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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미디어 현장]중국_<삼체>를 필두로 SF 콘텐츠 급부상
글로벌 미디어 현장 | 등록일 : 2024-05-31

지난 3월 전 세계에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SF 시리즈 <삼체(3 Body Problem)>가 큰 흥행을 기록했다. 공개 이후 3주 연속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글로벌 부문 1위를 차지했는데 한국을 비롯해 90개국 이상에서 톱10 리스트에 오르며 글로벌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넷플릭스는 5월 <삼체>의 시즌2 제작 결정 소식을 알렸다. 

 

<삼체>는 2015년 아시아 국적 작가 최초로 SF 분야의 노벨문학상이라 불리는 휴고상(Hugo Award)을 수상한 중국 류츠신(劉慈欣)의 3부작 장편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류츠신은 산시성 낭쯔관 발전소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던 1999년에 SF 소설 《고래의 노래(鯨歌)》로 등단해 중국의 대표적인 SF 문학상인 은하상(银河奖, The Galaxy Award)을 수상한 이후 2006년까지 8년 연속 이 상을 받아 중국 SF 문학의 대표 주자로 인정받고 있다. <삼체>는 바로 그의 대표작이다. 2006년 5월에 중국의 SF 잡지인 《커환시제(科幻世界)》에서 연재를 시작해 2008년에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삼체>는 1960년대 중국의 문화대혁명 시기, 인류에 대한 경멸과 증오로 외계 문명에 지구의 위치를 노출한 한 젊은 여성 과학자 예원제의 선택이 인류에 거대한 비극과 도전을 몰고 오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지구로부터 4광년 떨어진 한 행성의 하늘에는 세 개의 태양이 떠오르는데 하나의 태양을 중심으로 행성들이 공전하는 태양계의 지구와는 달리 극한의 생존 환경이 펼쳐진다. 이곳에서 극도로 발달한 문명을 이룬 외계 생명체 ‘삼체인’은 예원제가 보낸 신호를 받고 안정적인 거주 환경을 찾아 지구로 향한다. 온 인류는 광속의 1% 속도로 400년 후에 도달하는 삼체인에 대응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삼체>는 넷플릭스 역사상 최대 규모의 제작비가 투입되고 <왕좌의 게임(Game of Thrones)>을 제작한 데이비드 베니오프(David Benioff)와 대니얼 브렛 와이스(Daniel Brett Weiss)가 드라마의 각색을 맡으면서 제작 단계에서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삼체>의 편당 제작비는 2,000만 달러(약 270억 원), 총 8편에 들어간 제작비가 1억 6,000만 달러(2,15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넷플릭스가 막대한 제작비를 투자한 것은 <삼체>가 지닌 콘텐츠의 힘은 물론 오리지널 시리즈를 기획한 제작진에 대한 신뢰가 밑바탕이 되었다. 

 

<삼체>는 글로벌 인기 드라마로 떠올랐지만 정작 넷플릭스가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중국에서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삼체> 공개 직후인 지난 3월 21~22일 양일간 중국 내 P2P 등 파일 공유 방식으로 이뤄진 불법 다운로드가 16만여 건 이상으로 나타났다. 중국 현지 시청자들에게는 자국의 대표적인 SF 작가의 원작을 기반으로 한 자랑스러운 블록버스터 작품이지만 합법적으로 콘텐츠에 접근할 수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인 셈이다. 


SF 콘텐츠 시장 확대와 정책적 지원

 

지난 수년간 중국은 SF 콘텐츠 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고 최근 들어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어 내고 있다. 2015년 류츠신의 휴고상 장편 소설 부문 수상에 이어 2016년과 2023년에는 각각 하오징팡(郝景芳)과 하이야(海漄)가 중편 소설 부문에서 수상했다. 현재까지 3명의 휴고상 수상자를 보유한 유일한 아시아 국가다. 특별히 2023년에는 중국 최초로 쓰촨성 청두에서 세게 최대 규모의 SF 컨벤션인 세계SF대회(The World Science Fiction Convention, WorldCon)와 함께 휴고상 시상식이 개최됐다.

 

SF 영화의 질적·양적 성장도 눈여겨볼 만하다. 류츠신의 또 다른 대표작 《유랑지구(流浪地球)》는 적색 거성이 된 태양 때문에 지구와 인류의 생존이 위험에 처하자, 지구를 다른 은하계로 이동시킨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를 영화화한 동명의 작품이 2019년에 개봉, 총 46억 위안(약 8,600억 원)이 넘는 흥행 수입을 올리며 2019년 흥행 2위, 역대 중국 영화 흥행 순위 3위(현재 기준 5위)에 이름을 올리면서 중국식 SF 블록버스터 영화의 출발을 알렸다. 지난해에는 원작의 앞 이야기를 담은 스핀오프 <유랑지구 2>가 개봉돼 전 세계 흥행 순위 9위에 이름을 올렸다. 

 

SF 콘텐츠 산업 발전은 명실공히 중국의 국가 전략이 됐다. 중국SF연구센터(中國科幻硏究中心)가 2022년 발간한 <2021 중국 SF 산업 보고서>는 중국 SF 산업의 주요 사업 부문을 분석했는데 2021년 SF 산업 총매출이 2020년 대비 50.5% 증가한 829억 6,000만 위안(약 15조 7,000억 원)으로 집계돼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했다고 밝혔다. 세부적으로 SF 게임 부문 매출은 670억 위안(12조 7,000억 원)으로 전체 매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다. SF 영화 및 TV 산업의 총매출은 71억 9,000만 위안(1조 3,000억 원)을 기록했다.

 

중국은 SF 콘텐츠 산업 발전에 관한 정책을 꾸준히 수립해 오고 있다. 2020년 7월, 중국 영화국은 <SF 영화 발전 촉진에 관한 몇 가지 의견(关于促进科幻电影发展的若干意见)>을 발표했다. 해당 문건은 중국 SF 영화 장르 발전을 위한 창작, 배급, 특수 기술, 인재 육성 등에 대한 10개 조항의 정책을 담고 있다. SF 영화 시나리오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소설, 웹툰, 애니메이션, 게임 등 다양한 원작 장르의 영화화를 촉진하고 지속 가능한 시나리오 공급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다양한 영화 지원 사업 내에 ‘SF 장르 지원 프로젝트’를 별도 설치하고 주요 영화제에도 SF 영화 부문을 독립적으로 운영한다는 계획이 주요 내용이다.

 

중국 국무원이 2020년에 발표한 <국민 과학소질 행동계획 강령(全民科学素质行动规划纲要)>은 과학기술 혁신 촉진, 과학기술 보급 및 과학기술 문화 발전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SF 콘텐츠 산업을 중점적으로 성장시키겠다는 내용이 핵심 안건 중 하나로 등장한다. 이를 통해 과학기술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참여를 높이고 미래 기술에 대한 이해를 증진하는 것이 목적이다. 

 

중국 정부의 지원 정책하에 중국 SF 콘텐츠 산업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중국 SF 콘텐츠 산업 주요 발전 도시는 청두, 베이징, 선전, 상하이, 난징, 충칭, 광저우 등을 포함한다. 특히 청두는 앞서 이야기한 중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SF 정기 간행물인 《커환시제》의 발행지이며, 작년에 세계SF대회(월드콘)를 개최하는 등 중국은 물론 아시아에서 SF 산업의 허브 도시로서 명성을 얻어가고 있다. 

 

중국이 주도하는 지구적 미래, 전 세계 설득이 관건

 

사실 SF 콘텐츠는 중국에서 환영받는 장르가 아니었다. 관련 분야의 예산 부족과 기술적 한계로 특수효과가 압도적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경쟁하기 어려웠다. 중국 내에서 이 장르의 성공 사례가 부족하다는 것은 투자자들이 잠재적 위험이 큰 제작에 투자하는 것을 꺼리게 만들었다. 디스토피아적 사회와 권위주의적 정권을 주로 묘사하는 SF 콘텐츠의 특성상, 체제 안정을 중시하는 중국 당국의 압박도 제작이 어려운 큰 요인 중 하나였다. 그렇다면 현재는 무엇이 달라졌을까?

 

가장 큰 변화는 지난 20년간 중국이 이룬 거대한 기술 도약이다. 중국 국가항천국(国家航天局)이 주축이 돼 이룬 우주항공 기술의 발전과 성과는 괄목할 만하다. 2003년 첫 번째 우주비행사 양리웨이(楊利偉)를 우주로 보낸 이후 여러 번의 달 착륙 및 샘플 수집 임무를 수행했으며, 2021년에는 중국 최초의 화성 탐사차인 주룽이 화성 착륙에 성공했고, 2023년에 톈궁 우주정거장을 건설해 현재 가동 중이다. 

 

그다음은 중국 영화 산업의 공격적인 확장이다. 수천 개의 새로운 영화 스크린이 추가됐으며 정부 주도로 인재와 영화 산업을 육성하려는 집중적인 노력이 지속됐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에는 중국 영화 산업의 규모가 미국을 추월하기도 했다. 여기에 더해 휴고상 수상자 류츠신, 하오징팡과 같은 중국 SF 작가들이 등장하면서 다양한 콘텐츠 제작자들에게 인류의 미래에 대한 중국적 시각을 가진 풍부한 소재들이 제공되기 시작했다. 

 

이에 발맞춰 중국영화국은 지구를 구하는 중국의 업적을 기념하고 긍정적이고 영감을 주는 중국 민족주의를 묘사하는 영화 개발과 제작을 장려하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중국 영화 산업은 과학기술과 애국심을 결합한 콘텐츠를 통해 국내외에서 위상을 높이고, 더욱 다양한 장르로 확장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중국 영화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시장에서도 주목받는 계기가 되고 있다. 특히 중국의 우주 탐사 분야에서의 성과나 중국 과학자 또는 군인 캐릭터는 할리우드 영화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아이템이다. 2015년 <마션>에서 나사가 고립된 우주비행사를 구출하기 위해 중국 국가항천국에 도움을 요청하는 스토리라인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세계를 구하는 임무를 이끄는 것이 미국이 아닌 중국으로 등장하는 첫 블록버스터 영화 <유랑지구>가 등장하자 중국의 관객들은 이러한 국가적 영웅주의에 열광적으로 반응했다. 중국의 다음 세대들은 우주로 나가 국가의 우주 탐사를 더욱 발전시키는 우주비행사가 되거나 상업적 우주여행에 참여하는 꿈을 품기 시작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삼체> 공식 예고편

 

<출처 - 넷플릭스 유튜브 화면 갈무리(https://tv.naver.com/v/47610153?playlistNo=882607)>

 

문화 콘텐츠가 국가 브랜드를 강화하고 국민의 자긍심을 높이는 데 이바지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자본, 기술, 문화적 상상력이 결합된 SF 블록버스터 작품은 과학기술 발전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며 그 콘텐츠를 보유한 국가에 대한 경외심을 불러일으킨다. 과거 할리우드 SF 영화를 통해 세계는 미국이 주도하는 지구적 미래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중국이 SF 콘텐츠 발전을 국가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은 이 현상에 대한 도전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중국으로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앞서 소개한 <삼체> 공개 직후 가장 극적인 반응을 보인 것은 중국 시청자들이다. 중국을 대표하는 SF 작가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 초대형 오리지널 시리즈가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로 공개된다는 것에 대한 흥분과 기대가 컸지만 중국 내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 것이다. 에피소드 초반 문화대혁명과 관련된 이야기가 집중적으로 다뤄졌기 때문이다. 

 

중국 내에서는 금기시하는 문화대혁명에 대한 자세한 묘사로 중국의 역사를 부정적으로 그렸다는 지적이다. <삼체>를 영상으로 옮기는 또 다른 시도로 텐센트가 2023년 제작한 드라마 시리즈의 경우 원작 소설에서 중요한 내러티브로 포함된 문화대혁명을 아예 언급하지 않았다. 

 

해당 이슈에서 드러나듯 중국의 핵심 과제는 중국 고유의 문화적 상상력과 중국 주도의 지구적 미래를 전 세계에 얼마나 진실하고 설득력 있게 전달할 것인지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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