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상세
《신문과방송》은 통계 결과를 정확하게 해석하는 법, 통계 보도자료를 제대로 읽는 법 등을 통해 통계 활용 보도에 도움이 될 만한 글을 새롭게 연재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 드립니다.
디지털 전환과 데이터 경제
챗GPT가 화두다. 회의를 하러 가도 사적 모임을 가도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자연스레 챗GPT가 등장한다. 챗GPT가 주목받는 이유는 기존의 챗봇과는 차원이 다른 능력 때문이다. 금융기관이나 통신회사가 이미 활용하고 있는 챗봇은 상담원을 대신해 새로운 서비스를 소개하거나 간단한 질문에 응답하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난이도가 높은 질문에는 속수무책이다. 챗GPT는 챗봇의 일종이지만 능력이 상상을 초월한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작성하다가 질문을 하면 에러도 고칠 수 있다. 시도 쓰고 작곡도 하고 그림도 대신 그려준다. 데이터를 집어넣으면 자동으로 분석도 하고 설명까지 할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이슈인 챗GPT를 포함해 빅데이터, 4차 산업혁명, 디지털 전환, 메타버스 등을 관통하는 하나의 키워드는 ‘데이터’다. 우리 사회가 디지털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폭발적으로 생산되는 데이터가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는 새로운 자원으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금융이나 유통업 등 제한된 분야에서 데이터를 활용했다면 이제는 스마트팜이나 스마트 양식장에서 양산되는 생육 조건 데이터를 분석하는 역량이 농어가의 경쟁력이 될 정도로 데이터가 농업과 어업을 포함한 전 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 영국 시사지 이코노미스트는 경제, 사회 변화의 주역으로 부상하고 있는 데이터를 ‘햇빛’이라 표현했다. 햇빛이 식물의 성장은 물론 인류의 생존에 필수적이듯 데이터가 경제활동의 근간이라고 선언한 것이다. 이른바 ‘데이터 경제’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최근 격화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 경쟁을 보면 데이터의 중요성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두 나라 모두 데이터를 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전략적 자산으로 선언하고 데이터를 보호하고 통제할 목적으로 혁신경쟁법(US Innovation and Competition Act of 2021)과 데이터안전법(数据安全法, 2021)을 경쟁하듯이 제정할 정도다.
데이터와 통계
데이터의 사전적 정의는 이론을 세우는 데 기초가 되는 사실, 또는 바탕이 되는 자료다(표준국어대사전). 즉 관찰이나 실험, 조사로 얻은 사실이나 정보를 뜻한다. 정보처리의 관점에서는 컴퓨터가 처리할 수 있는 문자, 숫자, 소리, 그림 형태를 말한다. 통계란 어떤 현상을 종합적으로 한눈에 알아보기 쉽게 일정한 체계에 따라 숫자로 나타낸 것을 말한다(국립국어원). 지식관리 영역에서 흔히 인용하는 DIKW 피라미드는 가장 상위의 단계인 지혜(Wisdom)를 데이터(Data), 정보(Information), 지식(Knowledge) 과정을 차례로 거쳐 도달하는 것으로 설명하는데, 통계는 정보 영역에 해당한다. 즉 통계는 데이터로부터 산출되므로 데이터와 통계는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설명이다.

최근 빅데이터의 등장으로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 결정이 민간은 물론 공공 영역으로 확대되면서 통계의 중요성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데이터의 역할이 부각되는 과정에서 통계의 역할이 간과되는 측면도 있다. 특히 신용카드 데이터나 위치정보와 같은 통신 빅데이터를 활용한 다양한 분석 사례가 나오면서 빅데이터가 기존의 통계를 보완하는 차원을 넘어서 대체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주목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구글트렌드(Google Trends)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빅데이터가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서 데이터 관심도가 통계 관심도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데이터 사이언스와 통계학
빅데이터가 각광을 받으면서 자연스럽게 데이터를 다루는 데이터 사이언스(data science)와 데이터 과학자(data scientist)가 주목받고 있다. 융합과학이라 부르는 데이터 사이언스는 통상 컴퓨터 과학, 수학과 통계학,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지식을 주요 구성 요소로 설명한다. 데이터 분석 관점에서 데이터 사이언스를 다른 말로 통계학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량의 데이터로부터 유용한 정보를 뽑아내 의사결정을 한다는 기본 원리는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새롭게 등장한 텍스트 데이터와 음성, 이미지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한 방법론의 추가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통계학도 사회 환경과 자연 현상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이론을 개발하고 다양한 유형의 데이터를 분석하기 위한 방법론을 개발하고 확장하는 방식으로 발전해왔기 때문이다.

빅데이터 분석이 주목받고 있지만, 여전히 기업이나 가구를 방문해 질문지를 작성하는 전통적인 방식의 설문조사는 건재하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작성하는 통계 대부분은 이러한 설문조사 방식을 아직까지 표준으로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빅데이터가 설문조사에 비해 더 빨리 분석 결과를 내놓고 비용이 저렴하다는 강점이 있지만, 분석 결과의 타당성과 신뢰성은 미흡하다. 이러한 이유로 기존의 전통적인 방식의 통계와 빅데이터에 기초한 분석이 상당 기간 공존하게 될 전망이다.
빅데이터의 등장으로 UN을 비롯한 국제기구는 물론 각국 정부는 기존의 통계 전담 조직과 새롭게 등장하는 데이터 전담 조직을 어떤 형태로 구성할 것인지 고민이 깊다. 캐나다와 같이 국가 통계를 통계청이 전담해 만드는 나라는 자연스럽게 국가 데이터 전략도 통계청이 담당하는 일원화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같은 영연방 국가이며 국가 통계를 통계청이 전담해서 만드는 호주는 캐나다와 달리 데이터를 전담하는 조직을 수상 직속으로 신설했다. 통계청이라는 전담 조직을 두지 않고 각 부처에서 필요한 통계를 생산하는 미국은 백악관에 정부 통계를 조정하는 통계 수석을 두고 있는데, 빅데이터의 등장으로 데이터 수석을 별도로 임명했다. 미국은 증거에 근거해 정책을 수립하고 평가하는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2018년에 증거기반정책법(Foundations for Evidence-Based Policymaking Act of 2018)을 통과시켰는데, 이 법에서 증거란 연방정부가 생산하는 통계라고 명시하고 있다. 데이터로부터 산출된 정보인 통계가 정책 의사결정의 핵심 수단이라는 의미다. 데이터와 기존 통계의 관계를 정립하기 위한 주요국 정부의 다양한 노력은 데이터 시대 통계의 역할을 재정립하는 데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디어 데이터, 미디어 통계
미디어 영역에서 통계의 중요성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정부가 수시로 발표하는 경제통계는 물론 사회 여론 조사와 선거 조사 등 다양한 통계 결과가 기사라는 창을 통해 독자에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선거와 관련된 여론조사 결과를 방송에서 보도할 경우 조사 의뢰자와 조사 일시, 조사 기관은 물론 조사 방법과 표본 크기, 표본오차, 질문 내용, 응답률 등을 매우 구체적으로 밝힐 것을 ‘선거방송심의에 관한 특별규정’에 명시할 정도로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 이는 방송 프로그램을 만드는 언론인은 물론 이를 보는 시청자도 조사와 관련된 통계 이론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현실은 보도하는 사람이나 시청자도 잘못된 지식으로 인해 기사 내용을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통계라는 진입장벽 때문에 대통령 후보자나 국회의원 후보와 관련한 여론조사 결과를 정확하게 해석하는 데 장애가 생기는 상황이다. 사람들이 방송 프로그램을 얼마나 시청하는지를 측정하는 시청률도 표본조사라는 통계 이론에 근거해 산출하지만 그 결과에 대해 서로 다른 해석을 내리는 일이 종종 벌어지기도 한다.
신문 영역도 예외는 아니다. 신문 가구 구독률 산정을 위해 그동안 사용했던 ABC협회 자료가 조작된 것으로 드러나 가구를 방문해 설문지를 작성하는 방식으로 대체하는 과정에서 설문조사 결과에 대한 해석을 둘러싸고 오해가 빚어진 것이다. 통계 이론으로 표현하면 실제 발행부수를 조사해 집계하는 전수조사 결과와 전체 국민 중에서 일부를 뽑아 조사하는 표본조사가 근본적으로 어떻게 다르고 결과를 어떻게 해석하는가와 관련된 사안이기도 하다.

데이터 저널리즘과 통계 리터러시
데이터 저널리즘이란 “뉴스 스토리에 대한 더 깊은 통찰력을 제공하고 관련 데이터를 강조하기 위해 통계의 사용과 검토를 통해 보도와 뉴스 작성을 강화하는 방법”이다(Antonopoulos, Karyotakis, 2020). 데이터 기반 저널리즘(data-driven journalism)으로 표현하는 데서 알 수 있듯이 데이터 분석이 핵심이다. 데이터로부터 기사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독자가 쉽게 이해하려면 시각화(visualize)도 필수고 이를 위한 데이터 정제와 변환(filter)이 불가피하다.
데이터 저널리즘은 빅데이터의 등장으로 촉발됐다. 웹의 창시자인 팀 버너스 리(Tim Berners Lee)도 데이터 분석이 저널리즘의 미래라고 언급할 정도다. 각국 정부가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를 개방하는 것은 물론 민간 데이터 개방도 적극 촉진시키고 있는 추세를 감안하면 미디어 생태계에서 데이터와 통계를 제대로 이해하는 능력은 더 중요해질 전망이다.

앞으로 기획연재를 통해 신문과 방송 통계와 관련한 다양한 논의 주제를 다뤄볼 생각이다. 신문 구독률과 열독률, 방송프로그램 시청률, 시청점유율과 매체합산, 여론조사와 통계, 출구조사와 선거 예측, 신문과 방송 산업 실태조사, 신문과 방송 이용행태조사 등이 이러한 주제가 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통계 결과를 정확하게 해석하는 법과 통계 보도자료를 제대로 읽는 법은 물론 잘못된 통계 보도 사례를 판별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번 기회를 통해 미디어 통계 관련 지식에 대한 이해를 높여 통계 리터러시를 포함한 데이터 리터러시 역량이 한층 성숙되기를 희망한다.
챗GPT 시대에 우리가 통계 보도에 주목하는 이유는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는 기본에 충실하라는 오래된 격언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데이터로부터 산출된 통계를 제대로 읽고 쓸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일은 빅데이터라는 큰 바다에서 거대한 파도를 헤쳐 나가는 나침반이 될 것이 분명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