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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2022년 결산과 2023년 전망] 미디어 기술 분야
커버스토리 | 등록일 : 2022-11-25

2022년 미디어 기술 분야는 특히 다사다난했다. 생성 AI 기술이 일반인과 AI의 거리를 좁혔고, 가상화폐 시장이 몰락에 가까운 침체를 겪었다. 올 한 해 미디어 기술 분야의 가장 큰 이슈라 할 수 있는 이 두 가지 사안을 되짚어보고 2023년을 전망해 본다. 편집자 주

 

2022년에는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코로나19 여파가 계속되고 있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냉각된 세계 경기가 한국인들에게도 큰 충격을 주는 와중에 서울 한복판에서 믿을 수 없는 참사가 벌어지기도 했다. 다사다난했던 건 미디어 기술 분야도 마찬가지였다. 이 중 올해 가장 큰 이슈였고 내년에도 우리에게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사안 두 가지를 정리해본다.

 

생성 AI: 2022년의 파괴력

2023년 사회적 논의 본격화될 것

 

‘잘 학습된 인공지능(AI)이 과연 어느 정도의 파괴력을 지닐 수 있을까?’ 생성 AI(Generative A.I.)는 올해 모든 사람에게 이 답을 주었다. 최근 몇 년간 눈부시게 발전한 AI 기술과 그것의 가능성에 대해 사람들이 인지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딥페이크(Deepfake)처럼 시각적 충격으로 많은 사람의 뇌리에 각인된 AI 기술도 바로 내 손안에 들어와 있다는 느낌은 주지 못했다. 아무리 이전보다 쉬워졌다 한들, 실제로 딥페이크 영상을 만들기 위해선 얼굴을 바꿔치기할 영상이나 학습용 데이터 등 준비해야 할 것이 있고, 실제 제작 과정에서도 일정 수준 이상의 프로그래밍 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글로 명령만 하면 그에 해당하는 글이나 그림, 영상 등을 자동으로 만들어주는 생성 AI는 누구나 손쉽게, 전문가와 같은 수준의 콘텐츠를 얻게 해준다. 사전 지식이 전혀 없더라도 평이한 문장만으로 AI에 지시를 할 수 있고, 결과도 거의 즉각적으로 제공되며, 대부분 웹브라우저와 유사한 UI로 제어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생성 AI는 모든 사람에게 ‘내 손안의 기술’이 되고 있는 것이다.

 

막대한 데이터를 학습한 생성 AI가 만들어낸 미디어 창작물의 품질을 인간 전문가의 작품과 구별하기 쉽지 않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기술이 더 발전하면 이런 구분 자체가 무의미해질 가능성도 크다.

 

이미 생성 AI를 통한 미술계의 지각변동은 시작됐다. 미국의 유명 잡지 코스모폴리탄과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가 지난 6월 동시에 생성 AI가 만들어 낸 그림을 표지로 채택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8월에는 생성 AI로 제작한 웹툰 <염소들(Goats)>이 북미 네이버 웹툰 플랫폼에서 연재를 시작했고 미국 콜로라도주에서 열린 미술대회에선 AI로 그린 출품작이 인간을 제치고 디지털 아트 부문 1위를 수상하는 일도 있었다. ‘창작은 인간의 전유물’이란 개념 자체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달리2(DALL·E2)’나 ‘미드저니(Midjourney)’ 같은 이미지 전용 생성 AI 플랫폼의 인기도 폭발적이다. 올해 서비스를 시작한 달리2에서는 벌써 매일 200만 개 이상의 이미지가 생성되고 있고, 미드저니의 공식 디스코드 메신저 서버에 등록한 회원 수는 300만 명을 돌파했다.1) 이미지뿐만이 아니다. 메타(페이스북)는 지난 9월 텍스트만 입력하면 그 내용을 반영한 동영상을 만들어주는 ‘메이크어비디오(Make-A-Video)’ 기술을 공개했다. 구글도 이에 질세라 ‘이매진비디오(Imagine Video)’라는 이름의 동영상 전용 생성 AI를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이 외에도 간단한 모티브만 입력하면 이와 관련된 산문을 출력해 주는 노벨AI(Novel AI), 홀로AI(Holo AI) 등과 같은 텍스트 생성 AI, 구글의 마젠타(Magenta)와 같은 작곡 및 음악 생성 AI 등도 활발히 개발되며 사용자층을 넓혀가고 있다.

 

2023년에 생성 AI 기술을 이용한 사례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건 이미 예측이 아니라 사실이다. 예술 분야뿐만 아니라 텍스트 생성 기능을 발판으로 기업 영역에서의 활용도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IT 컨설팅 기업 가트너(Gartner)는 오는 2025년까지 대기업에서 발표되는 메시지의 30%가 이 기술을 통해 생성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내년부터 생성 AI와 관련된 문제들도 본격적으로 제기될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저작권이다. AI가 무엇인가 그럴듯한 걸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건 기존 인간의 수많은 작품, 글, 음악 등을 학습했기 때문이다. 생성 AI의 활용이 본격화될수록 AI가 인간 창작물에 무임승차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면 당신의 데이터를 학습할 겁니다’라는 약관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이미 지난 9월 미국의 이미지 전문 판매 플랫폼 게티이미지(Gettyimage)가 “AI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만든 이미지의 업로드와 판매를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이 문제는 로열티 지급을 통해 순조롭게 해결될 수도 있다. 더 큰 문제는 ‘창작’의 개념과 ‘인간이 해야 하는 일’에 대한 고민이다. 생성 AI의 활용이 본격화되는 내년부터 기계가 사람보다 글을 더 잘 쓰고, 그림을 더 잘 그릴 때, 인간은 과연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 ‘창조성’과 ‘영감’이란 과연 무엇일지에 대한 철학적 논의가 일어날 것이다.


NFT·블록체인: 2022년 버블 꺼져

2023년 근본 의문 해소 못 하면 도태될 것

 

 

대체불가토큰(NFT), 블록체인에 관심이나 믿음을 가진 사람들에게 2022년은 악몽이었을지도 모른다. 블록체인이나 NFT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을지라도 근저의 기술적 완성도와 함께 실용성의 증거처럼 여겨졌던 가상화폐 시장이 거의 몰락에 가까운 침체를 겪었기 때문이다. 특히 상반기에 한때 ‘코인계의 리먼브라더스’라 불리며 가상화폐 테라와 루나를 발행했던 테라폼랩스(Terraform Labs)가 문을 닫으며 한순간에 ‘사상 최대 규모의 폰지사기 집단’이 되고, 하반기에 ‘코인계의 워런 버핏’이란 별명의 CEO가 이끌던 세계 3위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소가 66조 원의 채무를 남긴 채 파산해 버린 사건은 1차적으로는 ‘코인’, 나아가 NFT와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신뢰도를 바닥까지 떨어트리기에 충분했다.

 

지난해까지 각종 미디어를 거래하는 새로운 수단으로 각광받았던 NFT 거래량도 올해 완벽하게 감소했다. 업계에 따르면 오픈씨, NFTX 등 주요 글로벌 NFT 거래소의 거래 규모가 1월 170억 달러(약 24조 4,100억 원)에서 9월 4억 6,600만 달러(약 6,692억 원)로 97% 가까이 급락했다. 한때 NFT 시장의 대표 주자로 꼽혔던 지루한 원숭이들의 요트 클럽(BAYC, Bored Ape Yacht Club)도 가치가 폭락한 상태다. 이더리움 기반으로 1만 개의 NFT 컬렉션을 구성해 구매자에게 각종 독점적 혜택을 제공한 BAYC는 한때 저스틴 비버, 마돈나, 에미넴 등 미국 유명 연예인들이 사들이면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NFT가 됐지만 올해 4월 40만 달러(약 5억 4,200만 원)였던 1토큰의 가격이 9월에는

8만 달러(약 1억 850만 원) 이하로 떨어졌다.

 

이런 일이 발생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보인다. 첫째는 거품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 당시 전 세계 각국에서 경기 부양 목적으로 과도하게 푼 유동성과 투기자본이 가상자산 호황기에 NFT 시장으로도 밀려들며 거품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거품이 꺼지며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인 것이다.

 

두 번째는 NFT에 대한 회의감이다. NFT 자체가 ‘판매자가 보증하는 원본에 대한 증명’ 기능만을 하는 단순한 디지털 파일인데 그것을 돈을 주고 거래하는 것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특히 NFT가 증명하는 미디어의 원본이 노래나 영화, 이미지와 같은 디지털 파일일 때 복제되지 않는 것은 원본에 대한 증명일 뿐 실제 원본이 완전히 파괴되지 않았다면 얼마든지 복제될 가능성이 있다. 이병욱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는 최근 저서 《돈의 정체: 금, 달러, 비트코인 – 돈과 금융》에서 크리스티 경매의 디지털 그림에 연동된 NFT 거래 사례에 대해 “크리스티 경매에서 팔린 NFT는 그림 그 자체가 아니다. NFT에는 그런 데이터를 담지 못한다. … 경매에서 팔린 NFT라는 것은 그림 자체가 아니라 그 그림을 샀다는 영수증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2023년은 급하게 과열됐다 빠르게 침체된 NFT 시장이 자기 점검을 하게 되는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점검과 보완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시장 유지에 필요한 대중의 신뢰를 확보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작업은 필수적이다.

 

대표적으로는 NFT의 유형 중 혜택이 있는 NFT, 이른바 유틸리티 NFT(Utility NFT)의 발행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원본에 대한 증빙 역할만을 수행할 뿐 그 자체로는 거래 가치 이외의 다른 가치를 갖지 않는 기존의 NFT와 달리, 이미 가치가 있는 것을 NFT가 대변하게 하거나 NFT를 통해 가치 있는 것에 접근할 수 있게 한 것이 유틸리티 NFT이다.

 

유틸리티 NFT의 대표적인 사례는 올해 11월 시작된 한국조폐공사의 금 기반 NFT다. 금 NFT를 구매하면 향후 실물 금으로 교환할 수 있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금의 가치를 반영한 NFT다. 또 금을 소재로 한 예술가의 작품과 연동된 NFT에 일정 분량의 금을 거래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한 머지드(Merged) NFT도 발행하기로 했다. 보석 브랜드 티파니의 시도도 참신한데, NFT 최초 프로젝트 크립토펑크(Cryptopunks)의 캐릭터를 실물 다이아몬드 목걸이로 만들어 해당 NFT 보유자에 한해 한정 판매했다. 크립토펑크는 최초의 NFT라는 상징성은 높아도 별다른 사용가치가 없었지만, 티파니의 한정판 목걸이라는 ‘가치’가 연동된 것이다. 이 외에도 최근 스타벅스는 자체 멤버십 프로그램 ‘스타벅스 오디세이’에 NFT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고, 나이키·프라다·게임스톱 등도 NFT 보유자에게 특별한 혜택을 주는 NFT 발행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2023년 주목받는 NFT가 있다면 그것은 유틸리티 NFT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가상화폐 조사업체 코빗리서치센터는 최근 발행된 <NFT 거래소:동향과 전망> 보고서에서 “현재 콜렉터블 NFT가 거래 규모의 60% 수준을 차지했지만 최근 유틸리티 NFT 등 수집 외 용도를 갖춘 NFT들이 점차 등장하고 있다”며 기술적으로 도입이 용이하고 즉각적 효용을 가져다준다는 장점 때문에 실생활에서 빠르게 확산될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유틸리티 NFT가 NFT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감까지 해소시켜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유틸리티 NFT가 가치를 연동하는 방식이 점점 기존의 ‘회원권’과 닮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한국조폐공사나 티파니, 스타벅스, 나이키, 프라다 등이 발행한 NFT 보유자에게 제공되는 혜택은 골프장 회원권을 가진 사람에게 골프장 예약이나 한정판 상품 우선구매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것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굳이 이걸 NFT라는 걸로 해야 하나?’라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블록체인과 NFT라는 새로운 기술로 구현된 미디어의 구매, 거래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거로 회귀하는 아이러니다. 2023년 굳이 필요도 없고 다른 수단으로 충분히 대체할 수 있는 유틸리티 NFT가 그저 억지로 남발된다면 사회에 상당한 해악을 초래할 것이다. 대부분 이더리움 기반인 NFT는 운영 과정에서 막대한 전력을 소비함으로써 환경 파괴에 일조할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회원권을 ‘메타버스’, ‘화이트리스트’ 같은 그럴듯한 단어로 포장해 거래 과정에서 프리미엄이 붙고, 종국에는 폰지사기(Ponzi scheme)2)가 될 가능성이 여전히 농후하기 때문이다.

 

결국 2023년부터 2~3년은 NFT의 명운을 가르는 기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NFT 업계가 NFT가 사기가 아니라는 것, 그리고 NFT에 어떤 가치가 실제적으로 연결될 수 있으며, NFT를 이용한 거래만의 독창성, 즉 NFT가 아니면 도저히 제공할 수 없는 효용이 무엇인지 증명해내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NFT는 지금의 시장 침체를 결코 회복하지 못하고 그저 잠깐 반짝했다 사라지는 기술이 되고 말 것이다.

 

 

 

 

 

 

1) 안상현, <“화성, 걷는다, 광각” 입력하자 20초만에 잡지 표지가…>, 조선일보, 2022.11.3, https://www.chosun.com/economy/mint/2022/11/03/YKU66KDHZRAHDCGT5BQOSPQD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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