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상세
제20대 대선을 앞두고 우리 언론은 정확한 정보를 대중에게 전달하고 있을까. 사실 검증 사례는 늘고 있지만 그 질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구심이 크다. 대선 보도 팩트체크의 현황과 문제점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너무나 혼란스럽다. 1987년 이후 치러진 7번의 대선 중에서 가장 혼란스러운 대선인 듯하다. 이런 어지러움의 원인은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 두 명이 명확한 실체 파악이 쉽지 않은 이런저런 논란거리와 직접적으로 연계돼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성남시장 재직 당시 진행된 이른바 ‘대장동 개발’을 둘러싼 특혜 및 ‘몸통’, ‘뒷거래’와 관련된 의혹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고,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배우자의 허위 경력, 처가 비리에 더해 ‘무속’ 관련 논란으로 지속적으로 뉴스에 오르내리고 있다.
덕분에 여러 언론사의 대선팀이나 정치·사회부는 대선 과정에서 사실 검증에 초점을 맞추는 기사 작성에 직접 상당한 공을 들이거나, 사실 검증 기사를 전문으로 작성하는 팩트체크 전담팀이나 부서와 긴밀하게 연계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기사의 품질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은 다음에야 논란거리를 그 내용의 진위와 완전히 분리해 다루는 것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그 때문인지 작년 말, 정계가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를 시작한 이후부터 사실 검증과 관련된 기사나 코너 수가 늘고 있는 모양새다. 예를 들어 인터넷 언론사인 뉴스포스트는 특별히 대선과 관련된 인물들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SNS에서 한 발언의 사실관계를 검증하는 시리즈인 <대선후보 SNS 발언 검증대, 스낵 팩트>를 지난해 9월 중순부터 개설해 2021년 1월 중순까지 60여 개 기사를 게재했다. 상당수의 언론사는 기존에 운영하던 사실 검증 코너를 대선 관련 이슈 검증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노컷뉴스의 <노컷체크>, MBC의 <대선 알고보니>, YTN의 <팩트와이>, KBS의 <팩트체크K> 등이 이런 사례다.
대선 관련 사실 검증 기사 선보이는 언론
대선 레이스 시작 이후 사실 검증에 대한 언론사들의 관심이 높아졌다는 것은 숫자로도 어느 정도 확인된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뉴스빅데이터 분석시스템인 빅카인즈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에 ‘팩트체크’라는 단어를 포함해 작성된 기사는 총 414개로, 3분기(360개)나 2분기(316개)에 비해 13~15%가량 증가했다.[그림] 일반적으로 대선과 좀 더 직접적으로 관련 있다고 간주하는 정치, 경제, 사회 영역의 기사들만 따로 떼어봐도 비슷한 양상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팩트체크라는 단어를 포함한 기사가 반드시 사실 검증 기사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수치는 최소한 국내 언론사들이 작년 초보다 사실 검증이라는 이슈에 좀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기사나 코너 수가 늘어나고 있다고 해서 한국 언론이 제20대 대선을 맞이한 이 시점에, 과거 다른 큰 정치적 이벤트가 있었을 때보다 ‘더’ 사실 검증이라는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사실 검증을 앞세운 기사들은 항상 대형 정치적 이벤트를 앞두고 급격히 증가했다가 이벤트 이후 다시 감소하는 경향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2012년 오마이뉴스가 미국 사실 검증 전문기관 폴리티팩트(Politifact)의 형식을 차용한 <오마이팩트>를 선보이며 국내에 처음 팩트체크 저널리즘을 선보였지만(정은령 2018),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팩트체크 저널리즘이라는 형태가 가동된 것은 제19대 대선이 치러진 2017년이라고 볼 수 있는데(최순욱, 윤석민, 2017; 김선호, 김위근, 2017), 빅카인즈에 따르면 이때부터 지금까지 팩트체크 관련 기사들은 제19대 대선(2017년), 제7회 지방선거(2018년), 제21대 국회의원선거(2020년), 2021년 재보궐선거를 기점으로 계속 그 양이 등락을 반복해왔다는 것이 확인된다. 물론 팩트체크 관련 기사의 수가 시간이 지나며 전반적인 우상향 양태를 보이는 것은 사실이나, 여기에는 팩트체크라는 용어 자체의 일상화가 미친 영향도 어느 정도 작용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의구심은 2017년부터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가 운영 중인 협업형 사실 검증 서비스 SNU팩트체크를 들여다보면 더욱 커진다. SNU팩트체크는 제휴 언론사들이 작성한 사실 검증 기사들을 정치 이벤트와 주제별로 구분해 놓고 있는데, 2022년 1월 10일까지 이 서비스에 게재된 주요 정치 이벤트별 주제와 기사의 수는 [표]와 같다.

제20대 대선을 두 달 남겨놓은 시점에서 제19대 대선 대비 주제 수 기준으로는 약 70%, 기사 수 기준으로는 약 60% 가량의 사실 검증 기사가 게재됐는데, 일반적으로 아주 특별한 사건이 돌발적으로 발생하지 않으면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여러 가지 사실이 이미 검증되거나 해명됨으로써 새로 작성되는 사실 검증 기사의 수가 줄어든다. 이를 감안하면 제20대 대선의 사실 검증 기사가 제19대 대선 때보다 많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게다가 뉴스포스트처럼 제20대 대선 과정에서 다른 언론사보다 팩트체크 기사를 월등히 많이 생산해 이 중 상당수를 SNU팩트체크에 게재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런저런 논란거리가 더욱 두드러지는 제20대 대선에서 사실 검증 기사는 다른 정치 이벤트가 있을 때보다 오히려 덜 작성되고 있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원칙 반하는 팩트체크 남발은 금물
‘양’의 관점에서 한국 언론이 과거보다 더 사실 검증에 기여하고 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면 ‘질’의 관점에서는 어떨까. 안타깝게도 이 질문에 대해서도 지금으로선 ‘그렇다’라고 명확하게 말하기 어렵다고 생각된다. 한국 언론에 팩트체크 저널리즘의 형식이 본격적으로 작동한 지 5년이 됐음에도 여전히 기본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기사들이 팩트체크 기사라며 작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유형이 의견이나 주장, 예측에 대한 검증 시도다. 지난 1월 17일 매일경제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페이스북에 적은 ‘비정규직이 정규직보다 낮은 고용 안정성을 적용받기 때문에 더 많은 보수를 받아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검증한 기사가 사례다. 이 기사가 다룬 ‘더 많은 보수를 받아야 한다’는 언급은 합리성을 따져봐야 하는 ‘주장’이다. 명제 중에서 ‘사실관계’에 속하는 것만 팩트체크 대상이 된다는 것이 폴리티팩트, 유럽저널리즘교육협회(EJTA, European Journalism Training Association) 등 팩트체크 관련 주요 기관과 단체들의 일반적인 인식이다. SNU팩트체크도 팩트체크의 대상을 “실질적 근거를 동원해 사실성을 가릴 수 있는 것으로, 의견은 검증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명확하게 한정하고 있다. 노컷뉴스가 1월 12일에 <노컷체크> 타이틀로 게재한 ‘대통령 바뀌면 ‘병사 월급 200만원’ 시대…줄 돈은 있나’ 기사도 비슷하다. 각 대선 후보들이 병사 월급을 200만 원 정도까지 올리겠다는 공약에 대해 ‘(달성여부의) 시기와 속도를 두고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엇갈렸다’며 ‘(참, 또는 거짓에 대한) 판단 유보’라는 결론을 내렸는데, 이것 역시 공약의 합리성을 따진 것이지 사실관계를 검증한 것이 아니다. 세 후보의 주장에 대해 세부 사항을 무시한 채 하나로 묶어 무엇인가 검증하겠다는 시도가 애초부터 팩트체크를 할 수 없게 만든 것이다. 이 외에도 700~800억 원의 재원만 마련하면 탈모약 보험 적용을 할 수 있다는 발언을 검증한 SBS의 11월 11일 자 <사실은> 기사 등 팩트체크를 전면에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사실관계가 아닌 주장의 합리성이나 타당성을 들여다본 기사들이 여럿이다. ‘A의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나 ‘A의 예측은 합리적이지 않다’와 ‘A는 거짓을 말하고 있다’는 전혀 다른 것을 말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기사들은 서로 명확하게 구분돼야만 한다. 이와 함께 익명 전문가의 발언을 이용해 사실 검증을 시도(정은령, 2018)하는 것 등 일반적인 팩트체크의 원칙에 반하는 사례들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사실 2022년 1월에 제20대 대선과 관련된 한국 언론의 팩트체크 성과를 면밀하게 따지는 것은 섣부르다. 보다 정확한 판단은 대선 이후 관련 기사들을 면밀히 분석한 후에야 가능할 것이다. 제7회 지방선거에서 이뤄진 주요 언론사 팩트체크의 특징에 대한 연구(김수정, 정연구, 2021)도 선거 이후 3년이 지나서야 발표됐다.
하지만 단편적인 제20대 대선 보도 분석을 통해서도 한 가지 교훈은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팩트체크라고 부르든 사실 검증이라고 하든 그것을 전가의 보도로 여기고 남발하는 것은 금물이라는 것이다. 사실 팩트체크는 매우 제한적인 보도 양식이다. 기사를 작성하는 과정에 투입되는 자원도 상대적으로 많고, 모든 사안에 이 보도 양식을 적용할 수도 없다. 사실관계에 대한 내용이라도 급변하는 것이라면 실질적으로 검증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한국 언론의 제20대 대선 관련 사실 검증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지금 시점에서는 양보다 질의 문제로 판단된다. 무엇이 팩트체크의 영역이고 팩트체크 기사의 적절한 형식과 문법인지에 대한 고민 없이 만들어지는 사실 검증 기사들은 사실관계에 대한 뉴스 이용자의 오해를 가중시킬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