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상세
2022년에는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비롯, 노동 재해와 파업, 이태원 참사, MBC 취재 접근 제한에 이르기까지 큰 이슈들이 유난히 많았다. 언론은 이 사건들을 어떤 시각으로 다뤘을까. 올 한 해 저널리즘 분야의 이슈를 되짚어 보고 향후 나아갈 발전적인 방향을 고민해 본다. 편집자 주
지금보다 나은 미래의 저널리즘 실천을 위해 우리가 되돌아보고 곱씹어 봐야 할 게 무엇인지 정리했다. 먼저,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포함해 주요 이슈를 언론이 어떻게 다뤘는지 검토했다. 다음으로, 새 정부 출범 이후 권력(대통령)과 언론 간 관계를 가늠할 수 있는 사안 두 가지를 선택하고 이들 사안의 전개 과정을 간단하게 요약했다. 마지막으로, 뉴스와 언론에 대한 시민의 평가가 어떠한지 살폈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뉴스 이용자에 대한 보다 정밀한 조사가 필요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주요 이슈 보도
△ 제20대 대선, 경마 저널리즘과 편향 보도
이슈 프레임에 갇힌 보도
2022년 대선 국면에서 경마 저널리즘은 이전보다 더 두드러졌다.1) 단독 혹은 합동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여론조사회사의 정례 조사와 타 언론사 조사의 결과를 활용해 후보의 당선 가능성, 판세, 캠페인 전략 등을 진단하고 평가했다. 이 과정에서 기자들은 특정 시점에 행해진 횡단조사(cross-sectional survey)가 여론을 정확히 반영할 수 없고, 비슷한 시기에 이뤄진 조사라도 표본집단 선정과 조사 방식에 따라 결과치가 달라진다는 여론조사의 특성을 무시했다. 무선전화 ARS 여론조사가 증가하고 무선전화 면접 여론조사의 비중이 감소해 응답자의 편향성이 조사 결과에 영향을 주는데도 조사 방식을 명시한 기사의 비율은 10%대 수준에 그쳤다.2) 기자들은 조사 방식의 변화가 여론조사 결과의 정확성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았다. 텔레비전 토론회 보도 또한 경마 저널리즘의 범주에 갇혔다. 토론회 핵심 의제인 ‘부동산 정책’과 ‘대장동 개발 사업’을 캠페인 전략 보도하듯 했고, 토론회가 끝나자 시청률과 토론회 시청이 지지 후보 변경에 미치는 영향을 주요 뉴스로 다뤘다. 기자들이 선거를 게임으로 간주한다는 인식을 명확히 드러낸 셈이다. 선거를 게임으로 여기는 기자들의 관점은 정책 토론을 방해하고, 당선 가능성이 희박한 소수 정당 후보의 정책을 의제로 전환되지 못하게 하며,3) 여론조사의 정확성을 의도적으로 무시하게 만든다. 그럼에도 기자들은 이를 전혀 의식하지 않는 듯하다.
제20대 대선이 추문, 언쟁, 모욕으로 얼룩진 역대 최악의 ‘비호감 선거’라는 외신의 평가처럼 후보와 후보자 가족의 도덕적 추문 폭로와 이를 방어하는 내용이 선거 뉴스를 지배하기도 했다. 언론은 역대 대선 보도가 그랬던 것처럼 정당과 정치인들이 제기한 ‘의혹’을 전달하는 데 충실했다. 후보의 이슈 프레임을 인용부호로 처리하고 이를 제목에 병렬 배치하는 기사들이 많았다. 이와 같은 기사 작성법이 오히려 정치인의 이슈 틀짓기를 돕는다는 것을 망각했다(김춘식, 2017).4) 야권 후보 단일화처럼 선거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 대한 관점은 진보 매체(권력 나누기)와 보수 매체(선거 승리를 위한 무조건적인 단일화) 간에 판이하게 갈렸다. 특히 보수 매체는 의견 기사5)에서 자신들의 정치적 편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민주주의 기능(democratic function)6)을 포기하고 정치인의 프로파간다 전략에 동원되는 도구적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 노동 재해 및 파업 이슈 보도
보수 매체와 진보 매체 입장 갈려
2022년 10월 15일 오전 6시 20분 SPC그룹 계열사인 SPL 평택 제빵 공장에서 발생한 중대재해 사망 사고는 매우 충격적이었다. 사망 사고에 대한 회사의 무책임한 대응과 장례식장에 빵을 보낸 행위는 시민들의 공분을 샀고 이로 인해 이 회사 제품 불매 운동이 전개되기도 했다. ‘SPL 제빵 공장 끼임사망 사고’로 불리는 이 사고 발생 후 일주일 동안 가장 적극적으로 보도한 매체는 한겨레와 경향신문이었다. 반면 경제지와 조선일보는 보도 건수가 상대적으로 적었다.[표 1] 방송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지상파 방송 3사와 JTBC는 8.5~9.5건을 보도했는데 보수 종편채널은 2~5건에 불과했다. 보수 논조의 신문·방송·경제지는 노동자 사망 사고의 원인 규명을 촉구하는 대신 중대재해처벌법 같은 기업 규제 정책으로 경영진이 처벌받는 것을 더 우려했다. 심지어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는 10월 17일 파리바게뜨 런던 1호점 개장과 신제품 출시를 소개하는 기사7)를 실을 정도였다. 노동 환경 감시를 통한 노동 인권의 개선보다 광고주인 기업과 경영진의 입장을 옹호한 셈이다.
<출처 - 민주언론시민연합 신문방송 모니터 자료, 2022.10.26, http://www.ccdm.or.kr/xe/watch/315446>;
2022년에 발생한 파업 가운데 언론이 특히 주목한 것은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2022.6.2~7.22)이었다.8) 보수 신문(조선일보, 중앙일보)과 진보 신문(한겨레)의 파업의 원인과 해결책에 대한 관점은 판이했다. 보수 논조의 신문은 ‘파업 행위의 폭력성’, ‘법원의 무른 판결’, ‘파업 행위자의 자격 적합성’을 거론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정책(주52시간제 도입)으로 노동자의 수입이 줄었으니 노동 개혁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진보 논조의 한겨레는 정부의 강경한 대응을 비판하고 조선 산업 구조가 하청업체 노동자의 희생을 강요한다고 설명하면서 정부와 집권당이 ‘합법’과 ‘불법’의 눈금으로 파업을 판단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방송의 보도는 정부의 공식적인 발표(총리 주재의 제3회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 이후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파업의 배경과 파업이 길어지게 된 원인을 다루면서 해결책을 제시하긴 했으나 심층적이지 않았다. 종이신문 및 방송의 보도와 달리 탐사 전문 매체인 뉴스타파의 기사는 눈여겨 볼만했다. 뉴스타파는 대우조선해양이 폭력을 동원해 파업을 조직적으로 방해한 정황이 담긴 영상 30여 개를 입수해 보도했다.9)
△ 사회적 재난: ‘이태원 참사’ 보도
미숙했던 재난참사 보도
핼러윈 축제일에 발생한 대참사와 관련해 정부가 ‘사고’와 ‘사망자’로 표기하기로 공식 결정10)했지만, 언론은 이를 거부했다. 모든 언론이 ‘참사’와 ‘희생자’라 표기하고 사고의 명칭을 ‘이태원 참사’, ‘이태원 핼러윈 참사’, ‘이태원 압사 참사’로 표기했다. MBC만 예외였다. MBC는 ‘이태원 참사’가 아닌 ‘10·29 참사’로 불렀다.11) MBC가 아닌 다른 매체의 기자들은 SNS 포스팅을 인용하거나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치인·시민단체 관계자들을 인터뷰했을 때 기사 내 인용문에 ‘10·29 참사’로 적었다. 지역명(이태원)을 넣을 때 트라우마를 가중시킬 수 있어 사고 명칭에서 이를 빼자는 의견과 물리적 조건이 참사와 연관이 깊으니 지역명을 사용하는 게 옳다는 의견이 병존하는 상황에서 언론은 ‘이태원 참사’가 사고의 성격을 더 잘 설명해준다고 판단한 듯하다.12) 참사 초기 보도에서 시민이 추정한 말(“단순 압사 사고가 아니라 약이 돌았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에 뉴스 진행자가 미숙하게 대응하고, 일부 언론이 사고를 유발한 ‘범인’(이른바 ‘토끼 머리띠 남성’, ‘유명 BJ’ 등)을 찾으려 한 것은 매우 바람직하지 않은 보도 태도였다. 이에 더해 언론이 소셜미디어, 유튜브, 온라인 커뮤니티 공간에 올라온 참사 현장 사진과 영상을 가져와 ‘출처갈이’하는 사례가 빈번했다.13) 이 과정에서 재난보도준칙 제15조(선정적 보도 지양)를 위반한 기사들이 적지 않았다.
권력과 언론
△ 제20대 대통령 취임과 ‘출근길 문답’
날카로운 질문 더 필요해
제20대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출근길 문답(doorstepping)’을 도입했다. 취임 초기 7~8개의 질문을 받다가 야당의 정치적 반발(예: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과 공권력 투입)처럼 반응이 거셀 땐 한두 개에 불과한 질문만 받기도 했다. 대통령의 답변은 특유의 거침없는 ‘날 것의 화법’14)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원론 수준’에 그쳤고, 민감한 현안에 대해서는 아예 답변을 안 했다. 두 차례(이준석 전 대표를 겨냥한 ‘내부 총질’ 문자 논란, 10·29 참사)에 걸쳐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기자들은 대통령을 직접 만나 질문하는 기회를 고정적으로 확보해 국민의 알 권리 충족을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15) 대통령이 주목하는 이슈가 무엇인지를 탐색할 수 있으니, 출근길 문답 보도는 통치자로서 대통령의 자질을 가늠하는 데 유용한 단서가 될 수도 있겠다. 그러려면 기자들이 출근길 문답을 주도해야 한다. 그런데 대통령의 여름휴가 이후 출근길 문답이 대통령의 모두 발언 이후 질문하는 방식으로 바뀌자, 어떤 언론사는 이를 계기로 대통령이 정제된 발언을 통해 이슈를 주도할 수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16) 이 같은 평가는 기자가 스스로의 존재를 피동적 혹은 수동적 존재로 인식해 대통령의 전략 프레임을 의심하지 않겠다고 고백하는 것과 같으니 매우 적절하지 않다. 출근길 문답이 국민의 알 권리 충족에 이바지하려면 기자들의 질문이 대통령을 불편하게 만들 정도로 날카로워야 한다.
과도한 조치라 비판
지난 9월 21일 뉴욕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에 참석한 대통령이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대화 후 행사장을 빠져나가면서 비속어(‘이 ××’)를 쓴 게 풀기자단 카메라에 포착됐고 방송은 다음날 저녁 뉴스 프로그램에서 이를 보도했다. 이에 9월 26일 국민의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일동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MBC의 보도를 ‘허위 방송’으로 규정하고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며 이를 정치 쟁점화했다. 대통령실 출입 영상기자단이 취재진 풀에 속한 방송사 관계자라면 누구나 영상에 접근할 수 있어 왜곡이나 짜깁기가 있을 수 없다고 밝혔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대부분의 매체는 국민의힘의 의혹 제기가 과도하다며 부정적으로 평가했지만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MBC와 국회를 비판하고 대통령을 격려하거나 옹호했으며, 특히 채널A는 대통령실의 입장을 충실히 전달하고 MBC 제3노조를 취재원 삼아 편드는 보도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17)
MBC가 자막을 조작·왜곡했다고 여기는 대통령실은 대통령 취재 접근 제한 조치를 내렸다.18)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11월 9일 대통령의 아세안정상회의와 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순방을 위한 전용기에 MBC 기자들의 탑승을 불허한다는 내용의 문자를 기자들에게 보냈다. 해당 언론사인 MBC는 7건의 기사를 통해 이러한 조치가 언론 탄압이라고 비판했고, KBS(3건), TV조선(2건), MBN(2건)은 두 건 이상의 뉴스를 통해 관련 사실을 전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각각 6건의 기사를 통해 대통령실의 조치를 비판하고 이번 조치가 언론을 통제하려는 반민주주의적 결정이라고 판단해 대통령 전용기를 이용하지 않겠다는 자사의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19) 이들 두 신문 외에 조선일보와 한국일보는 두 건씩, 동아일보와 중앙일보는 한 건씩의 지면 기사를 게재했다.20) 사설을 통해 언론사의 입장을 명확히 밝힌 곳은 여섯 곳이었다.[표 3] 보수적 논조의 조선일보조차 사설에서 대통령실의 조치를 ‘단세포적이고 감정적인 대응’이라고 평가했다. 조선일보는 MBC를 “기자들이 정권별로 당파를 짓고 있어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방송사 내 권력 교체”가 이루어지니 “도저히 정상적 방송사로 볼 수 없는 지경”이라 평가하면서도 전용기 탑승 불허 조치를 재고하는 게 옳다고 썼다. 일부 언론은 이 사안을 단신으로 처리하고 여당의 일방적 주장을 받아쓰거나, 상반된 입장을 인용부호에 담아 제호로 처리하는 등 ‘구경꾼’ 관점을 취해 ‘언론 통제’라는 사안의 본질을 애써 회피하기도 했다.21) 한국기자협회를 포함한 8개 언론 단체는 이번 사안을 ‘반 헌법적 언론 탄압’이라고 규정하고 즉각적인 중단을 촉구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발행인 모임인 한국신문협회도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조치이니 즉각 철회하라는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22)
저널리즘과 신뢰
△ 언론에 대한 신뢰와 회피
뉴스 회피 이유 주목해야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보고서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2 한국>23)에 따르면 뉴스 전반에 대한 신뢰도는 30%였다. 46개국 평균인 42%보다 12%포인트 낮은 수치로 40위였다. 2021년(32%)에 비해 2%포인트 줄었지만 2020년(21%), 2019년(22%), 2018년(25%), 2017년(23%)과 비교하면 팬데믹 국면에서 뉴스 신뢰 수준이 높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세대별로 살펴보면 남성(31%)이 여성(29%)보다, 그리고 40~60대 이상이 20~30대보다 높았다. 가장 낮은 세대는 30대(24%)였다. 2021년과 비교했을 때 감소폭이 가장 큰 세대는 20대(-5%)였고, 60대 이상(-4%), 30대와 50대(각 –2%)가 그 뒤를 이었다.24)
최근 5년 사이에 뉴스를 선택적으로 회피(selective news avoidance)하는 이들이 극적으로 증가했다는 조사 결과가 주목을 끈다. 같은 조사에서 “뉴스를 회피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응답한 인터넷 이용자는 67%로 2017년의 52%에 비해 15%포인트 늘었다. 진보(72%) 성향의 인터넷 이용자들이 보수(69%) 성향의 인터넷 이용자들보다 뉴스를 선택적으로 회피하는 경향이 상대적으로 강했다. 선택적 뉴스 회피 경험자 비율(40대 70%, 50대 67%, 60대 이상 73%, 30대 62%, 20대 63%)은 연령이 높을수록 높았지만, ‘자주 회피한다’는 응답률(20대 9%, 30대 6%, 40대 5%, 50대 4%, 60대 이상 5%)은 연령이 낮을수록 높았다. 우리나라 인터넷 이용자들이 뉴스를 회피하는 제1의 이유는 “뉴스를 신뢰할 수 없거나 편향적이다”(42%)였다.25) 46개국의 평균(29%)보다 13%포인트 높았다. 46개국의 평균 수치가 가장 높은 항목은 “정치/코로나 바이러스와 같은 주제를 너무 많이 다룬다”(43%)였다. 한국의 인터넷 이용자들이 다른 나라의 인터넷 이용자보다 언론을 덜 신뢰하고 뉴스가 더 편향적이라고 인식하는 셈이다.
뉴스 회피자 증가는 어쩌면 신뢰도 하락보다 더 ‘불길한’ 지표일 수 있다. 뉴스 회피 증가는 뉴스 시장 크기의 축소를 뜻하기 때문이다. 제한된 뉴스 시장 내에서 언론사 간 경쟁이 지금보다 더 치열해진다는 걸 의미하기도 한다. 포털을 통한 뉴스 노출 환경에서 뉴스 매체 간 경쟁이 주목 끌기 차원에 그쳤다는 선례를 고려하면 미래 저널리즘의 질적 수준은 지금보다 더 추락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는 인터넷 이용자들이 뉴스를 회피하는 이유를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이를 통해 저널리즘 수준을 높이는 방법론 논의에 필요한 단서를 얻을 수 있다.
먼저, 정밀한 뉴스 이용자 조사26)를 실시해야 한다. 코로나19 감염병 확산이 지속되는 위기 상황에서 불안감과 공포감을 느끼는 시민들이 신뢰할 만한 정보원을 찾아 나서게 되는데, 이 국면에서 언론 신뢰도와 뉴스 회피 수준 모두 크게 늘었다. 그리고 뉴스를 회피한 이들이 늘어난 만큼 ‘뉴스를 전혀 회피하지 않는다’는 이들이 부쩍 줄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7년(46%)과 2019년(44%)은 비슷했지만, 코로나 팬데믹 3년 차인 2022년에는 23%로 무려 20%포인트나 급감했다. 인터넷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뉴스 이용 현황, 뉴스 정보 추구 동기, 뉴스를 회피하는 이유 등을 탐색한다면 저널리즘 위기의 실체에 보다 가까이 접근할 수 있다. 둘째, 뉴스 이용자의 감정이나 정서가 뉴스를 회피하게 하거나 이용하게 하는 주요 원인이라는 점을 감안한 기사 작성법을 채택해야 한다. 논쟁거리를 제공하는 대신 시민 간 대화의 소재를 공급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서는 시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슈를 개발하고, 텍스트와 그래픽·동영상 등을 결합한 방식의 복합적인 뉴스 콘텐츠를 생산해야 한다.27)
‘이태원 압사 참사’를 계기로 우리는 위험이 사회 현상이라는 것을 재차 확인했다.28) 위험이 일상에 편재한다. 그런 만큼 언론은 우리 사회의 위험에 주목하고 이를 사회적 의제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특히 다양한 사회 세력들이 자신들의 ‘틀(frame)’에 가두려는 많은 사회적 위험들(예: 노동재해, 기후변화 등)을 다룰 때 언론의 관점과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 사회는 광우병 사태(2008년)와 세월호참사(2014년)를 겪으면서 ‘퀄리티’ 저널리즘 실천만이 언론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다. 언론은 자신들의 보도를 검토하고29) 퀄리티 저널리즘을 실천하는 구체적인 방법론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1) 김춘식, <대통령선거 보도, 저널리즘 기본원칙 및 민주주의 기능의 상실>, 한국언론학회·한국언론진흥재단·제주언론학회 공동 주최, 제20대 대선보도 점검 세미나 발제문, 2022.2.8.
2) 백영민, <여론조사 보도 점검: ARS 조사에 의존하는 여론조사 보도: 조사 업체·조사 방식·편향 가능성 명확히 밝혀야>, 《신문과 방송》, 2021년 12월호
3) Patterson, T. E.
4) 고전적인 연구는 기자와 취재원의 관계를 공생관계(symbiotic relationship)로 정의했다(Sigal, L. V., 《Reporters and officials: The organization and politics of newsmaking》, D.C. Heath and Company, 1973). 하지만 인용부호를 붙여 정치인 발언을 제목으로 삼는 기사 작성법이 일반화된 작금의 상황에서는 이들의 관계를 정의하는 개념적 용어로 적합하지 않다.
5) 이기홍, <[이기홍 칼럼]단일화 막차 놓쳐 국민 배신할 건가>, 동아
일보, 2022.2.4,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20203/111564385/1; 강석천, <[강천석 칼럼] ‘尹一化’든 ‘安一化’든 단일화 놓치면 恨 될 것>, 조선일보, 2022.2.5, https://www.chosun.com/opinion/column/2022/02/05/5U2EQDHR4RBGLO63WT7USCRFYI/
6) 언론이 정당과 정치인 그리고 정부 관료들의 활동과 의사결정에 관한 사실들을 시민들에게 설명해주고, 그들의 활동과 의사결정이 경쟁 정치인, 이익단체, 정치 전문가, 일반 시민들에 의해 어떻게 평가되고 있는지를 인식하게 하여 ‘민의’가 반영되는 정치 체제 작동에 기여하는 것을 언론의 민주주의 기능이라 한다(Arnold, R. D., 《Congress, the press, and political Accountability》 Princeton University Press, 2004).
7) 송혜진, <파리바게뜨 英 진출…런던에 1호점 열었다>, 조선일보, 2022.10.17, https://www.chosun.com/economy/market_trend/2022/10/17/IZHAW7WDUZEEDKBZPZWHVJ5CZE/
8) 자세한 내용은 김춘식(2022)의 글(<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을 다룬 언론 보도 분석해보니: 눈길끌기식 갈등 프레임, 경제적 중요성 프레임 채택>, 《신문과방송》, 2022년 10월호) 참조
9) 관련 영상에는 대우조선해양 인사·노무 관련 업무 담당 직원이 파업 방해를 지휘하는 모습 그리고 동원된 회사 직원들이 칼, 가위 등을 소지한 모습이 담겨 있었다(홍여진·홍주환·이명선, <대우조선해양 ‘파업 방해’ 의혹 영상 30여 개 공개>, 뉴스타파, 2022.9.26, https://www.newstapa.org/article/OXqZ1).
10) 이태원 참사 희생자 156명을 추모하기 위해 마련된 합동분향소에는 영정 사진이나 위패가 없었다. 지난 5년간 정부·지자체가 설치한 참사 합동분향소 중 영정 사진이나 위패가 없는 첫 번째 사례라 한다. 희생자·피해자가 아닌 ‘사고 사망자’라는 표현을 쓴 것도 처음이라 한다. 중앙재해대책본부는 사망자와 부상자 숫자만 발표했을 뿐, 희생자 거주 지역 분포와 연령대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손가영, <이태원 참사, 지난 5년간 영정·위패 없는 유일 사례>, 오마이뉴스, 2022.11.10,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879040).
11) MBC는 11월 5일 저녁 <뉴스데스크> 시작과 함께 <‘이태원 참사’로 부르지 않겠습니다>라는 제목을 달고 이와 같은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그 이유를 “MBC는 오늘부터 이번 일을 ‘이태원 참사’가 아닌 ‘10.29 참사’로 부르기로 했습니다. 특정 지역의 이름을 참사와 연결 지어 위험한 지역으로 낙인찍는 부작용을 막고, 해당 지역 주민과 상인들에게 또 다른 고통과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자는 뜻입니다. 한국심리학회도 이런 명칭 변경을 제안한 바 있고, 과거에도 ‘진도 여객선 침몰’을 ‘세월호 참사’로, ‘뉴욕 쌍둥이빌딩 붕괴’를 ‘9.11 테러’로 바꿔 쓴 전례가 있음을 알려드립니다”라고 명확히 밝혔다(https://imnews.imbc.com/replay/2022/nwdesk/article/6424079_35744.html).
12) 이우연·안태호, <‘이태원 참사’와 ‘10·29 참사’...우리는 어떻게 불러야 할까요>, 한겨레, 2022.11.7,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66182.html
13) <‘이태원 참사’ 보도 사진·영상 출처, 커뮤니티·SNS·유튜버 였다>, 민주언론시민연합, 2022.11.1, http://www.ccdm.or.kr/xe/index.php?mid=watch&category=6294&document_srl=315597
14) “과거엔 민변 출신들이 도배되지 않았나?”(6월 8일), “전 정권 장관 후보자 중 훌륭한 사람 봤나?”(7월 5일)(박성의, <“다른 질문 없나?”...짧아지는 尹대통령 ‘도어스테핑’>, 시사저널, 2022.7.21, https://www.sisa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242582
15) ‘출근길 문답’은 대통령에게도 나쁘지 않다. 미디어 메시지 관리 및 통제 능력이 대통령 리더십의 핵심 요소기 때문이다. 때때로 기자의 질문이 불편할 수 있겠지만 대통령실 관계자들이 체계적인 홍보 전략을 수립하고 대통령이 이를 잘 실천하면 잃는 것보다 얻을 게 많다. 언론의 취재 관행(예: 권력 취재원 의존과 보도자료 베껴쓰기)을 활용하고 특정 신념을 편드는 저널리즘(journalism of affirmation)의 도움을 받으면 지지율 끌어 올리기에 유용한 조치일 수 있다(김춘식, <‘도어스테핑’과 출입기자의 역할>, 방송기자, 통권 68호, 2022).
16) 김지훈, <[尹취임 100일①] ‘파격’→‘투박’→‘화두 제시’...도어스테핑 진화중>, 뉴시스, 2022.8.13, https://www.newsis.com/view/?id=NISX20220812_0001977666&cID=10301&pID=10300
17) <조선·중앙·채널A, 윤석열 대통령 욕설·비속어 파문 옹호 왜?>, 민주언론시민연합, 2022.9.29, http://www.ccdm.or.kr/xe/index.php?mid=watch&category=6294&document_srl=315236
18) 외교부가 10월 31일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를 청구하는 조정을 신청했으나 MBC와의 이견을 좁히지 못해 조정 불성립 결정이 내려져 조정 절차가 종료됐다(정승임·김지현·김민호, <외교부-MBC, ‘尹비속어 논란’ 정정 보도 조정 불발>, 한국일보, 2022.11.11,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111115520003517?did=NA
19) <대통령실의 MBC 취재진 대통령 전용기 탑승 불허에 대한 <경향신문>의 입장>, 경향신문, 2022.11.10, https://www.khan.co.kr/politics/politicsgeneral/article/202211101725001; <<한겨레>는 이번 취재에 대통령 전용기를 거부합니다>, 한겨레, 2022.11.10, https://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1066651.html
20) <‘MBC 전용기 배제’ 침묵하거나, 정쟁화하거나, 받아쓰거나>, 민주언론시민연합, 2022.11.12, http://www.ccdm.or.kr/xe/index.php?mid=watch&category=6294&document_srl=315817.
21) 최성진, <언론탄압 맞서긴커녕 ‘앵무새’가 된 일부 언론>, 한겨레, 2022.11.16, 19면.
22) 강아영, <언론단체 “MBC 전용기 탑승 불허한 대통령, 언론탄압 멈추라”>, 한국기자협회, 2022.11.10, https://www.journalist.or.kr/news/article.html?no=52489; <특정 언론사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 ‘불허’를 즉각 철회하라>, 한국신문협회, 2022.11.11, http://www.presskorea.or.kr/notice/board_detail.php?m=3&sm=11&tm=25&board_id=NTC&seq=264260&sort=2
23) 옥스퍼드대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발간한 보고서
24) 연령과 성별을 교차해 살펴보면, 30대 여성의 뉴스 신뢰 수준이 21%로 가장 낮았다. 가장 높은 집단은 50대 남성과 60대 여성으로 각 36%였다. 응답자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뉴스 신뢰 수준은 차이가 있었다(19쪽). ‘매우 진보’ 집단의 경우 ‘신뢰한다’와 ‘신뢰하지 않는다’의 비율이 가장 높았고, ‘매우 보수’ 집단의 ‘신뢰한다’는 비율은 가장 낮은 반면, ‘신뢰하지 않는다’는 비율은 ‘매우 진보’와 비슷했다. ‘중도’ 집단은 ‘신뢰도 불신도 하지 않는다’(53%)는 비율이 가장 높았고 ‘신뢰하지 않는다’(19%)는 비율은 가장 낮았다.
25) 한국의 인터넷 이용자들이 제시한 뉴스를 회피하는 이유는 “뉴스를 신뢰할 수 없거나 편향적이다”(42%), “정치/코로나 바이러스와 같은 주제를 너무 많이 다룬다”(39%), “뉴스가 내 기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28%), “많은 양의 뉴스가 쏟아져 지쳤다”(26%), “회피하고 싶은 논쟁에 휘말리게 된다”(19%),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15%), “얻은 정보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느낀다”(15%), “뉴스를 따라가거나 이해하기 어렵다”(11%) 등이었다.
26)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언론수용자 조사는 국내에서 진행되는 조사 가운데 가장 대표적이고 신뢰할 만한 조사이다. 이 조사는 연 1회 실시되고, 언론 전반에 대한 인식과 중요성 그리고 매체 유형별 및 개별 매체의 영향력과 신뢰도를 묻는다. 하지만 뉴스 회피와 관련된 질문은 없다.
27) 동아일보가 창간 100주년을 맞아 출범시킨 히어로콘텐츠팀이 그간의 성과를 세계신문협회(WAN-IFRA) 세계 뉴스미디어 총회 세션에서 발표해 해외 언론인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이샘물, <좋은 저널리즘은 좋은 비즈니스…핵심은 ‘퀄리티’>, 신문협회보, 694호). ‘히어로 콘텐츠’는 “깊이 있는 취재와 참신한 그래픽, 동영상, 디지털 등을 결합해 독자들의 주목을 받는 복합 콘텐츠”를 의미하는데, 사측은 팀에 ‘퀄리티’ 저널리즘을 추구할 수 있는 무제한의 시간과 형식의 자율을 부여했다. 이 팀의 ‘퀄리티’ 저널리즘 실천은 독자의 관심을 끌어낸 것을 넘어서 조직 전반에 걸친 체질 개선을 추동하고 있다(유성열, <동아일보 오리지널 시리즈 <증발-갑자기 사라진 사람들>, 《신문과방송》, 2020년 12월호).
28) 경향신문 2022년 11월 1일 자 26면에 실린 칼럼(<보수 정부의 가장 큰 위험>)의 필자는 이명박(광우병 사태와 4대강 사업), 박근혜(세월호 참사), 윤석열(이태원 핼러윈 대참사) 정부에서 발생한 ‘위험’들이 고질화된 보수 정부의 패턴처럼 느껴진다고 썼다. 위험이 핵심적인 사회현상이라는 논지는 타당하지만, 위험(예: 노동재해, 기후변화)이 보수 정권 통치기에만 발현되는 사회현상이라 단정지을 수 없다.
29) 한겨레는 2022년 10월에 <한겨레 신뢰보고서 2022>를 발간했다. 한겨레의 설명에 따르면 이 보고서는 “지난 1년여간 보도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과정 및 결과물 등을 종합·정리한 것”이다. 권태호, <‘한겨레 신뢰보고서 2022’ 발간...국내 언론사 중 처음>, 한겨레, 2022.10.23, https://www.hani.co.kr/arti/society/media/1063864.htm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