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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중국 정부가 발표한 솽젠(双减) 정책1)으로 중국 내 대부분의 사교육 업체들이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입었다. 위민훙(俞敏洪) 회장이 1993년 베이징에서 영어 학원으로 시작해 중국 최대 규모의 사교육 기업으로 성장시킨 신동팡(新东方, 뉴오리엔탈그룹)도 예외는 아니었다. 중국 전역에서 1,500개에 달하는 지점을 폐쇄했고, 학원 강사 등 6만 명 넘는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대대적인 사업 구조조정과 퇴직금 지급 등으로 미국 뉴욕(2006년)과 홍콩(2019년) 증시에 동시 상장된 신동팡 주가는 고점 대비 90% 이상 추락했다. 무디스는 중국 정부의 솽젠 정책 발표 이후 신동팡의 신용등급을 ‘Baa1’에서 ‘Baa3’으로 낮추고, 전망등급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폐업 위기까지 내몰렸던 신동팡의 위민훙 회장은 기존 주력 사업이었던 초·중·고 대상의 교육 사업 대부분을 정리하고 성인 대상의 교육 사업을 강화함과 동시에 농산물 라이브 커머스 시장에 뛰어들겠다고 선포했다. 신동팡 산하 온라인 교육 전문 기업이었던 신동팡온라인(新东方在线)이 새로운 변화의 중심에 섰다. 작년 말 신동팡온라인은 더우인(틱톡의 중국 버전) 라이브 방송 계정 동팡전쉬엔(东方甄选)을 만들고 농산물 커머스 플랫폼으로 업종 전환을 했다. 위민훙은 남아있던 일부 강사들에게 라이브 커머스 쇼호스트(진행자) 일을 맡겼다. 위민훙 자신도 쇼호스트로 적극 참여했지만 신동팡의 농산물 라이브 커머스는 초기에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신동팡의 전문 영역인 교육적 요소가 라이브 커머스에 가미되자 소비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난 6월 한 라이브 방송에서 신동팡 라이브 커머스의 대표 얼굴인 전직 영어 강사 둥위후이(董宇輝)가 스테이크를 팔면서 관련 영어 어휘를 중국어로 교습한 것이 큰 화제를 모았다. 이 영상은 라이브 커머스 동영상임에도 더우인 인기 동영상 전체 차트 상위권에 오르기도 했다. 6월 10일 진행된 동팡전쉬엔의 라이브 방송은 최고 10만 8,000명이 시청했으며, 11일 최고 시청자 수는 1,274만 6,000명으로 수직 상승했다. 당일 생방송 매출은 2,100만 4,300위안(약 39억 원)에 달해 더우인 라이브 커머스 차트 10위권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라이브 방송이 뜨거운 반응을 얻으며 신동팡은 일주일 만에 600억 원 넘는 매출을 올렸다. 100만 명 수준을 유지하던 동팡전쉬엔 팔로워 수는 6월 20일 기준 1,600만 명을 넘었다. 신동팡과 신동팡온라인의 주가는 각각 저점 대비 148%, 780% 폭등했다. 솽젠 정책의 영향으로 그간 주가가 폭락한 탓에 예전 고점 대비로는 한참 부족한 수준이지만 시장에서는 향후 실적에 대한 예상이 아주 긍정적이다.
솽젠 정책으로 위기 맞은 신동팡
신동팡은 중국 최대 규모의 사교육 기업이다. 중국의 뜨거운 사교육 열풍에 힘입어 지난 30년 가까이 급성장했다. 그런데 중국 정부(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와 국무원 총무처)가 지난 2021년 7월 학생들의 학업 부담과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춘 솽젠 정책을 발표하면서 창립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급속한 인구 고령화와 인구 절벽의 문제를 마주한 중국 지도부가 저출산 문제와 양극화의 원인으로 사교육을 지목한 것이다. 사교육이 자녀 교육비 부담을 가중시키고 빈부 간 교육의 불평등을 초래하면서 사회 불안정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사교육으로 약화될 수 있는 사상의 통제를 강화하고 체계적으로 검증할 수 없는 사교육 시장 내의 교사들을 걸러내는 명분도 존재한다. 또 2021년 11월 제19차 중앙위원회 6중전회(전체 회의)를 통해 제시된 새로운 사회 기조인 ‘공동 부유’와도 맞닿아 있다.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초·중·고 학생들 대상으로 예체능 이외의 교과목을 가르치는 사교육 업체의 설립을 금지하고, 현재 운영 중인 사교육 업체들도 모두 비영리성 기관으로 전환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사교육 업체의 주식시장 상장을 통한 자금 조달이나 사교육 업체에 대한 투자, 광고 등도 모두 금지됐다. 이뿐만 아니라 초·중·고 학생 대상의 방학이나 휴일 중 학원 수업 금지, 밤 9시 이후 온라인 강의 금지 등 사교육 단속도 강화했다.
기존 신동팡을 이끌던 양대 주력 사업은 초·중·고 12학년제 의무교육 관련 사업과 각종 영어시험, 대학원·공무원·교사 시험, 해외 유학 등을 포함하는 대학 교육 사업이었다. 코로나19 이전까지만 해도 대학 교육 사업이 최대 수입원이었지만 코로나19로 초·중·고 학생 대상의 온라인 교육 수요가 급증하고 해외 유학 사업이 차질을 빚으면서 의무교육 관련 사업이 최대 매출원이 됐다. 솽젠 정책으로 인한 리스크에 전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실제로 솽젠 정책이 발표된 7월 23일 하루에만 뉴욕 증시에서 신동팡의 주가가 반 토막 나며 시가총액 59억 4,900만 달러(약 7조 7,900억 원)가 증발했다. 온라인 교육 시장의 확대로 호황을 누리던 신동팡은 2021년 초부터 시작된 사교육 제재 분위기 속에서 내리막을 걷다가 솽젠 정책으로 완전히 주저앉고 말았다.
신동팡 라이브 커머스에 대한 폭발적인 반응에는 신동팡을 향한 사회적 동정심도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한 지점이다. 코로나19 이후 엄격한 감염병 통제 정책으로 중국이 심각한 경제 충격을 받아 실업률이 사상 최고 수준까지 올라간 상황에서 많은 중국인들이 무너진 기업을 일으켜 세우려 악전고투하는 이들의 모습에서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는 것이다. 신동팡 라이브 커머스의 대표 쇼호스트인 둥위후이가 라이브 방송 중 직장을 잃은 동료들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중국 누리꾼들 사이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영어 교육, 인문학적 지식 등의 콘텐츠를 가미해 화제를 모으고 있는 동팡전쉬엔의 농산물 라이브 커머스 <출처 – 동팡전쉬엔 유튜브 갈무리>
농산물 라이브 커머스의 확대
신동팡 스토리의 이면에는 중국 라이브 커머스 시장의 급성장, 그중에서도 농산물을 판매하는 라이브 방송의 정착이 자리 잡고 있다. 중국에서는 외딴 시골 지역의 농민들이 스마트폰을 통한 라이브 방송을 통해 도시 주민들에게 직접 농산물을 판매해 큰돈을 벌어들이는 일이 새삼스럽지 않다.
코로나19가 중국 농촌 라이브 방송 전성시대를 열었다. 코로나19 확산세를 막기 위해 중국 전역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고향에 발이 묶인 농민공(도시 이주 노동자) 중심으로 농촌 라이브 커머스가 확대됐기 때문이다. 농촌 왕홍(라이브 커머스 판매자)의 대다수가 도시에서 농민공으로 일하던 청년들이다. 봉쇄령으로 교통 물류가 마비되면서 현지에는 농산물이 쌓여갔지만 집에 갇힌 도시 주민들 사이에선 신선한 농산물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현지에 방치된 농작물을 도시 주민들에게 직접 연결해준 것이 라이브 방송인 셈이다. 친환경, 유기농을 강조하는 농촌 라이브 커머스는 식품 안전에 대한 불안감도 누그러뜨렸다. 라이브 방송을 통해 현지에서 농약 없이 자연 그대로 키우는 농산물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라이브 방송을 통해 보여지는 농촌 주민들의 평화로운 일상이 전원생활에 관심이 있는 도시 주민들에게는 흥미로운 볼거리가 됐다.
농촌 진흥 사업을 항상 강조하는 중국 정부도 농촌 라이브 커머스를 대대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농촌 진흥과 농업 현대화는 중국공산당이 최근 가장 많은 역량을 투입하고 있는 사업이다. 매년 중국공산당의 최대 중점 사업을 담은 ‘중앙1호 문건’은 지속적으로 ‘삼농(三农, 농업·농민·농촌)’ 문제를 언급하고 있다. 예를 들어, 농촌 지역의 전자상거래 보급 확대는 농촌 진흥을 위해 중국이 오래전부터 추진해온 사업이다. 중국의 대표적인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와 라이브 커머스 사업의 신흥 강자인 더우인 등도 중국 정부의 정책에 발맞춰 농촌 라이브 커머스를 비롯한 농산물 판매 사업을 확장해 왔다.
이처럼 농민들이 앞다퉈 라이브 커머스에 뛰어들면서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신동팡이 농산물 라이브 커머스 시장 진출을 발표했을 때 회의적인 시선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신동팡은 기존 판매자들과의 차별화를 위해 단순한 커머스를 뛰어넘어 커머스와 콘텐츠를 융합하는 방식을 창조했다. 동팡전쉬엔의 쇼호스트들은 라이브 방송 중 단순히 상품을 소개하는 것을 넘어 상품의 특징을 영어로 표현해 신동팡의 교육 콘텐츠를 체험하는 기회를 제공했다. 또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접목해 라이브 방송을 토크쇼처럼 진행하며 제품을 추천하는 방식으로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처럼 신동팡은 이미 포화된 것처럼 보였던 시장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자신들만의 영역을 확장해가고 있다.
지식 콘텐츠 소비 트렌드 확산
앞서 언급한 대로 신동팡의 농산물 라이브 커머스의 특색은 영어 교육, 인문학적 지식 등의 콘텐츠가 가미됐다는 점이다. 판매 물품에 대해 설명하다가 갑자기 교육방송으로 흘러가는 독특한 라이브 방송 스타일이 중국 누리꾼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고 동팡전쉬엔의 큰 인기로 이어졌다. 이러한 현상은 가치 있으면서도 접근성이 높은 지식 콘텐츠에 대한 중국인들의 큰 관심을 반영한다.
중국에서는 2010년대 중반부터 쓸모 있는 지식 콘텐츠를 위해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는 ‘지식 지불(知识付费)’이 강력한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보급이 확대되고 동시에 진학, 취업, 자기계발 등을 위한 고품질 지식과 정보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유료 지식 콘텐츠 서비스들이 대거 등장하기 시작했다. 중국 유명 방송 진행자인 뤄전위(罗振宇)가 출시한 지식 콘텐츠 구독 플랫폼인 더다오(得到)가 대표적이다. 각 학계 및 업계의 전문가들이 진행하는 오디오북 서비스와 유료 강좌들이 주요 콘텐츠다. 중국의 오디오 콘텐츠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히말라야FM(喜马拉雅FM)도 다양한 종류의 지식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 들어 지식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확대되면서 기존의 동영상 플랫폼들도 이에 대응하기 시작했다. PUGC(Professional User-Generated Content) 동영상 플랫폼으로 유명한 비리비리(哔哩哔哩, Bilibili)는 기존의 ‘과학기술채널(科技区)’을 확장, 다양한 분야의 지식 콘텐츠를 제공하는 ‘지식채널(知识区)’을 론칭했다. 2021년 기준, 1억 8,300만 명의 이용자가 비리비리 지식채널을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우인 역시 새롭게 ‘학습채널(学习频道)’을 오픈했다. 현재 더우인에 올라온 전체 콘텐츠 조회수 중 20%는 지식 콘텐츠가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지식 콘텐츠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요가 폭발하고 있는 가운데 라이브 커머스에 지식 콘텐츠를 결합한 신동팡의 새로운 라이브 커머스 모델이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신동팡의 라이브 방송 시청자들이 댓글을 통해 “물건을 구매한 것이 아니라 지식에 돈을 지불한 것 같다”고 언급할 만큼 활발한 지식 콘텐츠 소비 트렌드가 신동팡 스토리의 또 다른 배경인 것이다.
새로운 숙제 안겨준 교육적 라이브 커머스
신동팡 특유의 라이브 커머스 흥행은 지식 콘텐츠를 가미한 ‘교육적인’ 라이브 커머스에 대한 사용자들의 수요가 분명히 존재함을 반영한 것으로 기존 농산물 라이브 커머스 외에도 타 분야의 라이브 커머스, 특히 교육 관련 제품의 라이브 커머스에 적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신동팡의 라이브 커머스 흥행이 단기간의 이벤트로 끝날지, 화려한 재기의 시작을 알리는 축포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또한 기존 유료 지식 플랫폼 내 과도한 광고와 일부 전문성이 떨어지는 콘텐츠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도 지식 콘텐츠가 다른 채널들에 융합되는 추세를 강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특별히 동영상 플랫폼 등에서 양질의 무료 지식 콘텐츠가 많아지면서 지식 지불 트렌드가 점차 약화될 가능성도 있다. 지식 콘텐츠에 대한 중국인들의 관심이 여전히 뜨겁고 앞으로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신동팡의 라이브 커머스 모델이 기존 사업자들에게 새로운 숙제를 안겨준 셈이다.
1) 쌍감 정책이라고 하며 사교육 금지 및 학교 숙제 경감을 골자로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