailian.co.kr/news/view/1048837/?sc=Naver

4) 김주환, <대장동 수사 한 달 초라한 성적표…유동규 기소가 전부>, 연합뉴스, 2021.10.30, https://www.yna.co.kr/view/AKR20211029159800004

5) <배종찬의 빅데이터-‘대장동’이 차기 대통령을 결정한다>, 데일리임팩트, 2021.10.2, http://www.dailyimpact.co.kr/news/articleView.

html?idxno=72048

6) 신혜연, <화천대유 최초 보도 기자 “이렇게 커질 줄은…제보 더 있다”>, 중앙일보, 2021.9.29,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10706

7) <김환기 칼럼-김만배의 길, 박종명의 길>, 세계일보, 2021.10.18, http://www.segye.com/newsView/20211018514136

8) 송치훈, <설훈, 이재명 면전서 “대선 후보들 다 고만고만”>, 동아닷컴, 2021.11.03,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11103/110055564/2

9) 김학재, <김기현 “민주당·청와대, 결국 대선후보 교체할 것..당장 특검하자”>, 파이낸셜뉴스, 2021.11.14, https://www.fnnews.com/news/202111141448088825

10) 심우삼·오연서, <청년 앞으로 달려간 이재명·윤석열>, 한겨레, 2021.11.8.

11) 박찬수, <“20대가 보수화? 청년 세대 힘들게 된 책임을 집권당에 묻는 것”>, 한겨레, 2021.10.29, https://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1017153.html

12) 이미나, <서민 “홍준표, 지지율 좀 오른다고 뵈는 게 없나”>, 한국경제, 2021.10.28, https://www.hankyung.com/politics/article/2021102890137

13) 박태근, <“헛소리 총량제부터” 이재명 ‘음식점 총량제’ 비난 봇물>, 동아닷컴, 2021.10.28,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11028/109956587/2

14) 박태훈, <진중권 “김종인 발언 ‘아 홍준표가 되면 안되는데’ 뜻…洪추격세에 제동”>, 뉴스1, 2021.10.30, https://www.news1.kr/articles/?4477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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