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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을 취재하고 보도하는 것은 언론의 기본 업무다. 그럼에도 언론은 자칫 허위 정보를 확산하는 공범이 될 수도 있다. 언론이 허위 정보 확산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아보고,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정보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짚어본다. 편집자 주
당신이 제20대 대통령선거를 취재하고 있는 한 언론사의 기자라고 가정해보자. 어느 날 기삿거리를 찾아 여러 인터넷 사이트를 헤매던 중 정치평론가 A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주요 대통령 후보 중 한 명인 B씨의 사생활 스캔들을 폭로하는 방송을 봤다. 평소 자신의 정치 성향을 공공연하게 드러내며 편향된 발언을 일삼아 온 A씨는 믿을만한 지인으로부터 해당 내용을 제보받았다고 주장하지만 명확한 증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내용이 너무 충격적이라 유튜브 댓글창은 이미 들끓고 있고 조만간 소셜미디어를 통해 널리 퍼질 것 같은 분위기다. 당신은 이 사건을 보도해야 할까 하지 말아야 할까?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선택이 있을 것이다.
△이 논란을 기사화하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고 클릭수가 올라갈 게 분명하니 이라는 제목으로 다른 언론사보다 발 빠르게 기사를 써서 송고한다.
△평소 편향된 발언을 일삼아 온 A씨가 명확한 근거 없이 주장하는 내용이니 거짓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완전히 무시하기로 한다.
△사생활 문제도 후보 자질과 관련돼 있으니 시민들의 정치적 판단에 도움을 주기 위해 추가 취재에 나선다.
△일단 여론과 다른 언론의 반응을 살펴본 후 보도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생각한다.
오염된 정보, 사실이 아닌 정보(false information)를 보도할 것인지 말 것인지 판단하기란 쉽지 않다. 온라인에는 근거 없는 주장이 쏟아지고, 정치적 목적을 위해 조작된 정보가 유포되고 있으며, 유튜브에는 선정적이며 거센말이 범람하고, 악의적인 밈(meme)도 수없이 공유되고 있다. 선거일이 가까워 올수록 언론인의 고민은 더 깊어질 것이다.
이 딜레마를 해결할 명쾌한 답을 제시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현명한 판단을 위해서 언론인이 마땅히 알아둬야 할 사실이 있다. 첫째, 현 정보 생태계는 극히 일부 구성원이 주장하는 터무니없는 거짓말마저도 빠른 속도로 정보 생태계 전체에 전파되는 구조라는 점이다. 둘째는, 허위 정보가 정보 생태계 전체에 급속도로 전파되는 데 있어 가장 크게 일조하는 주체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받아쓰기 식으로 전달·보도하는 기성 언론이라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기억할 점은 허위 정보 생태계 속에서 정보를 다루는 업무를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언론인은 오염된 정보를 확산할지 말지를 결정할 수 있는 기준, 즉 확산의 윤리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 같은 문제의식에 바탕해 본고에서는 허위 정보 생태계의 구조 및 기성 언론이 허위 정보를 다루는 방식이 허위 정보 확산에 있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아본다. 더불어 허위 정보를 포함해 사실이 아닌 정보를 다루는 현명한 접근법에 대해서도 논의해 보고자 한다.
허위 정보 확산하는 언론의 허위 정보 보도
주어진 일, 즉 기사를 취재하고 보도했을 뿐인데도 언론은 허위 정보를 더 많은 시민에게 확산하는 공범이 될 수 있다. 주로 왜곡된 목적을 가진 소수가 생산하여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유포하는 것이 허위 정보지만, 이 허위 정보가 정보 생태계 전체로 광범위하게 확산하는 시점은 주요 기성 언론이 해당 내용을 보도했을 때다.
허위 정보 생태계를 가장 면밀하게 분석한 사례는 2016년 미국 대통령선거 당시 벤클러, 패리스, 로버츠(Benkler, Faris & Roberts, 2018)1)가 수행한 연구다. 이들은 대선 기간 4만 개 이상의 온라인 매체가 보도한 400만 개의 정치 관련 기사에 대한 하이퍼링크 분석을 바탕으로 《네트워크 프로파간다(Network Propaganda)》라는 책을 발간했다. 분석 결과 2016년 미국 대선 상황에서 허위 정보를 양산하는 주된 주체는 극우 성향의 온라인 사이트였다.2) 이들은 여타 기성 언론이 형성하는 정보 생태계와는 분리된 채 독립적인 극우 미디어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발견은 정보 생태계 내 한구석에서 극소수의 사람들 사이에 유포되던 허위 정보도 어느 순간 급속도로 정보 생태계 전체에 확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보 생태계가 허위 정보에 취약해진 것은 소위 ‘프로파간다 파이프라인(propaganda pipeline)’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극우 미디어에서 유포한 진위가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폭스뉴스(Fox News) 같은 보수 성향 기성 언론이 받아 보도하면, 다양한 정치 성향을 표방하는 여타 기성 언론도 폭스뉴스를 인용해 해당 논란을 보도하게 된다. 결국 이 정보가 빠른 속도로 정보 생태계의 주요 뉴스로 떠오른다는 것이다.
즉, 허위 정보를 정보 생태계 전체로 확산시키는 이 파이프라인이 작동하는 데 있어 기성 언론의 역할이 지대하다. 벤클러 등 저자들은 특히 저널리즘 원칙을 평소 철저하게 지키며 신뢰를 쌓아왔던 언론이 논란이 되는 정보를 두고 “의혹이 있다”, “정치적 논란이 일고 있다”는 식으로 보도하는 것만으로도 해당 허위 정보를 확인해 주는 셈이라고 설명한다. 기성 언론의 의혹 보도가 허위 정보를 정당화하는 수단이 될 수 있음은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있었던 소위 클린턴재단 사건이 잘 보여준다. 당시 힐러리 클린턴 미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러시아 정부에 미국 우라늄 광산의 지분을 넘기는 대가로 클린턴재단을 통해 후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 있었는데, 이는 극우 미디어인 브레이트바트(Breitbart)의 피터 슈바이처(Peter Schweizer)가 2015년 발간한 《클린턴 캐쉬(Clinton Cash)》라는 책에 담긴 내용이었다. 2015년에는 일부 우익 미디어 내에서만 언급되던 내용이지만 뉴욕타임스가 이 건을 보도한 이후 소셜미디어에서는 관련 기사의 공유가 증가했다. 또한 도널드 트럼프 당시 공화당 후보는 이 의혹을 최초로 폭로한 극우 미디어가 아니라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ABC뉴스와 같은 엘리트 언론의 관련 보도를 인용하며 클린턴 후보를 공격했다. 즉, 기성 언론의 허위 정보 보도는 이 정보에 정당성을 부여한 셈이다.
국내에서 진행된 연구 역시 기성 언론이 허위 정보 확산의 파이프라인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19년 4월 강원도 고성 산불 당시 온라인을 중심으로 ‘산불이 발생했는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언론사 사장과 술을 마시느라 한참 후에나 현장에 나타났다’는 내용의 허위 정보가 확산했다. 김춘식과 홍주현(2020)3)이 유튜브에서 이 허위 정보가 어떻게 확산하는지 알아본 결과, 관련 정보를 최초로 생산하고 유포한 것은 보수 성향 개인 유튜버지만, 이 정보가 널리 퍼져나간 데는 YTN, JTBC, 채널A 등 주요 기성 방송사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의 역할이 컸다. 개인 유튜브 채널보다 훨씬 많은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는 이들 기성 언론이 개인 유튜버가 언급한 내용을 전달해 보도함으로써 아직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정보를 더 확산하는 역할을 한 것이다.
언론이 허위 정보를 마주했을 때 던져야 할 질문
그렇다면 언론은 허위 정보를 어떻게 다뤄야 할까? 인터넷 관련 비영리 연구 기관인 데이터앤소사이어티(Data & Society)에서 2018년 발표한 보고서 <확산의 산소: 극단주의, 적대주의, 온라인 여론조작자에 대해 보도하는 올바른 방법(The Oxygen of Amplification: Better practices for reporting on extremists, antagonists, and manipulators online)>은 허 위 정보를 포함해 사실이 아닌 정보를 보도할지 말지를 둘러싼 딜레마와 이에 대한 대처방안을 심도 있게 탐색했다.4) 이 보고서는 현재 기성 언론이 허위 정보나 각종 음모론의 확산을 촉진하는 산소 역할을 하고 있을 뿐 아니라 가끔은 아예 로켓 연료를 붓고 있다고 표현한다.
이 보고서를 작성한 휘트니 필립스(Whitney Phillips) 오레곤대 교수는 다양한 정치적 성향의 언론사에 종사하는 기자 50명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현 정보 환경에서 언론인이 무엇을 고민해야 할지에 대한 통찰력 있는 견해를 제시한다. 이 보고서는 허위 정보를 보도하는 것뿐만 아니라 보도하지 않는 것도 심각한 문제를 수반한다고 지적한다. 우선 사실 여부가 의심되는 정보를 보도하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사람들의 관심을 키워 해당 내용을 유포한 집단이 더 부각되고 영향력을 행사하게 됨
△사람들이 해로운 정보에 무뎌지고 정상이라고 받아들이게 됨
△보도가 가짜 정보에 신빙성을 부여할 수 있으며, 해당 정보를 유포한 집단이 더욱 유해한 조작 정보를 만들도록 독려할 수 있음
△복잡하고 다양한 해석이 존재할 수 있는 문제를 단순화함
반면, 해당 내용을 보도하지 않을 때도 다음과 같은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더 나쁜 정보가 생겨날 여지를 남겨, 허위 주장에 쉽게 속는 시민들이 위험해짐
△관련 지식이 전혀 없는 다른 기자가 해당 허위 정보를 먼저 발견하고 어설프게 취재, 보도할 가능성이 있음
△잘못된 정보를 정정함으로써 시민들을 교육할 기회를 놓침
△유해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면 이 같은 정보를 퍼뜨리는 이들은 더 음지로 숨어들어 세력을 키울 수 있음
△해당 내용을 보도하지 않는다고 관련 문제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기에 보도하지 않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임
보고서는 사실이 아닌 정보를 확산하는 것이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도 또는 확산하지 않는 것이 무조건 좋다고도 할 수 없는 모순을 잘 보여준다. 이에 보고서는 연구에 참여한 언론인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사실성이 의심되는 정보의 보도 여부를 결정할 때 참고할 몇 가지 기준을 제시하는데, 언론인이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질 것을 권한다.
△해당 정보가 폐쇄적인 특정 그룹을 넘어 확산할만한 티핑포인트(tipping point, 균형을 이루던 것이 깨지고 급속도로 특정 현상이 퍼지는 지점)에 도달했는가?
△이 이야기가 사실이 아님이 밝혀짐으로써 시민들이 배울 점이 있는가?
△유포되고 있는 허위 사실에 대응하기 위해 제안할 수 있는 정치적·사회적 행동이 있는가?
△이 허위 정보를 공개함으로써 다른 더 중요한 거짓을 밝혀낼 가능성이 있는가?
필립스 교수의 보고서는 위의 기준이 모두 충족되지 않을 경우 해당 정보는 당장 보도할 가치가 없다고 적었다. 혹 정보가 티핑포인트를 넘어 정보 생태계 전체로 흘러들 가능성이 높은 상황인데다 더 큰 공공의 이익을 위해 허위 정보에 대해 보도할 필요가 있을 때도 수많은 좋은 보도의 선례를 따라 보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허위 정보 다루는 보도 윤리 확립해야
언론이 허위 정보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고민함에 있어서 현 정보 생태계에서 언론이 허위 정보를 확산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언론이 사실이 아닌 정보를 받아쓰듯 보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벤클러 등(2018)은 이를 두고 여러 다른 의견을 아우르는 균형 잡힌 보도를 통해 불편부당성을 추구해온 저널리즘의 원칙을 잘못 적용한 결과라고 분석한다. 균형 잡힌 보도를 추구한다는 명목으로 언론은 허위 정보나 프로파간다 유포자에게도 마이크를 들이댄다는 것이다. 특종 문화나 갈등을 중시하는 뉴스가치 판단도 한몫한다. 김춘식과 홍주현(2020)은 허위 정보를 마주쳤을 때 언론은 이를 단순히 갈등적 정치 이슈로 다룰 뿐 해당 보도가 가져올 파급력에는 관심이 없다고 평한다.
하지만 필립스(2018)는 언론이 열심히 기사를 쓴 결과 도리어 허위 정보를 확산하게 되는 이 상황이 부주의한 언론인의 탓만은 아님을 지적한다. 정보 환경 자체가 변화한 이유도 있기 때문이다. 필립스는 보고서에서 언론인들이 사실이 아닌 정보를 부주의하게 확산하는 이유로 △트래픽과 클릭을 중시하는 업계의 애널리틱(analytic) 만능주의 △질 나쁜 정보도 거름망없이 인터넷에 광범위하게 퍼져나갈 수 있는 디지털 환경 △저널리즘을 수행할 훈련이 제대로 되지 않은 수많은 인턴, 프리랜서 기자들이 다량의 기사 생산을 강요받는 업계 상황 등을 든다. 이 같은 환경 변화 때문에 언론인들은 정보의 사실성 여부를 세심하게 확인해가며 보도해야 한다는 저널리즘의 기본적인 원칙을 실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언론인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언론이 허위 정보 확산의 파이프라인으로 기능할 때 야기할 수 있는 사회적, 정치적 결과다. 언론이 허위 정보의 증폭자 역할을 한다면 정말로 중요한 진실을 전하려 할 때 시민들의 신뢰를 기대할수 없다.5) 더불어 언론마저 허위 정보를 걸러내기보다 확산하면, 시민들이 정확한 정보에 바탕해 토론하고 중요한 정치적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역량 자체가 무너져 종국에는 민주주의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6) 따라서 이제는 언론이 사실이 의심되는 정보를 어떻게 다루고 보도해야 하는지에 대해 함께 더 진지하게 고민하고 현 정보 환경에 맞는 정보 확산 윤리를 정립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1) Benkler, Y., Faris, R., & Roberts, H.,《Network propaganda: Manipulation, disinformation, and radicalization in American politics》, Oxford University Press, 2018.
2) 브레이트바트(Breitbart), 인포워스(Infowars), 트루스피드(Truthfeed), 제로헤지(Zero Hedge), 게이트웨이펀딧(The Gateway Pundit) 등이 대표적이다
3) 김춘식 · 홍주현, <유튜브 공간에서 ‘가짜뉴스의 뉴스화’: 〈고성산불〉 관련 정치적 의혹 제기와 청와대 반응 사례 연구>, 정치정보연구, 23권 2호, 403-439쪽, 2020.
4) Phillips, W.,
어는 어떻게 허위정보에 속았는가(휘트니 필립스, 박상현 옮김. 한국언론진흥재단)>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간돼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홈페이지 https://www.kpf.or.kr/front/research/trendDetail.do?seq=588401에서 PDF로 볼 수 있다.
5) Marwick, A. & Lewis, R.,
6) 최지향, <우리는 선거에서 함께 최선의 판단을 내릴 수 있는가? 허위정보생태계 속 여론역량의 하락과 언론의 정보확산윤리>, 방송문화연구, 33권 2호, 47-76쪽, 20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