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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디즈니플러스가 한국에 상륙하며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이 확장됐다. 국내외 다양한 스트리밍 서비스들이 각축을 벌이는 가운데 기대와 우려를 한 몸에 받은 디즈니플러스의 현재까지 성적표를 살펴본다. 편집자 주
디즈니의 스트리밍 서비스 디즈니플러스(Disney+)는 2021년 11월 12일 한국에 진출했다. 2019년 미국에서 첫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2년 만이다. 디즈니플러스에는 디즈니(Disney), 픽사(Pixar), 마블(Marvel), 내셔널지오그래픽(National Geographic)뿐만 아니라 폭스(FOX)의 심슨(Simpson) 시리즈를 포함한 다양한 TV, 영화 콘텐츠가 서비스된다.
한국에서도 콘텐츠를 그대로 공개했다. 디즈니는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검증된 <만달로리안(The Mandalorian)>에서부터 <호크아이(The Hawkeye)>, <팔콘과 윈터 솔져(Falcon and Winter Soldier)>와 같은 슈퍼히어로 드라마를 미국과 동시에 한국에 출격시켰다. 그동안 양질의 콘텐츠에 목말라하던 한국 팬들은 환호할 수밖에 없었다.
디즈니플러스는 한국에 진출하면서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도 선보였다. SBS <런닝맨>의 최초 공식 스핀오프 <런닝맨: 뛰는 놈 위에 노는 놈>이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공개됐다. <설강화>와 <블랙핑크: 더 무비>도 추가로 공개했다. 월트디즈니는 지난해 10월 진행된 APAC 콘텐츠 쇼케이스에서 아태지역 신규 콘텐츠를 20개 이상 공개했고, 이 중 일곱 편의 한국 콘텐츠 라인업을 발표했다. 2023년까지 아태지역에서 50개 이상의 오리지널 라인업을 확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직까진 엇갈린 디즈니플러스에 대한 평가
하지만 디즈니플러스의 국내 성과에 대한 판단은 엇갈린다. 지난해 12월 1일 시장조사업체 닐슨미디어코리아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의 주요 OTT 이용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디즈니플러스의 지난해 11월 15∼21일 주간 이용자는 101만 명으로 국내 5위를 기록했다. 닐슨미디어코리아는 “디즈니플러스의 출시 직후 주간 이용자는 101만 명으로 톱5에 진입했다”며 “치열한 OTT 시장에서 단기간에 다수의 충성 이용자를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디즈니 애플리케이션(안드로이드, iOS)의 국내 일일 모바일 이용자 수(DAU)는 출시일인 지난해 11월 12일 59만 3,066명에서 열흘 뒤인 11월 21일 39만 9,426명으로 32.7%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오역 논란에 더불어 디즈니플러스가 투자하겠다는 오리지널 콘텐츠 대부분이 최초 기획이라기보다 방영권 구매에 가깝다는 논란도 있다.
디즈니플러스가 한국에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것은 분명한 셈이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보인다. 서비스 다양성과 로컬 콘텐츠의 부족이다. 제작 기간이 긴 대작 콘텐츠를 공급하기 때문에 디즈니플러스 작품 공개 주기는 느릴 수밖에 없다. 넷플릭스는 거의 매주 한 편의 영화를 개봉하지만, 콘텐츠 대부분을 자체 조달하는 디즈니플러스는 그렇지 않다.
소비자들은 어떤 생각일까. 지난해 11월 버라이어티(Variety)가 윕미디어(Whip Media)에 의뢰해 13세 이상 미국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696명의 응답자 절반이 넘는 53%가 디즈니플러스의 TV나 영화 콘텐츠가 부족하지 않다고 답했다.[그림 1] 콘텐츠 양이 빈약하다고 느끼는 비율은 10명 중 2명에 불과했다. 한국에는 관련 조사가 없지만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정작 문제는 양이 아니라 만족도다. 바로 콘텐츠 다양성(diversity)이다. 디즈니플러스에 아직 어린이 취향 콘텐츠가 다수라는 의견이다. 설문 조사에서 10명 중 6명 이상은 디즈니플러스에 성인이나 청소년 취향 콘텐츠가 더 많이 공급되면 시청을 늘릴 것이라고 답했다.[그림 2]

결국 이 점이 한국에서도 디즈니플러스 확장성을 제한하는 것으로 보인다. 마블 히어로, 픽사, 자연 다큐멘터리를 선호하지 않는 20~30대에게 디즈니플러스는 크게 매력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도 있다. 가족형 서비스라는 특성상 디즈니플러스에는 <오징어 게임>과 같은 성인 취향 콘텐츠가 편성될 수 없다. 자세히 보면 더 많은 콘텐츠가 있다는 변명도 있지만 그리 친절하지 않은 설명이다.
로컬 콘텐츠, 즉 한국 콘텐츠 부족도 문제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해외 진출 전략상 해당 국가에서 제작되거나 해당 국가의 정서가 반영된 로컬 콘텐츠는 매우 중요하다. 신규 가입을 불러일으키고 기존 고객 이탈률(Churn Rate)을 낮추기 때문이다. 2019년 디즈니플러스와 애플의 참전 이후 본격적으로 형성된 스트리밍 시장은 이탈률 급증 등 2년 차 증후군을 겪고 있다.
고객 이탈률 줄이는 로컬 콘텐츠의 중요성
최근 딜로이트(Deloitte)는 2022년 글로벌 시장에서 구독자의 30%에 해당하는 1억 5,000만 명이 유료 스트리밍 서비스 구독을 중단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1) 특정 서비스를 이탈해 다른 서비스로 옮겨가거나 절독하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딜로이트는 미국 고객의 이탈률이 35%로 가장 높았을 것으로 봤다.
딜로이트는 유럽의 스트리밍 고객 이탈률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데 주목했다. 통상적으로 유럽은 미국과 유사한 미디어 소비 패턴을 보이지만, 스트리밍 시장 이탈률은 2021년 8월 기준 25% 이하를 기록한 것으로 연구소는 예측했다.[그림 3]

유럽의 낮은 이탈률 비결은 로컬 콘텐츠다. 스트리밍 사업자들은 미국 시장이 포화되자 유럽 시장으로 무대를 옮기고 유럽 지역의 로컬 콘텐츠 투자를 늘리고 있다. 넷플릭스는 지난 2021년 9월 독일 사무소를 확장하면서 2021년부터 2023년까지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에서 독일어 콘텐츠에 5억 9,000만 달러(약 7,000억 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바이어컴CBS의 스트리밍 서비스 파라마운트플러스(Paramount+)는 지난 3월 유럽 진출 이후 시장 공략을 위해 영국 미디어 그룹 스카이(Sky)와 손을 잡았다. 총 20여 개 유럽 국가에서 스카이쇼타임(SkyShowtime)이라는 합작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진출했다.
볼 것이 많아지다 보니 유럽인들의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사랑도 깊어지고 있다. 딜로이트를 참고하면 영국에서의 넷플릭스 구독률은 76%, 해지율은 15%였다. 영국은 넷플릭스가 <더 크라운> 등 2021년에만 10억 달러(약 1조 1,800억 원) 이상을 투자한 지역이다.
디즈니플러스도 로컬 콘텐츠에 신경 쓰고 있다. 디즈니플러스도 지난 2021년 11월 24일 연례 보고서를 통해 2022년에 80억 달러 이상을 더 투자해 총 330억 달러(약 39조 60억 원)를 콘텐츠에 쏟아붓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투자 금액에는 상당수의 로컬 콘텐츠 개발도 포함돼 있다.
아직 초반이지만 디즈니플러스의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는 경쟁사에 비해 크게 뒤진다. 특히 넷플릭스에 비해선 턱없이 부족하다. 한국에서 디즈니플러스가 고전하는 것도 <오징어 게임>이나 <지옥>과 같은 똘똘한 로컬 콘텐츠가 없기 때문이다. 디즈니플러스가 한국에서 더 큰 뿌리를 내리려면 영웅(Superhero)들만으로는 부족하다.

스트리밍 시장은 다핵화 구도로 변화 전망
디즈니플러스와 애플 TV+가 한국 투자를 늘리면 한국 스트리밍 사업자들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 영향은 구독 비즈니스에만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그동안 국내 미디어 서비스(방송사 및 한국 스트리밍 서비스)와 넷플릭스라는 양강 구도를 유지했던 콘텐츠 제작 환경이 국내 미디어 서비스,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다른 글로벌 서비스 등으로 다핵화될 가능성이 크다.
디즈니플러스, 애플 TV+, HBO 맥스 등도 로컬 콘텐츠의 소중함을 더 크게 인지하고 있다. 특히, 한국 콘텐츠는 세계가 탐내는 명품으로 등극하고 있다. 규모를 갖춘 국내 콘텐츠 제작사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중소 스튜디오들은 하청 업체로 전락하는 부정적 전망도 있다.
미디어 시장 생태계의 변화도 예상된다. 스트리밍 서비스 확장으로 해외 지상파 방송 시청률은 급감하고 있다. 딜로이트에 따르면 영국에서는 지상파 방송이 전체 시청 시간의 절반을 넘는 마지막 해가 2022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딜로이트는 영국 소비자의 전체 콘텐츠 시청 시간에서 TV 방송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7년에는 73%에 달했지만, 2022년 53%, 2023년에는 49%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그림 4] 스트리밍 서비스 점유율이 더 확대되면 한국에도 비슷한 상황이 펼쳐질 것으로 예측된다.
광고 시장도 변할 수밖에 없다. 최근 스트리밍 사업자들은 구독 서비스 외에 광고를 보는 대신 구독료를 낮추거나 아예 무료로 콘텐츠를 제공하는 스트리밍 서비스(FAST, Free Ad-Supported Streaming TV)에 집중하고 있다. 기존 TV 사업자, 신문의 주요 수익 모델과 정확히 겹친다. 미국산 스트리밍 서비스의 해외 진출이 본격화되면서 광고 모델을 채택하는 사업자들도 늘고 있다. HBO 맥스도 결국 광고 모델을 결합한 구독형 서비스를 내놨다.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은 구독, 광고, 하이브리드(광고+구독)로 진화할 것으로 보인다. 디즈니플러스 등의 서비스들은 아직 한국에서 광고를 포함하지 않지만 미래는 장담할 수 없다.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양질의 콘텐츠를 무료로 볼 수 있다면 굳이 레거시 미디어를 볼 필요가 없다. 한국에서 이런 일이 현실화한다면 광고 매출에 지나치게 의존적인 한국 언론, 미디어들은 고전할 수밖에 없다.

딜로이트는 구독형 스트리밍 시장 포화도가 더 높아질 경우, 광고 기반 모델에 시장의 성장률이 달려있다고 예측했다. 광고 탑재로 가격을 낮춘 서비스를 통해 점유율을 확대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가입자 규모가 커지면 광고가 구독보다 더 큰 매출을 안겨줄 것이라는 분석도 설득력 있다.
1) Arkenberg, C., Evans, A., Lee, P., & Westcott, K., <As the world churns: The streaming wars go global>, Deloitte, https://www2.deloitte.com/xe/en/insights/industry/technology/technology-media-and-telecom-predictions/2022/streaming-video-churn-svod.htm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