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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미디어 현장]독일_독일 정치판 흔드는 일론 머스크
글로벌 미디어 현장 | 등록일 : 2025-01-24

지난해 12월 중순, 독일 하원은 올라프 숄츠(Olaf Scholz) 총리에 대한 불신임을 결정하며 2025년 9월로 예정된 연방 선거를 12월 말로 앞당겼다. 이는 국내외 불안정한 정세와 정책 실패로 인한 신호등 연정(사민당, 녹색당, 자민당)의 낮은 지지율, 그리고 숄츠 총리의 크리스티안 린드너(Christian Wolfgang Lindner) 재무장관 해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 시기에, 테슬라 CEO이자 미국 트럼프 행정부 2기의 정부효율성부(DOGE, 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 자문위원으로 임명된 일론 머스크는 미디어를 이용해 독일 정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는 2024년 12월 말 독일 언론 벨트암존탁(Welt am Sonntag)에 <AfD만이 독일을 구할 수 있다(Nur die AfD kann Deutschland retten)>1)라는 기고문을 게재하며 극우 정당 AfD(독일을 위한 대안)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2025년 1월에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AfD 공동의장이자 총리 후보인 알리스 바이델(Alice Weidel)과 온라인 대담을 진행했다. 이러한 머스크의 활동은 정치적 파장뿐 아니라 AI 생성 콘텐츠, 허위 정보 유포에 관한 논의를 일으켰다.


논란의 머스크 기고문, AI가 썼다?

 

머스크가 벨트암존탁에 기고한 글은, 내용의 오류와 편협한 분석, 일방적 주장 등으로 독일뿐 아니라 인근 국가에서도 높은 우려를 표할 정도로 파장이 컸다. 여기에 독일 일간지 타게스슈피겔(Tagesspiegel)과 디차이트(Die Zeit), 온라인 포털 티온라인(T-Online) 등에서 머스크가 벨트암존탁에 게재한 글이 AI로 생성된 것으로 판단된다는 주장도 제기되면서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해당 기사들의 요지는 AI 생성 콘텐츠 검증 서비스나 AI 서비스로 기사를 확인한 결과, 낮게는 52%에서 높게는 93% 확률로 머스크의 글이 AI를 통해 작성된 것으로 나타났다는 내용이었다.

 

현행 독일법이나 규정상 AI가 작성 또는 제작한 콘텐츠가 언론을 통해 배포되는 것은 제한되지 않지만, 독일 언론위원회(Pressrat)의 ‘언론규약(Presskodex)’에 따라 윤리적 책임을 준수해야 하는 대상으로 분류된다. 독일 언론위원회는 작년 9월에 개최된 회의에서 AI로 작성된 기사의 표시 의무를 강제하는 ‘언론규약’ 개정은 필요하지 않다고 결정했다. 다만 AI의 ‘도움(mithilfe)’을 받아 작성된 기사에 대한 책임은 일반 기사와 같게 적용된다고 재규정해 ‘언론규약’ 서문엔 “편집 기고에 대한 윤리적 책임은 AI를 통해 생성된 콘텐츠에도 적용된다”는 문장을 추가했지만, 표시 의무는 제외했다.

 

 

이와 다르게 독일의 미디어 정책기관 중 하나인 연방미디어청(die Medienanstalten)3)은 AI로 작성된 기사의 표시 필요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연구해 왔다. 2024년 8월 발행된 <AI 저널리즘에 대한 인식 조사(Wahrnehmung von KI-Journalismus)>4) 연구에선 사용자들이 AI 생성 콘텐츠를 스스로 인식하는 비율은 21%에 불과하고, 명확한 표시가 있을 땐 60%까지 높아짐을 확인했다.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응답자의 77%가 AI로 생성된 콘텐츠를 명확히 표시하는 것에 동의했고, 90%의 응답자는 AI가 콘텐츠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대한 작업별 표시 의무도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AI 표시를 통해 이용자들은 △콘텐츠의 출처와 신뢰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콘텐츠 제작 방식에 따른 이용자의 선택권을 강화해 언론과 플랫폼에 대한 신뢰를 구축하며, △허위 정보 생성 가능성을 낮추고 책임 있는 AI 사용을 촉진하는 등의 효과를 본다는 의견이다. 미디어청의 제안에도 불구하고 AI 표시 명시 규정이 정확하게 만들어졌기에 머스크의 기고는 위법한 행위는 아니다.

 

 

하지만 유럽연합 규제 체계에선 머스크의 기고문이 정말 AI가 작성한 것이라면 AI법(AI Act)에 따라 문제의 대상이 된다. 2024년 8월 발효된 유럽연합의 AI법은 AI의 안정적인 사용과 윤리적 원칙을 보장하는 규제 체계로서, AI의 남용과 오용으로 인해 발생할 위험을 최소화해 신뢰 가능한 시스템 구축과 이용을 보장하는 법이다. 이 법에선 AI 시스템을 위험 수준에 따라 네 가지 등급(허용 불가능한 위험, 높은 위험, 제한된 위험(투명성 위험), 최소 위험)으로 구분하고, 각각의 시스템에 따라 차등적으로 규제한다. 머스크의 기사 작성에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AI 서비스는 AI법의 분류에 따라 제한된 위험, 투명성(Transparenz) 공개 대상에 해당하므로 이콘텐츠가 AI를 통해 작성됐음을 공개해야 할 의무를 지닌다. 유럽연합의 법이 2024년 8월 1일에 발효된 것을 고려하면 머스크가 벨트암존탁에 기고한 기사가 AI를 통해 작성됐다면 법을 준수하지 않은 사례가 된다.


 

히틀러는 좌파? 극우 홍보 위해 허위 정보 유포

 

2025년 1월 8일, 머스크는 자신에 대한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AfD 의장 바이델과 온라인 대담을 진행했다. 독일의 쇠퇴와 이민 정책, 에너지와 세금, 산업정책 및 AfD의 정체성 등을 다루며 약 70분간 이어진 이 대담은 약 460만 명이 시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겉으론 주제나 흥행 측면에서 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둘의 대화에서 제공된 정보의 대다수가 허위 정보(Desinformation)였다는 점이 지적됐다.

 

독일에선 ‘가짜 뉴스’라는 용어가 신뢰할 만한 언론의 정당성과 진실성을 훼손하고자 정치적인 목적으로 사용된다고 보고, 이를 대체하는 용어로 허위 정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허위 정보에 대한 분석은 2024년 미디어청 연합의 내부 조직인 ‘공영방송 감독위원회 의장 협의회(GVK, Gremienvorsitzendenkonferenz)’가 발행한 보고서에 자세하게 제시돼 있다. 보고서에선 허위 정보와 오역된 정보(Misinformation)을 구분, 정보의 진실성과 정보 제공자의 의도를 기준으로 정보를 평가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의도하지 않은 상태에서 발생한 부정확한 보도나 의도하지 않게 정보를 잘못 제공한 상황은 정정보도나 수정을 통해 개선될 수 있지만, 의도적이고 고의적인 방식으로 허위 정보를 만들었을 때 문제가 발생한다는 주장이다. GVK에서 분류한 허위 정보의 유형은 다섯 가지로 제시되는데, 각 유형에 따라 정보 왜곡의 목적과 영향이 다르다.

 

머스크와 바이델이 대담이라는 형식을 통해 제공한 허위 정보는 정치, 경제, 사회, 에너지, 이민 등 다양했고, 그 방식도 정치적 이념을 조장하는 ‘탈맥락화’는 물론 선동을 위한 ‘허위 정보’, 정치적 동원을 주장하는 ‘조작된 (정치) 광고’로 여럿이었다. 그들의 대담에서 나눈 허위 정보의 백미는 바이델이 AfD를 홍보하기 위해 히틀러를 사회주의와 공산주의적 성향을 띤 좌파며, AfD만이 유대인들에게 가장 호의적인 정당이라고 언급한 내용이었다. 이 주장은 현재 독일 정권이 히틀러와 같이 ‘좌파’와 ‘사회주의’를 표방하고 있어 ‘현재는 마치 당시 시대와 같고’, 현재는 유대인들에게 적대적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어 비난받아 충분했다. 대담 후, 히틀러시기에 희생된 사회주의자, 공산주의자, 유대인을 기리는 피해자 대표 단체와 전문가 및 언론들이 반론을 제시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경제학 박사로서 분석했을 때 자신이 옳다며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머스크 사례로 본 AI 콘텐츠와 허위 정보의 과제

 

머스크의 AfD 지지는 언론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달되고 있으며, 활동의 방식과 내용으로 사회적 이슈를 낳고 있다. 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의 입장에서 머스크나 AfD 의장 바이델의 주장이 미디어를 통해 제공되는 것은 문제 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현재 미디어 환경에서 다뤄지는 주요 이슈들인 AI 생성 콘텐츠의 활용 방식, 허위 정보의 확산이라는 관점에서 현 상황은 여러 시사점을 제공한다.

 

첫째, AI 생성 콘텐츠가 저널리즘 분야에서 사용될 수 있는가에 관한 문제가 있다. 현재 독일의 언론 환경에선 AI를 콘텐츠 생산에 사용하는 것은 크게 문제시되지 않는다. 다만 이를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에 관한 언론계 전체의 지침이 마련되지 않아 개별 사업자별로 AI 생성 콘텐츠에 대한 윤리 강령을 채택하고 있다. 실제 슈피겔(Spiegel), 쥐트도이체차이퉁(Süddeutsche Zeitung)의 언론과 출판그룹 스프링거(Springer) 등의 편집팀에선 AI를 활용하고 있음을 밝혔고, AI 사용 여부를 명확하게 표시하고 있다.6) 이 표시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효과는 전술한 미디어청 보고서에 나타나듯 언론에 대한 신뢰 회복이다. 그렇기에 머스크의 벨트암존탁 기고문이 AI가 작성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것은 그 내용의 문제가 아닌 언론 신뢰의 문제와 결부되는 사안으로 봐야 한다.

 

둘째, 허위 정보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있다. 머스크와 AfD의 의장 바이델이 만나 유포된 많은 허위 정보, 그중에서도 히틀러에 관한 내용은 신속히 언론을 통해서 팩트체크가 이뤄졌다. 공영방송과 언론들에선 대담에서 제시된 내용들의 진위를 하나씩 검증하고 반박했고, 일간지와 온라인 신문들에서도 같은 맥락의 글들을 제공했다. 발언자의 목적에 맞게 보도하는 것이 아니라 검증을 통해 비판한 것이다. 이와 같은 대응은 허위 정보 확산을 방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신속하고 체계적인 검증 과정은 이용자들이 정보를 비판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 것으로 해석된다.

 

AI는 허위 정보의 검증과 생산 모두에 활용될 수 있어 새로운 도전 과제를 제시한다. 정보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정교화될 것이기에, 유럽연합은 디지털 서비스와 AI 규제를 통해 이에 대비하고 있다. 또한 정부와 시민 차원에서는 정보의 생산부터 해석, 향유까지 포괄하는 미디어 교육을 강화하고, 언론은 팩트체크 기능을 확대하는 등 다차원적 대응이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사회 전반의 노력은 정보 신뢰성 확보가 제도와 교육, 언론의 협력적 대응에 달려있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우리나라도 AI 시대의 정보 환경 변화에 대한 종합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1) 단독 원문은 현재 온라인에서 접근 할 수 없으나 다음의 반박 기사에 전문이 포함돼 있다. <Warum Elon Musk auf die AfD setzt – und warum er dabei irrt>, WELT, 2024.12.24, https://www.welt.de/debatte/kommentare/article254982012/Warum-Elon-Musk-aufdie-AfD-setzt-und-warum-er-dabei-irrt.html

2) 유럽의회(https://www.europarl.europa.eu/topics/en/article/20230601STO93804/eu-ai-act-first-regulation-on-artificialintelligence), 유럽위원회(https://digital-strategy.ec.europa.eu/en/policies/regulatory-framework-ai)

3) 연방 16개 주의 지역 미디어 정책 집행기관인 미디어청(Medienanstalt)의 연합 기관

4) Die Medienanstalten(2024), <Transparenz-Check Wahrnehmung von KI-Journalismus>, https://www.die-medienanstalten.de/fileadmin/user_upload/die_medienanstalten/Forschung/Transparenzcheck/Transparenz-Check_KI-Journalismus.pdf

5) 장성준, <獨 GVK, AI 시대 환경 변화에 맞춘 ‘미디어 능력 프로그램’ 강화 제안>, KBS 공영미디어연구부, 2024.8.27, https://program.kbs.co.kr/online/office/pmi/pc/board.html?smenu=25ac38&bbs_loc=X2023-0094-04-557963,read,none,1,1383092

6) Makowski, E., <Wie die Redaktionen von “Süddeutscher”, Springer und “Spiegel” Künstliche Intelligenz einsetzen.>, Turi2, 2024.2.12, https://www.turi2.de/community/epd-medien/kollegin-ki-der-einsatz-von-kuenstlicher-intelligenz-in-redaktion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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