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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콘텐츠 유통에서 우위를 차지했던 포털사이트의 위세가 예전 같지 않다. 포털에 의존했던 언론사들도 이에 따라 대안을 마련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포털 이후를 대비하기 위해 언론사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해외 사례를 통해 방향을 가늠해본다. 편집자 주
우리나라 언론 생태계에서 네이버, 다음 등 포털사이트의 영향력과 장악력은 잘 알려져 있다. 이는 당연히 온라인 뉴스 소비의 대부분이 포털 뉴스 서비스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뉴스 이용의 큰 감소세는 이를 가중시켜 왔다. 그러나 최근 언론 생태계와 관련된 여러 데이터와 지표에서 포털사이트의 권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글로벌 검색엔진, 다양한 소셜 플랫폼 등 새로운 뉴스 콘텐츠 유통자가 포털 뉴스 서비스와의 경쟁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포털 사업자 내부에서도 위기에 대한 대응을 시작했다. 지난 5월 15일 카카오는 포털사이트 다음을 사내 독립기업(Company In Company)으로 바꿨다. 경영지표 개선을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전체 콘텐츠 유통 중 뉴스 콘텐츠가 차지하는 비율만으로 뉴스 콘텐츠의 포털사이트 다음 유입 및 체류 효과를 제대로 설명할 수는 없다. 네이버도 마찬가지다.
지난 3월 7일 네이버는 뉴스 서비스에 4월부터 시범 운영하기로 한 새로운 아웃링크 방식을 잠정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2월 하순 시범 운영 설명회를 연 지 약 보름 만에 발표된 연기였다. 언론계는 기존 시범 운영 계획에 대한 여러 우려를 네이버에 전달했었다. 언론사 의견 수렴 없이 과도한 규제가 포함된 가이드라인을 일방적으로 발표해 편집권과 영업권을 침해했다는 것이다(박서연, 2023.3.7). 지난 5월 22일에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뉴스콘텐츠뉴스제휴평가위원회 활동을 잠정 중단했다(김달아, 2023.5.22). 이로써 당분간 언론사는 네이버와 카카오에 뉴스 콘텐츠 공급 및 검색 제휴를 할 수 없게 됐다. 이들 사건은 포털 사업자와 언론사의 관계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또한 포털 뉴스 서비스를 바라보는 포털 사업자와 언론사의 입장 차이가 여전히 크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뉴욕타임스와 손잡은 구글
우리나라에서 포털 뉴스 서비스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관심을 두고 찾아보는 것은 관련 해외 사례다. 최근에도 포털 뉴스 서비스와 관련된 해외 이슈가 여럿 있었다. 대표적 해외 포털 사업자로는 검색엔진 기반의 구글이 있다. 구글은 글로벌 검색 시장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며, 이에 따라 뉴스 이용에서도 글로벌 시장의 상당 부분을 장악하고 있다. 이러한 구글과 관련해 최근 매우 놀라운 소식이 있었다. 뉴욕타임스가 콘텐츠 사용 대가로 구글로부터 3년간 1억 달러(약 1,300억 원)를 받게 됐다는 5월 8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였다. 이에 따르면 뉴욕타임스는 구글의 다양한 플랫폼에 콘텐츠를 게재할 수 있도록 하는 광범위한 계약을 맺었다. 올해 초 뉴욕타임스는 계약을 발표하면서 콘텐츠 배포와 구독 대가뿐만 아니라 마케팅 및 광고 상품 실험을 위한 각종 구글 툴의 사용이 포함된 포괄적 계약이라고 설명했다(Bruell, 2023.5.8).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언론사인 뉴욕타임스와 대표적 글로벌 빅테크 기업인 구글이 맺은 이번 계약의 규모와 내
용이 구체적으로 알려지면서 우리나라 많은 언론이 주목했다.
구글이 뉴욕타임스에 지급하는 콘텐츠 사용 대가 중 일부를 뉴스 콘텐츠 전재료1) 개념으로 본다면, 이미 우리 언론사는 경험한 바가 있다. 규모에서 큰 차이가 있지만 네이버, 카카오(옛 다음) 등 포털 사업자는 수년 동안 뉴스 콘텐츠 제휴 언론사에 전재료를 지불했다. 이 전재료가 언론사 경영에 일정 부분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포털 뉴스 서비스 체제에 안주해 버린 언론사가 자체 혁신을 하지 않아 변화하는 언론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게 됐다는 비판이 강하다. 이후 전재료 모델은 사라지고 광고 수익을 공유하는 모델로 바뀌었다. 우리나라 포털 사업자의 전재료 정책이 사라진 지금, 공교롭게도 뉴욕타임스에 대한 구글의 대규모 뉴스 콘텐츠 전재료 지급 계약이 알려진 것이다. 최근 몇 년 동안 뉴스 콘텐츠 사용 대가 관련 이슈에서 구글의 상대는 주로 국가 단위였다. 대표적으로 구글은 지난해 5월 유럽연합 6개국의 300개 이상 언론사와 뉴스 사용료 지불 계약을 맺었다. 뉴욕타임스 사례처럼 개별 언론사 한 곳과 대규모 포괄적 계약을 맺은 내용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뉴욕타임스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사라는 점, 특히 미국 언론사라는 점 등을 감안하면 쉽게 볼 계약이 아니다.
포괄적 계약이라는 점에서 전재료뿐만 아니라 저작권사용료도 포함된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을 비롯해 우리나라 포털 사업자도 사활을 걸고 있는 서비스는 바로 초거대 언어모델 기반 생성형 AI(generative AI)다. 이 서비스의 개발·검증·실용화 각 단계에서 최적화된 언어 아카이브가 반드시 필요한데, 여기에서 주요하게 사용되는 것이 언론사의 기사다. 영어 사용자를 위한 초거대 언어모델 인공지능이라면, 그리고 그 개발사가 구글이라면 뉴욕타임스의 뉴스 콘텐츠가 적극 활용되고 있을 것임을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다. 따라서 뉴스 콘텐츠 직접 게재에 대한 전재료에 더해 활용에 대한 이용료, 즉 저작권사용료도 포함됐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하지만 생성형 AI의 개발·검증·실용화 각 단계에서 뉴욕타임스 기사만 활용됐을 리 만무하다. 영어를 제외한 다른 언어의 생성형 AI와 관련해 저작권사용료를 지불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이는 국내외 다른 포털 사업자들에서도 마찬가지다.
생성형 AI와 공정이용
포털 사업자가 서비스하고 있거나 개발 중인 생성형 AI의 뉴스 콘텐츠 저작권 문제는 저작권자의 허가를 구하지 않고 저작물을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공정이용(fair use)이라는 개념과 연관돼 있다. 구글이 밝히고 있는 공정이용의 네 가지 요소는 다음과 같다(구글 법률 정보 고객센터, n.d.). 첫째, 상업적 용도인지 또는 비영리 교육용인지 여부를 포함한 이용 목적 및 특성이다. 이는 이용이 ‘변형적인지’ 여부에 초점을 맞춘다. 즉 원본 저작물에 새로운 표현이나 의미를 추가했는지 아니면 원본을 베낀 것에 불과한지를 파악한다. 둘째, 저작권 보호를 받는 저작물의 성격이다. 대체로 사실에 입각한 저작물의 자료를 이용하는 것이 전적으로 허구적인 저작물을 이용하는 경우보다 공정이용일 가능성이 높다. 셋째, 저작권 보호를 받는 저작물 전체 대비 이용된 부분의 양 및 가치다. 원본 저작물에 있는 자료를 적은 부분 차용하는 것이 많은 부분을 차용하는 것보다 공정이용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소량을 차용하더라도 저작물의 ‘핵심’을 구성하고 있는 경우 공정이용에 반하는 것으로 판단될 수 있다. 넷째, 저작권 보호를 받는 저작물의 이용이 해당 저작물의 잠재 시장과 가치에 미치는 영향이다. 해당 저작물에 대한 수요를 충족시키는 대체품 역할을 해 저작권 소유자가 원본 저작물로부터 이익을 취할 수 있는 능력에 피해를 주는 이용은 공정이용으로 간주될 가능성이 낮다.
미국 폭스코퍼레이션(Fox Corporation)의 공동 창업자였던 배리 딜러(Barry Diller)는 뉴스 콘텐츠를 활용할 수밖에 없는 생성형 AI가 이러한 전통적 공정이용 개념 뒤에 숨어 있다고 봤다. 구글이 오픈AI의 챗GPT에 대항하기 위해 개발한 초거대 언어모델 AI인 팜2(PaLM2) 출시 발표에 맞춰, 딜러는 플랫폼에서 사용되는 AI가 인터넷 초기 무료 온라인 뉴스가 등장했을 때처럼 언론사를 위기로 빠뜨리는 시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언론사 입장에서는 생성형 AI가 아니라 ‘파괴적(destructive)’ AI라는 것이다. 구글 등 플랫폼 사업자가 생성형 AI와 관련해 언론사에 적절한 비용을 지불하는 구조를 만들기 전까지 뉴스 콘텐츠 활용에 제약을 가하지 않는다면, 인터넷 뉴스 콘텐츠 유통 구조가 더욱 파괴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근본적으로 방지하기 위해 딜러는 저작권법의 공정이용 기준을 재정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언론사가 생산하는 뉴스 콘텐츠를 활용해 생성형 AI를 학습시키고 있지만, 이용자 질문에 답할 때는 원자료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는 것이 공정이용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에 미디어그룹 IAC(InterActiveCorp) 회장인 딜러는 보상 없이 저작권이 있는 뉴스 콘텐츠를 악용하는 생성형 AI 기업에 맞서 싸우기 위해 뉴스코퍼레이션(News Corporation) 및 악셀스프링거(Axel Springer)와 힘을 합쳤다고 밝혔다Ponsford, 2023.5.11).
우리나라 저작권법도 이러한 구글의 공정이용 네 가지 요소와 거의 동일한 공정이용 판단 기준을 가지고 있다. 법 제35조의5(저작물의 공정한 이용) 제2항의 저작물 공정이용 판단 기준은 이용의 목적 및 성격, 저작물의 종류 및 용도, 이용된 부분이 저작물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그 중요성, 저작물의 이용이 그 저작물의 현재 시장 또는 가치나 잠재적인 시장 또는 가치에 미치는 영향 등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포털 사업자를 중심으로 서비스하거나 서비스 예정 중인 한국어 생성형 AI의 개발, 검증, 실용화 각 단계에서 뉴스 콘텐츠에 대한 공정이용과 저작권사용료 이슈는 언제든 불거질 수 있다.
‘언론사 공동 뉴스 포털’의 가능성
최근 우리나라에서 포털 뉴스 서비스의 대안으로 가장 활발하게 제시되는 것은 ‘언론사 공동 뉴스 포털’이다. 그동안 언론사 공동 뉴스 포털의 철학이나 필요성에 대한 논의는 꾸준히 제기됐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언론사 공동 뉴스 포털의 설립과 운영을 위한 구체적 안을 마련하기도 했다(오세욱·정영주·이현우, 2022). 포털 뉴스 서비스의 현실적 문제를 해결하고, 공공재인 언론사 뉴스 콘텐츠의 유통을 개선할 수 있다는 데 동의한다. 하지만 실제 추진을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난제가 많아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그럼에도 언론사 공동 뉴스 포털의 해외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2006년 시작한 서비스가 현재도 운영되고 있다. 바로 일본의 ‘47뉴스(47NEWS)’다.
47뉴스는 일본 기본 행정구역인 47개 도도부현(都道府県)의 지역신문사들과 교도통신사의 뉴스 콘텐츠를 하나의 웹사이트에서 이용할 수 있는 일본판 언론사 공동 뉴스 포털이다. 2006년 9월 인터넷 대응과 수익을 고민하던 일본 지역신문사들이 공동으로 설립한 주식회사 전국신문넷(全国新聞ネット)이 같은 해 12월 47뉴스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재는 51개 지역신문사와 교도통신사 등 모두 52개 언론사의 뉴스 콘텐츠가 서비스되고 있다. 47뉴스는 교도통신사에 위탁하는 형태다. 야후재팬 뉴스 섹션에서 현재 47뉴스는 뉴스 콘텐츠 제공사로 이름이 올라가 있다. 이 섹션에서 교도통신사의 기사를 찾아보면, 47뉴스의 지역신문사들이 생산할 만한 지역 뉴스 콘텐츠는 보이지 않는다. 교도통신사가 자신이 생산한 지역 관련 뉴스 콘텐츠를 야후재팬 뉴스 섹션에 보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47뉴스 설립의 가장 강력한 동기는 지역신문사의 경영 위기였다. 지역에 대한 전문적 취재 및 편집 능력을 통해 지역신문사만의 높은 저널리즘 수준을 유지해 제3의 수익원을 창출할 수 있다는 기대도 있었다. 물론 현실은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 하지만 47뉴스는 2006년 12월부터 현재까지 지역신문사 공동 뉴스 포털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포털 이후를 위한 대비
시간이 지나면 다양한 원인으로 우리나라 언론 생태계에서 네이버와 다음의 영향력과 장악력은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여러 전문가의 전망이다. 물론 이러한 변화가 당장 내일 닥치진 않는다. 네이버가 ‘네이버 뉴스’ 서비스를 시작한 2000년 5월을 우리나라 포털 뉴스 서비스 역사의 출발로 보면, 20년이 훌쩍 넘은 현재까지 네이버, 카카오(옛 다음) 등 국내 포털 사업자의 언론 관련 내부 정책 변화나 도입은 개별 언론사는 물론이고 언론 산업 전반을 좌지우지해 왔다. 그동안 뉴스서비스에 있어서 포털 사업자와 언론사의 상생에 대한 논의와 제안도 수없이 많았다. 특히 해외 사례를 소개하며 상생 방안을 모색한 경우도 빠질 수 없다.
검색뿐만 아니라 콘텐츠를 전면에 내세우는 네이버, 다음 등과 같은 포털사이트가 시장을 선도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검색이 핵심 서비스인 구글과 같은 검색엔진이 거의 모든 시장을 장악한 다른 국가의 사례를 소개 및 분석하고 벤치마킹하는 것에 대한 무용론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이는 포털 사업자와 언론과의 건강한 관계를 고민하고, 그 방향을 상정하는 데 있어 여전히 유용하다.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큰 미래기 때문이다. 콘텐츠 중심과 검색 중심으로 극명하게 갈렸던 우리나라 포털 사업자와 해외 포털 사업자의 사업 모델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보완을 거듭하며 닮아가는 지점이 있다. 뉴스 콘텐츠 전재료, 인공지능 활용 뉴스 콘텐츠 배열 및 검색 등이 그것이다. 포털 사업자와 언론사 사이의 해외 사례를 통해 얻는 교훈은 언제나 동일했다. 언론사는 포털사이트의 기술을 잘 이해하고 활용해야 한다, 포털사이트에서 언론사의 경쟁력은 고품질 저널리즘의 결과물인 좋은 뉴스 콘텐츠에 있다, 언론사 스스로 포털사이트와 같은 플랫폼이 돼야 한다, 언론사는 포털사이트 이후를 대비해야 한다…. 이러한 교훈은 최근 해외 사례에서도 똑같이 적용된다.
1) 언론사가 생산한 뉴스 콘텐츠를 웹페이지, 웹서비스 등 다른 곳에 그대로 옮겨 싣는 것에 대한 사용 대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