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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트, 이미지, 또는 오디오 프롬프트를 기반으로 독창적인 콘텐츠를 생성하는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 기술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지원하는 미국 스타트업 오픈AI가 작년 11월 챗GPT를 출시한 후 중국에서 점점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챗GPT를 공식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 중국에서는 대표적인 IT 플랫폼 기업들이 유사한 기술과 서비스를 출시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2018년 시진핑 주석이 인공지능이 세계 기술 경쟁에서 전략적으로 중요하다고 선언한 이후 중국은 인공지능 기술 개발에 전 국가적인 역량을 투입해왔다. IDC(International Data Corporation)는 중국의 연간 AI 투자가 2026년에는 266억 9,000만 달러(약 35조 4,500억 원) 규모로 성장, 전 세계 AI 투자의 약 8.9%를 차지하며 미국에 이어 2위 자리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당국의 전폭적인 정책 지원과 투자, 인공지능 학습에 사용할 수 있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 및 응용 프로그램에 대한 막대한 시장 수요 덕분에 중국의 인공지능 시장은 2025년까지 580억 달러(약 77조 530억 원) 규모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챗GPT로 대변되는 생성형 AI 기술은 체제 안정을 최우선으로 하는 중국 당국에 큰 도전이 되고 있다. 각국 정부가 관련 기술의 가능성을 확장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관련 제도를 도입·정비하는 가운데 중국 당국은 관련 서비스와 산업을 규제하기 위해 신속하게 움직이고 있다. 중국의 인터넷 감시 기관인 사이버공간관리국(CAC, The Cyberspace Administration of China)은 지난 4월 11일 생성형 AI 서비스에 대한 관리 조치 초안을 발표했고 해당 내용은 생성형 AI 기술에 대한 중국 당국의 우려를 잘 드러냈다.
중국 기업들의 발 빠른 대응
앞서 언급한 대로 정부가 인터넷을 엄격하게 검열하는 중국에서는 챗GPT의 사용이 공식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나 바이두, 알리바바 등의 플랫폼 기업들과 센스타임(SenseTime) 등의 AI 기업들이 유사한 기술과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이 큰 이슈가 되고
있다.
지난 3월 중국의 대표적인 인터넷 검색 포털인 바이두는 자체 AI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어니봇(Ernie Bot)의 베타 버전을 발표했다. 이 발표는 오픈AI가 자사의 대규모 언어 모델(LLM) 최신 버전인 GPT-4를 출시해 더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킨 지 하루 만에 진행됐다.
발표는 회사 설립자이자 CEO인 로빈 리(Robin Li)가 베이징에서 열린 행사에서 약 30분 동안 직접 진행했는데 해당 기술을 시연하는 대신 수학 문제 풀이, 오디오·비디오 콘텐츠 생성 등 어니봇이 할 수 있는 작업을 사전 녹화한 자료를 활용했다.1) 발표가 진행되는 동안 바이두의 주가는 10%나 하락했는데, 이는 지난 2월 바이두가 중국식 챗GPT를 연구하고 있다는 소식에 주가가 15% 상승한 것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었다.
바이두가 어니봇을 공개한 지 며칠 후, 알리바바의 연구기관인 다모아카데미(Damo Academy)는 챗GPT와 유사한 서비스를 개발 중이라고 밝혔고 실제로 지난 4월에 기업 고객들을 주요 타깃으로 하는 통이첸원(Tongyi Qianwen)이라는 서비스를 론칭했다.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협업 플랫폼인 딩톡(DingTalk)에는 이미 해당 기능이 추가됐고 스마트 스피커 티몰지니(Tmall Genie) 등 다른 제품에도 통이첸원 서비스를 통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초대형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넷이즈(NetEase)는 기업 고객이 정교한 프로그래밍 기술 없이도 간단한 소프트웨어를 생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코드웨이브(CodeWave)를 공개했고 AI 전문 기업 센스타임도 센스노바(SenseNova)라는 최신 대형 AI 모델을 발표했다. 국영 통신사인 차이나텔레콤(China Telecom)도 클라우드 사업부인 CTyun에서 자체 개발한 대규모 언어모델을 테스트하고 있다고 밝혔다.
생성형 AI 기술에 대한 관리 지침 초안
시장과 대중의 관심이 급증하면서 중국 당국은 빠르게 발전·확산하는 생성형 AI 기술이 야기하는 위험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국영 언론사에서는 생성형 AI 기술을 둘러싼 시장 거품과 과대광고 등에 대해 언급하거나 해당 기술이 사용자의 도덕적 판단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각국 정부가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의 급속한 개발을 억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중국의 인터넷 감시 기관 CAC는 지난 4월 11일 생성형 AI 서비스를 대상으로 하는 새로운 관리 지침 초안을 발표했다.
해당 지침은 전반적으로 AI 기술 개발을 지지하는 어조를 보이지만 관련 서비스들의 잠재적 위험을 명시하고 관련 기업의 역할을 강조했다. 데이터 보안, 생성되는 콘텐츠의 품질 관리 등 다른 정부들과 공유하는 우려 사항 외에도 정치적인 요구사항을 분명하게 언급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관리 지침 4조에 따르면 “중국 본토에서 대중에게 제공되는 모든 서비스는 사회주의 핵심 가치를 구현하는 콘텐츠여야 하며 허위 정보 또는 체제 전복을 위한 어떤 것도 포함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관리 지침에 따라 중국에서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은 허위 정보, 개인정보 보호나 지적 재산권을 침해하는 콘텐츠가 생성되는 것을 제한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중국 사회주의 가치를 옹호하는 콘텐츠를 제공하고 경제 또는 사회 질서를 방해하는 콘텐츠를 생성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 모든 서비스는 기존 온라인 정보 서비스에 대한 규정 지침에 따라 대중에게 (여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전에 CAC의 보안 평가를 통과해야 한다. 해당 관리 지침의 세부 내용은 중국 당국이 생성형 AI 기술과 관련해 특히 우려하는 문제가 무엇인지 확실하게 보여준다.
지난 몇 년 동안 중국 당국은 데이터 보안과 사회 안정을 표면적인 이유로 내세워 많은 제도와 지침을 통해 신흥 산업을 규제하기 위한 노력을 진행해 왔다. 2013년에는 온라인에 허위 뉴스나 소문을 게시하고 퍼뜨리는 사용자에게 강력한 처벌을 내릴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작년에는 추천 알고리즘 기반의 대형 온라인 서비스 업체들이 “국가 안보 또는 사회적 공익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도록” 알고리즘을 당국에 등록하도록 하는 규정이 도입됐는데, 이 규정은 해당 업체들에게 “사회동원 능력”을 갖춘 추천 알고리즘을 요구하기도 했다.
또 올해 초 딥페이크 기술이 큰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자 중국 당국은 해당 기술이 온라인 사기나 명예훼손과 같은 범죄 활동에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면서 딥페이크를 활용해 제작된 비디오와 사진에 명확한 표시를 해 대중의 혼란을 방지하도록 했다. 가장 최근에는 국가 데이터국(National Data Bureau)을 설립해 각 정부 기관에서 수집·공유·활용되는 국가 소유 데이터 보안을 관리하게 했다.
생성형 AI 기술에 대한 관리 지침 발표 이후 5월 초에는 챗GPT를 사용해 가짜뉴스를 생성하고 이를 온라인에 유포한 혐의로 구금된 사례가 처음으로 공개되어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됐다.2) 중국 북서부에 위치한 간쑤(甘肅)성 공안부는 “AI 기술을 사용해 거짓 정보와 사실이 아닌 정보를 조작”한 혐의로 한 남성이 구금됐다고 발표했다. 이 사건은 지역 열차 사고로 9명이 사망했다는 가짜뉴스가 발견되면서 시작됐다. 성명서에 따르면 해당 남성은 중국에서 유행한 소셜미디어 콘텐츠 내용을 챗GPT에 입력해 허위 기사의 다른 버전을 빠르게 생성하고 이를 여러 소셜미디어 계정에 게재한 것을 자백했다고 한다. 관계자는 해당 남성의 범죄 혐의가 위중할 경우에는 10년 이상의 징역과 가중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중국식’ 생성형 AI, 챗GPT 따라잡을까
중국은 챗GPT와 같은 대규모 언어모델의 성공을 따라잡기 위해 AI 기술에 더 많은 투자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중국식’ 생성형 AI 기술 서비스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바이두의 로빈 리는 발표 현장에서 어니봇이 중국어 기반 모델로서 큰 경쟁력이 있다고 언급했다. 중국 최대의 검색 포털로서 방대한 데이터를 보유한 바이두는 중국어를 대상으로 하는 가장 진보한 자연어 처리 기능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어에 대한 이해뿐만 아니라 중국 문화에 대한 학습도 가능하기 때문에 해외에서 개발된 모델보다 중국어를 기반으로 하는 중국 시장에 더 적합하다는 주장이다. 중국이 구글, 유튜브, 페이스북 등 글로벌 플랫폼의 중국 시장 진입을 막고 이에 상응하는 서비스와 기업을 육성했던 기존의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반면 어니봇과 다른 중국 기업의 서비스들은 영어 기반 모델로서는 한계가 분명히 존재한다. 어니봇은 다른 대규모 언어모델과 마찬가지로 엄청난 양의 텍스트 자료를 통해 학습됐지만 ‘만리방화벽(Great Firewall)’으로 대변되는 중국의 인터넷 검열 환경에서 영어 텍스트에 대한 접근이 제한적인 까닭이다. 중국 정부가 인터넷 사용자의 검열되지 않은 콘텐츠 접근을 금지함에 따라 AI 모델을 학습시키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자료량에 있어 미국 등 서방 국가에 비해 경쟁력이 뒤처질 수밖에 없다. AI 기술 육성을 핵심 정책 기조로 삼아왔던 중국 정부는 고민스러운 상황이다. ‘블랙박스’ 기술로 묘사되기도 하는 생성형 AI 기술의 파괴적인 영향력을 경계하면서 조심스럽게 산업 발전을 이끄는 것이 현재로서 최선의 대안으로 보인다. 향후 중국 당국은 현재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규제하는 방식과 마찬가지로 생성형 AI 기술 관련 제품 및 서비스에서 민감한 키워드와 토론 주제를 금지할 가능성이 있다. 더 나아가 AI 학습 데이터와 새로운 콘텐츠의 생성 알고리즘에 체제 안정을 목적으로 하는 인위적인 조건을 추가해 관련 서비스들을 ‘도구’로서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결국 정부 당국의 규제 방향이 명확하지 않고 예측 불가능하기 때문에 중국의 기업들은 여느 때처럼 모래주머니를 발에 차고 경기에 나서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1) 구글도 지난 2월 대화형 AI 서비스 바드(Bard)를 공개했는데, 사전 녹화된 데모 및 테스트를 공개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챗GPT가 내장
된 새로운 빙(Bing) 검색 엔진을 출시할 때 사전 녹화된 클립을 사용했다.
2) 챗GPT는 중국 IP 주소에서 직접 사용할 수 없지만 가상 사설 네트워크(VPN, Virtual Private Network) 연결이 있는 경우 서비스에
액세스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