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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미디어상의 아리스토텔레스 실존 논쟁
서양 사상과 철학의 뿌리인 고대 그리스 문명의 대표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실존 여부에 대한 도발적인 질문을 던진 중국 민족주의 학자 진찬롱(金燦榮)의 동영상이 소셜미디어상에서 큰 이슈가 됐다. 진찬롱은 중국인민대학 소속 중미 관계 분야 전문가로 중국 정부의 고문으로 활동하면서 중국판 틱톡인 더우인(抖音)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에 대한 그의 의견이 담긴 동영상이 더우인에 업로드된 건 지난 10월로, 해당 동영상이 급속하게 입소문을 타며 온라인상에서 논쟁이 촉발됐다.
진찬롱은 13세기 이전에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는 공식적인 기록이 없으며 종이가 유럽에 도착하기 전인 2,000년 전에 수백만 단어가 담긴 수백 권의 책을 쓸 수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작과 그를 계승한 철학적 전통은 서구 사회에서 현대과학 발전의 토대를 마련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기에, 그의 이야기는 서구 문명의 근간을 뒤흔드는 주장인 셈이다. 이에 대해 주류 역사가들은 여러 역사적 근거들을 토대로 그의 주장에 결함이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과의 갈등과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중국은 국내에서 자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해외에서는 ‘문명의 다양성’에 대한 존중을 촉구하는 방식으로 서구 중심의 역사관을 비판하고 새로운 역사관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지속해 왔다. 온라인상에서 진찬롱의 주장에 동조하고 호응하는 민족주의자 그룹이 존재하는 까닭이다.
글로벌 문명 이니셔티브: 소프트파워 확대를 위한 노력
시진핑 주석을 비롯한 지도자들은 중국의 역사적 발전 경로에 대한 문화적 자부심을 고취하기 위해 중화 문명의 시발점이 5,000년 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대 중국의 독특한 발전 경로가 중화 문명의 역사적 연속성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강조하는 것이다. 지난 5월 시진핑은 25명의 공산당 정치국 위원들에게 “중화 문명은 중화민족의 독특한 정신적 정체성이자 중국 문화의 뿌리이며 전 세계 중국 인민을 연결하는 정신적 유대”이며 “5,000년 이상의 중국 문명사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갖고 민족 부흥을 추구하기 위해 역사 인식과 문화적 자신감을 높여야 한다”고 언급했다.
시진핑은 이전에도 중국의 과거와 현재를 이해하는 데 있어 고고학의 중요성에 대해 말한 적이 있다. 2020년 정치국 회의에서 그는 중국 문명에 대한 이해를 심화하고 중국 문화에 대한 자신감을 키우기 위해 고고학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가치가 있으며, 고고학 연구가 중화민족과 문명의 형성·발전을 보여줌으로써 국가 정체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시진핑의 메시지는 중국사회과학원 왕웨이(王巍) 교수의 보고서에 기반한 것으로 알려진다. 왕웨이는 중화 문명의 기원을 알아내기 위한 10년 이상의 연구를 주도했는데, 2018년 논문에서 중화 문명의 역사가 5,000년 이상 되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시진핑은 해당 연구가 문명의 정의에 대한 중국의 해법을 만들어 냄으로써 세계 문명 기원 연구에 독창적인 공헌을 했다고 평가했다.
중국의 이러한 노력은 글로벌 무대에서 자신들의 문화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소프트파워를 강화하기 위한 주요 프로젝트들 중 하나다. 지난 3월, 시진핑은 ‘문명’을 주제로 한 국제 협의체인 ‘글로벌 문명 이니셔티브(GCI, Global Civilization Initiative)’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2021년 ‘개발’ 그리고 2022년 ‘안보’를 주제로 한 국제 협의체에 이어 세 번째 국제 협의체를 제안한 것으로, 미국에 대항한 중국식 국제 질서를 만들려는 노력의 일환이다.1)
온라인 화상회의로 열린 ‘중국공산당과 세계 정당 고위급 대화(CPC in Dialogue with World Political Parties High-level Meeting, 中国共产党与世界政党领导人峰会)’에는 개발도상국을 주축으로 150여 개국 500여 개 정당 지도자들이 참가했는데, 시진핑은 이날 글로벌 문명 이니셔티브를 통해 각국 전통문화의 창조적 전환과 국제적 인적 교류 및 협력 강화, 글로벌 문명 대화 및 협력 네트워크 구축 등을 제안했다. 식민지 시대 이후 서구가 세계에 미친 광범위한 문화·경제적 영향력에 맞서고, 서구가 아닌 대안적 글로벌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핵심 목표다.
이처럼 중국은 미국과의 치열한 서사 전쟁(Narrative Wars) 속에서 여러 측면의 문화적 반격을 통해 소프트파워를 구축하려고 노력 중이다. 지난 7월에는 중국 국무원 신문판공실 초청으로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의 글로벌 콘텐츠 담당 부사장인 비크람 찬나(Vikram Chann)와 오스카 수상자인 영국 다큐멘터리 감독 말콤 클라크(Malcolm Clarke) 등이 연사로 참여한 온라인 세미나가 열렸다. 해당 세미나는 공산당 중앙선전부 산하 기관인 중국국제커뮤니케이션개발센터(CCICD)가 주최했다.
중국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후원하고 중국과 외국 제작자 간의 협력을 촉진하기 위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준비된 이 세미나는 해외 청중을 대상으로 중국의 내러티브를 더 효과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기 위한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암 환자와 나치 포로수용소에 구금됐던 어머니에 대한 다큐멘터리로 오스카상을 수상한 클라크는 강연에서 “중국은 지난 10년 동안 서구에서 부정적 평판의 대상이었습니다. 제가 하고자 하는 것은 중국에서의 행복하고 좋은 이야기를 그리는 것이 아니라 여기서 일어나고 있는 진실을 말함으로써 부정적인 평판에 대응하는 것입니다”라고 언급했다. 그는 정치인 및 기업인과의 인터뷰, 그리고 평범한 중국인과 미국인의 상호작용을 담은 <베러 엔젤스(Better Angels)>라는 다큐멘터리를 2018년에 제작했다. 또 다른 연사인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의 비크람 찬나는 텐센트와 디스커버리 채널의 2021년 공동 프로젝트인 <저니 오브 워리어스(Journey of Warriors)>에 대해 발표했다. 이 시리즈는 뉴질랜드 탐험가와 중국 유명 인사들이 1930년대 공산당 홍군의 대장정을 생존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재현한 모습을 담아냈다.
중국은 이렇듯 서구 주류 미디어들과의 협력을 통해 자신들의 내러티브를 폭넓고 다양한 관점으로 해외 청중에게 전달하려고 애쓰고 있지만 이러한 시도가 실질적인 인식 변화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중국과 서방 사이의 긴장이 고조되고 국내 관객들을 대상으로 한 민족주의적 액션 영화에서 이름을 따온 ‘늑대 전사’ 외교가 부상하는 가운데, 중국에 대한 서구의 인식이 점점 더 부정적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 실상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내부적으로 문화적 자부심을 높이는 데는 성공할 수 있으나 서구 중심의 세계 질서에 대한 대안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는 데는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내러티브가 일부 개발도상국에는 공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중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서방 중에서 어느 한쪽을 선택하는 것을 피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중동과 중남미에 부는 중국어 교육 열풍
또 관심 있게 살펴보아야 할 현상은 중동과 중남미 지역에서 확산되고 있는 중국어 교육이다. 중국어 교육은 지난 몇 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특수한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중국의 글로벌 영향력 확장에 대한 우려와 신장, 홍콩, 남중국해 관련 공격적 정책으로 최근 몇 년 동안 서구에서 100개 이상의 공자학원2)이 문을 닫았다. 반면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아랍에미리트와 같은 중동 국가들은 중국의 경제적·안보적 영향력이 확대됨에 따라 중국어 교육에 점점 더 많은 가치를 두고 있다. 중국어 학습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것은 전통적으로 미국의 영향력 아래에 있었던 이 지역과 중국 간의 외교 관계가 번성하고 있음을 반영한다.
중동에서 가장 큰 아랍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최근 모든 중등학교에서 중국어 수업을 의무화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중국어 교육이 확대된 것은 2019년 모하메드 빈 살만(Mohammed bin Salman) 왕세자가 베이징을 방문하면서 대학을 포함한 모든 교육에 중국어 수업을 포함하기로 한 합의의 일환이다. 아랍에미리트는 중국어를 국가 교육 시스템에 통합한 최초의 중동 국가로, 중국의 지원으로 2019년 100개 학교에서 중국어 프로그램을 시작했고 점차 확대 중이다. 2020년, 이집트는 초등 및 중등학교의 제2외국어 선택 과목으로 중국어를 채택하기로 중국과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또 에브라힘 라이시(Ebrahim Raisi) 이란 대통령은 지난 7월 중국어를 전국 중·고등학교에서 가르칠 수 있도록 외국어 목록에 추가하는 법안을 지지했다.
실제로 중동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점차 강화되고 있다. 작년 12월 시진핑은 코로나 봉쇄 중에도 걸프·아랍 국가 지도자들과의 지역 정상회담(중국-걸프 아랍국가협력위원회 정상회의)을 위해 사우디아라비아로 날아갔다. 3개월 후에 중국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간의 평화 이니셔티브를 중재함으로써 국제사회를 놀라게 했으며 이것은 이란이 모로코 및 이집트와의 공식 외교 관계를 재개하고, 아랍에미리트와 카타르, 터키와 이집트가 수교를 재개하는 등 일련의 화해와 협력의 결과로 이어졌다.
중남미의 상황도 비슷하다.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공자학원에서만 연간 2,000명이 이상이 중국어 및 중국 관련 강좌를 수강하고 있고, 코르도바대와 라플라타대 등 거점 국립대에도 공자학원이 설치돼 있다. 브라질과 칠레 등을 비롯해 중남미에서만 40여 곳이 넘는 공자학원이 운영되고 있다.
서방과의 긴장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중국이 중동, 중남미, 아프리카와 같은 제3지대에서 중국어 교육을 통한 소프트파워를 발휘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 외국어 학습이 해당 국가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과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사용되는 핵심 소프트파워 도구라는 것은 잘알려진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은 중국어가 세계적으로 중요한 언어로 자리매김하는 현상을 반영하며, 중국의 글로벌 영향력 확대와 더불어 그
언어의 중요성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중동과 중남미의 젊은이들에게 중국어 교육은 실제로 새로운 교육·취업·사업 등 기회의 문을 열어주고 있다.
사극 중심의 콘텐츠 소비
해외 관객에 호소할 콘텐츠 전략 필요
소프트파워를 통해 글로벌 무대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중국의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풀지 못한 많은 숙제가 있다. 중국이 글로벌 문명 이니셔티브와 같은 프로젝트를 통해 문명의 다양성과 문화적 자부심을 강조하고 자신들이 다른 길을 걷고 있다는 것을 국제사회에 알리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이러한 메시지가 실제로 중국 국경을 넘어 글로벌 무대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확실치 않다.
일례로, 중국의 외국인 관광객 수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도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아 경제에 광범위한 타격을 주고 있다. 언어 장벽과 모바일 지불 시스템으로 대변되는 기술 장벽 외에도 중국의 강력한 국가 안보 통제와 강화된 반간첩법으로 인해 외국인들 사이에서 여행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 관광산업은 생존을 위해 내수 시장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러한 상황은 투자자들과 외국인 관광객들의 현장 경험을 어렵게 만들며 중국에 대한 국제적인 인식과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TV 시리즈나 영화와 같은 문화상품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크게 환영받지 못한 것도 큰 숙제다. 중국의 TV 시리즈 수출은 꾸준한 성장을 기록하고 있지만 <연희공략(延禧攻略, Story of Yanxi Palace)>과 같은 중국 전통문화적 요소를 담은 사극들이 주로 눈에 띌 뿐 현대 중국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담아 흥행한 작품들은 찾아보기 쉽지 않다. 영화의 경우, 큰 흥행을 기록한 <장진호(长津湖)>나 <전랑(戰狼·늑대 전사)>와 같은 민족주의적 영화들은 중국 내에서의 큰 성공에도 불구하고 국제적 차원에서는 오히려 중국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 최근 들어 공상과학 장르의 대작 영화들이 제작·개봉되고 있는데, 전통적인 문화 요소나 역사적 소재를 넘어 해외 관객에 호소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지만 현재까지는 큰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미국 퓨리서치센터는 지난 11월 20여 개국을 대상으로 진행한 미국과 중국에 대한 호감도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22개국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는 평균 호감도가 미국 55%, 중국 39%로 나왔다. 2020년에는 각각 38%, 25%를 보이며 동반 하락했지만 24개국이 참여한 올해에는 58%, 21%로 나타났다. 선진국의 경우 미국과 중국 간 호감도 격차가 크게 나타났으며 인도네시아, 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중위소득 국가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호감도 격차가 작았다.
특히 나이지리아에서는 미국보다 중국 호감도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이츠코위츠가족재단이 작년에 공개한 <2022년 아프리카 청년 세대 조사(African Youth Survey 2022)> 보고서에도 동일한 결과가 나타났는데 중국은 영향력 부문에서 77%로 미국(67%)을 앞서며 아프리카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국가로 조사됐다. 긍정 평가 부문에서도 중국(76%)이 미국(72%)을 앞섰다. 2020년에는 미국에 대한 긍정 평가가 83%로 79%인 중국을 앞섰는데, 2년 만에 역전된 것이다.
또 지난 2월 호주의 싱크탱크인 로위(Lowy) 연구소는 아시아 지역 26개국을 대상으로 국가별 아시아 내 영향력을 조사해 수치화한 <2023년 아시아 파워 지수(Asia Power Index)>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미국이 종합평점 80.7점으로 1위를, 중국은 72.5점으로 2위를 기록했다. 특히 미국은 문화 영향력, 군사력 부문에서 중국을 큰 점수 차로 앞섰다. 반면 중국은 경제 관계와 외교적 영향력에서 앞섰다. 특히 경제 관계에서 중국은 미국을 큰 점수 차로 앞섰는데 이는 중국이 아시아 각국과 견고한 무역 및 투자 관계를 맺고 있음을 나타낸다.
이러한 조사와 분석은 지역 내에서 미국과 중국의 영향력이 서사 전쟁의 양상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두 나라 사이의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중국이 상대적으로 미약한 소프트파워 강화를 위해 다양한 전략을 펼칠 것이고, 이 노력은 서방이 아닌 중동, 중남미, 아프리카 등의 제3세계에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1) 글로벌 문명 이니셔티브는 세계 빈곤을 완화하고 개발도상국을 지원하기 위해 경제적인 교류와 협력을 추진하는 협의체다. 글로벌 안보 이니셔티브는 주권과 영토의 존중, 내정 불간섭 등 중국의 안보 관련 주장을 실현하기 위한 협의체다. 두 협의체는 글로벌 경제와 안보 분야에서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에서 벗어나 중국 중심의 새로운 질서를 만들고자 하는 의도를 담고 있다.
2) 중국 정부가 중국어 교육과 중국 사상, 문화 전파를 목적으로 세계 각지에 설립한 기관. 편집자 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