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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와 시청률 측정
텔레비전이 등장하면서부터 방송과 광고는 동전의 양면처럼 운명을 함께할 수밖에 없는 관계였다. 방송 프로그램 앞뒤에 붙은 광고는 방송 생태계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다. 광고주가 지불한 돈으로 방송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고 시청자는 이를 무료로 이용하는 대신에 광고를 보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광고주는 인기가 있는 프로그램 전후 혹은 중간에 광고를 싣기를 원했고, 효과적인 광고를 위해서는 어떤 사람들이 해당 프로그램을 얼마나 많이 시청하는지를 알아야 했다.
하지만 시청률 측정은 간단치 않았다. 전화로 현재 방영되는 프로그램을 보고 있는지 물어보기도 하고 일기 쓰듯이 방송 프로그램을 얼마간 시청했는지를 기록하는 방법도 사용했다. 이러한 방법은 기억에 의존하기 때문에 정확도도 낮고 집계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러다 피플미터(peoplemeter)라는 기계식 측정 장치가 도입되면서 시청률 측정은 전기를 맞는다. 텔레비전에 측정 장치를 연결하면 TV를 켜고 끈 시간과 방송되는 채널이 자동으로 기록된다. 누가 시청했는지는 리모컨으로 지정된 숫자 버튼을 눌러 기록한다.
1980년대에 개인시청률 측정을 위해 도입된 피플미터는 시청률 측정의 표준이 됐다. 대부분 국가에서 단일 회사가 시청률을 산출하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닐슨과 TNMS 두 회사가 시청률을 측정한다. 시청률 자료가 두벌 존재하는 데에는 장점도 있지만 이용자는 서로 다른 결과가 나오면 어느 쪽을 믿어야 할지 혼란스럽다.
사람들이 TV를 많이 보는 시간대에는 높은 가격의 광고가 붙기 때문에 방송사와 제작진은 늘 시청률에 민감하다. 이뿐 아니라 시청률은 프로그램이 방송된 이후 방송사의 편성 담당자들이 프로그램을 평가하고 편성 전략을 수립하는 데도 필수다.1) 광고주는 특정 연령대나 성별 시청률 정보를 한정된 광고 예산으로 최대의 광고효과를 내는 데 활용한다. 정책 당국도 편성정책이나 광고 정책 수립을 위한 공공 목적으로 시청률을 활용한다.
시청률 측정 방법
TV 시청률을 측정하는 방법으로는 전화 조사, 일기식 조사, 오디미터, 피플미터가 있다. 전화 조사는 시청자에게 전화를 걸어 어제 하루 동안 시청한 프로그램을 조사하는 방법이다. 일기식 조사는 시청 기록을 일정한 시간 간격으로 작성한다. 오디미터와 피플미터는 TV에 측정 장치를 부착해 방영되는 프로그램을 자동으로 기록하는 방식이다. 오디미터는 가구 시청률 측정용 장치고 피플미터는 개인 시청률 측정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피플미터 방식의 시청률 조사는 전형적인 통계조사 절차를 따른다. 먼저 TV 시청 환경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기초 조사를 실시한다. 이 조사를 통해 TV 보유 현황, 시청 시간, 유료방송 가입 현황 등을 파악한다. 기초 조사 결과를 참고해 지역, 성, 연령은 물론 TV 보유 대수, 가족 구성원 수, 유료방송 가입 유형을 골고루 반영한 패널을 선정해 피플미터를 설치한다. 패널 가구에 설치된 피플미터를 통해 누가, 언제, 어떤 채널을, 얼마나 시청했는지를 측정하고 이를 취합하여 1분당 시청률을 계산한다.
현재 방송사와 광고회사가 사용하는 상업용 시청률은 닐슨이 약 4,300가구, TNMS는 약 3,200가구로부터 산출한다. 두 회사 모두 시간대별·채널별·프로그램별 광고 시청률 데이터를 가구와 개인 단위로 산출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TV 시청률과 통계 이슈
시청률은 복잡한 통계적 처리를 거쳐 생산되기 때문에 산출 과정은 물론 그 결과에 관해 다양한 궁금증이 생긴다.
첫째, 패널 가구 규모가 어느 정도여야 적절한지가 가장 먼저 드는 의문이다. 3,000~4,000가구만 조사해 정확한 시청률을 산출할 수 있는지를 대부분 궁금해한다. 적정 표본수 산정은 시청률 측정만의 문제는 아니고 모든 통계조사가 기획 단계에서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이다. 질문에 대한 대답은 3,000~4,000가구로 충분할 수도 있고 충분치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즉 전국을 대표하는 시청률을 산출하는 경우라면 충분하지만, 만약 17개 광역시도별로 시청률을 산출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충분치 않다는 의미다.

통계학에서는 표본조사의 정확도를 따질 때 신뢰수준과 표본오차 개념을 사용한다. 표본오차는 말 그대로 전체에서 일부만을 표본으로 뽑아서 조사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오차다. 표본오차는 먼저 신뢰 수준을 정한다. 신뢰 수준은 조사 결과에 대한 정밀도(정확도)라 할 수 있다. 즉 표본을 뽑아서 나온 값(추정치)이 우리가 알고자 하는 참값(모수)을 얼마나 정확하게 대변할 수 있는지를 먼저 정하는 것이다. 통상 90%, 95%, 99% 세 가지를 사용하는데, 숫자가 클수록 조사의 정밀도가 높다.
[표 3]은 표본 추출 방법을 단순임의추출(simple random sampling)로 적용한 경우의 표본오차를 나타낸 것이다. 물론 실제 시청률 조사에서는 층화추출(stratified sampling)2) 방법을 사용하므로 표본오차가 이 표와 다소 차이는 있지만 대체적인 경향은 유사하다고 보면 된다. 95% 신뢰 수준일 때 표본수가 100이면 표본오차는 ±9.8%p인데 표본수가 늘어나면 표본오차는 급격하게 줄어들어 표본수가 1,000이면 ±3.1%p가 된다. 하지만 표본수가 1,000을 넘어가면 표본오차 감소 속도가 현저하게 떨어진다. 즉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해도 추정값의 정확도는 비례해서 높아지지 않는다.

이렇게 효율이 떨어진다면 표본수를 굳이 늘릴 필요가 있을까? 전국 시청률 관점에서는 표본 증가가 비효율적으로 보이지만 지역별이나 연령별 분석 등 소집단별 분석에서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예산이 허락하는 한 표본 규모가 클수록 좋다.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조사에서는 통상 15,000가구를 적정 규모라 할 수 있는데 이는 17개 광역시도별 통계를 산출할 경우 지자체별로 표본수가 1,000개 내외가 되므로 지역 통계의 표본오차를 ±3.1%p 정도로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청률 조사 국제 표준인 유럽공영방송사협회(EBU)의 지침(GGTAM, Global Guideline for TV Audience Measurement)은 5,000가구 이상을 권장하고 있다. 물론 표본이 더 많으면 좋겠지만 광고 관련 시장 규모를 감안할 때 무한정 많은 예산을 투입하기는 쉽지 않다. 미국처럼 인구가 많고 면적이 넓은 나라도 5,000가구 내외의 시청률 측정 패널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보완하려고 뉴욕이나 LA 같은 대도시는 피플미터를 적용하지만 구매력이 떨어지는 지역은 일기식 조사 방식으로 시청률을 산출해 지역 방송사 광고 단가 기준으로 활용한다.
둘째, 시청률 순위의 문제다. 우리나라는 두 개의 조사회사가 시청률 자료를 발표하다 보니 종종 순위가 뒤바뀌어 이용자에게 혼란을 준다. 비록 시청률의 차이가 작더라도 방송사는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제20대 대통령선거 당시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으로 대선 후보 TV토론이 있었다. KBS1의 중계는 닐슨코리아(8.0%), TNMS(8.2%) 조사에서 모두 1위에 올랐다. 반면 MBC 토론 중계는 닐슨에서는 5.0%(13위)였지만 TNMS에선 3.9%(18위)였다. SBS는 닐슨에서는 4.2%(18위), TNMS에선 4.4%(15위)로 나타나 이를 비판하는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3)
시청률과 순위가 서로 다른 결과는 이용자에게 혼란을 주지만 표본오차를 감안하면 이해할 만하다. 시청률 조사 대상이 약 4,000가구이므로 표본오차를 ±1.5%p로 가정해보자. MBC 토론 중계가 닐슨에서 5.0%이므로 추정값은 3.5%~6.5%(5.0-1.5~5.0+1.5)다. TNMS에선 3.9%이므로 추정값은 2.4%~5.4%로 계산된다. 통계적으로는 순위가 뒤바뀔 수 있는 것이다. 방송사는 시청률 0.1%도 민감하게 생각하지만 이보다 훨씬 더 큰 표본오차가 존재하고 있는 셈이다.
그나마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의 시청률은 두 자리인 경우도 있어 이러한 순위 바뀜이 덜 일어나지만 케이블 방송 프로그램은 대부분 시청률이 1% 내외에 불과하므로 표본오차 관점에서 보면 시청률 순위는 큰 의미가 없다.

셋째, 패널 구성의 대표성 문제다. 패널 가구 구성은 기초 조사 결과를 반영해야 하지만 패널 가구 모집 곤란 등 실무적인 이유 등으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1인 가구 비율이 적고 4, 5인 가구 비율이 많다거나, 소득이 낮은 가구가 더 많고, 케이블 가입 가구와 IPTV 가입 가구 비율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등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지만 개선이 더딘 상황이다. 이는 2000년부터 상업용 시청률 데이터 이용자들이 자율적으로 운영하던 시청률조사검증협의회가 2007년 해체된 이유도 있다.
해외의 시청률 검증 기관
공영방송이 중심인 유럽 국가는 시청률 조사와 검증을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간주하고 있다. 영국의 BARB, 프랑스의 CESP 등은 기관의 성격은 조금씩 다르지만 검증이 핵심 기능이다. 미국은 자율검증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데 미디어 관련 업계가 출자해 설립한 MRC가 검증을 담당하고 있다.
영국의 BARB는 시청률 조사를 수행하는 조직인데, 기술자문위원회가 검증을 담당한다. 프랑스의 CESP는 매체 이용에 대한 조사를 목적으로 광고주, 광고회사, 매체사들이 모여 설립한 비영리기구다. 설립 초기에는 TV 시청률 조사를 담당했지만 1993년부터는 조사를 중단하고 감사(audit)를 전담하는 기구로 재탄생했다. 현재 라디오, TV뿐 아니라 인쇄매체, 옥외광고, 영화 등 다양한 미디어 측정에 대한 검증 기관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의 MRC는 수용자 측정의 정확성에 관한 의문을 제기한 미 의회의 “방송 측정에 관한 해리스 위원회”의 설치에 연원을 두고 있다.4) 청문회 결과 업계의 자율 규제를 권고하였고 미디어 관련 산업계가 출자하여 1963년 검증기구가 탄생했다. 현재 디지털미디어, 옥외광고, 인쇄 매체, 라디오 TV, 크로스 미디어(cross-media)에 대한 검증을 담당한다.
MRC는 검증 결과를 감사보고서로 작성하는데 세부 내용을 보면 표본 설계, 표본 추출, 패널 모집, 인구통계적 표본 구성, 시청률 계산 등 대부분 통계조사와 관련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MRC는 조사 관련 지표를 공개하도록 권고하는데 주요 내용으로 표본틀, 추출 방법, 응답률, 데이터 편집 절차, 데이터 보정 절차 등이 있다.
통합시청률 측정과 TV 시청률 신뢰 강화
가족이 모두 모여 거실에서 TV를 통해 시청하던 환경에 최적화된 피플미터 방식의 시청률 측정은 다양한 도전을 받고 있다. 초기에는 집밖에서 TV를 시청할 경우 이를 반영하는 방법을 고민했다. 휴대용 피플미터(portable people meter)가 그런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고안된 대안이었다. 소리를 감지할 수 있는 작은 기기를 휴대하고 다니면서 식당이나 대합실 등에 설치된 TV에서 방송되는 프로그램을 시청할 경우 자동으로 측정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다. 이른바 옥외 시청률 측정은 이제 작은 고민이 되었다. 유튜브와 넷플릭스와 같은 OTT가 등장하면서 TV를 통한 방송 프로그램 시청이 점점 줄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방송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기기도 TV에서 PC, 노트북, 스마트폰으로 다양하게 변하고 있다. 여러 매체를 모두 포괄하는 통합시청률 측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미래를 지향하는 시청률 측정 준비와 함께 현재 광고 시장에서 사용되고 있는 상업용 시청률의 신뢰도 문제도 조속히 해결돼야 한다. 시청률검증협의회의 부활을 포함하여 시청률을 활용하는 이해당사자의 논의 구조 활성화를 위한 각계의 노력과 정책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광고 시장에서 표준 통화(currency)로 작동하는 TV 시청률에 대한 신뢰 저하는 가뜩이나 온라인, 모바일 광고로 위축되고 있는 방송 광고 시장에 더 큰 위협으로 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1) 정용찬, 《시청률 조사》, 커뮤니케이션북스, 11쪽, 2013
2) 성격이 서로 다르다고 간주되는 층(지역 등)별로 표본을 뽑는 방법
3) 노지민, <30년된 TV시청률 집계에 언제까지 프로그램 운명 맡기나>, 미디어오늘, 2022.2.23,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2490
4) 정용찬, 《시청률 조사》, 커뮤니케이션북스, 84쪽, 20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