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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포럼] 경제 저널리즘의 미래
미디어포럼 | 등록일 : 2023-05-26

영국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에서 매년 진행하는 ‘글로벌 저널리즘 세미나 시리즈’는 전 세계 주요 언론인과 미디어 경영진, 학자 등의 강연으로 이뤄진다. 그중 지난 4월 26일 있었던 세계적 석학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의 금융 저널리즘 강연을 요약·소개한다. 편집자 주

 

세계은행 수석 부총재 출신 노벨상 수상 경제학자 조지프 스티글리츠(Joseph Stiglitz) 컬럼비아대 교수는 금융 분야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력히 옹호하는 학자로 유명하다. 그는 이를 연구하는 단체인 정책대화를 위한 이니셔티브(Initiative for Policy Dialogue)의 창시자인 동시에 지금의 저널리즘을 비판하는 살아있는 지성이기도 하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특히 경제학자 관점에서 경제 분야 취재, 이른바 금융 저널리즘(financial journalism)1)을 계속해서 비판해왔다. 그는 금융 저널리즘이 금융 버블과 위기의 영속화에 기여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위기 알려주지 않는 금융 저널리즘

 

글로벌 미디어 저널리즘 연구기관인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는 미디어 분야 최신 현안과 기술 변화에 대한 전문가 초청 간담회 ‘글로벌 저널리즘 세미나 시리즈(Global Journalism Seminars series)’를 개최한다. 이 세미나에는 주요 언론인, 미디어 경영자, 학자, 시민운동가 등이 단골로 등장한다. 지난 4월 26일에도 의미 있는 행사가 열렸다. 이날 스티글리츠 교수는 옥스퍼드대 사이드경영대학(Sa d Business School)에서 ‘금융 위기에서 비즈니스 저널리즘의 역할(the role of business journalism in a financial crisis)’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이 강의는 계속되는 경제 위기로 ‘언론의 진정한 역할에 대한 궁금증’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열려 큰 주목을 받았다. 이 글에서는 한 시간 동안 이어진 스티글리츠 교수의 특강 중 일부를 발췌해 정리한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금융 저널리즘에서부터 기후변화까지 다양한 주제들을 다루면서도 일관된 메시지를 전했다.

 

팬데믹으로 인한 경기 악화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전 세계적 인플레이션이 발생했다. 세계은행 시스템은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은행(SVB, Silicon Valley Bank)의 파산 충격으로 지난 몇 달 동안 휘청거리고 있는데, 이는 우리가 또 다른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금융 저널리스트는 2008년 금융 위기를 예측하지 못했고, 따라서 책임자들에게 책임을 묻지 못했다”며 “많은 나라에서 경기 침체가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지난 15년 동안 언론인들은 무엇을 배웠나”라고 비판했다. 결국 스티글리츠 교수는 많은 금융 저널리즘이 금융 위기에 대해 제대로 된 비판을 하지 않고 위기를 부풀리기만 하면서 실제 경제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입장인 것이다.


자본주의의 어두운 면에 더 귀 기울여야

 

금융 저널리즘의 가장 큰 문제점은 ‘희미해지는 비판 의식’이다. 경제 주체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다루는 경제 매체의 경우 따끔한 비판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특히, 자본주의 체제의 문제점과 이면에 대한 분석은 매우 어렵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지금과 같은 혼돈의 시기, 언론은 자본주의의 어두운 면을 더 많이 다뤄야 한다고 전했다. 

 

최근 몇 년간 세계 경제는 혼돈의 시기였다. 2020년 시작된 코로나19 대유행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인플레이션, 공급망 부족 등과 같은 큰 외부 충격이 잇따랐다. 이에 대해 스티글리츠 교수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경제 위기를 다르게 경험했다”고 강조했다. 인플레이션, 공급망 실패, 백신 불평등은 개발도상국에 더 가혹했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스티글리츠 교수는 이는 세계화의 실패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많은 언론은 이에 대해 주목하지 않았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강연에서 “기록적인 시간 내에 백신을 생산해 낸 것은 과학적인 업적이다. 그리고 우리가 그것을 생산했다는 사실 또한 큰 성과”라며 “그러나 이것이 백신 차별(아파르트헤이트, apartheid)로 끝났다는 사실은 세계화의 실패"라고 말했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의 강연 시작 화면 <출처 – 글로벌 저널리즘 세미나 유튜브 화면 갈무리>

 

 

금융 위기의 책임 피할 수 없는 언론

 

2023년 3월 미국 테크 업계에서는 아주 큰 두 개의 이슈가 발생했다. 생성 AI의 진화 버전인 챗GPT4 공개와 실리콘밸리은행의 파산이다. 두 사건 모두 업계를 흔들었지만 실리콘밸리은행의 퇴출은 예상치 못했던 일이어서 충격이 더욱 컸다. 특히, 실리콘밸리은행이 이름처럼 미국 테크 스타트업들의 펀딩 역할을 담당했다는 점에서 기술 업계의 분위기는 바로 다운됐다. 로쿠(Roku) 등 일부 기업들은 자금의 절반가량이 실리콘밸리은행에 묻히기도 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실리콘밸리은행의 실패는 경제정책과 금융 규제가 부적절한 것으로 입증된 사례라고 주장했다. 사실 이 사태에는 언론의 책임도 있다. 그는 “실리콘밸리은행의 파산 소식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Board of Governors of the Federal Reserve System)가 미국 은행들의 재정 상태가 안정적이라고 의회에 확신시킨 지 불과 며칠 만에 나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실리콘밸리은행 대표가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이사를 맡았다는 것은 내부 통제 시스템이 무너졌다는 것을 말한다”며 “이는 2008년 위기에서도 마찬가지로 제기된 문제”라고 강조했다. 물론 그사이 실리콘밸리은행의 위험을 경고한 미디어는 없었다. 


기자는 정보 출처를 의식해야

 

경제학의 경우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정보원이 존재한다. 인터넷과 유튜브에는 엄청난 정보가 흘러넘친다. 그러나 스티글리츠 교수는 이럴 때일수록 기자들은 누가 어떤 정보를 제공하는지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journalists must beware of who is giving what information). 정보원의 신뢰도와 소스의 출처를 확인하라는 이야기다. 

 

이와 관련해 스티글리츠 교수는 “은행들은 당신들(기자들)에게 항상 정보를 제공하고, 기업들도 항상 정보를 주고 있다”며 “그러나 (기자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멋진지만을 강조한다. ‘걱정하지 마, 위험은 낮으니까’라고 말한다”고 했다. 하지만, 실리콘밸리은행 사태에서도 보듯, 경제 복잡성이 높아질수록 위험도 커진다. 

 

특히, 돈의 힘을 가진 사람들은 확신을 강요한다. 이에 공정하고 공평한 출처를 찾는 것은 언론의 역할 중 하나다. 불편부당한 소스(impartial sources)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학교나 교수들과 더 많은 이야기를 해야 한다”며 “연구자, 학교들은 다른 소스보다 공정성이 뛰어나며 비판 의식도 강하다”고 설명했다. 

 

기자들이 기후변화에 대해 보도할 때, 사실을 보도하는 것과 함께 독자와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기후와 금융 보도의 교차점에서는 “기업을 비판적으로 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전반적으로 기후변화 보도는 전혀 나쁜 것이 아니다”라고 하며 “개별 기업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그들이 더 나은 일을 할 수 있게 유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환경보호뿐만 아니라 개별 기업들이 어떻게 자신들의 이익을 주장하면서 환경을 악화시키고 있는 지를 보여주고, 환경보호에 있어 기업들의 책임이 있다면 그것을 묻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강연 중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 <출처 – 글로벌 저널리즘 세미나 유튜브 화면 갈무리>​

 

 

개발도상국에 더 큰 타격 주는 생성 AI

 

주문자의 의도된 질문에 답하고 텍스트, 이미지, 비디오 등을 자유롭게 만드는 생성 AI(Generative AI)가 전 세계 산업을 흔들고 있다. 교육에서는 선생님을 대체하는 수준까지 올라섰고 엔터테인먼트 영역에서는 AI 가수와 AI 성우가 등장했다. 영화 제작과 TV 각본 작성도 이제 AI가 직접 할 수 있다. 미디어 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많은 언론사가 기사 보도와 취재 환경에서 AI를 이미 사용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챗GPT를 탑재한 자체 AI 모델을 내놓기도 했고 버즈피드와 씨넷은 이미 상당수 기사를 AI를 통해 쓰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지역 라디오 중에는 AI를 이용해 라이브 방송을 하는 곳도 생겼다. 아울러 앵커, 기자, 배우들을 AI로 학습시켜 딥페이크 뉴스를 진행하는 곳도 나타났다. 물론 긍정적인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배우들의 음성과 비디오를 흉내내 범죄에 악용할 수도 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제자 중 한 명이 ‘스티글리츠 AI’를 만들려고 했다가 실패했다고 농담을 하면서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AI가 숙련된 노동력을 대체할 수는 없고 실수하기도 쉽다”며 “그러나 세계 경제와 노동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 조심스럽게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선진국보다 개발도상국에서 AI의 영향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그것들(AI 시스템)은 일상적인 행동과 분석을 대체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며 비숙련 노동을 빠르게 대체할 수 있다”며 “이는 AI가 일상적인 비숙련 노동 분야에서 인간보다 훨씬 빠르다는 것을 의미하고, 개발도상국에서는 AI를 이길 노동 속도나 질을 제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결국 AI로 인한 타격은 선진국보다 저개발국가나 개발도상국이 더 클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금융 보도의 기본 원칙은 비판

 

기자들의 취재 원칙은 비판이다. 정치도 그렇고 사회 보도도 마찬가지다. 물론 금융에도 같은 잣대를 들이댈 수 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금융 보도의 기본 원칙은 비판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해선 더욱 그렇다. 그는 “기자들은 금융 분야를 취재할 때 특히 누가 권력을 쥐고 있는지, 그리고 그들의 이익이 무엇인지를 비판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위기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스티글리츠 교수가 말한 기자의 비판 의식은 의미가 크다.

 

아울러 그는 “금융 위기에서 기후변화에 이르기까지, 언론인의 역할은 기업과 개인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책임 있는 이에게 묻고 원칙에 맞는 보도를 하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것은 진정한 도전이 될 수 있다. 더 나아가 스티글리츠 교수는 “선진국 내 영향만을 바라보는 것에서 벗어나 개발도상국으로 관심을 돌리는 등 구조적 불평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 금융시장, 거시 경제 데이터 및 추세, 정부 경제정책, 기업 뉴스, 개인 금융 등에 대한 뉴스에 초점을 맞추는 저널리즘의 유형이다. 뉴스 주목도를 위해 경제 위기를 지나치게 조장한다는 비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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