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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네트워크의 전 지구적 확산 이후 미디어 시장은 지리적 제약을 넘어서고 있다. 과거 인접 국가 간 사회·문화적 영향이 순차적으로 전파되던 구조와 달리, 이제는 개인·공동체의 관심사와 정체성에 따라 지리적 경계를 초월한 선택이 가능해졌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등장한 미디어 플랫폼들은 단순한 유통 채널을 넘어 주도적 유통망이자 규칙 설정자이자 시장을 조직하는 거대 행위자로 부상했다. 이에 따라 대형 글로벌 미디어 플랫폼의 역할을 규정하고 책임을 부과하는 규제 논의가 시작됐으며, 나아가 이들 플랫폼 수익의 정당성과 분배 논쟁까지 이어지고 있다. 미디어 플랫폼의 초국가적 성격이 조세 주권과 민주적 책임이라는 국가의 전통적 원리와 충돌하는 것이다.
이러한 조세 불일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OECD는 G20의 요청에 따라 2013년 ‘세원 잠식과 소득 이전(BEPS)’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2021년에는 140개국 이상이 참여하는 포괄적 이행 체계(Inclusive Framework)를 통해 ‘디지털세(Digital Tax)’의 기본 원칙에 합의했다. 이때 OECD가 제시한 디지털세의 핵심은 두 개의 ‘필러(Pillar, 부분)’로 정리된다.
첫째, ‘필러1(Pillar 1)’은 ‘과세권의 재배분’ 문제를 다룬다. 초대형 다국적 기업의 정상 이익률 10%를 초과하는 ‘초과 이익’의 25%를 고정사업장 유무와 무관하게 실제 소비자가 있는 시장 소재국에 배분하는 방식이다(Amount A). 둘째, ‘필러2(Pillar 2)’는 글로벌 최저한세로 국가 간 세율 인하 경쟁을 억제하기 위한 정책이다. 초대형 다국적 기업의 연결 매출이 7.5억 유로(약 1조 2,300억 원) 이상일 경우 최소 15%의 실효세율을 적용하고, 특정 국가의 세금이 이에 미달할 시 차액을 모회사가 위치한 본국에서 추가 과세(topup)한다는 개념이다.
디지털세의 두 내용 가운데 필러2는 여러 국가에서 제도화돼 시행이 진행되고 있지만, 필러1은 다자 협약(MLC)의 서명 및 비준 지연과 주요국의 입법 절차 및 정치 변수로 발효 미완 상태이다.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 일부 국가는 자국법에 기반한 ‘디지털 서비스세(DST)’나 플랫폼 부담금을 도입해 대형 플랫폼의 시장국 수익에 과세하고 있다. 독일 역시 디지털세 논의를 공식화하며, 플랫폼 수익의 공정 기여와 미디어 다양성 재원을 결합하는 방향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독일 플랫폼 연대세의 정책적 배경
2025년 2월 23일 치러진 독일 연방 선거 결과에 따라 CDU(기민당)·CSU(기독사회연합)1)가 주도하고 연정 상대로 SPD(사민당)가 참여하는 연방정부가 같은 해 5월 6일 출범했다. 당시 연방정부 수립을 위해 두 정당이 체결한 ‘연정 협약서(Koalitionsvertrag)’2)에는 ‘미디어 콘텐츠를 이용하는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부과금(3913항, Abgabe für Online-Plattformen, die Medieninhalte nutzen)’을 신설하고, 징수된 세금은 ‘미디어 산업에 기여토록(3914항, dem Medienstandort zugutekommen)’ 사용한다는 문항이 포함됐다. 구체적인 내용은 없었지만, 큰 틀에서 OECD가 제안한 필러1이 발효되기 전까지 보완하는 정책을 마련하겠다는 CDU·CSU와 SPD의 의지와 합의가 담긴 항목이었다.
독일 연방 정부 총리실 산하 문화·미디어 특임관(Kulturstaatsminister)으로 지명된 볼프람 바이머(Wolfram Weimer)는 2025년 5월 29일 주간지 슈테른(Stern)과의 인터뷰에서, 독일 내 미디어 다양성 보호를 위한 조치로 ‘플랫폼 연대세(Plattform‑Soli)’ 도입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3) 당시 인터뷰에서는 연정 협약서에서 언급된 내용을 담은 검토 및 입법 준비 단계를 발표한 수준으로, 대형 다국적 플랫폼(구글, 메타 등)이 독일 내에서 온라인 광고와 플랫폼을 운영하며 얻은 수익의 10% 수준의 세금을 징수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또한 바이머는 알파벳·구글, 메타 등 미국의 대형 디지털 플랫폼들의 독일 내 영향력이 커지면서 미디어시장 내 경쟁이 저해되고, 미디어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되는 독점적 구조가 형성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플랫폼 연대세 세수를 미디어 다양성 확보와 저널리즘, 문화 분야로 환류할 것이라는 구상을 발표했다.
이번에 언급된 플랫폼 연대세는 오스트리아의 모델을 기준으로 설계됐다. 오스트리아는 OECD와 유럽연합 간 필러1과 필러2 합의가 이뤄지기 전까지 운용하는 과도기적 조치로서 ‘디지털세법 2020(Digitalsteuergesetz)’을 제정해 대형 다국적 플랫폼에 디지털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 세금은 대형 다국적 플랫폼을 대상으로 하며, 그 기준은 전 세계 매출액 연간 7억 5,000만 유로(약 1조 2,300억 원) 이상, 오스트리아 내 매출액 연 2,500만 유로(약 410억 7,200만 원) 이상의 온라인 광고 수입을 거두는 사업자(Onlinewerbeleister)다.
과세 대상은 디지털 인터페이스에 게재되는 광고(검색광고, 소셜미디어 광고 및 배너·동영상 광고 등)로 명확히 제한되며, 세율은 레거시 미디어에 부과되는 광고세(Werbeabgabe)와 동일한 5%로 책정됐다. 과세 대상 여부는 광고가 오스트리아 내 IP 주소로 접속하는 이용자에게 제공되고(지오로케이션), 그 내용이나 디자인이 오스트리아 시장을 겨냥했을 경우로 한정된다.
오스트리아 디지털세 모델의 가장 큰 특징은 세수 사용에 대한 정책적 목표에 있다. 법률적으로 세수 사용처를 특정 목적에 묶어둔 ‘목적세’는 아니지만, 정부는 제도 도입 당시 디지털세로 확보된 재원을 오스트리아 미디어 기업들의 품질 향상과 디지털 전환(Digitalisierungstransformation)을 지원하는 데 사용하겠다는 계획을 정책 수립에서 제의한 바 있다(매년 최소 1,500만 유로 지원).4) 이는 유사한 세수를 일반 재정으로 편입시키는 프랑스나 영국 등의 다른 유럽 국가와 구별되는 지점이자, 독일에서 오스트리아 사례를 ‘롤모델(Vorbild)’로 언급하는 이유다.
연대세에서 특별부담금으로 법적 안정성 확보를 위한 정책 전환
바이머 문화·미디어 특임관은 인터뷰에서 대형 다국적 플랫폼 서비스 사업자들이 독일 사회에 ‘참여하고 기여하도록 하는 방안(einzubringen und Teilhabe zu leisten)’을 마련하기 위해 플랫폼 연대세 도입을 검토하겠다는 취지를 밝힌 바 있었다. 이는 그동안 해당 사업자들이 세금 회피를 통해 ‘연대 정신(unsolidarisch)’에 어긋나는 활동을 해왔기에 이들의 책무를 이행하도록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해당 취지에서 사용된 ‘연대세(Solidaritätszuschlag)’의 의미에서 이 세금의 성격이 가늠됐다.
플랫폼 연대세의 조세 특징은 ‘독일 통일 비용을 충당하기 위한 연대세(der Solidaritätszuschlag zur Finanzierung der deutschen Einheit)’에 근거한다.5) ‘통일 연대세’로 불리는 이 세금은 헌법상 ‘추가 부과금(Ergänzungsabgabe)’으로서, 특정 기금에 자동 귀속되는 목적세가 아니라 연방 일반재원으로 편입되는 세금(Steuer)이다. 연대세가 세금의 성격을 가지게 된 이유는 △납세자에게 직접적이거나 개별적인 혜택을 제공하지 않고, △별도의 기금이 아닌 연방 정부의 일반 예산으로 편입돼 통일 관련 비용 등 국가의 전반적 재정 수요를 위해 사용됐고, △소득세·법인세 납부 의무자를 납세자로 편입시켰다는 특징 때문이다. 초기 플랫폼 연대세의 세금 성격은 이 모델처럼 특정 목표를 가진 일종의 ‘목적세(Zwecksteuer)’로 규정하고자 한 것이다.

하지만 연대세를 플랫폼 사업자에게 징수하게 되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법적 분쟁이 있다. 가장 중요한 현안은 유럽연합의 국가 보조금 정책과 배치될 가능성이다. 예를 들어 초기 플랫폼 연대세의 개념을 적용하면, 그 세수는 일반재원으로 편입돼 연방정부가 전반적인 재정 수요에 따라 사용하게 된다. 그런데 플랫폼 연대세의 징수 목적은 독일 내 미디어 다양성 보장과 저널리즘, 문화 분야 지원으로 명시됐기에 문제가 된다. ‘유럽연합 기능조약(Treaty on the Functioning of the European Union)’ 제107조 제1항에 따르면 국가 보조금은 △국가 자원 및 국가 귀속(state resources+imputability) △경제상 이익 부여(advantage) △선택성(selectivity) △역내 교역에 영향 및 경쟁 왜곡(effect on trade between MS and distortion of competition) 등 네 가지 특성으로 지급된 지원금을 의미한다. 플랫폼 연대세를 징수한 재원을 CDU·CSU와 SPD의 연정 합의서, 혹은 바이머 문화·미디어 특임관이 언급한 바와 같이 언론·문화 등 특정 분야와 주체에 한정하여 배분하게 될 경우, 그 지원은 선택적 특혜 설계와 같은 근거로 위법한 국가 보조금에 해당할 소지가 크다. 물론 적합성·면제 틀에 맞춰 설계하는 경우 적합한 보조금으로 집행될 수도 있지만, 복잡한 설계가 필요하므로 정책 수립이 어렵게 된다.
이러한 현실을 참작하여 바이머 문화·미디어 특임관은 2025년 7월 말 플랫폼 연대세를 일반적 조세가 아니라 ‘부담금(Abgabe)’ 형태로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6) 이는 단순히 연대세에서 부담금으로 용어가 변경되는 것이 아니라 유럽연합의 국가 보조금 규제 기준을 준수하기 위한 개념 변화다. 독일의 세금 체계에서 부담금은 세금과 수수료(Gebühr), 분담금(Beitrag), 특별부담금(Sonderabgabe)을 포괄하는 용어다.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이 중에서 플랫폼 연대세는 특별부담금으로 정의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 경우 목적 재원을 법으로 직접 귀속시키고, 세금 징수 대상이 연대세보다 더 명확하게 규정되므로 유럽연합 규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집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즉, 독일의 디지털세 격인 플랫폼 연대세는 오스트리아의 선례를 참고하되, 독일에서는 목적 귀속이 가능한 부담금으로서 기금을 조성하겠다는 의미인 것이다.
정치권과 업계의 엇갈린 반응
플랫폼 연대세 계획이 발표된 후, CDU·CSU의 연방의회 원내대표단 부의장 안야 바이스게르베르(Anja Weisgerber)는 현재 대형 플랫폼 사업자들이 강한 온라인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세금을 회피하며 미디어 다양성을 제한하는 등의 부정 효과가 나타나고 있음을 지적하며, 이번 플랫폼 연대세 계획은 국가 차원에서 이를 중재하는 단계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연정 정당인 SPD의 당대표 사스키아 에스켄(Saskia Esken)과 마르틴 라바누스(Martin Rabanus) 연방의회 문화·미디어 대변인도 플랫폼 연대세 과세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연방의회 제2야당인 녹색당(Bündnis 90/Grüne)의 부대표인 콘스탄틴 폰 노트츠(Konstantin von Notz)도 현재 대형 플랫폼에 대한 조세 체계가 불합리함을 지적하면서 이 계획에 찬성했다.
플랫폼 연대세를 강하게 지지하는 업계 단체로는 ‘독일 미래 언론 연합(Bündnis Zukunft Presse)’7)이 있다. 이 단체의 마티아스 디첸-블랑케(Matthias Ditzen-Blanke)와 필립 벨테(Philipp Welte)는 신임 연방정부가 미디어 다양성을 위해 플랫폼 독점 기업에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라며 이 계획에 대해 환영 의사를 밝혔다.8) 또한 세수는 연방 예산으로 귀속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함께 밝힘으로써 연대세보다는 특별부담금으로서의 징수체계 도입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들과 달리 IT 분야 협회인 랄프 빈터게르스트(Ralf Wintergerst) 비트콤(Bitkom) 회장은 플랫폼 연대세가 도입되면 직간접적으로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재정적 부담을 줄이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부정적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독일 플랫폼 연대세의 의미와 향후 전망
독일의 플랫폼 연대세 논의는 글로벌 디지털세 합의의 공백을 메우려는 국가적 노력의 일환이면서, 동시에 미디어 다양성 보호라는 고유한 정책 목표를 추구하는 사례다. OECD 필러1의 발효 지연이라는 국제적 한계 상황에서, 독일은 오스트리아 모델을 참고하되 유럽연합 국가 보조금 규제에 부합하는 특별부담금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 특히 세수를 미디어 산업 지원에 목적 귀속시키겠다는 구상은 단순한 조세 수입 확대를 넘어 디지털 플랫폼의 시장 지배력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묻는 정책적 의미를 담고 있다. 하지만 연대세에서 특별부담금으로의 개념 변화 과정에서 나타났듯이, 유럽연합의 복잡한 규제 체계 속에서 실질적 정책 실현까지는 상당한 법적·기술적 과제들이 남아있다.
향후 독일의 플랫폼 연대세가 성공적으로 시행될 경우, 이는 디지털 플랫폼에 대한 과세와 미디어 정책을 결합한 새로운 모델로서 다른 유럽 국가에 중요한 선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대로 법적 분쟁이나 집행 과정에서의 어려움이 발생한다면, 이는 국가 단위의 디지털세 정책이 가진 구조적 한계를 재확인하는 사례가 될 수도 있다. 결국 독일의 실험은 디지털 경제 시대 조세 주권과 플랫폼 규제의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중요한 시금석이 되리라 생각한다.
1) 두 정당을 함께 ‘디 우니온(die Union)’으로 지칭한다.
2) https://www.koalitionsvertrag2025.de/sites/www.koalitionsvertrag2025.de/files/koav_2025.pdf
3) Veit Medick,
5) 독일에서 ‘연대세(Solidaritätszuschlag)’ 개념을 적용한 세금 징수는 1991년에 도입된 ‘통일 연대세’가 유일했다. 이 이유에서 연대세의 약칭인 ‘Soli’을 사용할 시 ‘통일 연대세’를 지칭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바이머 문화·미디어 특임관이 제시한 ‘플랫폼 연대세’의 원어인 ‘Plattform-Soli’은 통일 연대세와의 구분을 위해 앞에 ‘Plattform’을 사용하게 됐다.
6)
7) ‘디지털 출판사 및 신문 발행인 연합(Bundesverband Digitalpublisher und Zeitungsverleger)’과 ‘자유 언론 미디어 협회(Medienverband der freien Presse)’의 연합 단체
8) Stefan Kremp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