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사 상세
[글로벌 미디어 현장]중국_ 중국의 AI 기술 발전 현황
글로벌 미디어 현장 | 등록일 : 2024-03-29

중국의 국영 방송인 CCTV는 지난 2월 26일, <천추시송(千秋詩頌)>이라는 제목의 애니메이션 시리즈의 방송을 시작했다. 이 시리즈는 중국에서 처음으로 생성형 인공지능(AI) 활용해 제작된 애니메이션으로 오픈AI의 동영상 생성 AI 서비스 소라(Sora)가 같은 달 15일에 공개된 지 약 10일 만이라 큰 이목을 끌었다.

 

하지만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중국 최초의 생성형 AI 기반 작품이라는 점에서는 긍정적 평가를 받았으나, 시청자는 물론 중국의 관영 신화통신까지도 그 품질에 대해 비판적이었다. 이러한 비판은 중국의 동영상 생성 AI 기술 수준이 미국 중심의 세계적인 선진 기술에 비해 여전히 뒤처져 있다는 지적으로 이어졌다. 그동안 미국과 AI 기술 패권 경쟁을 벌여온 중국이 오픈AI의 가 등장함에 따라 큰 도전에 직면한 셈이다. 실제로 <천추시송>은 CCTV가 기자회견부터 방송까지 3일 만에 초고속으로 진행한 프로젝트로 알려졌다. 

 

소라에 대한 중국 내 다양한 반응

 

중국에서 소라의 등장에 대한 반응은 여러 분야에서 다양하게 나타났다. 정부 당국에서는 발 빠르게 대응 전략 수립에 나섰고 시장에서는 새로운 기술에 대한 감탄과 함께 AI 분야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드러났다. 

 

소라 공개 직후인 지난달 19일, 중국 국무원 산하의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는 중앙 국유기업책임자들을 모아 AI에 관한 대책 회의를 개최했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AI의 발전이 중국의 ‘신품질생산력(新質生產力)’1)을 육성하고 경제 발전을 촉진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임을 강조했다.

 

지난 3월에 열린 중국의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기간에도 AI가 주요 의제로 떠올랐다. 중국 국무원의 리창 총리는 지난 3월 5일에 발표한 정부 업무 보고에서 AI를 세 번이나 언급했다. 리 총리는 ‘인공지능 플러스 이니셔티브’ 계획을 발표하고 AI를 활용한 전통 산업의 혁신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이는 2015년도 정부 업무보고에서 소개된 ‘인터넷 플러스(互聯網+)’2) 전략의 AI 버전으로 해석되고 있다. 전국인민대표대회 대표이자 샤오미의 레이쥔 회장은 AI 관련 교육을 9년간의 의무 교육에 포함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중국의 투자자들은 소라의 등장을 중국 내 생성형 AI 시장에 대한 긍정적인 지표로 받아들였다. 상하이와 선전에서 거래되는 생성형 AI 기술, 엔터테인먼트, 미디어 관련주 49개를 포함한 일명 ‘소라 지수’는 중국 춘절 연휴 이후 첫 거래일에 11.4% 상승했다.


중국의 생성형 AI 서비스 현황

 

현재 오픈AI나 구글 등은 중국 내에서 생성형 AI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지 않거나 만리방화벽에 의해 그 접근이 막힌 상태로 일부 사용자들만이 다른 글로벌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가상사설통신망(VPN, Virtual Private Networks)을 통해 해당 서비스들을 사용 중이다. 이처럼 해외 기업들의 서비스가 부재한 가운데 중국의 주요 기술 기업들은 자신들의 영역을 확립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바이두, 텐센트, 알리바바 등과 같은 기업들이 자체 거대언어모델(LLM, Large Language Models)을 선보였다. 

 

AI 중심의 기술 기업들도 눈에 띈다. 예를 들어, AI 기반 안면 인식 기술의 선두 주자인 클라우드워크 테크놀로지는 텍스트-이미지 및 텍스트-비디오 변환 기능에 중점을 둔 멀티모달(Multi Modal) AI 영역에 전략적으로 집중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디지털 휴먼’ 생성 플랫폼을 출시했다. 중국 내 대표적인 AI 기업인 센스타임은 대화형 생성 AI 모델인 ‘센스챗(商量)’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 중국 내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AI 스타트업은 창업 1년 만에 기업 가치 25억 달러(약 3조 원)를 기록한 문샷(Moon Shot) AI다. 문샷 AI는 지난 2월 중국 AI 분야에서 역대 가장 큰 규모인 10억 달러(약 1조 3,000억 원)의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는데 투자자 명단에는 세콰이아캐피탈차이나, 알리바바, 메이퇀 등이 포함되어 있어 더욱 주목받았다. 문샷 AI은 칭화대 출신인 양즈린(楊植麟), 저우신위(周昕宇), 우위신(吳育昕) 등의 공동 창업자들과 구글, 아마존, 메타 등 글로벌 기술 기업 출신의 인재들로 구성된 팀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특히 양즈린은 카네기멜론대에서 컴퓨터공학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메타와 구글 브레인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

 

문샷 AI는 2023년 10월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20만 자의 텍스트를 처리할 수 있는 중국어 기반의 대규모 언어 모델 키미챗(Kimi Chat)을 출시했는데 이 모델은 기존의 일반적인 대규모 언어 모델과 달리 장문의 텍스트 처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른 중국 기업들이 주로 B2B 시장에 집중하는 반면, 문샷 AI는 B2C 시장에 초점을 맞추며 차별화된 전략을 취하고 있다. 우수한 장문 텍스트 처리 기능으로 주목을 받은 문샷 AI는 올해 안에 출시를 목표로 대규모 멀티모달 모델 개발을 진행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중국 기업들의 이러한 전략적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오픈AI의 소라와 같은 수준의 기술을 보유한 곳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로 AI 기반 숏폼 동영상 플랫폼 틱톡의 모회사이자 중국 AI 기술의 선두 주자로 알려진 바이트댄스도 자사의 내부용 비디오 생성형 AI 모델이 아직 개발 초기 단계로 이미 소개된 주요 모델과 비교했을 때 완성도 측면에서 큰 격차가 있어 아직 출시할 준비가 되지 않았음을 인정하기도 했다.


깊어지는 당국의 AI 규제 고민

 

챗GPT를 시작으로 소라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의 기대를 뛰어넘는 생성형 AI 기술 기반 서비스들이 속속 등장하자 중국으로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지난 몇 년간 AI 기술 분야의 글로벌 주도권을 확보하기 국가 차원에서 총력을 다했고, 그동안 가시적인 성과를 내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은 AI 기술 발전을 위한 정책 입안 및 규제 분야에서 선도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인공지능 발전 및 육성 정책은 2015년 7월 중국 국무원이 발표한 “인터넷+” 행동의 적극적 추진에 관한 지도 의견(“互联网+” 行动的指导意见)에서 시작됐다. 해당 계획에서는 공업 제조 영역에서 인공지능의 상용화를 추진하는 내용을 명시하여, 중국이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산업 혁신과 발전을 도모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이후 2016년 5월 중국의 국가발전개혁위원회(国家发展改革委)와 과학기술부(科技部), 공업정보화부(工业和信息化部), 중앙인터넷판공실(中央网信办) 등이 공동으로 마련한 “인터넷+” 인공지능 3년 액션플랜 실시 방안(“互联网+”人工智能三年行动实施方案)에서는 AI 기술의 혁신적 선도 기능을 통한 인터넷+분야의 창업 혁신을 강조했다. 2017년 발표된 “차세대 AI 발전 계획(新一代人工智能发展规划)”은 중국이 2030년까지 세계 주요 AI 혁신 센터를 설립하고 AI 기술 분야에서 리더십을 확립할 것이라는 야심 찬 목표를 제시했다.

 

중앙정부가 중심이 되는 일관성 있는 정책 수립과 추진은 큰 효과를 거두었다. 한국 정보통신기획평가원에서 매년 진행하는 “ICT 기술 수준 조사”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전체 AI 기술 수준에서 미국이 100점으로 가장 앞서 있으며, 이어서 중국(93.3), 유럽(92.9), 한국(89.1), 일본(86.9)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2021년에 중국이 두 번째로 높은 기술 수준을 기록한 것은 주목할 만한데, 이는 2016년 주요 국가 중 가장 낮은 기술 수준을 가졌던 것에서 크게 개선된 결과이다. 중국의 AI 기술 수준은 2016년 대비 2021년에 21.5 포인트 상승했으며(2016년 71.8 → 2021년 93.3), 이는 단기간 내에 큰 발전을 이뤄냈음을 의미한다. 

 

생성형 AI 기술의 등장은 중국에 큰 도전이 되고 있다. 체제 안정을 위해 대규모의 검열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는 입장에서 ‘블랙박스’로 표현되는 콘텐츠 생성 메커니즘과 실시간으로 생성되는 콘텐츠를 검열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작년 7월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国家互联网信息办公室)은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 관리 임시방법(生成式人工智能服务管理暂行办法)>을 공개, 8월 15일부터 시행에 옮겼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国家发展和改革委员会), 교육부(教育部), 광전총국(国家广播电视总局) 등 6개 부문의 동의를 받은 해당 내용은 생성형 AI 기술을 사용하여 텍스트, 사진, 음성, 비디오 및 기타 콘텐츠를 생성하는 서비스를 중국 영토 내 대중에게 제공하는 경우 적용되는 것으로, 생성형 인공지능의 혁신과 발전을 장려함과 동시에 관련 서비스에 대한 분류별, 등급별 관리 감독을 실시한다. 생성형 AI 서비스의 제공과 사용에 관한 전반적인 요구사항 및 안전 평가, 알고리즘 등록, 신고 제보 등 제도를 통한 법적 책임을 명확히 규정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한다. 

 

앞서 같은 해 4월에 공개된 초안에는 과도한 규제가 예상되는 사항들이 있었지만 대부분 삭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당시 초안에는 “규정 위반에 대한 최대 10만 위안(약 1,700만 원)의 벌금, 3개월 내 시정 명령 이행” 등의 조항이 포함됐었다. 이러한 기조 변화는 미·중 간의 AI 기술 패권 전쟁 상황에서 당국이 AI 기술 발전에 대한 지원을 더욱 강화하려는 방향으로 전환했음을 나타낸다. 

 

해당 조치는 총 24개의 조항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핵심 조항에 따르면 제공되는 서비스가 중국의 사회주의 가치에 부합해야 하며, AI 서비스 제공업체는 서비스를 등록하고 출시하기 전에 보안 평가를 완료해야 한다. 이는 중국 내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모든 국내, 글로벌 생성형 AI 서비스 제공자에게 요구된다. 해외 사용자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는 이러한 규정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다시 말해, 해외 업체의 생성형 AI 서비스라도 대상이 중국인이면 해당 규정을 준수해야 하지만, 중국의 기업이 중국인에게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을 때는 관련 규정 적용 범위에서 제외된다는 얘기다.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은 이번 조치가 생성형 AI의 건강한 발전을 도모하고, 국가 안보와 공공의 이익을 지키며, 개인이나 기업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것임을 명시했다. 생성형 AI 기술의 빠른 진보가 경제와 사회 발전에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고 있지만, 동시에 허위 정보 유포, 개인정보 침해, 데이터 보안 문제와 같은 새로운 도전을 야기하고 있음을 언급하며 당국 입장에서 기술 발전과 체제 안정 사이의 딜레마가 존재함을 드러냈다.


엄격한 검열은 발전에 걸림돌 될 수도

 

현시점에서 중국 당국은 과도한 규제보다는 생성형 AI 산업 발전 지원에 더 중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생성형 AI를 감독하는 데 신중하고 관용적인 접근 방식을 취하겠다는 강력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다양한 AI 서비스를 개시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으로 많은 중국 기업이 AI 제품 개발에 뛰어들고 있거나 새로운 서비스 출시를 위해 당국의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문샷 AI의 키미챗이 화제가 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중국은 거대한 시장과 풍부한 문화적 배경을 바탕으로 세계에 중국어 기반의 대규모 언어 모델을 제공할 수 있는 높은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AI 발전을 제한하는 여러 장애물이 존재한다. 특히 미국의 기술 제재로 인해 고성능 AI 칩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은 AI 산업의 광범위한 발전에 필수적인 강력한 컴퓨팅 파워의 확보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또한, 중국의 엄격한 검열 체계는 AI 기술, 특히 생성형 AI 기술 개발에 큰 제약을 주는 요소로 작용한다. 창의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생성형 AI 기술은 표현의 자유를 억누르는 환경에서는 그 잠재력이 제한될 수밖에 없어, 정부 주도의 규제와 검열 체계의 존재 자체만으로 창의적인 산출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로 중국에서 개발된 AI 챗봇의 경우 특정 민감한 주제나 단어는 차단하는 등 이미 검열의 큰 영향을 받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엄격한 규제와 검열이 개발자와 사용자들의 창의성을 저해함으로써 생성형 AI 기술의 발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1) 시진핑 주석이 제시한 개념으로, 기술혁신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생산력을 말한다.

2) 인터넷 플랫폼,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인터넷을 전(全) 산업과 융합시켜 새로운 경제 발전 생태계를 창조하는 전략

저자의 다른 미디어
  • 필자 : 류성한
  • 소속 :
  • 직함 :
  • 발행 : 2024-03-29
  • 조회수 : 30
  • 키워드 :
블로그 공유 트위터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