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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드라마, 가요, 영화가 해외에서 인기를 끌면서 이른바 ‘K-컬처’가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한국 콘텐츠에 대한 해외 언론의 보도 또한 늘고 있다. 그중에서도 세계 최대 콘텐츠 소비 마켓인 미국의 언론은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확인해본다. 편집자 주
K-드라마, K-POP, K-웹툰, K-푸드 등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 콘텐츠의 주인공이 바뀌고 있다. 과거 한류(Hallyu)라는 말로 몇 개 콘텐츠가 유행했던 때와는 차원이 다른 이른바 ‘K웨이브(K-WAVE)’가 생겨나고 있다. 한국 드라마, 예능 등의 인기가 높다 보니 넷플릭스는 한국 콘텐츠를 ‘K-드라마’라는 장르로 따로 구분 중이다. K-POP도 마찬가지다. 미국, 영국 등 언론들의 콘텐츠 분류법에서 K-POP은 분명히 다른 존재다.
이는 K-드라마, K-영화, K-POP 등 한국 콘텐츠의 해외 인기가 나날이 높아지는 가운데, 한류를 넘어 새로운 ‘K웨이브’가 만들어지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과거 한국계 미국인, 일부 아시아인들이 소비하는 콘텐츠에서 이젠 미국, 영국 등 글로벌 지역에 거주하는 현지인들도 즐겨 보는 ‘다양성을 가진 콘텐츠’로 진화했다.
2023년 4월 현재 K웨이브를 만들고 있는 콘텐츠 포맷은 크게 스트리밍(OTT), 웹툰, 엔터테인먼트 테크놀로지 등으로 다양하다.
‘K’ 수요 높아지자 해외 언론 주목 증가해
한국 콘텐츠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자, 미국 언론은 K-콘텐츠, K-드라마를 단순한 바람을 넘어 한 단계 깊게 보는 시각이 강하다. 또 과거보다 K-콘텐츠에 대해 더 많은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미국만을 놓고 본다면 명백한 팩트다. 세계 최대 콘텐츠 소비 마켓인 만큼, 미국 시장에 대한 분석은 의미가 있다. 미국인들은 인터내셔널 콘텐츠를 과거보다 더 많이 소비하고 있다. 팬데믹 이후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고 난 뒤 두드러진 현상이다.
미국에서 비영어 콘텐츠는 크게 늘고 있다. 콘텐츠 오디언스 및 글로벌 수요를 측정하는 패럿애널리틱스(PA, Parrot Analytics)에 따르면 2022년 9월 미국인들의 비영어 콘텐츠 시리즈 수요는 3년 전에 비해 2.5배 높아졌다.

수요 상승을 이끄는 메이저 요인은 바로 한국산 콘텐츠와 일본 애니메(Anime)다. PA에 따르면 2019년 10월부터 2022년 9월까지 2년간 한국 콘텐츠에 대한 미국 내 수요는 2배 이상 높아졌다. 그 사이 <오징어게임>, <지금 우리 학교는> 등의 드라마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한국 콘텐츠가 미국 시장에서 주목받다 보니, 미국 언론의 한국 콘텐츠 취급량도 늘고 있다. 뉴욕타임스의 경우 ‘K-Drama’라는 단어가 포함된 기사가 2019년(1월 1일부터 12월 31일) 105건이었지만, 2020년 111건으로 늘어났고 2021년 107건, 2022년 125건, 2023년(4월 16일 현재) 21건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폭발적이지는 않지만 기사 수요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기사 및 검색 트렌드를 통해 ‘소비자들의 관심도’ 변화를 엿볼 수 있는 구글트렌드에서도 한국 콘텐츠의 증가한 인기를 확인할 수 있다. 트렌드가 높다는 것은 해외 언론들이 한국 관련 기사를 많이 쓴다는 의미기도 한다. 시간에 따른 검색 관심도를 말해주는 구글 ‘인터레스트 오버타임(Interest Over Time)’에서 ‘K-Drama’라는 용어는 2008년 25에서 2023년 1월 100까지 높아졌다. 기계적으로 계산할 경우 최근 15년 사이 주목도가 4배 이상 커졌다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 이는 물론 부정과 긍정의 의미를 모두 포함한다.
해외 언론의 한국 취재도 잦아지고, 다양해지고 있다. 과거 음악이면 음악, 드라마면 드라마만을 취재하던 미국 기자들은 이제 ‘한국 콘텐츠(음악, 드라마 등 포함)’를 직접 취재해 보도, 방송하고 있다. 과거 통신사 기사를 받아서 처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한국을 조금 더 이해하려는 노력이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한국 콘텐츠를 집중 분석하는 기획은 최근 3년 사이 더 도드라진다. 특정 콘텐츠를 넘어 한국 문화를 취재하고 기사로 작성하는 경우가 늘어났다는 이야기다. 해외 언론들의 한국 언급은 적어도 문화,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만큼은 넓어지고 깊어졌다.
실제, 2022년 10월 루카스 쇼(Lucas Shaw) 블룸버그 콘텐츠·미디어 전문기자는 싱가포르에서 있었던 아시아 지역 콘텐츠 관련 전시회 에이포스(APOS)1)에 참석한 이후 한국으로 넘어와 K-POP, K-드라마 등을 집중 취재하고 돌아갔다. 이때 루카스 쇼는 BTS의 소속사 하이브와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에 드라마와 다큐멘터리를 집중 공급하고 있는 스튜디오드래곤, 스튜디오S 등을 방문해 ‘K-콘텐츠의 현주소’를 직접 취재했다.
당시 한국을 방문했던 루카스 쇼 기자는 “하이브 등 음악 기획사와 드라마 스튜디오 등을 집중적으로 취재했다”며 “장르가 아닌 ‘특정 나라의’ 콘텐츠를 취재하는 경우는 드물다”라고 말했다.
한국에 대한 직접 취재로 뉴스의 정확도도 높아졌다. 쇼 기자가 미국으로 돌아가 작성한 기사는 한국에 대한 비교적 정확한 뉘앙스의 기사였다.
2022년 10월 9일에 게재한 <한국의 모든 남성들은 병역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BTS도 마찬가지일까?(All South Korean Men Must Serve in the Army. Does That Include BTS?)2)>라는 기사에서 루카스 쇼 기자는 BTS의 병역 의무 이행을 둘러싼 한국 사회의 정서를 전달했다.
특히, 기사에서 그는 한국이 두려워하고 있는 K-웨이브의 유통기한이 언제 끝날지에 관한 내용도 실었다. 자신이 한국에서 만난 언론사, 미디어 관계자들의 인터뷰를 통해서다. 쇼는 기사에서 “그들은 한국 엔터테인먼트의 웨이브가 언제 끝날지 궁금해했다”고 언급했다.
한국을 다녀간 글로벌 메이저 언론은 블룸버그만은 아니다. CNN의 유명 경제 전문 프로그램 <퀘스트 민즈 퀘스트(Quest Means Quest)>의 진행자인 리처드 퀘스트(Richard Quest)는 한국 방문 취재 기간 중 한덕수 총리나 유명 기업인, 경제인과 함께 하이브의 방시혁 이사회 의장을 만나 직접 인터뷰했다.3)
퀘스트의 방시혁 의장 인터뷰 <출처 – CNN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https://www.cnn.com/2023/03/03/media/hybe-bts-sm-entertainment-kpopintl-hnk/index.html>;
경제 담당 기자가 엔터테인먼트 관련 인사(그것도 미국이 아닌)를 만나 단독 인터뷰를 진행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한국 음악, 드라마 등의 주목도가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당시 하이브와 카카오가 굴지의 연예 기획사 SM의 인수를 놓고 경영권 분쟁이 치열했던 시기다.
이런 취재 이면에는 미국 스트리밍 서비스의 한국에 대한 투자가 늘어났다는 점도 들 수 있다. 미국과 영국 자본이 한국에 투자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해당 국가 언론의 관심이 높아진 것이다. 넷플릭스는 2021년 한국 콘텐츠에 5억 달러(약 6,500억 원)를 투자해 <오징어게임> 등을 만들었다.
2023년에만 34개가 넘는 콘텐츠를 한국에서 만든다. 방송 미디어 분야 글로벌 시장 분석 회사MPA(Media Partners Asia)에 따르면 2023년에 넷플릭스는 한국에 10억 달러(약 1조 3,100억 원)를 쏟아붓는다. 넷플릭스가 투자를 리드하고 있지만 디즈니플러스 등도 투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아마존은 한국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를 운영하지 않지만 한국 드라마, 예능 콘텐츠의 큰 구매처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Amazon Prime Video)를 통해 한국 콘텐츠를 보는 고객들은 더 재미있는 경험을 하고 있다. 한국 예능 콘텐츠 시청의 또다른 재미인 한국어 자막이 미국인들의 기호에 맞춰 붙고 있는 것이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서 방송 중인 tvN의 <서진이네>(해외판 제목 <Jinny’s Kitchen>)는 외국인이 좋아할 만한 자막이 ‘보조 콘텐츠’로 제공된다.
K-컬처 인더스트리 분석 기사로 확대
개별 콘텐츠의 인기는 한국 문화에 대한 분석 기사를 양산하고 있다. 뉴욕타임스, 블룸버그는 최근 높아지는 한국 문화의 글로벌 수요에 대한 종합적인 기사를 실었다. 제목은 전 세계 스트리머들이 한국 드라마 콘텐츠를 보려고 몰려온다는 내용이다.4)
한국 드라마의 인기가 높아지다 보니 스트리밍 이용자들이 한국 감탄사나 욕설을 인지하기 시작했다는 재미있는 리드로 시작한다. 기사에 언급되는 사례가 시청률과 같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보다 현실적이고 세밀한 사례가 된 셈이다. 이 기사에 등장한 한 한국 드라마 팬의 언급은 인상적이다. “나는 미국 TV를 좋아한다. 그러나 한국 TV를 더 많이 본다”고 말이다. 특히, 이 기사는 한국 드라마의 성공이 하루아침에 일어나지 않았다며 삼성과 1990년대 CJ의 콘텐츠, TV 시장 투자도 언급하고 있다.
CJ가 케이블TV 채널을 인수하고 1994년 스티븐 스필버그(Steven Spielberg), 제프리 카젠버그(Jeffrey Katzenberg), 데이비드 게펜(David Geffen) 등과 공동 투자해 한국의 첫 번째 영화 체인을 설립하게 됐다는 점도 언급했다.
이렇듯 미국에서 한국 콘텐츠의 인기가 높다 보니 ‘그 이면’을 다룬 기사들도 점점 늘고 있다. 문화에는 항상 좋은 면만 있지 않기 때문이다. BTS의 멤버 지민의 싱글 타이틀 ‘라이크 크레이지(Like Crazy)’는 빌보드 핫 100에서 최고 자리에 올랐지만 정작 한국에선 상대적으로 랭킹이 낮다. 최근 뉴욕타임스는 이 지점에 주목했다.
<케이팝 성장 속 한국 팬들은 소외된다(In K-Pop’s Quest for Global Growth, Korean Fans Feel Cast Aside)5)>라는 제목의 기사로, 한국 음악 수요의 90% 이상이 한국 외에서 발생하다 보니 정작 한국 팬들은 주목받지 못한다는 내용이다. 많은 가수와 기획사가 글로벌을 외치면서 한국 팬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물론 기사는 뉴욕타임스의 한국 뉴스룸에서 작성했지만, 뉴욕타임스가 글로벌 오디언스(특히 미국) 입맛에 맞는 기사를 쓴다는 점에서 이 기사는 의미가 있다.
글로벌 미디어들의 높아진 한국 이해도에는 ‘한국 직접 취재’나 ‘한국에 취재 포스트를 두는 경향’이 늘었다는 점도 한몫한다. 뉴욕타임스가 한국 지사를 아시아를 커버하는 해외 본사 개념으로 운영하는 가운데 워싱턴포스트도 2021년 서울에 24시간 지사를 설립했다.
BTS, 블랙핑크 등 이미 해외 시장에서 대형 팝스타로 입지를 굳힌 스타들 역시 앨범 발매 전 진행하는 미디어 행사는 국내에서 개최한다. 보통 이런 행사들은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사후 노출되지만, 현장 분위기를 취재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하는 미국, 유럽 미디어들이 크게 늘었다. 일부 유명 아이돌들의 컴백 현장에는 외신기자도 넘쳐난다.
과거 한국은 일본에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 일본 진출과 동반해 콘텐츠를 서비스하는 국가에 불과했다. 적어도 콘텐츠 시장 사이즈만 보면 그렇다. 그러나 상황은 역전됐다. 해외 언론의 K-컬처 언급량과 질적 상승도 이런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이제 해외 언론들은 일본의 구로사와 아키라(Kurosawa Akira)와 미야자키 하야오(Miyazaki Hayao)가 아니라 봉준호와 황동혁을 본다. 넷플릭스가 이런 현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넷플릭스는 일본이 아니라 한국에 투자하고 있다. 일본, 홍콩, 대만 방송사들은 한국 콘텐츠를 사들여 방송하면서 큰 재미를 보고 있다. 2021년 가을 <오징어게임>, <지금 우리 학교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넷플릭스 인기 프로그램 리스트를 장악했다.
한국 콘텐츠의 글로벌 확장에 따라 해외 언론의 언급도 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한국 콘텐츠의 부상을 ‘신기’하고 ‘이례적’이라고 분석한 기사가 많다. 결국 이를 해결하고 우리 문화 자체에 언론이 집중하게 하기 위해선 우리 스스로 제대로 된 언론 보도를 해야 한다. 미국, 영국을 취재하는 해외 특파원이 아니라 콘텐츠나 컬처를 취재하는 해외 현지의 한국 언론사가 필요하다. 이는 해외 언론이 한국을 처음 취재하는 관문이 될 가능성이 크다.
1) https://media-partners-asia.com/apos/
2) Shaw, L., <All South Korean Men Must Serve in the Army. Does That Include BTS?>, Bloomberg, 2022.10.10, https://www.bloomberg.com/news/newsletters/2022-10-09/all-korean-menmust-serve-in-the-army-does-that-include-bts?sref=X1HNuu3U
3) Toh, M. & Quest, R., <BTS mastermind on HYBE-SM deal: We’re not ‘trying to take over the whole industry’>, CNN, 2023.3.5, https://www.cnn.com/2023/03/03/media/hybe-btssm-entertainment-kpop-intl-hnk/index.html
4) Shaw, L., <Inside the Korean TV Boom That Has Global Streamers Piling Into Seoul>, Bloomberg, 2023.4.7, https://www.bloomberg.com/news/articles/2023-04-06/inside-thekorean-tv-boom-that-has-global-streamers-like-netflix-pilinginto-
seo?sref=X1HNuu3U
5) Yoon, J., <In K-Pop’s Quest for Global Growth, Korean Fans Feel Cast Aside>, New York Times, 2023.4.5, https://www.nytimes.com/2023/04/04/business/sm-entertainment-kakaohybe-kpop.htm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