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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KPF 저널리즘 컨퍼런스는 ‘파트 1. AI 기술의 성공적인 활용 방안’과 ‘파트 2. AI 기술과 기자의 역할’ 두 파트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이중 파트 1 어니스트 쿵 AP통신 AI 프로덕트 매니저의 ‘뉴스룸에서의 AI 기술 활용’ 발제와 파트 2 엘리스 사무엘스 워싱턴포스트 비주얼 포렌식팀 선임 프로듀서의 ‘비주얼 스토리텔링 보도’ 발제 내용을 요약·소개한다. 편집자 주
챗GPT로 인한 생성형 AI 돌풍 이후 우리나라 언론사의 가장 큰 관심사는 당연히 ‘생성형 AI를 기사 작성에 사용할 수 있는가?’가 됐다. 이 질문은 결국 ‘생성형 AI로 기자를 대체할 수 있는가?’란 질문과 이어진다. AP는 아마 전 세계에서 이 질문과 관련된 가장 많은 경험을 가진 언론사 중 하나일 것이다. AP는 2014년 오토메이티드 인사이츠(Automated Insights)와의 협력을 통해 스포츠 경기 결과와 기업 실적 발표 기사 작성을 자동화하기 시작한 이래 지난 10년간 끊임없이 ‘기사 작성 자동화’와 관련된 기술적 실험을 진행해왔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2023 KPF 저널리즘 컨퍼런스에서 진행된 어니스트 쿵(Ernest Kung) AP통신 AI 프로덕트 매니저의 ‘뉴스룸에서의 AI 기술 활용’ 발표는 상당한 관심을 끌었다.
생성형 AI의 전면적 활용은 위험
쿵 매니저의 대답은 누군가에게는 안도감을, 다른 청중 일부에게는 실망감을 주었을 것이다. AP는 최소한 지금까지는 ‘생성형 AI의 전면 활용은 어렵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유는 명확했다. 통제가 어렵기 때문이다. 몇 가지 정보에 기반해 생성형 AI가 만들어 낸 비정형 텍스트(기사)는 오류를 담고 있을 가능성이 너무 높아 기사로 배포하기엔 부적절하다. 쿵 매니저는 “AP는 기사 작성 과정에 생성형 AI를 활용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실제로 AP는 올해 뉴스로 배포할 수 있는 콘텐츠와 이미지 작성 과정에 생성형 AI 사용을 금지하는 자체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에 따르면 AI가 만들어 낸 자료는 일반적인 취재 과정에서 취재원을 통해 확보한 자료와 동일하게 신중한 확인 과정을 거쳐야 한다. 또 AI가 생성한 사진·영상·오디오는 ‘AI의 콘텐츠 생성’ 그 자체가 주제가 아닌 경우에는 사용할 수 없다. 쿵 매니저는 AP에서 수년간 AI 기술의 적용에 관한 연구를 진행해 왔으나, “AI 때문에 기자가 AP를 떠나게 되는 일은 없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대신 쿵 매니저는 생성형 AI보다 낮은 수준의 자동화는 적극적으로 권장했다. 그는 자동화의 단계를 세 가지로 구분했는데 첫 번째는 기자나 언론사 스태프의 업무 프로세스 자동화(process automation)로, 기사를 배포 즉시 SNS에 자동으로 게재하거나 이메일을 수신하는 즉시 내용에 따라 적절한 폴더로 이동시키는 것과 같은 단순 작업이다. 두 번째는 저위험 AI(low-risk AI)로, 기업 실적이나 스포츠 경기 결과와 같은 정형 데이터를 이용한 템플릿 기반의 자동 기사 작성 및 악플 자동 삭제 같은 것이다. 마지막은 고위험 AI(high-risk AI)인데, 생성형 AI를 이용한 기사 및 이미지·동영상 제작이 여기에 속한다. 쿵 매니저는 AI의 역할은 기자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기자의 업무를 줄이는 것’이라며 두 번째 단계까지의 자동화가 이를 이뤄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저위험 AI를 이용한 기술혁신 사례
쿵 매니저는 이러한 자동화의 혁신 사례로 AP가 2021년부터 2년 동안 진행한 ‘지역 뉴스 AI 이니셔티브’를 제시했다. 이는 저널리즘 기술 발전을 위해 후원하는 나이트재단의 지원을 기반으로 AP가 대학 등과 협력해 미국 지역 언론사 5곳에 맞춤형 AI 도구를 제작해 주는 프로젝트였다.
예를 들어 신문사 브레이너드디스패치(Brainerd Dispatch)에는 온라인에 게재되는 지역 경찰의 일일 활동 보고서를 AI가 요약·정리해 기사화하는 시스템을 제공했다. AP가 가장 먼저 적용했던, 정해진 템플릿을 기반으로 새롭게 들어오는 정보를 갱신하는 저위험 AI 기반의 자동화다. 쿵 매니저에 따르면 이 신문사는 하루에 세 시간씩 고정적으로 단순 반복 작업에 투입해야 했던 노동력을 다른 심층 보도에 투입할 수 있었다.
스페인어 사용자가 주 독자인 엘보세로(El Vocero) 신문사에도 유사한 시스템을 제공했다. 시스템은 국립허리케인센터가 허리케인 예보를 발령하는 즉시 이를 스페인어로 번역한 뒤 정해진 틀에 맞춰 기사화했다. 쿵 매니저는 “인간의 생명과 직결된 정보를 다뤄야 하기 때문에 생성형 AI를 적용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AI가 기자회견 내용을 모두 기록하게 한 뒤 이를 요약, 언론사 내부망에 업로드하면 기자들이 내용을 확인하고 기사 작성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한 KSAT-TV, 시의회 회의 속기록을 AI를 통해 자동 작성하고 특정 키워드가 회의 중에 언급되면 해당 분야 담당기자에게 고지하는 시스템을 적용한 미시간 라디오(Michigan Radio) 역시 저위험 AI만을 적용한 사례였다.
물론 AP가 생성형 AI를 완전히 배제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질의응답 시간에 쿵 매니저는 “자세한 사항에 대해 말할 수는 없지만, 수많은 실험을 통해 생성형 AI를 이용해 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파악하는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혁신 가능성 보여줬지만 기반 확보 방법은 여전히 미제
쿵 매니저가 소개한 기술혁신 사례는 한국 언론사에 희망과 좌절감을 동시에 준다. 소규모 언론사도 기술혁신이 가능하다는 점에서는 희망적이지만 이를 나이트재단과 AP를 통해서 달성했다는 점은 ‘결국 또 돈인가?’, ‘우리는 그 자원을 어떻게 확보해야 하지?’라는 질문을 반복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발표 후 ‘언론사는 돈이 없고 AI 개발에는 너무 막대한 자원이 필요한데?’라는 질문이 제기된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이에 대해 쿵 매니저는 ‘언론사 간 협력’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언론사들이 협력해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대규모 자금을 끌어들이고 다수의 언론사가 공유할 수 있는 AI 도구를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세계 최대 규모의 글로벌 거대 통신사 AP의 입장에서나 할 수 있는, 다소 실망스럽기도 한 답변이다. ‘공동’이라는 말은 언론사가 장기적으로 살아남기 위해 반드시 취해야 할 ‘차별화’라는 가치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결국 AP의 발표는 언론사 AI 혁신의 한계와 추구해야 할 방향, 혁신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도구, 혁신의 사례를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여전히 혁신 기반을 확보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특별한 통찰을 주지 못하며 절반의 성공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공개 정보를 활용한 거짓 정보 판별과 시각 정보 심층분석
이어진 ‘비주얼 스토리텔링’ 발표에서는 엘리스 사무엘스(Elyse Samuels) 워싱턴포스트 선임 프로듀서가 비주얼 포렌식(Visual Forensics)팀의 임무와 실제 기사 작성 및 취재 지원 사례, 노하우 등에 대해 소개했다. 비주얼 포렌식팀은 사진·동영상 등 시각적 정보의 정확성을 검증하는 동시에 이를 활용한 기사를 작성하는 워싱턴포스트의 신생 조직이다. 이전 발표보다 덜 논쟁적이었지만 청중의 관심은 결코 적지 않았다. 생성형 AI로 열린 이른바 ‘이미지와 데이터 조작의 시대’에 수많은 정보 중 무엇이 진짜고 가짜인지 판별하는 능력의 중요성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커졌기 때문이다.
사무엘스 선임 프로듀서는 먼저 비주얼 포렌식이 ‘시각적 정보와 공개된 증거, 전통적 탐사 보도 방법을 활용해 책임성과 폭로 결과를 강조하는 상세한 다큐멘터리 및 멀티미디어 스토리를 제작’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사진이나 동영상의 조작 여부를 판단하는 일이나 시각화된 데이터 기반의 심층 분석 기사를 작성하는 것이 모두 이 범주에 포함된다. 사무엘스 선임 프로듀서는 팀의 업무가 특정 주제나 유형에 국한되지 않지만 “시각적 자료와 공개된 증거, 정보를 활용해 폭로성 정보를 생산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약 1년 전에 발생한 이태원 참사에 대한 보도가 제시됐다. 당시 워싱턴포스트는 한국 특파원이 SNS에서 수집한 참사 당시 상황 영상을 비주얼 포렌식팀에 분석하게 함으로써 참사가 어디서 언제 일어났는지 단 몇 시간 만에, 한국 언론사보다도 훨씬 빨리 보도할 수 있었다. 또 며칠 후에는 역시 SNS에서 수집한 300여 개의 영상을 분석해 참사 당시 응급 요원이 골목 양쪽 끝에 있는 사람들을 대피시키는데 최소 26분이 걸렸다고 보도하는 등 다른 언론보다 훨씬 자세하고 높은 수준의 심층 분석 기사를 게재할 수 있었다.
결국 최후 판단은 인간 기자가
하지만 사무엘스 선임 프로듀서는 비주얼 포렌식팀이 사용하는 기법의 근간이 ‘발견(discovery)’, ‘조직화(organization)’, ‘오픈소스 증거의 분석(analysis of open source evidence)’으로 전통적인 취재보도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굳이 차이를 들자면 시각적 정보를 데이터로 취급해서 분석하는 것인데, 이는 사실 분석 도구의 문제일 뿐이다.
같은 차원에서 사무엘스 선임 프로듀서는 AI로 대체될 수 없는 기자의 정보 검증 역량을 지속적으로 강조했다. AI는 정보를 활용하고 분석하는 도구이긴 하나 강력한 조작의 수단이기도 하기 때문에 사실 여부를 판단하는 최후의 보루는 결국 인간 기자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국 워싱턴포스트의 발표를 통해 한국 언론사들에 제기된 건 ‘의지’에 대한 질문으로 보인다. 사무엘스 선임 프로듀서의 말을 종합하면 비주얼 포렌식팀의 업무는 도구가 변화한 것일 뿐 전통적인 취재 및 데이터 분석과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문제는 실행 여부다. 당연히 언론사의 규모나 보유한 기술력, 확보한 자원에 따라 시도한 결과의 수준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아주 초보적인 것부터라도 시도해 혁신을 추구할 의지가 있는지, 이제 한국 언론사들이 답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