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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고치 기록한 청년 실업률
코로나19 이후의 더딘 경기 회복과 부동산 시장 침체는 중국 경제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어려운 경제 상황 속 기업들이 고용을 꺼리면서 노동시장도 큰 침체에 빠졌는데, 특히 중국의 청년(16~24세) 실업률이 지난 4월부터 석 달 연속 20%를 웃돌며 역대 최고치를 거듭 경신했다. 지난 6월 21.3%의 청년 실업률이 보고된 이후 정부 당국은 관련 자료 발표를 중단했다. 1,158만 명에 이르는 대학 졸업생이 취업 시장에 유입된 시점이다. 푸링후이(付凌晖) 국가통계국 대변인은 “8월부터 청년 실업률 공개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히면서 주된 이유를 “경제 발전으로 노동 통계를 좀 더 최적화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청년 실업자 수가 공식 통계보다 훨씬 많다는 주장도 있다. 중국 당국은 학업이나 취업 준비 등으로 일할 의사가 없거나 집안일을 하며 노동시장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은 실업 인구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청년들 중 다수는 취업난으로 인해 구직을 포기한 상태로, 향후 노동시장에 복귀할 의사가 있기 때문에 실업자 통계에 포함해야 한다는 논리다. 기준이 어떻든 중국의 청년 실업률이 심각한 수준에 이른 것은 자명해 보인다. 통계 수치 외에도 소셜미디어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여러 내용을 살펴보면 중국 청년들이 처한 어려운 상황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소셜미디어에 등장한 ‘사망’ 졸업 사진
중국 대학의 졸업 시즌이 시작되는 6월, 사상 최악의 취업난을 맞은 졸업생들 사이에서는 소셜미디어에 흡사 시체 같은 모습을 연출한 졸업사진을 게시하는 것이 크게 유행했다. 졸업 가운을 입고 길바닥에 엎드린 모습이나 난간에 몸을 걸치고 좀비처럼 찍은 사진을 올리는 방식인데, 졸업생들이 맞닥뜨린 암울한 현실을 창의적인 방식으로 표현한 셈이다.
실제로 이번에 졸업하고 취업 전선에 뛰어든 이들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반복된 봉쇄와 엄격한 통제로 우울한 캠퍼스 생활을 한 세대다. 무엇보다 중국 당국이 청년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플랫폼과 사교육 기업들을 규제하면서 해당 분야의 일자리 수가 크게 감소한 것은 물론 기업들은 팬데믹 기간 사회 경험을 제대로 하지 못한 ‘백지’ 졸업생들을 고용할 의사가 크지 않다.
전업 자녀의 등장과 늦은 취업
이처럼 취업난이 가중하면서 구직을 포기하고 집안일 등을 하며 부모에게 급여나 용돈을 받는 성인 자녀를 일컫는 ‘전업 자녀(全職兒女)’가 등장했다. 이들은 소액의 용돈을 받고 임대료를 아끼기 위해 집에 돌아가는 것을 선택했다. 이는 일방적으로 부모에게 의존하는 캥거루족이나 몇 년 전부터 중국에서 화두가 됐던 탕핑(躺平)족1)과는 다른 특성을 지닌다.
깊은 침체에 빠진 취업 시장과 중국의 악명 높은 노동환경을 생각하면 전업 자녀를 선택하는 이들의 존재가 놀랍지만은 않다. 중국에서는 ‘996’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아침 9시부터 밤 9시까지, 주 6일의 근로 시간이 표준이 될 만큼 업무 강도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욱이 상대적으로 낮은 중국의 임금 수준을 고려해보면 이들이 일과 삶의 균형을 찾는 것은 요원해 보인다.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을 수 없거나 취업에 성공했더라도 엄청난 업무 강도에서 벗어나기 위해 부모에게 다시 돌아가고 있는데, 이런 청년들의 수는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당국은 상황의 심각성을 감추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다. 관영 언론 중 하나인 경제일보는 사설을 통해 ‘느린 취업’이라는 개념을 소개했는데, 실제로 실업 청년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취업을 ‘의도적으로 지연’하는 청년들도 있다는 것이다. 학업을 이어가기 위한 준비 시간을 갖거나(중국에는 대학원 입시를 위한 국가고시가 있다), 취업 준비를 위해 새로운 기술을 배우거나, 잠시 갭이어(졸업 후 취업 전까지 여행, 봉사 활동 등을 하는 시간을 갖는 것)를 갖기로 선택한 이들도 상당수라는 취지다. 해당 사설은 소셜미디어상에서 중국 젊은이들에게 조롱거리가 되기도 했다.
청년들 사이 ‘사찰 방문’과 ‘복권 긁기’ 유행
어려운 경제 상황 가운데 마음의 위안을 찾기 위해 사찰을 찾는 중국 청년이 늘어나는 것도 눈여겨볼 만한 현상이다. 사회주의 영향으로 인해 일반적으로 종교에 무관심한 중국이지만 전국에 많은 불교, 도교 사찰이 있어 관광지 역할을 하고 있다.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사찰은 주로 중년층이 선호하는 관광지였으나 최근 들어 청년층의 방문이 크게 늘고 있다.
청년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불교나 도교 사찰을 방문해 소원을 빌고 좋은 결과를 얻은 경험을 공유한다. 방문 동기는 주로 취업이나 진로 관련 고민과 불안 해소다. 소원별로 특화된 사찰도 존재하며 유명 사찰의 기념품은 행운의 상징으로 여겨져 온라인 쇼핑몰에서 재판매되기도 한다. 중국 내 대표 여행사이트인 시트립(Ctrip)은 전국의 유명 사찰과 사원 입장권 판매량이 전년보다 큰 폭으로 증가했으며 청년층이 신규 수요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밝혔다.
복권도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중국의 청년들은 미래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 속에서 잠깐의 기대와 일탈을 경험하기 위해 복권을 찾고 있다. 일부 블로거와 라이브 스트리머의 주도로 퇴근 후 복권을 긁는 것이 새로운 트렌드가 되면서 전국의 쇼핑몰, 편의점, 기차역 등에 많은 복권 기계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소셜미디어 이용자들은 복권을 긁는 모습을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공유하거나 생일 등 기념일을 축하하기 위해 복권 다발을 선물로 준비하기도 한다. 사원을 방문해 소원을 빌고 복권을 구매하는 행위는 암울한 현실을 버텨내기 위한 청년들의 탈출구인 셈이다.
잔반 블라인드 박스 열풍
경기 침체와 경직된 취업 시장은 청년들의 실생활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 예로,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재고 식품을 재포장해 판매하는 ‘잔반 블라인드 박스(剩菜盲盒)’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같은 판매 방식이 새로운 비즈니스는 아니지만 식생활에 진심이며 음식에 많은 비용을 투자하는 중국에서는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관영 매체들은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려는 노력과 실속을 추구하는 문화가 잘 맞아떨어졌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예상할 수 있다시피 해당 서비스의 주요 타깃은 청년층이다. 취업을 하지 못해 수입이 없는 청년들이나 농촌에서 도시로 이주해 저소득층으로 살아가는 젊은 농민공들에게 돈을 아끼는 방편이 된 셈이다. 잔반 블라인드 박스 정보를 주고받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청년들의 자조 섞인 신세 한탄이 단골로 등장한다. 긍정적인 관점으로 보면 친환경 실속 소비지만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청년들의 우울한 현실이 잘 드러나는 현상이기도 하다.
지도부의 당면 과제 된 청년 실업난 해소
여러 부분에서 드러나듯 취업 시장의 사정이 악화하며 청년층의 불만이 커지자 중국 지도부는 본격적인 청년 구직난 해소에 나섰다. 지난 몇 년간 대규모 규제에 시달렸던 빅테크 기업들에게 강력한 ‘화해의 제스처’를 보인 것은 물론 귀촌, 입대 등을 권장하는 선전 활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 중국의 국군인 인민해방군은 신규 대졸자와 고교생의 채용을 예년보다 10% 늘릴 것이라고 발표했으며, 최근 시진핑 주석은 청년들이 농촌으로 내려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노력해줄 것을 독려하기도 했다. 그러나 실업자 대다수가 대학을 졸업한 고학력자고, 빅테크 기업들은 중국 지도부의 뒤늦은 구애에도 신규 채용에 큰 움직임이 없어 뚜렷한 돌파구는 보이지 않는 듯하다.
중국 내외부에서는 지금과 같은 취업 시장의 침체와 불안이 계속될 경우 공산당의 핵심 지지 세력으로 분류됐던 청년들도 등을 돌릴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부터 철저한 애국주의 교육을 받고 고도 경제성장의 결실을 누리며 살아온 이 세대들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지속적으로 좌절을 경험하고 있다. 청년 실업이 장기적으로 지속되면 경제는 물론 사회 문제를 촉발하고, 나아가 정치적 문제의 도화선이 될지도 모른다. 청년 일자리 문제가 중국의 체제 안전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런 상황 속에서 당국과 관영 언론은 부정적 이슈들이 부각되지 않도록 노심초사하고 있지만 청년들의 한숨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1) “평평하게 누워있다”는 뜻으로 몸과 마음이 지쳐 더는 노력하지 않는 태도를 뜻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