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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세대의 언론 신뢰가 유독 낮아진 오늘, 이들의 시선과 태도를 이해하는 일은 민주주의의 미래를 가늠하는 중요한 열쇠다. 청년들의 관심을 언론으로 돌리기 위한 해법을 찾는 출발점이 될 연구를 요약·소개한다. 편집자 주
이 연구1)에 대한 아이디어를 처음 떠올린 것은 몇 년 전 한 세미나장에서다. 학계와 업계 관계자들이 모여 언론 신뢰 향상 방안을 고민하는 세미나였는데 언론, 특히 주요 기성 언론의 보도 방식에 대한 호된 비난과 질타가 이어졌고 결국 보도의 질을 높여야 언론이 시민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는 결론으로 토론이 마무리됐다. 하지만 내 머릿속에는 질문이 꼬리를 물었다. ‘언론을 신뢰하지 않는 이들은 어떤 사람일까?’, ‘사람들이 언론을 신뢰하지 않는 이유가 오직 낮은 보도의 질 때문일까?’, ‘당연히 보도의 질은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보도의 질만 높인다고 언론을 신뢰하지 않던 사람들이 언론을 신뢰하고 이용하게 될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학술지 «언론정보연구»에 <언론 신뢰 결여와 관련한 다양한 태도: 청년들의 언론에 대한 불신, 회의, 냉소, 무관심과 시민성의 관계를 중심으로>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특히 이번 연구는 청년층에 주목했다. 청년들 사이에서 기성 언론을 신뢰하지 않는 성향이 두드러지는 데다2) 이들의 언론에 대한 태도나 소비 행태가 민주주의의 미래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연구 분석을 위해 2023년 19~35세 대한민국 청년을 대상으로 두 차례 실시한 설문조사3) 데이터를 이용했다.

불신, 냉소, 회의, 무관심
필자가 우선 관심을 가진 문제는 언론을 신뢰하지 않는 태도의 본질이다. 언론을 신뢰하지 않는 사람들이 모두 다 언론을 불신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한국에서는 언론을 신뢰도 불신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매우 많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2023년 영국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세계 46개국에서 실시한 언론 신뢰도 조사에서 뉴스를 ‘신뢰도 불신도 하지 않는다’라고 답한 한국 응답자는 무려 45%에 달했다. 이는 뉴스를 ‘신뢰한다’(28%)거나 또는 뉴스를 ‘신뢰하지 않는다’(27%)고 답한 응답자보다 많은 것이다.
그러면 ‘언론을 신뢰도 불신도 하지 않는다’라는 태도는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분명 언론을 신뢰하는 것은 아니므로, 이들 역시 낮은 언론 신뢰를 논할 때 빠뜨려서는 안 되는 집단이다. 그렇다고 이들이 언론을 불신하는 것도 아니다. 즉 언론을 신뢰하지 않는 이들의 태도는 불신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불신을 포함해 다양한 종류의 언론에 대한 반감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이 연구는 여러 단계의 통계 분석과 검증4)을 통해 언론에 대한 신뢰가 결여된 청년들이 언론에 대해 가지는 태도가 불신, 회의, 냉소, 무관심으로 다양함을, 또 이 태도들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는 하지만 구별되는 각각 별개의 태도임을 보여준다. 각 태도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우선 언론을 불신(distrust)한다는 것은 신뢰가 낮은 상태를 의미한다. 불신의 태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언론을 신뢰하는 태도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신뢰란 기본적으로 미래에 대한 기대와 관련된 태도로, 어떤 대상과 관계를 맺음으로써 얻는 것이 잃는 것보다 많다고 여길 때 형성된다. 하지만 언론이 미래에 정말로 나의 기대를 충족할지 여부는 알 수 없으므로 신뢰할 근거가 필요하다. 사람들이 주로 기대는 근거는 과거에 대한 평가다. 때문에 연구자들은 공정성, 정확성, 심층성과 같은 저널리즘 원칙 수행 정도에 대한 평가에 기반해 언론 신뢰 정도를 측정하곤 한다. 이 같은 논의에 기반해 볼 때 언론에 대한 불신은 언론이 저널리즘 원칙에 따라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고 여기는 상태를 의미한다.
언론에 대한 냉소(cynicism)는 언론 신뢰가 결여된 태도라는 점에서 불신과 비슷하지만, 명확히 구분되는 특징을 지닌다. 냉소하는 태도의 본질은 언론이 공익보다 사익만을 추구한다는 인식과 언론에 대한 비관주의다.5) 언론을 냉소하는 이들은 언론이 이익을 위해서라면 여론을 조작하거나 특정 정치 세력과 손을 잡을 수도 있다고 여기며, 언론이 어떤 노력을 한다 해도 개선될 희망이 없다고 생각한다.
회의(skepticism)는 언론에 대한 비판적이고 건설적인 평가에 바탕을 두고 있다. 기성 언론이 과장하거나 틀리기는 하지만 어느 정도 노력을 하고 있다고 여기는 태도다.6) 공적 기구로서 언론의 역할을 인정한다는 점에서 언론의 존재가치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냉소와 전혀 다르다. 마지막으로 언급할 태도는 무관심(indifference)이다. 무관심은 단순히 언론에 관심이 없는 상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수많은 언론이 존재하지만, 이들 사이에 어떤 것이 더 좋고 나쁘고를 구별할 만큼의 차이도 없고, 그래서 모두 다 비슷하게 마음에 들지 않는 태도가 무관심이다.7)
냉소하는 청년, 정치 참여는 활발
또 생각해 볼 다른 지점은 언론에 대한 각기 다른 부정적 태도가 시민성에 미치는 영향이다. 언론을 신뢰하는 청년 시민이 줄어드는 상황을 걱정해야 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시민 역량의 하락 때문이다. 수많은 연구는 시민이 뉴스를 적절히 소비할 때, 공적 이슈에 대한 지식을 갖추고, 사회 구성원의 다양한 목소리를 접하고, 정치에도 활발히 참여한다고 밝혔다. 즉 청년이 언론을 신뢰하지 않는다면 뉴스를 이용하지 않게 되고 시민성을 갖추지 못해 민주주의의 유지와 발전이 위기에 처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필자는 언론에 대한 불신, 냉소, 회의, 무관심이 청년들의 정치 지식, 정치 참여 정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살펴봤다. 분석 결과 언론을 냉소하는 태도가 시민 역량에 특히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언론을 냉소하는 사람들, 그중에서도 언론이 어떻게 해도 시민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식의 ‘비관주의’가 높은 이들의 정치 지식 수준은 눈에 띄게 낮았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비관주의가 높은 이들은 정치 지식 수준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에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언론에 대한 불신이 높은 이들은 정치 지식 수준이 높고 정치 참여 또한 활발했다.
언론에 대한 냉소가 높은 청년 시민들이 정치와 관련한 사실적 지식을 충분히 갖추지 못했음에도 정치에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는 결과는 언론에 대한 다양한 부정적 태도 중 특히 냉소에 주목해야 함을 시사한다. 이는 소위 ‘무지한 참여’의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왜 언론을 냉소하는 이들은 정치 지식이 낮은데도 정치 참여를 활발히 할까? 그 이유를 짐작해 볼 수 있다. 언론을 냉소하는, 특히 언론에 대해 비관적인 사람들은 기성 언론을 적극적으로 회피하고 대신 SNS, 유튜브 같은 대안적 경로를 통해 찾은 정보에 의존할 가능성이 크다.
대개 이런 대안적 정보원은 시민으로서 꼭 알아야 하는 양질의 공적 정보 전달보다는 흥미성 높은 정보 또는 편향된 정보로 조회수를 높이는 데 최적화돼 있다. 이 때문에 이용자들은 중요한 공적 이슈에 대한 정보를 얻지 못해 정치 지식이 낮을 수 있다. 그러나 접하는 정보의 양 자체가 많아 자신이 많이 알고 있다고 착각할 수 있고 이런 효능감이 활발한 정치 참여로 이어질 수 있다.
반면 언론에 대한 불신이 높은 이들은 민주주의 시민 역량 측면에서 바람직한 시민이다. 이들은 정치 지식이 높고 정치 참여도 활발하다. 언론을 불신하는 태도는 기본적으로 언론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있으나 언론이 그 기대를 충족하지 못한다는 평가에 기반한다. 이 때문에 이들은 민주주의 기구로서 언론 제도 자체에 대해 긍정적 태도를 가진 시민이라 할 수 있다.

신뢰 회복, 시민 맞춤 해법 필요
다시 글의 도입부에서 언급한, 한 세미나장에서 떠올렸던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필자는 사람들이 언론을 신뢰하지 않는 이유가 오직 낮은 보도의 질 때문인지 고민했다. 언론을 불신하는 이들의 경우 보도의 낮은 질에 불만을 가진 이들이 맞다. 하지만 냉소하거나 회의적이거나 무관심한 이들은 꼭 그렇지만은 않을 것이다. 또 다른 질문은 보도의 질 제고가 언론을 신뢰하지 않던 사람을 신뢰하게 할 만병통치약이 될 수 있느냐는 점이었다. 연구 결과는 어떤 이들에게는 양질의 보도가 신뢰 제고의 방안이 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이도 있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언론에 대한 불신이 높은 이들에게는 보도의 질 향상이 이들의 신뢰를 얻는 방법일 수 있다. 언론을 불신하는 이들은 정치 지식과 정치 참여 정도가 모두 높다는 점에서 특히 소중한 시민들이다. 언론이 양질의 보도를 제공함으로써 이 소중한 시민들의 민주적 역량을 더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언론을 냉소하거나 무관심한 이들의 경우 보도의 질 제고만으로 신뢰를 얻기 어렵다. 특히 냉소하는 이들은 언론이 어떤 노력을 해도 나아질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해 기성 언론의 가치 자체를 폄훼하고 기성 언론으로부터 완전히 이탈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미 언론과의 연결고리가 끊어진 상태이기 때문에 보도의 질을 높이려는 노력이 이들에게는 닿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을 아예 무시할 수도 없다. 언론 냉소가 높은 이들 역시 정치적으로 활발하게 목소리를 내고 참여하는 집단이기 때문이다. 이 연구에서는 이들과의 끊어진 관계를 잇기 위한 별도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다만 구체적인 대안까지는 제시하지 못했다. 본 연구의 결과에 기반해, 앞으로 언론을 냉소하는 이들과의 연결 방안에 대한 더 많은 고민과 논의가 필요하다.
1) 최지향(2025), <언론 신뢰 결여와 관련한 다양한 태도: 청년들의 언론에 대한 불신, 회의, 냉소, 무관심과 시민성의 관계를 중심으로>, 언론정보연구, 62(1), 205-225쪽
2) 최진호·이현우(2023),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3 한국>, 한국언론진흥재단
3) 첫 번째 설문조사는 2023년 4월 18일부터 21일까지, 두 번째 설문조사는 2023년 5월 12일부터 5월 16일까지 실시했다. 첫 번째 설문에는 1,158명이 응답했고, 첫 번째 설문조사에 답한 응답자들을 대상으로 설문 링크를 발송해 두 번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두 번째 설문조사 응답자는 700명이었다.
4) 불신, 냉소, 회의, 무관심이 언론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는 각각 별개의 영역인지 파악하기 위해, 여러 다른 가설을 바탕으로 다섯 개의 경쟁적인 확인적 요인 분석(confirmatory factor analysis) 모델을 제시하고 어떤 모델의 적합도가 가장 뛰어난지 비교하는 방식을 취했다.
5) Čedomir Markov & Min, Y.,(2022), <Understanding the public’s animosity toward news media: Cynicism and distrust as related but distinct negative media perceptions>, Journalism & Mass Communication Quarterly, 99(4), pp.1099-1125.
6) Quiring, O., Ziegele, M., Schemer, C., Jackob, N., Jakobs, I., & Schultz, T.(2021), <Constructive skepticism, dysfunctional cynicism? Skepticism and cynicism differently determine generalized media trust>, International Journal of Communication, 15, 22
7) Dassonneville, R., & Hooghe, M.(2018), <Indifference and alienation: Diverging dimensions of electoral dealignment in Europe>, Acta Politica, 53(1), pp.1-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