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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리뷰] 행사: 한국언론정보학회 2026 봄철 정기학술대회 참가기
667 | 등록일 : 2026-06-26

한국언론정보학회 봄철 정기학술대회가 지난 5월 30일 국립창원대에서 열렸다. AI의 등장으로 인한 미디어의 사회적 역할과 기능의 재구성에 대해 다양한 논의가 이뤄진 이번 행사의 주요 세션을 요약·소개한다. 편집자 주

 

2026년 5월 30일, 국립창원대 창원캠퍼스에서 한국언론정보학회 봄철 정기학술대회가 열렸다. 레거시 미디어, 플랫폼, 인공지능(AI)이 중첩되는 전환기 속에서 미디어의 역할과 책임을 다시 묻는 자리였다. 학계·언론계 관계자와 대학원생 등 2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35개 세션에서 68개 주제 발표와 100여 명의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대주제 ‘레거시에서 플랫폼, 그리고 AI: 비판커뮤니케이션의 전환과 재구성’이 의미하듯, 이번 학술대회는 AI를 단순한 기술 혁신의 문제로 국한하지 않았다. 오히려 AI가 미디어의 사회적 기능, 저널리즘의 노동, 공론장의 구조, 지역사회의 정보 생태계를 어떻게 탈바꿈시키고 있는지 비판적으로 들여다보는 데 주력했다.

 

AI와 플랫폼, 지역성과 공공성, 노동, 청년 세대, 팬덤 등 각기 다른 주제들은 ‘기술은 무엇을 가능하게 하는가’라는 질문 못지않게, ‘그 기술은 누구의 삶과 권리를 바꾸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으로 모아졌다. 

 

뉴스룸에 들어온 AI, 결국 ‘인간 책임’

 

한국언론진흥재단 후원 세션 ‘인공지능기본법과 뉴스룸: 저널리즘 노동과 공적 책임의 재구성’은 AI가 뉴스룸의 노동을 어떻게 분절하고, 기자의 책임성을 어디에 재배치하는지를 쟁점으로 다뤘다.

 

오상연 기자(MBC)는 현직 언론인 심층 인터뷰 결과를 바탕으로 ‘기계의 노동, 인간의 책임’을 발표했다. 오 기자는 전사(STT)나 번역, 요약 같은 보조적 업무에서는 AI가 빠르게 수용되고 있지만, 기사 작성과 심층 취재, 윤리적 판단처럼 저널리즘의 핵심 영역에서는 AI에 대한 강한 저항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특히 기술 부서의 언어를 기자의 맥락에 맞게 통역하는 자생적 ‘번역자(translator)’의 등장에 주목하며, 다가올 시대의 언론인은 데이터 관리 역량과 규범적 판단이 조화된 ‘하이브리드’ 정체성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발제에서 김대경 교수(동아대)와 김위근 최고연구책임자(퍼블리시)는 ‘제로 클릭 시대, 지역 언론의 탈 플랫폼 전략’을 주제로 발표했다. 생성형 AI가 초래할 제로 클릭(zero-click) 현상에 대비해야 한다며, 지방자치단체·언론사·시민사회가 협력하는 부산 지역 공공 뉴스 플랫폼 ‘동백뉴스(가칭)’ 구축과 지역화폐와 연계해 이용자 유입을 이끄는 마일리지 모델을 제안했다. 

 

결국 AI 시대의 저널리즘 혁신은 기계가 대신할 수 없는 인간 책임의 영역과 지역적 연결성을 어떻게 지켜나갈 것인가라는 고민을 남겼다. 시민과 직접 연결되는 공공적 유통 구조, 기술을 이해하면서도 윤리적 판단을 포기하지 않는 기자, 그리고 AI 활용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제도화하는 뉴스룸이 필요하다는 점이 거듭 확인됐다. 

 

가히 혁명이라 일컬어지는 AI 기술과 플랫폼의 위협은 이번 행사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였다. 주목할 점은 AI를 효율성과 자동화의 언어로만 다루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국 AI 시대의 저널리즘 혁신은 기계가 대신할 수 없는 인간 책임의 영역과 지역적 연결성을 어떻게 지켜나갈 것인가에 있었다.

 

 

행사사진
한국언론진흥재단 후원 세션 ‘인공지능기본법과 뉴스룸: 저널리즘 노동과 공적 책임의 재구성’ 발표 장면 ⓒ한국언론정보학회

 

 

무너진 광장의 경계, 플랫폼 시대 공공성의 새 문법

 

AI만큼이나 플랫폼 시대 공공성의 지형 변화도 비중 있게 다뤄졌다. 기획 세션 ‘BTS, 넷플릭스, 광화문 광장: 공공성의 재구성’은 제목에서부터 현재 미디어 환경의 복합성을 여실히 보여줬다.

 

권민주 대학원생(서강대)은 ‘광장이 스튜디오가 되는 시대’를 주제로 도심 공공 공간과 글로벌 미디어 이벤트의 관계를 다뤘고, 김규찬 교수(국립창원대)와 이성민 교수(방송통신대)는 ‘K는 누구의 것인가’라는 발표를 통해 한국성, 공적 공간, 글로벌 문화 콘텐츠가 맞물리는 지점을 파고들었다. 광화문 광장 같은 물리적 공공 공간이 더 이상 집회나 토론의 장에 머물지 않고, 촬영·공유·유통 과정을 거쳐 글로벌 콘텐츠 산업의 자원으로 재구성되는 현실을 짚어낸 것이다.

 

이러한 논의는 공공성이 더 이상 국가나 제도, 전통적인 언론만의 전유물이 아님을 명확히 보여준다. 플랫폼 시대의 공공성은 광장, 콘텐츠, 팬덤, 도시, 브랜드, 알고리즘이 뒤섞인 장에서 새롭게 빚어지고 있다. 따라서 공공성을 지키는 일 역시 과거처럼 신문이나 방송의 책무만으로는 설명되기 어려워졌다. 공공 공간이 콘텐츠화되고 콘텐츠가 다시 공공적 상징을 재구성하는 오늘날, 미디어 연구가 짊어져야 할 다층적이고 복잡한 과제를 확인한 시간이었다.

 

공영방송, 플랫폼 안에서 공적 역할을 다시 묻다

 

KBS 후원으로 진행된 ‘방송사 유튜브 콘텐츠의 현황과 과제: 플랫폼 시대 공영 미디어의 역할과 전략’ 세션도 주목을 끌었다. 김경달 대표(더코어)는 BBC 사례를 통해 KBS의 유튜브 전략을 논의했고, 손재일 기자(MBC)는 레거시 미디어 유튜브 콘텐츠의 수익화 전략을 다뤘다. 오세욱 교수(선문대)는 유튜브 정치·뉴스 채널의 현황과 댓글 참여 구조를 분석했다.

 

이 세션은 ‘공영방송이 플랫폼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가’라는 해답을 찾기 위해 마련됐다. 유튜브는 이미 뉴스 소비의 주요 공간이 됐지만, 그 공간은 공영방송의 가치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 알고리즘은 주목도와 체류 시간을 중심으로 작동하고, 댓글과 추천 구조는 때로 갈등과 정파성을 증폭시킨다. 공영방송이 유튜브에 진출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지만, 그 안에서 어떤 형식과 기준으로 공적 가치를 구현할 것인지는 여전히 어려운 문제다.

 

세션 참여자들은 플랫폼 시대 공영방송의 전략은 단순히 조회수를 늘리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공영방송이 플랫폼에 적응하되 그들의 논리에 완전히 흡수되지 않기 위해서는 신뢰할 수 있는 설명과 맥락 제공, 사회적 약자와 지역 의제의 기사화라는 공적 책무를 새로운 문법으로 구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영방송의 디지털 전략이 기술 운영 차원에서 벗어나 공공성의 재설계 문제임을 공감하는 자리였다.

 

지역 미디어, 연대 속에서 길을 찾다

 

지역 미디어의 위기와 재구성도 이번 학술대회의 핵심 축이었다. 플랫폼과 AI 시대에 지역방송의 제도적 기반, 디지털 전환, 지역사회 기여, 산업 협업 가능성 등 생존을 위한 다양한 주제가 폭넓게 다뤄졌다.

 

부산MBC 후원 세션에서는 주재원 교수(한동대)가 공영 미디어 플랫폼의 도입과 활용 가능성을, 김미경 교수(청운대)가 공적 알고리즘과 시민 참여, 데이터 저널리즘을 결합한 지역 기반 디지털 공론장 모델을 발표했다. MBC경남 후원 세션에서는 장민지 교수(경남대)가 지역방송-기업 협업 콘텐츠의 전국적 확산 모델을, 정영민 기자(MBC경남)가 방위 산업과 우주항공 콘텐츠 사례를 중심으로 지역 미디어와 지역 거점 기업의 특화 콘텐츠 협업 모델을 제시했다. 

 

아울러 한국케이블TV방송국 부산·울산·경남협의회 후원 세션에서는 김연식 교수(경북대)와 황경호 교수(경남대)가 서경방송과 JCN울산중앙방송 사례를 통해 케이블 SO 지역 채널의 지역성 구현과 지역사회 기여 역할을 조명했다. KNN문화재단 후원 세션에서는 허진성 교수(부산대)가 지역방송의 헌법적 지위와 입법자의 형성의무를 짚어보고, 김상천·이상호 교수(경성대)가 OTT 시대 지역방송 생존을 위한 규제 해소와 활성화 방안 등 법제도를 아우르는 심도 있는 논의를 펼쳤다. 

 

이들 세션은 지역 미디어의 미래가 단순히 연명(延命) 차원이 아닌 공영성, 지역성, 제도적 지원, 산업 생태계와의 연결 속에서 다시 설계돼야 함을 보여줬다. 특히 디지털 전환과 플랫폼 환경 변화로 지역 미디어의 역할과 존립 기반이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지역 미디어가 공론장으로서 어떤 가치를 지켜야 하는지, 또 지역 산업과의 연계를 통해 어떤 새로운 성장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었다.

 

학문 후속 세대의 시선, 거대 담론을 글로벌 수용자의 일상으로

 

총 8개 세션으로 구성된 22개 학문 후속 세대 발표는 행사에 활력을 더했다. AI, 플랫폼, 노동, 청년, 팬덤, 미디어 리터러시, 글로벌 문화 수용 등 동시대 미디어 변화와 다양한 사회·경제·문화 장면들이 다뤄졌다. 

 

동덕여대 시위 보도, ‘쉬었음 청년’ 담론, 핀테크와 소매금융의 플랫폼화, 배달마트 노동 경험을 다룬 연구들은 청년 세대가 직면한 플랫폼 사회의 현실을 예리하게 짚어냈다. 또한 거대언어모델(LLM) 기반 AI 문체 판별, AI 자선 광고의 빈곤 포르노 재현, SF 영화 속 인공지능 캐릭터, AI 버추얼 아이돌과 디지털 팬덤 연구 등은 기술이 창작과 수용의 영역을 어떻게 뒤흔들고 있는지 생생하게 보여줬다. K-POP 뮤직비디오의 여성 재현, 넷플릭스 콘텐츠를 둘러싼 한일 수용자 담론, 중국의 동영상 플랫폼 빌리빌리(Bilibili)에서의 한류 소비와 팬 참여 등 글로벌 문화 연구도 참석자들의 큰 흥미를 끌었다. 

 

이 밖에도 인도, 인도네시아와 싱가포르, 캐나다, 멕시코, 중국, 몽골 등 여러 국가 사례를 통한 미디어 리터러시 비교, 퀴어 가족 재현, 조직 커뮤니케이션 등 폭넓은 주제 발표가 쏟아졌다. 이처럼 학문 후속 세대 세션은 AI와 플랫폼의 변화가 추상적인 미래 담론이 아니라 청년의 삶, 노동의 감각, 문화적 정체성, 글로벌 수용자의 일상에서 이미 구체적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기술을 넘어 사회로, 미디어 연구의 새로운 지평대

 

주제 세션 ‘레거시와 플랫폼, AI’에서는 앞서 제기된 날 선 질문들이 하나로 수렴됐다. 이광석 교수(서울과기대)는 생성형 AI를 중립적 도구가 아닌 데이터와 전력, 비가시적 노동에 의존하는 거대한 ‘물질적 인프라’로 규정했다. 소수 빅테크 기업이 데이터와 컴퓨팅 자원을 독점하며 지식 생산과 기술 주권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하는 현상을 날카롭게 해부한 것이다. 그는 초거대 모델의 속도 경쟁을 멈추고 사회적·생태적 한계에 기술을 맞춰야 한다는 ‘감속주의’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장여경 상임이사(정보인권연구소)는 플랫폼 알고리즘이 공론장을 파편화하는 기제를 짚었다. 인터넷이 시민 참여와 표현 확장의 공간으로 기대받던 시절을 지나, 오늘날 광고 기반 플랫폼과 개인화 알고리즘이 어떻게 감시와 프로파일링, 허위 조작 정보 확산의 온상이 됐는지 비판했다. 두 발표는 AI와 플랫폼을 단순한 기술 변화가 아닌 공론장과 민주주의, 생태적 자원을 둘러싼 거대한 권력 문제로 다뤘다.

 

이들의 논의는 AI를 둘러싼 최근 담론이 지나치게 경쟁과 속도, 효율에만 치우쳐 있음을 돌아보게 했다. AI는 데이터와 인프라, 노동과 에너지, 플랫폼과 권력이 결합해 작동하는 사회기술적 체계다. 누가 데이터를 소유하는가, 누가 알고리즘을 설계하는가, 누가 그 결과에 영향받는가라는 질문 없이 AI를, 그리고 그 미래를 말하기 어렵다는 점도 일깨워줬다.

 

각 연구회 세션 역시 풍성하게 마련돼 학술적 논의의 폭을 넓혔다. 문화정치연구회, 리버럴아츠미디어연구회, 동양커뮤니케이션연구회, 커뮤니케이션정치경제학연구회, 저널리즘학연구회, 미디어이론과현장연구회, 대학원생연구회, 디지털미디어연구회 등은 AI, 플랫폼, 공론장, 노동, 문화정치, 동아시아 정보문화, 디지털 시민성 등 다양한 의제를 저마다의 문제의식으로 풀어냈다. 특히 연구회 세션들은 대주제의 거시적 흐름을 개별 연구 분야의 구체적 쟁점으로 확장하며, 비판커뮤니케이션 연구가 여전히 미디어 현실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한국언론정보학회가 이번 학술대회를 통해 강조한 ‘비판커뮤니케이션의 전환과 재구성’은 바로 이 지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레거시 미디어의 위기, 플랫폼의 지배력, AI의 확산은 각각 분리된 현상이 아니다. 그것들은 공론장, 노동, 지역, 민주주의, 문화적 권력 문제를 동시에 건드린다. 학술대회에서 오간 발제와 토론 역시 이러한 변화 이면에 놓인 권력관계와 사회적 파장을 집요하게 파헤치고 비판적으로 성찰해야 한다는 일관된 문제의식을 보여줬다.

 

 

행사사진
대주제 세션 ‘레거시와 플랫폼, AI’ 현장 ⓒ한국언론정보학회

 

 

다시, 공공성과 지역성으로

 

이번 학술대회를 통해 확인한 것은 AI라는 거대한 기술 변화 속에서도 결국 논의의 중심이 사람과 공동체를 향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AI는 뉴스룸을 변화시키고, 플랫폼은 공론장을 재편하며, 글로벌 콘텐츠는 공공성의 의미를 바꾸고 있다. 그러나 그 모든 변화가 향한 질문은 오히려 하나였다. ‘미디어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논의의 태도 역시 AI를 비관하지도, 그렇다고 낙관하지도 않았다. AI 시대에 더 중요해지는 가치는 무엇인지를 재확인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물론 그 해답은 학술대회 내내 참여자들이 강조했던 공공성과 지역성, 책임성과 투명성, 시민성이라는 단어들 속에 녹아 있었다. 기술이 빠르게 변할수록 언론과 미디어, 우리의 연구는 더 느리고 더 깊게 질문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행사는 AI 혁명의 한복판에서 학계와 언론계, 그리고 미래 세대가 미디어의 근본을 성찰할 수 있었던 소중한 자리였다. 

 

레거시에서 플랫폼으로, 다시 AI로 전환되는 흐름은 이제 거스를 수 없다. 그러나 그 흐름 속에서도 미디어가 지켜야 할 가치는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더 선명해진다. AI 시대의 미디어는 더 빠른 기술이 아니라 더 깊은 공공성, 더 촘촘한 연결성, 더 책임 있는 저널리즘으로 자신의 존재 이유를 증명해야 한다. 학술대회장을 나서며 다시 생각했다. 우리의 고민과 연구 역시 그 질문으로부터 멀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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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자 : 천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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