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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월드 와이드] 중국
미디어 월드 와이드 | 등록일 : 2022-05-27

상하이 봉쇄의 배경

 

전체 인구 2,600만 명의 중국 ‘경제 수도’ 상하이에서 코로나19 팬데믹 발생 이후 최대 규모의 확진자 발생으로 (5월 중순 기준) 두 달 가까이 도시 봉쇄 조치가 지속되고 있다. 상하이시 모든 지역의 시민 외출이 금지된 것은 물론, 대중교통의 운행과 의약·생필품 관련 업종을 제외한 대부분 기업의 생산 및 영업 활동이 멈췄다. 이와 함께 전체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코로나19 핵산검사(PCR 검사)를 거의 매일 시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식별된 확진자들과 밀접 접촉자들은 별도의 진료소와 격리 공간에 수용되고 있다.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중국 전역에 엄격한 방역 정책이 시행되고 있는 가운데 상하이시 당국은 전체 도시 봉쇄는 없을 것이라 여러 차례 공언했다. 지난 팬데믹 기간 중국의 다른 도시들이 소규모의 확진자 발생 시에도 지체 없이 도시 봉쇄를 선택했던 것과 다르게 상하이는 더 유연한 접근방식을 추구해 전체 도시를 봉쇄하기보다는 개별 구역이나 건물을 봉쇄해 왔다. 상하이시가 대규모 도시 봉쇄를 거부했던 이유는 복합적이다. 1978년 시작된 개혁·개방 정책의 총아로 중국 최대 규모의 경제 도시인 상하이는 중국을 넘어서 글로벌 경제, 금융, 물류 중심지다. 대규모 봉쇄가 진행될 경우 중국 경제가 큰 타격을 입고 글로벌 공급, 물류망의 혼란이 불가피하다. 봉쇄 기간이 길어지면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또 다른 측면은 베이징으로 상징되는 중국 중앙정부와 상하이시 정부의 미묘한 경쟁 관계다. 개혁·개방 정책은 경제 분야를 중심으로 지방정부에 상당한 의사 결정 권한을 위임했고 중앙정부와의 경쟁도 일부 권장됐다. 개혁·개방 기간 상하이시의 폭발적인 경제 성장은 베이징 중앙정부에 막대한 이득을 선사했는데 이것이 상하이시가 중국 내 다른 도시보다 더 큰 자치권과 발언권을 갖게 된 원동력이 됐다. 경제에 관해서는 상하이 시민들이 베이징을 포함한 다른 도시의 시민들보다 우월감을 느낀다는 사실이 놀랍지 않은 이유다. 실제로 상하이 시민은 중국에서 가장 부유한 집단일 뿐만 아니라 압도적으로 높은 교육 및 문화 향유 수준을 지니고 있다. 이런 추세에 맞서 시진핑 국가주석의 집권 이후 중국 지도부 내에는 강력한 재중앙집권화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졌다. 2000년대부터 시작된 중국의 대규모 인프라 개발과 최근의 강력한 코로나19 팬데믹 통제 모두 재중앙집권화의 방향으로 해석될 수 있는 정책들이다. 상하이시 봉쇄 조치는 중국 중앙정부가 상하이로 대변되는 지방정부를 압도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도 볼 수 있다.

 

이런 배경 가운데, 상하이시 당국은 3월 28일부터 도시를 동서로 나눠 4일씩, 총 8일간의 단계적 도시 봉쇄를 시행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그러나 8일 이후 해제하려고 했던 봉쇄는 확진자 수가 줄지 않아 무기한 연장되고 있다. 확진자 수가 감소하기 시작하면서 5월 중순 이후 봉쇄를 단계적으로 해제하겠다는 지침이 내려왔지만 전면적인 봉쇄 해제에 대한 기약은 없는 상태다. 무엇보다 확진자가 발생한 곳은 지금처럼 철저하게 봉쇄를 고수한다는 방침이다.

 

소셜미디어상의 분노, 강화된 검열

 

당국이 처음에는 8일간 단계적 봉쇄를 시행한다고 했다가 무기한 봉쇄로 갑자기 정책을 바꾼 까닭에 상하이시 정부에서는 봉쇄 정책을 뒷받침할 인프라를 준비할 시간과 자원이 크게 부족했고, 시민들도 충분한 물품을 비축할 수 없었다. 많은 지역에 식량 등 생필품 공급 문제가 생기고 대다수 (코로나19 외) 환자들이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면서 상하이 시민들은 큰 어려움에 직면했다. 소셜미디어상에서는 봉쇄로 인한 혼란과 문제로 절망과 분노를 쏟아내는 상하이 시민들과 이를 검열하고 삭제하는 검열 당국의 레이스가 시작됐다. 기존 중국의 고강도 검열 시스템하에서 봉쇄 정책에 대해 부정적인 내용이 일부라도 포함된 콘텐츠는 사전 고지 없이 무차별 삭제된다. 이 가운데 상하이 시민은 다양한 전략으로 검열을 피하려고 애쓰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소셜미디어상에서 상하이 봉쇄(上海封城)를 키워드로 검색할 경우 차량과 인적을 찾아볼 수 없는 고요한 상하이 도심과 거리, 고군분투하는 의료진과 배달원들의 모습을 담은 영상들이 주류를 이룬다. 봉쇄 기간 중의 일상을 다룬 개인 사용자들의 글과 영상들을 확인할 수 있지만 상하이 시민의 절망과 분노를 담아내는 콘텐츠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물론 봉쇄 중의 실상을 담은 콘텐츠들이 소셜미디어에 등장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일부 형편없는 여건의 격리 시설을 담은 동영상, 봉쇄 초기 코로나19에 확진된 영유아들을 보호자 없이 격리하는 상황을 보여주는 동영상, 지역 주민들이 방역 공무원들과 실랑이를 벌이는 동영상 등이 소셜미디어에 등장해 큰 화제를 모았지만 이내 자취를 감췄다. 검열로 삭제된 페이지에서는 “이 콘텐츠는 규정을 위반했기 때문에 볼 수 없습니다”라는 안내문을 확인할 수 있다. 중국의 감염병 최고 권위자인 중난산(鐘南山) 중국공정원 원사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제로 코로나(칭링, 淸零)는 지속될 수 없으며 중국도 세계 흐름에 따라야 할 필요가 있음을 언급한 영문 학술지 《내셔널사이언스리뷰(National Science Review)》의 기고문이 중국어로 번역돼 여러 뉴스사이트에 공개됐지만 삭제된 사건도 있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Tedros Adhanom Ghebreyesus) 총장이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지속될 수 없다고 언급한 최근 인터뷰 영상도 소셜미디어에 공개됐지만 이내 사라졌다.

 

이러한 검열 당국의 엄격한 관리에 맞서 중국 소셜미디어에는 봉쇄 현장의 실상을 담은 다양한 내용과 형태의 콘텐츠가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특별히 <4월의 목소리>라는 제목의 동영상은 검열 당국이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정도로 다양한 방식을 통해 소셜미디어상에 전파됐다. 상하이 도심을 찍은 항공 영상과 봉쇄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많은 시민의 목소리가 결합된 이 동영상은 한 사용자가 업로드한 뒤 수많은 다른 사용자가 공유했지만 이내 검열 당국에 의해 삭제됐다. 이후 사용자들은 검열을 피하기 위해 여러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동영상을 업로드하기 시작했다. 화면을 거꾸로 한 동영상은 물론, 다른 이미지와 영상에 오리지널 오디오를 연결한 버전, 동영상의 앞부분에 관련 없는 내용을 추가한 버전, 동영상으로 연결되는 QR 코드가 포함된 가짜 포스터 등이 등장한 것이다. 이런 시도에도 불구하고 결국 이 동영상도 중국 소셜미디어상에서 이내 자취를 감췄다. 봉쇄 기간이 길어지면서 소셜미디어 게시물에 대한 검열과 삭제가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5월 초에 열린 중국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제로 코로나 방역 방침을 왜곡, 부정하는 언행과 투쟁하라”는 지시가 내려와 강력한 검열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상하이 주민이 주거 지역 인근을 벗어나지 못하도록 도로 한복판에 설치된 차단벽 Ⓒ연합뉴스

 


중국 인터넷 검열 시스템의 진화

 

중국 소셜미디어 사용자들이 코로나19 방역 기간 당국의 검열에 도전한 것은 상하이 봉쇄가 처음은 아니다. 코로나19 발병 초기, 사스와 유사한 바이러스가 돌고 있다고 다른 의사들에게 알린 우한의 리원량(李文亮) 박사는 코로나19 창궐을 경고했던 내부 고발자 중 하나다. 하지만 리 박사는 되려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고 분란을 조장했다는 혐의로 공안의 조사를 받았고, 이후 방역 일선에서 헌신하다 코로나19에 감염돼 2020년 2월 초에 사망했다. 그의 사망 소식에 웨이보 등 각종 소셜미디어에서는 국민적 추모 물결이 일었지만 이런 추모의 글들이 삭제되기 시작했다. 또 “우한 정부는 사과해야 한다”와 “우리는 언론의 자유를 원한다”라는 두 개의 해시태그가 유행하면서 당국이 강도 높은 검열로 통제에 나서자 중국 사용자들은 이모티콘과 모스부호 등 다양한 방식으로 추모를 이어 나갔다.

 

물론 중국의 인터넷과 소셜미디어 검열은 어제오늘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검열 분야도 광범위하다. 책과 영화, 드라마 등의 문화 콘텐츠뿐만 아니라 개인 소셜미디어 콘텐츠와 댓글, 게임 내 채팅도 다 검열 대상이다. 개인의 인터넷 및 소셜미디어 사용에 대한 검열은 더욱 철저하다. 중국은 ‘만리방화벽(Great Fire Wall)’이란 체계적인 인터넷 검열 시스템을 운영하는데 페이스북, 유튜브, 트위터 등의 글로벌 소셜미디어 플랫폼과 뉴욕타임스, CNN 등의 영미권 언론사 웹사이트 접속을 차단하고 있다. 모든 온라인 게임상의 채팅 내용을 검열하는 것은 물론 게임 내 중국인과 외국인의 접촉도 금지하고 있다. 개인 소셜미디어에 업로드 되는 콘텐츠와 댓글들도 검열 대상이다.

 

중국의 인터넷 정책을 총괄하는 국가사이버정보판공실(CAC, Cyberspace Administration of China)은 웨이보, 위챗 등 중국 내 주요 소셜미디어의 자체적인 검열 시스템도 관리한다. 대부분의 중국 소셜미디어 플랫폼 기업에는 자사 플랫폼의 콘텐츠를 검열하는 대규모 전담팀이 존재한다. 소셜미디어 플랫폼 입장에서는 검열 시스템을 강화하고 당국이 불법으로 여길만한 콘텐츠를 자체적으로 검열하고 삭제할 충분한 동기가 있다. 소셜미디어상 불법 콘텐츠 유포로 인해 당국에 의해 큰 금액의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다수 중국인은 인터넷 검열에 대한 불평이나 불만이 크게 없다. 중국의 젊은 인터넷 사용자들은 검열에 크게 관심이 없거나 당국의 조치를 수용하고 이해하기도 한다. 1990년대생 ‘주링허우’, 2000년대생 ‘링링허우’ 등 이른바 중국의 N(Nationalism) 세대는 강화된 애국주의 교육을 온전히 받고 중국이 강대국 반열에 올라서는 것을 목격한 세대로서 일부 그룹에서는 맹목적 애국주의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문화대혁명 시절의 홍위병을 본떠 샤오펀홍이라 불리는 맹목적 애국주의 그룹은 인터넷상에서 중국을 비판하는 이들에게 강한 적대심을 분출하며 무자비한 사이버 테러를 가하기도 한다. 제로 코로나, 엄격한 봉쇄 시행 등 당국의 정책에 반대하거나 비판적인 콘텐츠와 사용자들을 색출하여 소셜미디어 플랫폼이나 당국에 신고하거나 ‘좌표를 찍어’ 댓글 테러를 감행하기도 한다. 상하이 봉쇄와 관련한 콘텐츠에서도 이들의 활약이 인상적이다.

 

이처럼 중국 검열 당국은 인터넷상의 여론을 컨트롤하기 위해 인공지능 기술과 대규모 검열 시스템을 통해 게시물을 삭제하고, 소셜미디어 계정을 중지하거나, 검색 키워드를 차단하는 방식을 사용해왔다. 가장 최근에는 소셜미디어 게시물에 IP 주소 기반 사용자 위치 태그 표시를 의무화하는 정책을 시범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당국은 자동으로 표시되는 사용자 위치 태그가 중국을 불안정하게 만들려는 해외 기반의 허위 정보를 효과적으로 적발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체제 안정에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는 비판적인 콘텐츠를 검열하기 위한 또 다른 시도를 하는 것이다. 실제로 정책 실행 이후 해외 거주 중국인을 포함해 중국에 대해 비판적인 게시물을 올리는 소셜미디어 사용자 계정이 샤오펀홍들에게 사이버 테러를 당하는 것은 물론 계정이 정지되는 일들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으며 일련의 과정들이 소셜미디어 사용자들이 자체 검열을 강화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메커니즘으로 작용하고 있다.

 

분노는 찻잔 속의 태풍으로 그칠 듯

 

상하이 봉쇄로 대변되는 중국 당국의 엄격한 통제와 이와 대비되는 서방 국가들의 일상으로의 복귀는 그동안 제로 코로나 정책을 옹호하던 중국인들도 피로하게 만들기 시작했다. 특별히 조국을 자랑스러워하던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도 부정적인 기류가 감지된다. 더욱이 엄격한 통제의 부작용이 경제 부문에도 큰 타격을 주고 있기 때문에 민심이 더욱 흔들릴 가능성도 있다. 이처럼 여론이 급속히 악화하면서 중국이 정책을 수정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하지만 앞으로 상당 기간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시진핑 국가 주석이 3연임을 결정짓는 중국공산당 20차 전국 대표 대회(20차 당대회)가 올해 10월에 개최된다. 시진핑 주석의 가장 큰 치적 중 하나로 내걸고 있는 제로 코로나 정책과 이를 통한 성공적인 방역을 부정하는 정책 노선 변경은 없을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예측이다. 또 중국 정부는 글로벌 백신 산업을 선도하길 원하는데, 연구 결과에 따르면 중국산 코로나19 백신은 다른 백신보다 덜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난다. 만약 제로 코로나 정책을 완화해서 백신을 맞은 중국인의 사망률이 다른 백신을 접종한 인구의 사망률보다 높게 나온다면 중국은 공개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지속될 제로 코로나 정책이 인터넷에 더 큰 혼란을 몰고 오지 않을까? 많은 전문가가 최근 상하이 봉쇄와 강화된 검열로 인한 소셜미디어 사용자의 분노가 중국의 인터넷 검열 시스템의 위기 징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봉쇄와 관련한 비판적 콘텐츠가 증가하는 것은 당국이 중국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이자 중앙정부에 상대적으로 독립적인 상하이를 봉쇄했기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경제적 여유가 있고 해외 문물에 밝은 상하이 시민들은 만리방화벽을 우회할 수 있는 가상사설망(VPN, Virtual Private Network)을 사용해 외신이나 해외 소셜미디어를 통해 더 많고 다양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고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는 데 적극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앞서 분석한 대로 상하이 봉쇄로 인한 소셜미디어상의 분노는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엄격한 검열 시스템으로 정보 비대칭이 심한 상황에서 다른 지역의 시민들은 상하이 봉쇄 관련 콘텐츠, 특히 당국에 비판적인 콘텐츠에 거의 접근할 수 없는 것이 실상이기 때문이다. 또 일반적으로 인터넷 검열에 대한 시민들의 태도가 상당히 우호적이라는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일부 시민은 지속적으로 검열 시스템을 회피하고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하겠지만 당국의 검열 시스템은 그에 상응해 더욱 진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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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자 : 류성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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