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상세
종이신문 구독률이 낮아지면서 신문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종이신문 발행을 중단하고 전면 디지털 전환을 시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언론사의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한 지혜로운 해법은 무엇인지, 국내외 사례를 통해 확인해 본다. 편집자 주
서울신문이 창간 120주년을 맞는 오는 7월 자체 신문 인쇄를 중단하고 대쇄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1) 이로써 광화문 사옥(프레스센터) 지하에서 25년간 가동된 윤전기 4대가 멈추고 제작국(윤전·발송) 인력도 축소될 전망이다.
서울신문은 이를 두고 ‘위기감’을 언급했다. 그만큼 절박한 심정이 묻어난다. 실제 종이신문 발행 부수는 매년 급격히 감소하고 있으며, 광고 수익도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요즘 이용자들의 뉴스 소비를 보면 디지털 전환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지 오래다.
해외에서도 이와 유사한 사례는 적잖다. 버팔로뉴스는 2023년 9월 현지 인쇄를 중단하고 클리블랜드로 이전했다.2) LA타임스는 2022년 11월 LA 시내 인쇄 시설을 폐쇄하고 리버사이드에서 인쇄한다고 발표했다.3) 2023년 10월에는 뉴스UK와 데일리메일 & 제너럴트러스트(DMGT)는 두 곳의 인쇄소를 폐쇄하고 시설을 통합했다. 텔레그래프, 이브닝스탠다드, 파이낸셜타임스, 메트로, 뉴스퀘스트, 뉴사이언티스트, 존루이스 등은 이미 자체 인쇄를 포기한 상태다.4)
이들은 공통적으로 신문 용지 가격 상승, 인쇄·배송비 증가 등을 주된 이유로 들었다. 뉴스 UK와 데일리메일은 최근 10년간 종이값과 인건비 상승으로 전국지 판매량이 60% 이상 감소했다며,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 구축을 위해 통합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신문 산업 전반의 위기가 인쇄 설비 폐쇄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STOP PRESS”, 디지털로 쏠린 무게추
지난 2016년 3월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30년간 발행해 온 종이신문의 마지막 판을 내놓으며 전면 디지털 전환을 단행했다.5) 인디펜던트는 가디언과 함께 영국의 유력지로 꼽히며 한때 발행부수 40만 부를 넘어섰지만 급격한 독자 이탈로 4~5만 부 수준까지 떨어졌고 연간 적자는 400억 원에 달하게 됐다. 이러한 경영 악화 속에서 인디펜던트는 결국 ‘윤전기 포기’를 선언했다.
인디펜던트는 마지막 인쇄판 사설에서 지난 30년을 ‘전쟁’으로 비유하며 “오늘 윤전기는 멈췄고 잉크는 마르고 종이는 더 이상 접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 장이 끝나면 새로운 장이 시작되듯이 인디펜던트의 정신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다짐을 덧붙였다.
이후 인디펜던트는 매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2022년 9월 말 기준 등록 사용자가 500만 명을 넘었으며, 연간 영업 이익이 190만 파운드(약 33억 원)라고 보고했다.6)

130년 전통의 캐나다 라프레스(LA PRESSE)도 2016년 1월 1일부터 종이신문 발행을 중단했다. 그러나 2009년부터 디지털 전환 프로젝트를 가동하며 준비해 온 단계적 전환이라는 점에서 인디펜던트와는 차이가 있다. 라프레스 경영진은 논의 끝에 비용이 많이 드는 종이신문 대신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 부합하는 콘텐츠 제작에 사활을 걸기로 결정했다. 이후 2014년 9월 ‘종이신문의 죽음’을 거론하며 2016년 1월 디지털판 라프레스플러스(La Presse+)로만 뉴스를 제공하기로 한다. 다만 여전히 종이신문에 익숙한 독자들을 위해 주말판은 계속해서 종이로 발행했다. 라프레스 발행인 가이 크레비에(Guy Crevier)는 “출시 30개월이 지난 지금 라프레스플러스는 131년 전통의 인쇄판보다 더 성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7) 2023년 7월 현재 라프레스의 월간 순방문자 수는 2019년 400만 명에서 460만 명 이상으로 증가했으며, 2022년 총 광고 수익은 전년 대비 9% 증가했다.8)
물론 라프레스의 디지털 전환 과정이 완벽했던 것은 아니다. 초기 이용자 이탈과 광고 수익 감소 등 적잖은 진통도 겪어야 했다. 하지만 빅데이터 활용, 맞춤형 콘텐츠 제공, 동영상 강화 등의 실험을 꾸준히 이어가며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갔다.
역발상으로! 종이신문은 계속된다
한편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기에도 불구하고 역발상 투자를 통해 수익 창출에 나선 곳도 있다. 한국경제신문은 2023년 말 영남일보 윤전 시설과 부지를 135억 원에 인수했다. 앞서 약 500억 원을 들여 신형 윤전기 도입 계약을 맺고 새로운 부평 윤전 공장이 들어서는 올해 말 가동을 준비중이다.
조선일보는 2023년 3월 성남공장의 윤전기 인쇄유니트를 해체해 정동·부평공장 각 2세트씩 개조하는 방법으로 인쇄의 효율성과 지면의 컬러 품질을 개선했다. 동아일보 인쇄를 담당하는 동아엠텍은 일본 신문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는 세이켄그래픽스와 협력해 윤전기 정비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으며, 향후 로봇 사업 등 미래 사업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윤전기를 보유한 신문사는 총 17곳으로, 대부분 1990년대 초중반과 2000년대 초반에 설치됐다. 2009년 이후 새로운 윤전기를 도입한 곳으로는 동아일보, 문화일보, 중앙일보, 강원일보, 국제신문 등이 있다.
디지털 혁신은 비즈니스 모델의 모든 측면을 개선하기 위해 기술을 사용하는 것이다. 이는 윤전기에 기댔던 신문 비즈니스 모델의 전환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러나 인쇄 설비 폐기만으로는 미래가 담보되지 않는다. 전 세계 언론사 수익의 50%는 여전히 종이 구독 및 인쇄 광고에서 나타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종이신문은 디지털 시대에도 계속될 것이다. 위의 사례는 종이를 시장의 핵심 가치로 어필하기 위해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하면서 변혁에 대응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물론 디지털 시대의 전환점에서 종이신문이 직면한 과제는 그리 간단치 않다. 인쇄에서 디지털로의 변화는 단순한 매체 전환이 아니라 저널리즘의 미래를 다시 설계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종이가 아니라 저널리즘을 살려야 한다
윤전기가 멈춘다고 저널리즘의 본질마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종이든 모바일 기기든 플랫폼은 뉴스를 담는 그릇일 뿐, 저널리즘의 가치를 규정짓지는 않는다. 콘텐츠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과정이 바뀌고 독자들과 호흡하는 방식이 달라져도 정론직필, 사실 보도의 가치는 영원할 것이다. 오히려 가짜뉴스가 범람하는 디지털 시대일수록 정확하고 객관적인 보도, 권력 감시와 사회 비판이라는 언론의 책무는 더욱 빛을 발한다. 진실을 좇는 열정과 소명 의식만큼은 윤전기가 멈춘 후에도 계속돼야 한다. 디지털 시대에 ‘온고지신’의 정신으로 변화에 적응하되 근본을 흔들림 없이 지켜내는 것, 그것이 오늘날 언론에 요구되는 덕목 아닐까.

광화문 프레스센터 지하에서 돌아가던 서울신문 윤전기를 떠올리면 아쉬움을 금할 수 없다. 활자와 잉크 냄새가 밴 그곳은 한국 언론의 상징과도 같았다. ‘STOP PRESS’는 현재 한국 언론사에 던지는 화두이기도 하다. 윤전기는 멈춰도 뉴스는 쉬지 않는다. 기술은 변해도 진실 보도의 정신만큼은 이어질 것이라 믿는다.
1) 김고은, <서울신문, 윤전기 없애고 중앙일보에 대쇄 추진>, 기자협회보, 2024.3.18, https://www.journalist.or.kr/news/article.html?no=55456
2) Andy Paden, A., <Buffalo News to stop printing locally Saturday, lay off 160 employees>, WGRZ, 2023.9.29, https://www.wgrz.com/article/money/business/buffalo-news-to-stop-printing-locally-saturday-lay-off160-employees/71-9b9934a7-ad57-492c-a79c-9fff02298f04
3) Yee, G., <The Times’ downtown L.A. printing facility will shut down in 2024>, Los Angeles Times, 2022.11.3, https://www.latimes.com/california/story/2022-11-03/los-angeles-times-olympic-printing-plantclosure
4) Sweney, M., <Stop press: Sun and Daily Mail owners to combine printing operations>, The Guardian, 2023.10.4., https://www.theguardian.com/media/2023/oct/04/stop-press-sun-and-daily-mailowners-to-combine-printing-operations,
5) <Final print edition of the Independent after 30 years but ‘our mission endures’ – as does i and the website>, Press Gazette, 2016.3.26, https://pressgazette.co.uk/publishers/nationals/final-print-editionindependent-after-30-years-our-mission-endures-does-i-and-website/
6) Tobitt, C., <Independent reaches 5m registered users as revenue grew 12% year-on-year in 2022>, Press Gazette, 2023.6.15, https://
pressgazette.co.uk/media_business/the-independent-revenue-2023-registrations-advertising/
7) <La Presse to cease print editions, save for Saturdays>, CBC News, 2015.9.17, https://www.cbc.ca/news/canada/montreal/la-pressestops-printing-newspaper-1.3229429
8) Abby Miller, A., <La Presse’s Digital Transformation Skyrockets Growth>, DMnews, 2024.1.23, https://www.dmnews.com/la-pressesdigital-transformation-skyrockets-growth/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