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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월드 와이드] 중국
미디어 월드 와이드 | 등록일 : 2022-03-25

중국의 다양한 얼굴 드러낸 베이징 동계올림픽

 

제24회 동계올림픽이 중국 베이징에서 2022년 2월 4일부터 20일까지 총 16일간 개최됐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예정보다 한 해 연기돼 2021년 일본 도쿄에서 개최된 제32회 하계올림픽에 이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개최된 두 번째 올림픽이자 세계 최초로 동계·하계올림픽 개최 도시가 된 베이징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그러나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미국이 중국의 인권 탄압을 문제 삼으며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했고 많은 서방 국가들이 이에 동참하면서 양국 간 갈등이 깊어졌다. 한국에서는 개막식에서의 한복 논란과 쇼트트랙 게임 편파판정 논란이 큰 이슈가 됐다.

 

많은 이슈 속에서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이번 동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와 운영에 사활을 걸었다. 대외적으로는 국제사회에 중국의 실력과 성장을 알리기 위한 기회로, 대내적으로는 국민의 애국심과 민족주의를 고취시키는 기회로 삼기 위함이었다. 이를 통해 중국 공산당의 통치 체제 안정과 함께 시진핑 지도부에 대한 지지도를 확고히 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특별히 올해 가을에 개최될 중국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에서 3연임을 확정 짓고자 하는 시진핑 주석에게 이번 올림픽은 '정치적으로' 중요한 이벤트였던 것이다.

 

성공적인 올림픽을 위해 중국은 올림픽 참가자와 일반인을 완전히 분리하는 폐쇄 루프(Closed Loop) 방식으로 이번 대회를 치렀다. 팬데믹 기간동안 강력한 통제와 엄격한 관리를 기반으로 한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중국은 자국의 '효율적인' 팬데믹 관리 체계를 올림픽 운영에 그대로 적용했다. 다수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고 무관중으로 진행됐던 도쿄 올림픽과 비교해보면 극소수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소규모이긴 하지만 관중들이 직접 경기를 관람하는 등 팬데믹 기간 중에 성공적인 대회 운영을 해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폐쇄 루프 방식의 대회 운영을 경험한 외국 선수단들은 중국의 폐쇄성과 경직성에 불만을 토해내기도 했다. 루지 여제로 유명한 독일 선수 나탈리 가이젠베르거(Natalie Geisenberger)가 귀국 후에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중국에 올림픽 개최 권한을 준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 것이 대표적이다. 가이젠베르거는 올림픽 개최 전 전지훈련으로 베이징을 찾았을 당시 엄격한 격리를 경험한 뒤 베이징 올림픽에 출전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화제가 된 바 있다.

 

구아이링: 떠오르는 애국 민족주의 스타

 

중국 언론과 소셜미디어상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선수는 바로 프리스타일 스키 종목의 구아이링(Eileen Gu)이다. 구아이링은 2003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났으며 3살 때 처음 스키를 시작해 8살에 프로팀에 입단한 뒤 9살에 미국 주니어 챔피언십에 출전, 우승을 차지한 뒤로 지금까지 각종 대회에서 많은 우승 기록을 보유한 스키 천재다. 미국 국가대표로 활약 중이던 구아이링은 2019년 어머니의 나라인 중국의 국적을 취득한 뒤 중국 대표로 국제 대회에 출전하기 시작했다. 올해 19살인 그녀는 2022 베이징 올림픽에서 역사상 최연소 프리스타일 스키 금메달리스트가 된 것은 물론 익스트림 스포츠 종목 역사상 처음으로 메달 3개(금메달 2개, 은메달 1개)를 획득한 선수가 됐다. 중국 역사상 첫 번째 프리스타일 스키 금메달리스트가 된 것은 물론이다. 트럼프 정권 때부터 시작된 미중 갈등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최고의 스포츠 스타가 자신의 의지로 중국 국적을 취득하고 중국 국가대표팀에 최고의 성적을 안겨줬다는 사실에 중국의 누리꾼들은 열광했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참가해 중국의 폐쇄성과 경직성에 불만을 표시한 독일 올림픽 루지 선수 나탈리 가이젠베르거 Ⓒ연합뉴스

 

 

앞서 이야기한 대로 구아이링은 미중 갈등이라는 상황에서 '적진'에서 넘어온 매우 상징적인 존재로, 특히 애국 민족주의로 무장된 중국의 젊은 세대들에게 우상으로 자리매김했다. 올림픽 준비 시점부터 올림픽 개최 기간의 클라이맥스에 이르기까지 중국은 말 그대로 구아이링에게 열광하고 환호했다. 구아이링이 중국 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주요 기업들의 광고를 싹쓸이 한 것이 대표적인 현상이다. 루이비통, 티파니, 빅토리아시크릿, 에스티로더 등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이 몰려 든 것은 물론, 징둥, 루이싱 커피 등 중국 대표 브랜드의 광고 모델로도 활약하고 있다. 전세계 명품 브랜드의 최대 시장인 중국이 열광하는 스포츠 스타라면 기업 입장에서 꼭 붙잡아야 하는 카드인 것이다.

 

반면 이번 올림픽에서는 비슷한 배경을 갖고도 오히려 소셜미디어상에서 엄청난 비난을 받은 선수도 있다. 부모가 모두 중국인으로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난 주이(朱易)는 베벌리 주라는 영어 이름도 중국식으로 바꾸면서 중국 국가대표가 되기 위해 2018년에 중국에 귀화했다. 그러나 피겨 스케이팅 종목에서 중국 대표로 출전한 주이는 여자 피겨 스케이팅 단체전에서 본인의 연기 중 실수를 연발하며 최하위 점수를 받은 뒤 중국 누리꾼들의 거센 비난에 시달렸다. 중국의 젊은 세대 가운데 만연한 민족주의와 애국주의는 곧잘 저조한 성적을 거둔 선수들에 대한 거대한 비난으로 탈바꿈하기도 한다. 주이의 경우 구아이링과 달리 중국어를 유창하게 하지 못하는 것도 소셜미디어상에서 젊은 누리꾼들의 공격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가 실력 있는 중국 선수들을 제치고 국가 대표로 선발된 것이 UCLA에서 북경대로 자리를 옮긴 인공지능 전문가 아버지 덕분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N세대의 애국 민족주의는 어떻게 시작됐나


앞서 언급한 소셜미디어상 모든 사건의 주도 세력은 바로 중국의 젊은 세대들이다. 애국 민족주의(Nationalism)에서 본떠 ‘N세대’라고 불리는 중국 젊은 세대의 열정적인 나라 사랑은 어디에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중국 N세대는 중국 정규교육 과정에 깊숙이 침투해 있는 애국주의 교육에 영향을 받았고 중국의 빠른 경제성장에 고무돼 있으며 온라인에서 주로 활동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천안문 사태 직후인 1990년대부터 중국 공산당은 정규교육 과정에 애국주의 교육을 강화했다. 1991년 8월 중국 국가교육위원회가 발표한 역사교육 개혁 관련 칙령의 주요 내용은 중국이 수모를 당한 역사(national humiliation)를 교육하겠다는 것이었다. 이전까지 중국 공산당의 역사는 봉건 세력, 지주 세력에 대한 계급 투쟁의 역사였다. 그러나 개혁, 개방의 분위기와 함께 공산당 일당 독재 체제에 분열이 발생하기 시작하자 외세에 대한 저항의 역사로 관점의 전환을 시도했다. 수치의 역사를 배우면서 민족주의 감정이 분출하고 응집돼 강력한 애국심을 구축하게 된 것이다.

 

현재 중국의 젊은이들은 이런 중국의 애국 민족주의 교육을 받고 자란 세대로 특히 시진핑 주석 집권 이후에는 더욱 노골적으로 중화 민족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2000년대 후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민족주의가 확산하는 가운데 공산당 집권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애국주의 교육이 민족주의로 무장한 젊은 세대의 부상을 촉진시켰다. 중국의 빠른 경제 성장과 함께 최근 코로나19의 성공적인 방역도 젊은 세대의 민족주의적 성향을 고무시켰다. 더 나아가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미중 갈등이 점점 악화되는 상황에서 주류 언론을 통해 미국을 필두로 하는 서방국가들과의 갈등과 분노를 적극적으로 표출하면서 중국 내 극단적 애국 민족주의의 흐름이 강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소셜미디어를 뒤덮은 쇠사슬 여성의 사연


주류 국영 언론에서 구아이링의 소식을 필두로 민족주의를 고무하는 올림픽 관련 내용을 쏟아내는 사이, 소셜미디어상에서는 한 여성의 사연이 누리꾼들의 분노를 이끌어냈다. 지난 1월 말에 소셜미디어에 등장한, 목에 쇠사슬이 묶인 여성이 한 남성에게 인신매매돼 십여 년 동안 여덟 명의 아이를 낳은 사연을 담은 짧은 영상이 발단이었다. 영상이 올라온 뒤 소셜미디어는 곧바로 폭발했지만, 주류 언론들은 이 사건을 철저히 외면했다. 올림픽 기간 동안 중국의 반인권적인 모습이 외부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지방 당국이 여러 차례 조사 결과를 내놨지만 누리꾼들의 분노를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주류 언론의 외면 속에 개인 블로거들의 취재와 제보가 이어졌고, 베이징대 학생 100명이 중앙 정부의 철저한 조사를 요구하는 공개 서신을 발표하기도 했다.

 

중국 당국은 올림픽이 폐막하고 난 뒤에야 사건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해당 지역의 당서기를 비롯한 고위 관리들을 직위 해제했다. 주류 매체들도 그제서야 해당 사건을 비판하고 분석하는 기사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이후 소셜미디어에 언론의 찬란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구아이링과 쇠사슬에 묶인 여성을 대조하며 무엇이 진짜 중국의 모습인지 성찰하는 글들이 큰 반향을 일으켰지만 이내 검열돼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올림픽 스타와 끝나지 않는 이슈들

 

올림픽 개최 후 얼마 되지 않아 구아이링의 인스타그램에 한 누리꾼이 “대다수 중국 사람들은 방화벽에 막혀 있는데 왜 당신만 인스타그램을 사용할 수 있는가”라고 댓글을 달자 그녀는 “누구든 앱스토어 등에서 무료로 VPN(가상 사설망)을 내려 받을 수 있다”고 응답했다. 구아이링의 대응이 이슈가 되자 이 대화가 오간 인스타그램 게시물은 얼마 가지 않고 삭제됐다.

 

중국에서는 당국이 예민하게 생각하는 웹사이트 및 소셜미디어 접속을 원천 차단하는 '만리방화벽' 정책으로 페이스북, 유튜브,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대부분의 해외 소셜미디어 이용이 불가능하다. 다수 중국인들이 VPN을 이용해 인스타그램 등의 해외 소셜미디어를 이용하고 있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지만 누구도 이를 공식적으로 언급하는 경우는 드물다. 최근 들어 중국 당국이 중국 앱스토어 등에서 VPN 앱들을 삭제하는 등 단속을 강화하는 가운데 이번 올림픽 기간 외국인 선수들과 외신 기자들은 만리방화벽 규제의 예외를 인정받아 선수촌과 경기장 등 일부 장소에서 자유롭게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었다. 구아이링의 경우 중국 대표로 경기에 참석하면서 인스타그램을 사용하고 있는 것을 중국 당국에서 눈감아 준 것이다.

 

베이징 올림픽 폐막 후 중국 주요 언론들이 USA 투데이를 인용해 구아이링이 올림픽을 마친 뒤 미국으로 돌아가서 학업과 여러 활동들을 이어나갈 것을 보도하자 소셜미디어에서는 또 한번 불꽃이 튀었다. 구아이링이 예상보다 빨리 미국으로 돌아가겠다는 뜻을 밝히자 일부 중국 누리꾼들은 구아이링에게 맹비난을 쏟아낸 것이다. 이와 함께 그녀의 국적 논란이 다시 제기되기 시작했다. 중국은 이중 국적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구아이링이 중국 국적을 취득할 때 미국 국적을 포기했어야 하지만 실제로 그녀가 여전히 미국 여권을 갖고 있을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여러 언론 인터뷰에서 관련 질문을 받을 때마다 구아이링은 이에 대해 명확하게 해명한 적이 없다.

 

미국은 이중국적을 허용하기 때문에 크게 문제될 것은 없지만 중국 당국 입장에서는 해당 이슈가 수면으로 떠오르는 것이 달갑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미국 국적을 포기하지 않았다면 그녀에게만 아주 특별한 혜택이 부여된 셈인데, 일각에서는 그녀의 귀화가 중국 당국의 체제 선전을 위한 목적과 본인의 상품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목적이 합작된 철저히 계산된 전략이라고 해석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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