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상세
독일에선 ‘미디어 신뢰(Medienvertrauen)’와 관련해 매년 발행되는 <마인츠대학의 미디어 신뢰에 관한 장기 연구(Mainzer Langzeitstudie Medienvertrauen: 이하 미디어 신뢰 연구)>가 주요한 보고서로 꼽힌다. 이 연구는 2008년 처음 실시되었으며, 2015년부터 현재까지 매년 발행되는 연간보고서로 자리 잡았다.
미디어 신뢰 연구는 ‘공공 커뮤니케이션(öffentliche Kommunikation)’, 즉 개인(Privat)과 개인 사이에서 발생하는 커뮤니케이션과 달리 공개적으로 진행되는 ‘공개된’ 커뮤니케이션 방식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미디어에 대한 신뢰를 장기적으로 검토하는 것을 목표로 진행되고 있다.
이는 공공 커뮤니케이션에서 전달되는 콘텐츠와 이를 제공하는 미디어에 대한 신뢰 없이는 민주적인 의사결정이 불가능하다는 문제의식에 근거한 목표로서, 이를 전제로 공공 커뮤니케이션에서 어떻게 신뢰가 형성되는지와 그 역학, 신뢰의 근거, 공공 커뮤니케이션 불신의 영향 등을 조사하고 있다(95% 신뢰수준, 평균오차 ±3%).
미디어 신뢰도,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귀
<2023년 미디어 신뢰 연구>에 따르면 응답자 중 미디어가 제공하는 ‘사회 주요 이슈’(기후 위기, 건강 위험, 정치 사건 등) 관련 정보를 전적으로(완전히) 신뢰하는 비율(이하 신뢰 집단)은 44%, 부분 신뢰/불신(이하 부분 신뢰 집단)이 31%, 전적으로(전혀)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이하 불신 집단)률은 25%로 조사됐다. 최근 조사와 비교하면 신뢰 집단 비율은 코로나19 대유행이 있던 2020년의 56%나 2022년의 49%보다 하락한 반면, 불신 집단은 각각 16%와 20%에서 증가했다.

특히 2023년의 조사 결과는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전인 2019년의 조사 결과(신뢰 집단 43%, 부분 신뢰 집단 29%, 불신 집단 28%)와 거의 유사하게 측정됐는데, 이를 전제했을 때 2020~2022년이 당시 상황에 따라 사회적 결속에 대한 욕구가 높아진 결과로 미디어 신뢰가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이와 비교해 2023년에도 사회적 불확실성, 즉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 이스라엘팔레스타인갈등 강화 등의 국제 정세 불안이 있었음에도 미디어 신뢰가 낮아졌다는 결과는 독일 자국과의 관련성이 적다고 인식한 결과로 해석된다. 한편 미디어 부분 신뢰 집단은 2018년을 기점으로 30% 내외를 구성하면서 공고화되고 있는 현상이 감지되지만, 불신 집단은 상황에 따라 증감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디어에 대한 불신 집단 비율이 높다 해서 미디어에 부정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응답자들이 ‘어떤’ 미디어를 불신하는지에 대한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중요한 것은 어떤 미디어, 즉 어떤 정보 전달자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지에 대한 조사도 필요하다는 것이 연구진들의 의견이다. 이를 위해 <2023년 미디어 신뢰 연구>는 응답자들에게 가장 신뢰하는 미디어(언론 단체)도 조사하였고, 그 결과 공영방송이 최상위를 기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수를 기준으로 ARD1)가 1위(220명), ZDF2)는 2위(162명), 공영방송사3) 3위(140명) 등의 공영방송 기관이 최상위를 기록했고, 뒤이어 ARD의 채널인 다스에어스터(Das Erste)의 뉴스프로그램인 <타게스샤우(Tagesschau)>가 4위(91명)의 순으로 집계됐다. 일간지로는 쥐트도이체차이퉁(Süddeutsche Zeitung)이 6위(59명), 디차이트(Die Zeit)가 9위(45명), 프랑크푸르트알게마이네차이퉁(FAZ)이 10위(45명) 등이었고, 잡지로는 시사잡지인 슈피겔(Der Spiegel)이 7위(51명)로 꼽혔다. 이 외 신뢰할 만한 미디어에 대해 모름/무응답은 5위(76명), 신뢰할 만한 미디어가 없다고 응답한 응답은 6위(57명)로 집계됐다.
공영방송은 여전히 가장 신뢰하는 미디어
<2023년 미디어 신뢰 연구>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공영방송을 신뢰하는 비율은 64%다. 이는 2019년의 67%, 2020년 70%에 비해선 하락했지만 2022년의 62%보다는 소폭 상승한 수치다. 공영방송이 제공하는 정보를 믿지 않는 비율은 2019년과 2020년에 11%, 2022년과 2023년은 12%로 큰 변화는 없었다. 이와 비교해 상업방송을 신뢰하는 비율은 22%로 2022년의 21%보다 높아졌지만 2019년 26%, 2020년의 23%와 비교해선 낮아지고 있다. 반대로 상업방송이 제공한 정보에 긍정적이지 않은 태도를 보이는 비율은 2023년 기준 31%로 2019년 이래 최고 비율로 집계됐다.
한편, 2023년 기준 지역/지방지에 대한 신뢰는 59%로 공영방송에 이어 두 번째로 높으며, 전국지는 52%로 측정돼 그 뒤를 잇는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여전히 지역/지방지에 대한 신뢰는 높지만 최근 5년을 기준으로 보면 지역/지방지의 신뢰는 2018년 63%에서 2019년 65%로 높아졌으나, 이후 감소하는 추세다. 유사하게 전국지에 대한 신뢰는 2018년 49%에서 2019년 55%, 2020년 56%로 상승한 후 낮아지고 있다. 그 외 황색 언론에 대한 신뢰는 2023년 기준 3%로 미디어 중 가장 낮았다.
독일인들의 온라인 콘텐츠에 대한 신뢰는 낮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메신저 서비스 내 뉴스 그룹으로 제공받는 뉴스를 믿는 비율은 4%로 2020년과 2022년의 5%보다도 낮아졌다. 이 방식으로 제공받는 뉴스에 관한 불신은 60%로 측정됐는데, 이는 2022년의 61%보다 소폭 하락한 수치다. 다음으로 온라인 대안 언론에 관한 신뢰 역시 4%에 불과했는데, 이는 2017년 14%의 비교적 높은 신뢰를 얻었던 것과 비교하면 큰 변화다. 또한 2017년의 경우 대안 언론을 믿지 않는 비율은 16%에 불과했지만 2022년엔 49%까지 급증하였고, 2023년에는 41%로 조사됐다. 그 외 소셜네트워크에서 공유되는 뉴스 신뢰는 2%로 여타 미디어 중에서 가장 낮았으나 비디오 플랫폼의 정보에 대한 지지는 6%로 온라인 콘텐츠 중 가장 높았다.

<2023년 미디어 신뢰 연구>에 따르면 응답자들의 미디어 냉소주의(Medienzynismus)적 태도는 소폭이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하는 경향이 발견된다. 먼저 ‘미디어가 독일 시민들에게 조직적으로 거짓말을 한다’는 문항에 매우 동의한 응답률은 17%로 전년도의 14%보다 3%p 증가했다. 같은 문항에 대한 매우긍정 응답은 2019년 18%로 최고치를 찍은 후 2020년 11%로 감소했지만, 2022년과 2023년 연속 증가 추세에 있다.
다른 문항도 유사하다. ‘정언유착’ 존재 여부 문항에 대해서도 2022년엔 21%가 존재한다는 데 동의했지만 2023년엔 23%로 늘어났는데, 이 역시 2020년 15%로 조사된 이후 계속 증가한 결과다. ‘언론은 정부의 대변인 역할을 한다’는 문항에 대한 긍정도 2022년 23%에서 27%로 4%p 높아졌다. 이는 최근 5년 내 조사 결과 중 가장 높게 측정된 수치로,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2019년의 26%가 가장 높았다. 마지막으로 ‘미디어는 독일의 언론 자유를 훼손한다’는 문항도 응답자 중 15%의 강한 지지를 얻어 2022년의 14%보다 높게 측정됐다.


미디어가 자신의 실생활을 잘 보여주는가에 대한 응답은 세 개 문항으로 조사됐다. 첫째 문항은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슈는 미디어에서 다뤄지지 않는다’로, 2023년 기준 25%의 응답자가 지지했는데 이는 전년보다 4%p 증가한 수치다. 해당 문항에 동의하지 않는 비율은 46%로 조사됐는데, 이는 전년 대비 2%p 증가한 비율이며, 같은 문항으로 조사가 시작된 2017년 이후 가장 높은 응답률이다.
둘째 문항은 ‘미디어가 묘사하는 생활은 내가 실생활과 매우 다르다’로 31%의 지지와 36%의 비동의가 집계됐다. 지난 조사들을 보면 해당 문항에 동의하는 응답률은 2017년 36%에서 2018년 42%로 증가했지만, 2022년과 2023년 모두 31%로 감소했다. 비동의 비율은 2017년 26%에서 2018년 23%로 줄었지만, 이후로는 증가하는 추세다.
셋째 문항은 ‘미디어에서 제시되는 의견은 내 생각과 매우 다르다’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22%가 동의했으며 33%는 동의하지 않았다. 동의 비율은 2022년의 17%보다 5%p 증가했고, 반대로 비동의 비율은 38%에서 5%p 감소했다. 해당 문항에 대한 동의 비율은 2018년 27%로 정점을 찍은 후 2022년 17%로 급감했고, 2023년에 다시 증가한 값이다.
2023년 기준 독일에서의 언론인에 대한 평가는 전년도보다 나빠졌다. ‘언론인들은 나와 같은 사람들을 위에서 내려본다’에 대한 긍정응답은 9%(전년도 7%), ‘언론인 대부분은 나와 같은 사람을 찾지 않는다’는 20%(전년도 15%), ‘언론인은 정치와 관련해 나와 완전히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엔 28%(전년도 20%), ‘언론인은 나와 다른 세상에서 산다’는 29%(전년도 25%)로 조사되었는데, 이는 모든 문항에서 전년도보다 소폭 상승한 수치다.
사회 통합과 여론 대변은 독일 미디어의 숙제
<2023년 미디어 신뢰 연구>의 마지막 부분은 한 해 동안 미디어가 수행한 역할에 대한 평가다. 응답 결과에 따르면 미디어는 복잡한 사안을 설명하고 전달하는 활동(40%)과 정치적으로 불합리한 사안과 스캔들 폭로(40%), 시민의 의견 형성에 영향(41%), 정치에 대한 비판(38%), 중립성 유지(38%) 등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미디어가 다양한 사회 집단 간의 이해를 증진하거나(14%), 시민의 대변자로서 역할 수행(16%)에 대해선 긍정 평가가 낮았다. 특히 다양한 사회집단 간의 이해를 증진(43%), 시민의 대변자로서 역할 수행(33%), 다양한 집단에 발언권을 제공(32%) 등의 문항은 부정 평가를 높게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디어 신뢰, 안정세 유지하나 불신 또한 상존
<2023 미디어 신뢰 연구>의 결과에서 나타나듯이 독일인들의 미디어 신뢰는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의 특수 상황을 제외하면 2016년 이후 40% 내외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사람들의 미디어 신뢰를 이끄는 단체로는 공영방송이 꼽히고 있으며, 가장 신뢰하는 미디어 역시 공영방송이 타 유형의 미디어보다 높게 평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반대로 독일인들은 온라인으로 접하는 뉴스에 대해 신뢰가 부족함을 알 수 있다. 즉, 새로운 미디어가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신뢰하는 미디어는 레거시 미디어이며, 그들이 제공하는 정보들에 대한 신뢰도 높게 유지되는 상황이다. 추가로 미디어를 냉소적으로 평가하고, 언론인들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가진 비율이 높아지는 현상도 등장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특히 미디어 냉소주의자들의 경우 상황적 판단이 아닌 무차별적인 거부나 음모론에 가까운 의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는데, 이 집단이 다수는 아니지만 중장기적으로 이들의 태도가 유지된다면 향후 미디어 신뢰에 미칠 영향은 긍정적이지 않을 것은 자명하다. 마지막으로 미디어의 역할 평가에서 사회집단 간 이해 증진이나 시민의 대변자로서의 역할을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은 향후 미디어가 변화해야 할 역할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1) 지역 공영방송사 연합. 전국 송출 채널 다스에어스터(das Erste) 관리 및 송출
2) 제2공영방송 채널, 전국 송출 채널 ZDF 제작 및 관리, 송출
3) ‘공영방송사(öffentlich-rechtlicher Rundfunk)’로 포괄적으로 응답됐음(Das Erste, ZDF, 지역 공영방송사 9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