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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남짓 진행된 독일 공영방송 개혁 논의가 결실을 보고 있다. 올해 초, 공영방송 개혁을 위해 설치된 외부 자문기관 미래위원회(Zukunftsrat)의 보고서가 발행됐다. 16개 주정부 미디어 규제기관 대표들이 모인 ‘연방주 방송위원회(Rundfunkkommission der Länder)에서는 이 보고서를 반영한 ‘빙겐 핵심 사항(Binger Eckpunkte)’으로 불리는 공영방송 개혁 방향이 구체화됐다. 이 항목들은 연방주 총리회의(Ministerpräsidentenkonferenz)에서 다시 논의됐고, 그 결과로 지난 9월 말에 <‘공영방송 개혁에 관한 주간 조약’을 위한 방송위원회의 논의 제안(Diskussionsentwurf der Rundfunkkommission für einen “Staatsvertrag zur Reform des öffentlich-rechtlichen Rundfunks”)>이라는 제목으로 현행 미디어주간(州間)협약(Medienstaatsvertrag)의 개정 초안이 공개됐다. 지난 10월 말, 주정부 총리들은 연례 회의를 통해 개정 초안을 검토했고, 만장일치로 합의해 이르면 내년 중순(7월 예정)까지 입법을 완료하기로 했다.
이번 개혁은 공영방송 텔레비전 채널과 라디오 채널 통합을 포함한 구조조정, 외부 감독기관으로서 미디어위원회(Medienrat) 신설, 공영방송사의 공동 온라인 플랫폼 구축 및 이를 위한 자회사 설립 등의 내용을 담고 있어 역대 최대 규모로 평가된다. 새롭게 등장한 중요한 사안들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신문유사성(Presseähnlichkeit)’ 개념은 핵심 중 하나로 다뤄지고 있다.
미디어주간협약 속 신문유사성
독일 미디어법인 미디어주간협약(이하 MStV)의 제30조 제7항에서는 공영방송의 텔레미디어(Telemedien, 온라인, 비선형 매체) 서비스에서 신문유사성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즉 공영방송의 텔레미디어 서비스는 주로 동영상과 오디오로 구성돼야 하며, 텍스트가 주요 요소로 제시돼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단 그 예외로는 콘텐츠 목록, 제목, 방송 내용의 녹취나 전사된 자료, 각 방송사의 정보 및 접근성 개선을 위한 조치 등이 있다. 또한 특정 방송 프로그램 내용을 재구성하거나 관련 배경 정보를 제공하는 텔레미디어 콘텐츠도 예외로 인정된다. 이를 위해서는 해당 방송에서 사용된 자료와 출처를 활용해야 하며, 특정 프로그램 본방송의 내용을 주제적으로 보완하고 최신 정보를 업데이트하는 내용으로만 다뤄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이렇게 제작된 콘텐츠는 본방송과 시간 및 내용 면에서 명확한 연관성을 가지도록 구성돼야만 신문유사성 규정을 위배하지 않게 된다. 이를 정리하면, 신문유사성은 공영방송 서비스에만 적용되는 개념으로 콘텐츠를 제작할 때 주로 동영상과 오디오로 구성할 것을 강제하는 규정이다.
신문유사성 개념이 MStV에 삽입되면서 온전히 텍스트로만 된 공영방송의 뉴스 기사는 사라지게 됐지만, 그 외 사례에서 신문유사성 개념을 적용하는 것은 쉽지 않다. 멀티미디어 요소를 이용한 콘텐츠가 텍스트 위주로 정보를 제공했는지, 오디오나 영상을 중심으로 구성됐는지에는 명확한 기준이 없어 평가의 일관성이 없기 때문이다. 모호한 정의 때문에 신문유사성은 공영방송사와 언론·출판계 갈등의 핵심으로 남아 있다. 그 계기는 2011년의 한 사건에서 비롯됐다.
NDR의 타게스샤우 애플리케이션 사건
<타게스샤우(Tagesschau)>는 제1공영방송채널 다스에어스터(Das Erste)에서 송출되는 뉴스 프로그램으로, 프로그램 제작·운영은 NDR(북부독일방송)이 담당하고 있다. 다스에어스터 채널은 지역공영방송연합 ARD에서 운영하는 것으로, 단일 방송사가 아닌 지역 공영방송사 9개가 분담해 제작한 콘텐츠를 전송하는 방식으로 편성된다.
2009년, NDR은 이용자들의 뉴스 이용 방식이 모바일로 전환됨에 따라 타게스샤우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선보였다. 그러나 이것이 공정 경쟁을 저해한다는 신문사들의 비판에 따라 2010년 1분기에 서비스를 중단했고, 재정비 후 같은 해 12월 말 새로운 포맷으로 재출시하게 된다. 하지만 2011년, 주요 언론 기업들과 대형 출판 미디어 기업은 이 서비스가 공영방송의 역할을 넘어선다며 쾰른지방법원에 제소했다. 이로써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언론 기업들이 타게스샤우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의 문제로 삼은 부분은 신문유사성이다. 당시의 미디어법(방송주간협약)에는 현행 MStV와 마찬가지로 공영방송사의 텔레미디어 콘텐츠 제공에서 텍스트가 아닌 동영상과 오디오를 주로 사용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었다. 그런데 NDR의 타게스샤우는 이 기준을 충족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여기에 방송분담금(Rundfunkbeitrag)으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의 서비스가 상업 영역의 언론사들과 경쟁 구도를 형성한다는 점도 지적됐다.
2011년 9월, 쾰른지방법원은 고소 내용에 대해 공영방송과 상업 언론 간의 양자 협의를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두 단체 간 협상을 명령했다. 그렇지만 두 단체의 입장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협상은 결렬됐다. 같은 해 10월, 쾰른지방법원은 NDR의 타게스샤우 애플리케이션 서비스가 신문과 유사하다고 판결했다. 이에 NDR과 공영방송 측은 이용자가 이 애플리케이션을 신문 대신 사용하는 것일 뿐 콘텐츠는 온라인과 동일하며, 정보를 텍스트의 양으로 결정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담아 항소했다.

항소심 판결은 첫 번째 판결과 달리 공영방송사의 승소였다. 공영방송사의 텔레미디어 콘텐츠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선택되고 게재가 결정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번에는 언론사와 출판단체에서 연방대법원에 상고해 사건은 확대된다. 2015년, 연방대법원은 타게스샤우 애플리케이션에서 제공하는 콘텐츠에 대해 다음과 같은 기준으로 신문유사성을 검토해야 한다며 이 사건을 쾰른고등법원으로 회부한다. △어떤 콘텐츠가 공영방송에서 제공한 콘텐츠와 관련이 없는지, △이 콘텐츠들의 신문유사성은 어떠한지, △텍스트가 전면에 명확하게 표시되고 있는지 등. 연방대법원은 이용자가 ‘신문대체물(Presseersatz)’로서 타게스샤우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한다고 해서 신문유사성을 띠는 게 아니라 형식적으로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고 해석한 것이다. 그리고 2016년, 쾰른고등법원은 콘텐츠를 분석한 결과, 전반적으로 신문 기사와 유사한 성격을 갖고 있다고 판단해 공영방송사가 패소하게 된다. 하지만 NDR 측은 헌법소원을 제기했고, 헌재 측은 제출한 내용이 기준에 충족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헌법소원에 실패함으로써 사건의 법정 공방은 끝나게 된다.
2011년 이후 공영방송사와 언론출판계의 협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미디어법인 MStV에는 갈등 당사자인 두 분야 사업자가 참가한 단체 구성을 규정하고 있기에 이 조직 구성을 위해서라도 협의가 필요했다. 2019년 연방 온라인 출판사 및 언론협회와 ARD가 중재가 필요한 사안이 있을 경우 운영되는 공동 위원회를 설립했다. 그러나 중재센터에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고, 개별 소송으로 진행되는 사례들도 발생하면서 유명무실한 단체로 운영되고 있다. 한편, 2018년 미디어법 개정 과정에서 모호한 신문유사성 개념을 정의하기 위한 논의도 진행됐지만 결국 실패했다.
2024년 미디어법 개정과 신문유사성
판례를 근거로 신문유사성을 정의하면 주로 텍스트와 정지된 사진·이미지로 구성되고, 텔레비전이나 온라인, 모바일로 제공된 정보 외에 새로운 내용이 추가된 기사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공영방송사의 온라인, 모바일 기사는 멀티미디어 요소, 즉 동영상과 오디오를 중심으로 구성돼야 하며, 텍스트 역시 이미 프로그램을 통해서 제공된 내용들로만 작성해야 하는 한계를 갖게 된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그 개념이 명확하게 정의되지 않았기에 공영방송사들은 2016년 판결 이후에도 어느 정도 텍스트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24년의 MStV 개정안에 제안된 신문유사성 규제가 추가돼 강한 제약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개정 제안에 따르면 공영방송사는 자체 포털 서비스나 제3자 플랫폼으로 제공되는 텔레미디어 서비스는 신문유사성을 갖지 않아야 한다고 규정한다. 구체적으로 해당 서비스에 게재되는 콘텐츠는 동영상이나 음성(오디오)을 중심으로 구성돼야 하며, 프로그램 내에서 제공되는 텍스트와 콘텐츠 개요, 시사 뉴스의 머리기사, 공영방송사 및 배리어프리 조치로서의 텍스트, 채팅과 포럼 등의 내용만 추가할 수 있다고 제한했다. 여기서 ‘프로그램 내에서 제공되는’의 범주는 특정 프로그램의 내용을 준비하거나, 요약하거나 혹은 배경 정보에 관한 것까지 포함된다. 그렇지만 이 내용에서 벗어나는 텍스트를 사용하는 것은 금지되며, 정보 제공에 제약이 발생하게 된다.
MStV 개정안에 제안된 신문유사성 개념을 속보에 적용하면 다음과 같다. 방송과 함께 온라인이나 모바일로 속보 텍스트를 제공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러나 속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이 방송에서 다뤄지지 않았다면 이를 온라인에 게재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방송으로 먼저 송출한 후 관련 내용을 게시해야 하며, 이 경우에도 반드시 동영상이나 음성을 활용한 콘텐츠로 별도로 제작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텍스트 콘텐츠에 비해 동영상이나 음성 콘텐츠의 제작이 복잡하고 시간이 더 소요되기 때문에, 이 규정이 적용되면 공영방송사의 뉴스 속보가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렇기에 공영방송사들은 이번 MStV 개정이 공영방송의 공적 책무 수행을 저해하는 조치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편, 언론출판계는 공영방송의 온라인, 모바일 콘텐츠에 텍스트가 사용되는 것이 허용됐다는 점에서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공영방송과 언론출판계 갈등 소지는 여전
독일 공영방송과 언론출판계의 신문유사성을 둘러싼 갈등 상황을 살펴보면서 한 가지 의문이 든다. 바로 ‘공영방송의 온라인과 모바일 뉴스가 제한되면, 상업신문의 이용자나 유료 구독자가 증가할 것인가?’이다. 이는 광고 유치와 직접 수익에 관련된 사안이기 때문이다. 공영방송사 측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로이터 디지털 뉴스 보고서나 라이프니츠 미디어 연구소 등의 조사에서 응답자의 13%만이 유료 구독 의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언론출판계 측에서는 신문유사성 도입이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관련 조사 결과나 예측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무료 이용자가 증가할 수는 있지만, 관련 조사가 이뤄진 적은 없기에 명쾌한 답을 내릴 수는 없는 것이다. 즉, 공영방송의 텍스트 콘텐츠 제한이 상업 언론의 수익으로 직결될지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이에 MStV 개정 제안이 공개된 후, ARD 회원인 지역 공영방송사들은 법적 규제 대신 자발적인 조치가 대안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공영방송이 뉴스를 제공할 때 상업신문들이 보도한 관련 정보를 링크로 제공하는 연계 방식이 게임체인저로서 기능할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그러나 언론출판계에서는 여전히 공영방송의 활동으로 시장경제가 침해되는 현실을 지적하고, 자발적 규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반대하는 태도다.
2024년 10월 말, MStV 개혁 제안이 주정부 총리 간 합의되면서 강화된 신문유사성 조치는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 궁극적으로, 이번 개정의 성공 여부는 공영방송과 상업 언론 간의 갈등을 해소하고, 시민의 정보 접근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이를 위해 공공성과 상업성을 아우르는 지속 가능한 미디어 생태계 구축이 요구된다. 결론적으로, 이번 개정의 성공 여부는 공영방송의 공적 책무와 상업 언론의 시장 경쟁력을 조화롭게 조정하는 데 달려 있다. 디지털 시대의 정보 다양성과 미디어의 공적 기능을 보장하면서도, 상업적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미디어 모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독일 사회가 공영방송과 언론출판계 간의 갈등을 넘어 협력과 혁신을 어떻게 구축하는지를 지속적으로 살펴봐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