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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0여 년 동안 한국인의 뉴스 이용 방식은 종이에서 화면으로, 다시 손안의 알고리즘으로 옮겨왔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언론수용자 조사’는 그 변화를 꾸준히 기록해 온 대표적인 조사다. 그동안 축적된 데이터를 통해 우리 사회의 미디어 환경과 뉴스 신뢰도의 변화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한국언론진흥재단은 미디어 환경 변화에 대한 다양한 정기 조사를 통해 언론 관련 정책 수립과 언론 기업의 경영전략 개발을 위한 객관적인 기초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현재 재단이 수행하고 있는 통계조사는 언론수용자 조사, 언론인 조사, 신문산업 실태조사, 잡지산업 실태조사 등 7종에 달하는데, 1984년부터 시작된 ‘언론수용자 조사’는 한국의 미디어 이용 지형을 조망할 수 있는 대표적인 조사다.
언론수용자 조사의 출발은 한국언론연구원1)이 1984년 시행한 ‘우리나라 신문독자 의식’ 조사다. 조사 명칭에서 알 수 있듯 신문 구독자만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표본 추출이 쉽지 않았다. 기초 정보(신문 발행 부수)의 부재, 조사 비용의 제약으로 전국 15개 신문사(중앙 6개지, 지방 9개지) 보급소 100곳을 통해 3,000부의 설문을 배포(보급소당 최대 30부)하고 회수하는 방식을 취했다.
1986년 시행한 2회 조사에서는 만 18세 이상 65세 미만의 전국 신문 이용자 1,200명을 대상으로 직접방문 면접조사를 시행해 조사 신뢰도를 높였다. 1988년에는 ‘선거와 언론’, 1990년은 ‘90년대 언론과 독자’, 1992년은 ‘자율언론과 독자’라는 명칭으로 신문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격년 조사 체제를 유지했고, 6회 조사인 1993년부터 수용자 의식 조사로 명칭을 변경하고 신문 이외에 방송 관련 설문을 포함했다. 2002년(11회 조사)부터는 지금의 명칭인 언론수용자 의식조사로 바꾸고 매년 조사로 변경해 현재에 이른다.
조사 대상자 규모를 살펴보면 1986년부터 1,200명을 유지하다 2008년 조사부터 5,000명 규모로 대폭 확대하고 조사 대상에 제주도를 포함했다. 신문 독자를 대상으로 출발한 언론수용자 조사는 현재 만 19세 이상 전국 국민 6,000명을 대상으로 미디어 전반의 이용 행태와 인식을 파악하는 조사로 진화했다.[표 1]

뉴스 신뢰도의 변곡점들
언론수용자 조사는 지난 40여 년간 한국 언론의 신뢰도를 묻는 항목을 꾸준히 유지해 왔다. 조사 항목의 변화를 살펴보면 미디어 환경의 변화 양상뿐만 아니라, 그에 따라 달라진 이용자들의 뉴스 소비 방식과 인식의 흐름도 함께 읽을 수 있다.
신문 독자를 조사 대상으로 했던 초기에는 응답자가 읽고 있는 신문(1984년)이나 신문의 보도 내용(1986년)의 신뢰도를 묻는 형태로 설문을 구성했다. 언론수용자 의식조사로 변경된 이후에는 4대 매체(신문·TV·라디오·잡지)별 신뢰도를 측정했으며, 뉴스를 제공하는 매체가 증가하면서 전국종합신문, 지역종합신문, 무료신문은 물론 지상파TV, 케이블TV, 라디오, 잡지, 언론사 닷컴, 인터넷신문, 포털, 메시징 서비스, SNS 등 다양한 매체를 세분화해 조사하는 방식으로 변화했다.
2010년 조사에서는 매체별 신뢰도 측정에서 각 매체에서 제공하는 기사/뉴스 및 시사 보도 신뢰도로 설문이 변경됐으며, 2016년에는 언론에서 제공하는 뉴스 전반에 대한 신뢰가 추가됐다. 2019년 조사부터는 매체 구분을 종이신문, TV, 포털, 인터넷 뉴스 사이트, SNS,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등으로 새로 구분해 뉴스 신뢰도를 측정했고, 2023년부터는 매체별 신뢰도 문항이 삭제되고 뉴스 및 시사 정보 전반에 대한 신뢰도와 내가 이용하는 뉴스 신뢰도 측정 문항만 조사됐다.[표 2]

조사 초기(1984~1992년)에 신문 구독자의 신문 신뢰도 조사 결과 신뢰한다는 응답(매우 신뢰+어느 정도 신뢰)은 47~49%로 나타났다.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별로 신뢰 안함+전혀 신뢰 안함)은 1986년 25.1%로 급증했다가 10%대로 감소했는데 이는 1986년 전후 대통령 직선제 요구와 1987년 개헌 등 정치적으로 불안정했던 시대 상황을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표 3]

매체별 신뢰도는 1990년 조사에서 신문이 55.4%로 TV(34.7%)보다 높았으며, 1992년 조사에서도 신문(46.2%)이 TV(45.6%)보다 근소하게 앞섰고 5점 척도로 변경된 1993년 조사에서도 신문(3.6점)이 TV(3.5점)보다 미세하게 앞섰지만 1994년 조사(4점 척도)부터 TV(3.26점)가 신문(3.18점)보다 앞섰고 이후 격차가 더 벌어졌다.
2012년부터 개별 매체에서 제공하는 뉴스에 대한 신뢰도와 함께 언론 전반에 대한 뉴스 신뢰도 항목이 포함됐다. 언론 전반의 뉴스 신뢰도는 2017년 크게 증가했는데, 이는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 등으로 뉴스 소비가 늘어난 데 따른 영향으로 보인다. 이 시기 TV, 신문 등 전통 미디어 신뢰도는 증가한 반면 SNS 등 뉴미디어는 감소하는 양극화 현상도 나타났다.[그림 1]

최근 6년간 뉴스 및 시사 정보 전반에 대한 신뢰도 측정 결과를 살펴보면 40%대를 유지했던 신뢰한다(매우 신뢰+어느 정도 신뢰)는 응답은 2023년에 30%대로 하락했다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서 2025년에는 49%에 달했다. 이는 유튜브 등 다양한 뉴스 소스를 통한 허위 정보의 확산 등으로 뉴스 신뢰도가 하락했다가 2024년 계엄과 대통령 탄핵, 조기 대선 등으로 정확한 뉴스 소비 수요가 급증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보인다.[그림 2]

2021년 조사부터는 ‘내가 이용하는 뉴스 및 시사 정보에 대한 신뢰도’도 측정하고 있는데, 2021~2023년은 내가 이용하는 뉴스 신뢰도가 뉴스 및 시사 정보 전반에 대한 신뢰도에 비해 높았지만, 2024년부터 그 차이가 줄어들어 2025년은 두 수치가 비슷하게 나타나는 경향을 보였다.[그림 3]

뉴스 신뢰도와 언론의 미래
뉴스 신뢰도 측정은 언론수용자 조사가 시작된 때부터 지금까지 이어온 핵심 가치다. 진실 보도가 언론의 존재 이유이기 때문이다. 뉴스 신뢰도 변화가 우리에게 전하는 의미는 무엇일까?
첫째, 뉴스 신뢰도는 사회적 사건과 이용 맥락의 영향을 받는다. 탄핵, 선거 등 정치적 격변기에는 전통 매체 의존도가 높아지고 뉴스 신뢰도도 상승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둘째, 매체 간 신뢰도 위계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시대 변화에 따라 재편될 수 있다. 조사 초기에는 신문이 TV보다 높은 신뢰도를 보였으나 이후에는 TV가 앞섰다. 2023년에는 한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사로 유튜브를 선택(2.5%)한 응답자가 연합뉴스 TV(1.8%)보다 더 많은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셋째, 뉴스 이용률이 하락하고 ‘읽는 뉴스’에서 ‘보는 뉴스’로 변화하는 과정에서도 뉴스 소비자의 능동성은 강화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언론의 개념이 확장되면서 전통 매체의 권위나 의존도는 낮아졌지만 제공되는 뉴스보다는 내가 찾아서 보는 뉴스를 선호하고, 정치적 격변기에는 정확한 뉴스를 선별해 이용하려는 경향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데이터가 경제적 자산을 넘어 안보자산으로 강조되는 시대지만, 통계조사 환경은 응답 회피 등으로 어려움에 처해있다. 통계조사의 정확성을 판단하는 기준인 ‘타당도’도 위협을 받고 있다. 특히 뉴스의 개념이 빠르게 확장되면서 신뢰도를 일관되게 측정하는 일은 더욱 복잡해졌다. 신문과 지상파 방송의 신뢰도가 곧 언론의 신뢰도를 의미했던 과거에 비해 매체의 종류도 늘어났을 뿐 아니라, 이용자들은 뉴스 콘텐츠를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숏폼은 물론 생성형 AI 서비스를 통해서도 소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5년 조사에서 응답자의 81.2%가 인터넷 포털이 언론의 기능을 수행한다고 답했고, 유튜브, 네이버TV와 같은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이 언론의 기능을 수행한다고 한 응답자도 39.2%에 달했다. 뉴스 신뢰도 조사 결과를 정확하게 해석하기 위한 ‘통계 리터러시’도 AI 시대에 능동적 뉴스 소비자가 지녀야 할 필수 역량임을 시사한다.
‘측정할 수 없으면 개선할 수 없다’는 경영학계의 오랜 격언처럼 뉴스 신뢰도 지표는 언론의 현재이자 미래다. 뉴스에 대한 수용자의 현재 인식을 통해 언론의 미래를 향한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40여 년의 여정을 거치며 곧게 뿌리내린 뉴스 신뢰도 지표가 수용자의 마음을 정확하게 읽는 나침반이 되기를 기대한다.
1) 한국언론연구원은 1999년 한국언론회관, 한국언론인금고와 함께 한국언론재단으로 통합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