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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이탈리아 페루자에서 열리는 국제 저널리즘 페스티벌이 올해도 성황리에 열렸다. 저널리즘을 둘러싼 다양한 이슈를 논하며 5일간 진행된 이번 행사의 가장 큰 화두는 다름 아닌 AI. 저널리즘에서 Al의 역할은 무엇인지, 세계 언론인의 시각을 확인해본다. 편집자 주
지난 4월 19~23일까지 이탈리아 페루자(Perugia)에서 열린 2023 국제 저널리즘 페스티벌(IJF, International Journalism Festival)에서는 전 세계 수천 명의 언론인이 모여 우크라이나 전쟁과 언론 자유, 언론인의 안전과 보호, 다양성·공정성·포용성(DEI), 탐사 저널리즘과 기후 보도, 허위 정보와 생성형 AI까지 저널리즘을 둘러싼 다양한 이슈에 대해 논의했다.
논의의 중심은 단연 저널리즘에서 AI의 역할이었다. 세션뿐만 아니라 복도와 카페에서 오가는 수많은 대화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행사에 참여한 많은 전문가 역시 AI에 대한 기대와 함께 대응 방안에 대해 고민했다. 저널리즘의 미래에 영향을 미칠 이 중대한 문제에서 우리는 어디쯤 와 있는지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자리였다.


AI에 주목하라
올해 IJF에는 AI와 저널리즘에 대한 여러 세션이 마련됐다. 모두 긴 대기 줄이 이어졌고 넓은 세션룸의 자리가 부족할 만큼 많은 관심을 받았다. 2018년 IJF에서 AI와 뉴스에 대한 논의가 처음 시작됐을 때는 작은 구석에서 벌이는 괴짜들의 소소한 관심사라 여겨졌지만 지난해 11월 챗GPT가 출시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제 뉴스룸 AI는 전 세계 뉴스 조직과 저널리스트 모두가 당면한 문제가 됐다.
AI가 소규모 언론사부터 글로벌 조직까지 전 세계 뉴스 수집, 생산, 유통에 영향을 미치면서 AI와 저널리즘이 어떻게 조화를 이룰 것인지가 토론의 중심이 됐다. 페스티벌 기간 내내 과학 연구 논문에서 기사를 발견하는 것부터 헤드라인이나 SEO(검색엔진최적화) 키워드 작성, 기사 교정·요약, 그리고 서로 다른 버전의 기사 생성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AI 기술을 실험한 사례들을 접할 수 있었다.
데이비드 캐스웰(David Caswell) BBC 뉴스 총괄책임자는 생성형 AI가 뉴스 산업에 가져올 파괴적 혁신의 규모에 대해 “지난 30년 동안 저널리즘이 변화한 것보다 앞으로 3년간 더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시카 데이비스(Jessica Davis) USA투데이(USA Today) 데이터 이니셔티브 및 뉴스 자동화 수석 이사는 “지금이 저널리스트로서 새로운 트렌드를 실험할 수 있는 좋은 시기”라고 강조했다.
뉴스 산업은 1990년대 중반 인터넷의 등장으로 인한 대변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고, 10여 년 후 소셜미디어가 등장했을 때도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했다. 이번에는 더 잘 대응할 수 있을까? 일부 미디어 기업들은 지금이 바로 변혁의 순간이라는 것을 깨닫고 이미 실행에 옮기고 있다.

뉴스 산업의 변화, 인프라에 대한 고민 필요
크리스 모란(Chris Moran) 가디언 편집혁신 책임자는 챗GPT 출시를 뉴스 산업의 중요한 변화의 순간으로 인식했다. 그는 복잡한 기술에 대해 걱정하는 대신 적극적으로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게 됐다고 말한다.
울리 코펜(Uli Koppen) 독일 바이에른방송(Bayerischer Rundfunk) AI 및 자동화 연구소 책임자는 현재 다양한 테스트와 프로토타입 제작에 몰두하고 있지만, 아직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작업에는 챗GPT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리사 깁스(Lisa Gibbs) AP통신 뉴스파트너십 이사는 “똑똑해 보이고 싶고 무언가를 시도해야 한다는 조급함 때문에 뉴스룸은 아직 이해가 부족한 것들을 서둘러 도입하려고 한다”며 “더 중요한 것은 뉴스룸에 이를 지원할 만한 인프라가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맥락에서 데이비드(BBC)는 AI를 통해 모든 콘텐츠를 여러 가지 버전으로 제작하게 됐지만 “시청자별로 각자가 필요로 하는 적합한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콘텐츠 관리 시스템뿐만 아니라 콘텐츠를 큐레이션하고 추천하는 방식도 해당된다.
“똑똑해 보이고 싶고 무언가를 시도해야 한다는 조급함 때문에 뉴스룸은 아직 이해가 부족한 것들을 서둘러 도입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뉴스룸에 이를 지원할 만한 인프라가 없는 것입니다.” (리사 깁스, AP통신 뉴스파트너십 이사)
새로운 트렌드를 실험하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지만 대규모로 무언가를 시도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하고, 이를 해결하는 데는 잠재적으로 큰 비용이 소요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언론사는 AI 기술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브랜드의 고유한 강점, 가치, 목표에 어떻게 부합하는지에 대해 깊이 고민할 필요가 있다.
자동화된 저널리즘이 아닌 확장된 저널리즘
런던정경대 폴리스(Polis, Media Think Tank)의 찰리 베켓(Charlie Beckett) 이사는 AI가 뉴스룸과 일자리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설명하며, 뉴스룸이 이 시점에서 AI에 어떻게 접근할지 고민하고 저널리즘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볼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리사 깁스(AP통신)는 AI로 인한 일자리 감소 문제에 대한 우려를 챗GPT 이전 뉴스 산업이 겪었던 실직과 폐업이라는 더 넓은 맥락에서 설명했다. 챗GPT가 나오기 전부터 이미 저널리즘 분야에서는 수천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으며 이는 AI 때문이 아니라 뉴스 산업의 경제성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AI는 저널리스트의 업무를 바꾸고 업무의 효율성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동안 언론계에서는 ‘자동화된 저널리즘이 아닌 확장된 저널리즘’에 대해 논의해 왔고, 그 프레임워크는 여전히 유용하다는 것이다.
“AI가 저널리스트를 대체할 수는 없지만 유용한 조력자는 될 수 있습니다. 저널리스트는 AI를 어떻게 실용적인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합니다.” (지나 추아, 세마포 편집장)
제시카 데이비스(Jessica Davis) 가넷(Gannett) AI 및 자동화 담당 이사는 이러한 흐름을 문화적 변화로 보고 AI 기술이 어떻게 하면 저널리즘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저널리스트의 업무 부담을 덜어줄 수 있을지 고민한다고 말했다.
크리스 모란(Chris Moran) 가디언(The Guardian) 편집혁신 책임자는 “기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생각보다 ‘저널리즘이 무엇을 위한 것인가’라는 질문을 더 많이 하게 됐다”고 말하면서 저널리스트로서의 역할을 강조했다.
분명한 것은 AI가 저널리스트들의 일상적인 업무에서 불필요했던 부분을 없애거나 줄여주리라는 것이다. AI가 인터뷰 녹취를 풀거나 정형화되고 반복적인 기사를 작성하는 사례는 이제 흔히 볼 수 있다. 최근 팟캐스트에서 보스턴 글로브(Boston Globe)의 매트 캐롤리언(Matt Karolian)은 AI가 기자들이 “글쓰기의 번잡함에서 벗어나”1) 더 많은 시간을 취재 보도에 할애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생각보다 ‘저널리즘이 무엇을 위한 것인가’라는 질문을 더 많이 하게 됐습니다. 저널리스트로서 우리는 무엇을 하는가? 그중 어떤 일이 일상적인 업무인가? 그리고 저널리즘에서 기술이 닿지 않아야 할 영역은 무엇인가?” (크리스 모란, 가디언 편집혁신 책임자)
IJF에 참석한 대다수 관계자들은 AI가 저널리스트를 절대 완전히 대체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는 동의하는 듯했다. 사라지는 일자리도, 새로 생겨나는 일자리도 있겠지만 가장 큰 변화는 저널리스트가 수행하는 업무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저널리스트들은 기술에 집중하기보다는 더 잘 할 수 있는 저널리즘 영역에 집중하고 AI를 도구로 채택해 업무를 개선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4월 22일 ‘Journalism GPT: it’s time to get serious about AI and automation in the newsroom‘ 세션. 왼쪽부터 데이비드 캐스웰 BBC 뉴스 총괄책임자, 제시카 데이비스 USA투데이 데이터 이니셔티브 및 뉴스 자동화 수석 이사, 울리 코펜 바이에른 방송 AI 및 자동화 연구소 책임자, 게리 로저스 미디어랩 Fathm 대표 Ⓒ일라리아 소피아 아르칸젤리(Ilaria Sofia Arcangeli), IJF 2023
AI 활용, 긍정적 전망은?
IJF에서는 AI가 뉴스 생산 과정에서 불필요한 절차를 없애고 뉴스룸을 더 효율적으로 만들어 줄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이 있었다. 이는 AI의 좋은 활용 사례를 찾는 첫 번째 단계라 할 수 있다. 두 번째 단계는 이미 하고 있는 일을 개선하는 것이다.
울리 코펜(BR)은 뉴스룸 시스템의 핵심에 자연어 생성 기능을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보도자료를 받으면 자동화된 요약과 다양한 헤드라인이 제안”된다며, “어떤 사안에 대해 글을 쓸 때 시스템에서 다양한 기사를 제안해주므로 작성자가 직접 찾아볼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AI 활용의 (가장 흥미로운) 세 번째 단계는 뉴스룸에서 사람의 노력으로 할 수 없는 일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AI를 사용해 대량의 문서를 선별하고 취재에 필요한 정보를 찾아낸 사례는 많다. 이외에도 AI를 통해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더 나은 참여, 새로운 형태의 스토리텔링, 각 이용자의 요구에 맞춘 맞춤형 뉴스? 싱가포르의 저널리스트이자 온라인뉴스플랫폼 세마포(Semafor)의 출범을 도운 전직 로이터 임원 지나 추아(Gina Chua)는 이를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 뉴스룸에 필요한 것은 ‘상상력’이라고 말한다.
“대규모 언어모델을 사용하면 이전에는 고려할 수 없었던 모든 것에 대해 생각할 수 있습니다.” (지나 추아 세마포 편집장)
지나 추아(세마포)는 AI를 사용해 기사를 재작성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채팅봇에 기사를 입력하면 ‘해설형 뉴욕타임스 버전 기사’와 ‘요약형 뉴욕포스트 버전 기사’ 두 가지 버전의 기사가 나올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녀는 저널리즘은 궁극적으로 공공 서비스 산업이므로 사람들에게 더 나은 방식으로 공공 정보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면 AI는 그에 발맞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제 무엇을 해야 하나
모든 뉴스 조직에게 지금은 어려운 순간이다. AI에 도전해야 하는지, 아니면 거품이 가라앉을 때까지 한발 물러서서 AI가 어디로 가는지 지켜볼 것인지,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있다. 제시카(가넷)는 AI를 바라보는 가넷의 접근 방식은 “조심스럽지만 호기심이 가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데이비드(BBC)는 “‘선두 주자’보다는 ‘빠른 추종자’가 될 것”이라며, BBC가 시청자를 위한 핵심 가치로 신뢰를 거듭 강조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생성형 AI의 새로운 활용이 최선은 아닐 수 있다고 말했다.
IJF에 참석한 많은 사람은 적어도 생성형 AI와 광범위한 자동화 도구가 제공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살펴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고 있었다. 이와 함께 AI가 조직의 가치에 어떻게 부합하는지 고려하고, 조직 내 팀원들이 신뢰를 갖고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가이드라인을 구축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리사 깁스(AP통신)는 AI 활용에는 윤리적인 문제와 지식재산권에 대한 위험, 정보의 부정확성에 대한 문제가 상존하기 때문에 저널리스트들의 적절한 역할 수행과 더불어 조직 차원에서의 법무적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제언한다.
또한 패널리스트들은 학습, 텍스트·비디오 생성, 자동화 및 개인화가 뉴스 생산과 소비의 동인이 되므로 AI에 맞춰 저널리즘을 변화시키려는 시도는 주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신 언론사가 자체 워크플로 요구사항과 목표에 초점을 맞추고 AI를 어떻게 적용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저널리즘의 미래, AI
물론 언론사가 모든 새로운 기술을 쫓을 수는 없다. 언론사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잠재고객에게 도달하려는 기본 목표에 충실해야 한다.
이번 IJF 논의의 핵심은 진화하는 기술과, 그로 인한 뉴스의 변화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디지털 기술과 플랫폼의 부상은 저널리즘 작업 방식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휴대폰을 저널리즘 도구로 사용하기 시작하던 2000년대 초반, 충전된 전화와 신호만 있다면 기사를 보낼 수 있던 때는 매우 먼 이야기가 됐다. 지난 20년 동안의 변화보다 챗GPT가 등장한 6개월 동안이 전 세계적으로 더 뜨겁다.
AI는 저널리즘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다시 묻게 할 것이다. 두려워할 것 없다. 언론사(그리고 기자)는 AI에 대한 시야를 넓히고 기술이 가진 이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으면 된다. 저널리즘의 미래에 AI를 도입한다는 것은 이제 진실을 세상에 밝히고 핵심 사안을 공유하고자 노력하는 모든 이에게 분명히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이것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양질의 저널리즘과 서비스를 제공받고자 하는 이용자를 위한 것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그러니 심호흡하고 깊이 생각한 후 작은 것부터 시작해보자. 저널리즘의 미래는 이제 AI에서 벗어날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