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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3연임 배경과 의미
중국 정치 시스템의 핵심에 위치한 중국 공산당은 5년마다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리는 전국대표대회를 통해 당의 최고 지도부인 상무위원회 위원 7명을 선임한다. 새롭게 선임된 상무위원들은 전국대표대회 폐막 다음 날 공개되는데 기자회견 연단에 상무위원들이 줄을 이어 입장하는 방식이다. 그 입장하는 순서가 바로 공산당 내의 서열로, 가장 앞에 선 사람이 공산당 최고 권력자인 총서기다. 지난 10월 23일 열린 제20차 전국대표대회 기자회견에 등장한 7명의 상무위원 가운데 가장 앞에 선 사람은 시진핑이었다. 시진핑이 지난 10년에 이어 앞으로 5년 더 총서기 자리를 유지하게 된다는 의미다.
과거 마오쩌둥이나 덩샤오핑 시기에 문화대혁명, 천안문 사태 등 1인 지도체제의 폐해를 경험한 중국 공산당은 덩샤오핑 은퇴 이후 정치국 상무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당의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집단지도 체제를 도입했다. 정치국 상무위원회가 최고의 정치적 권위를 가진 공식적인 당의 의사결정기구 역할을 하는데, 상무위원회의 의결 없이는 당의 주요 정책을 결정할 수 없는 방식이다. 집단지도체제는 정치국 상무위원회 이하 각 기관의 의사 결정 방식으로 구성원의 합의제를 원칙으로 한다. 합의가 불가능한 경우 구성원 모두가 동등한 투표권을 가지고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결정한다.
집단지도체제의 지속성을 위해 중국 공산당은 여러 규범을 마련했다. 정치국 상무위원회와 정치국은 특정 정치 세력 혹은 파벌이 독점할 수 없다는 세력 균형의 규범이 대표적이다. 연령제(7상 8하(七上八下))와 임기제(3연임 금지)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7상 8하’의 원칙은 정치국, 정치국 상무위원회, 중앙군사위, 중앙기율위에서 68세 이상인 자는 퇴임하는 제도다. 또 총서기는 한 임기당 5년씩 두 차례(10년)만 연임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마지막으로 차기 지도자 사전 결정 규범이다. 공산당의 차기 지도자, 즉 총서기 후보는 권력을 승계하기 5년 전에 정치국 상무위원에 선출돼 경험을 쌓은 후 권력을 물려받는 것이다. 후진타오는 2002년에 상무위원이 돼 2007년 총서기가 됐고, 마찬가지로 시진핑은 2007년에 상무위원이 돼 2012년에 총서기가 됐다.
그런데 시진핑의 2차 임기를 전후로 이 규범들이 깨지기 시작한다. 2017년 전대에서는 차세대 지도자가 상무위원회에 진입하지 못했다. 2차 임기를 시작하던 2018년에 시진핑은 국가 주석과 부주석의 3연임 금지를 명시한 헌법의 임기 규정을 삭제했다. 이후, 시진핑이 최소한 세 차례 연임할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이번 제20차 전국대표대회를 통해 선임된 정치국 상무위원들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세력 균형의 규범이 무시되고 모든 위원이 시진핑 측근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시진핑은 철저한 준비와 실행으로 3연임에 성공했지만 그 앞길이 순탄해 보이진 않는다. 우선 부정적인 경제 전망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제로 코로나 정책과 부동산 시장 위기, 그리고 심화되고 있는 미국과의 무역 전쟁의 여파로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목표치를 크게 밑돌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그동안 중국 공산당이 국민의 높은 지지를 받아온 것은 지속적인 경제성장 덕분이었는데 경제 부문이 흔들린다면 체제의 안정성에 큰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인한 중국인들의 분노와 피로감도 무시 못 할 요소다. 다른 국가들이 코로나19 이전의 생활로 속속 복귀하는 가운데 강압적인 제로 코로나 정책이 지속되면서 당국에 대한 불만이 다양한 채널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 당국의 인터넷 및 소셜미디어 통제나 검열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사람들도 제로 코로나 정책을 비판하는 콘텐츠들이 삭제되는 상황을 경험하면서 좌절감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 정부 당국은 더욱 확고하게 인터넷 및 소셜미디어 검열의 고삐를 쥐고 있다.
소셜미디어 속 시위 장면 삭제
확산되는 시민들의 분노와 불만
제20차 전국대표대회를 전후로 베이징, 상하이 등지에서 소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고 이 내용이 국내외 소셜미디어를 통해 급속하게 번져 나갔다.
베이징에서는 지난 10월 13일 시진핑 주석과 제로 코로나 정책에 항의하는 내용을 담은 현수막이 고가도로에 걸려 시민의 이목을 끄는 해프닝이 있었다. 현수막에는 “코로나19 검사를 원하지 않고 밥을 원한다. 봉쇄 말고 자유를 원한다. 문화대혁명을 원하지 않고 개혁을 원한다”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 현수막을 찍은 동영상과 사진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됐지만 당국이 신속하게 현수막을 제거하면서 사건은 일단락이 났다. 소셜미디어상에서도 관련 콘텐츠들이 금세 자취를 감췄다. 해당 시위와 관련한 게시물을 위챗 등에 올린 누리꾼들의 계정이 차단되거나 폐쇄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상하이에서의 소규모 시위 장면이 담긴 동영상과 사진들이 소셜미디어에 등장했다. 해당 콘텐츠를 보면 젊은이들이 베이징의 현수막 내용을 따라한 것으로 보이는 “원하지 않는다, 원한다”를 반복해 적은 현수막을 들고 민중가요인 ‘인터내셔널가’를 부르며 행진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화장실, 건물 복도 등 CCTV가 없는 곳에서 스프레이 등으로 반정부 구호를 적는 방식으로도 시위가 진행되고 있다. 시위의 자유가 없고 공산당과 그 지도부에 대한 비판이 엄격하게 금지되는 중국에서 이런 시위 내용이 해외 소셜미디어 플랫폼 등을 통해 확산되고 있지만, 중국 내에서는 강력한 검열로 인해 조용히 사라지고 있다.
한층 강화되는 소셜미디어 검열과 통제
중국 내에서 개인의 인터넷 및 소셜미디어 사용에 대한 검열은 매우 철저하기로 악명이 높다. 개인 소셜미디어에 업로드되는 콘텐츠와 댓글들, 그리고 온라인 게임상의 채팅 내용이 모두 검열 대상이 된다. 인터넷상의 여론을 통제하기 위해 인공지능 기술과 대규모 검열 시스템을 통해 게시물을 삭제하고, 소셜미디어 계정을 중지하거나 검색 키워드를 차단하는 방식이다. 2012년 시진핑 집권 이후 인터넷 및 소셜미디어 여론에 대한 감시와 통제가 한층 강화됐다. 3연임을 확정 지은 전국대표대회 직전에는 여론 통제 강도가 극에 달했다. 당국은 인터넷 공간을 정화한다는 이유로 올해 상반기에만 1만 2,000여 개 사이트를 폐쇄했다.
중국의 인터넷 정책을 총괄하는 국가사이버정보판공실(CAC, Cyberspace Administration of China)은 웨이보, 위챗 등 주요 소셜미디어의 자체적인 검열 시스템도 관리한다. 대부분의 중국 소셜미디어 플랫폼 기업에는 자사 플랫폼의 콘텐츠를 검열하는 대규모 전담팀이 존재한다. 소셜미디어상의 불법 콘텐츠 유포로 당국에 의해 큰 금액의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기 때문에 소셜미디어 플랫폼 입장에서는 검열 시스템을 강화하고 당국이 불법으로 여길만한 콘텐츠를 자체적으로 검열하고 삭제할 충분한 동기가 있다.
지난 3월에는 더 엄격한 인터넷 및 소셜미디어 검열 장치가 마련됐다. CAC가 포털 사이트와 소셜미디어 플랫폼 등에 노출되는 콘텐츠를 결정하는 핵심 알고리즘을 당국에 의무적으로 등록하도록 한 것이다. 이어서 8월 CAC는 ‘인터넷 정보 서비스 알고리즘 추천 관리 규정’에 따라 중국 내 업체의 알고리즘 명칭과 등록 번호를 공개했는데 위챗, 웨이보, 바이두, 메이퇀 등 주요 온라인 서비스들의 알고리즘이 모두 포함됐다. 예를 들어 웨이보와 바이두는 실시간 인기 검색어를 선정하고 사용자의 검색 이력을 통해 관심 콘텐츠를 추천하는 알고리즘을 당국에 등록했다.
그동안 당국이 공산당에 불리한 콘텐츠를 검열·삭제하는 방식으로 여론을 통제했다면 앞으로는 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여론을 조성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셈이다. 시진핑 국가 주석의 3연임과 맞물려 중국 정부가 인터넷 공간을 완전히 장악한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 당국의 이러한 시도는 코로나19 봉쇄로 인한 불만 여론이 급등하면서 마련된 방안이라는 평가가 많다. 또 시진핑 3연임 이후 국정 운영에 관한 비판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려는 의도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시진핑 지도부의 성패
젊은 세대 불만 잠재우는 데 달려 있어
중국 공산당은 전통적으로 정치 개혁 요구 및 정책 비판에 대한 여론을 다양한 방식으로 억제해왔다. 시진핑 시대에 들어서는 이러한 요구와 비판에 더 예민하게 변화하고 있다. 학문적 의사 표현의 자유가 어느 정도 보장되던 대학에서조차 통제와 검열이 가속화됐다. 이러한 과정에서 언론과 방송에 대한 도구화와 통제가 함께 진행됐다. 시진핑 집권 기간의 주요 순간을 조명하는 TV 드라마가 황금 시간대에 방영되고 있으며 같은 주제를 다룬 전시회가 전국 각지에서 열리고 있다. 관영 언론들은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포함한 당국의 정책을 지지하고 합리화하는 보도를 지속하면서 당국에 대한 신뢰와 국민의 인내를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완벽한 통제가 불가능한 인터넷 공간에서는 관영 언론과 기관들의 고무적인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시민들의 분노와 불만이 곳곳에서 표출되고 있다. 2018년 시진핑이 자신의 임기 제한을 없애는 조치를 취했을 때는 이를 지지하는 젊은 세대들의 목소리가 컸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한층 강화된 통제와 검열을 직접 겪은 이들의 좌절감은 이들이 위험을 감수하고도 반대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출하게 만들고 있다. 세 번째 임기를 시작한 시진핑 지도부의 성패는 아마도 이 젊은 세대들의 분노와 불만을 어떻게 잠재울지에 달려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