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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는 지난 1월, 2025년 저널리즘 트렌드를 전망하는 보고서 <Journalism, Media, and Technology Trends and Predictions 2025>를 발표했다. 세계 유수 언론사 책임자들의 설문을 기초로 한 이 보고서의 핵심 내용을 골라 소개한다. 편집자 주
025년 언론 산업은 혼란과 기회의 교차점에 서 있다. 정치적 압박과 경제적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언론사들은 생존과 적응을 동시에 고민해야 한다. AI와 플랫폼 환경의 급격한 변화는 기존의 뉴스 유통 방식을 근본적으로 뒤흔들고 있으며, 검색 엔진의 변화, AI 기반 뉴스 요약, 맞춤형 콘텐츠 추천 시스템의 확산은 기존 미디어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보고서 <Journalism, Media, and Technology Trends and Predictions 2025>1)는 이러한 변화 속에서 언론이 직면한 도전과 기회를 종합적으로 분석한다. 이 글에서는 그중에서도 상호 깊이 연결된 세 가지 핵심 트렌드를 선정해 소개한다.
민주주의와 언론이 흔들리는 시대,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전 세계적으로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해 있다. 2025년 현재, 여러 국가에서 민주적 제도가 흔들리고 있으며, 정치적 불안과 권위주의적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며 강경한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밀어붙여 국제 무역 질서와 민주적 동맹 관계에 균열을 초래하고 있다. 루마니아에서는 대통령 선거 외부 개입 의혹이 불거지며 공정성이 의심받고 있고, 한국에서는 계엄령 선포와 대통령 탄핵 정국이 이어지면서 국민의 신뢰가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또한, 수단, 팔레스타인 점령지역, 시리아 등에서는 인도주의적 위기가 심화되며 법치주의마저 약화되고 있다.
이처럼 민주주의가 흔들리는 시기에는 신뢰할 수 있는 언론과 정보 환경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전 세계 뉴스룸은 정치적·경제적 압박 속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전 세계 정치인들은 점점 더 전통적인 언론을 우회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2024년 미국 대선에서 주요 후보였던 도널드 트럼프와 카멀라 해리스는 주류 뉴스 매체를 거의 활용하지 않았으며, 대신 자신들의 미디어 채널이나 팟캐스트·유튜브와 같은 대체 미디어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했다. 특히 트럼프는 소셜미디어를 적극 활용하며 기존 언론을 거부하는 유권자들에게 강력하게 어필했다.
이러한 전략은 주류 언론에 접근하지 않는 유권자들을 효과적으로 끌어들이며 대선에 크게 기여했다. 스페인 언론사 와티프(watif)의 CEO인 에밀리오 도미네크(Emilio Doménech)의 말마따나, “트럼프의 대선 승리는 대중이 언론의 영향력을 점점 더 신뢰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이 속도는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다”.
미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전 세계 포퓰리스트 정치인들이 트럼프의 전략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트럼프의 전략은 루마니아 대선에서도 유사한 방식으로 구현됐다. 루마니아 정치인 칼린 게오르게스쿠(Calin Georgescu)2)는 대중적으로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인물이었지만, 작년 루마니아 대통령 선거 1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하며 급부상했다.[그림 1] 그의 성공 비결은 대중영합적인 메시지와 틱톡(TikTok)을 활용한 소셜미디어 캠페인이었다. 틱톡 계정에는 승마를 하거나, 격렬한 운동을 하거나, 교회에 참석하는 모습을 올리는 한편, TV 토론과 같은 전통적인 미디어 이벤트는 기피했다.
결국 외국(러시아) 개입 의혹으로 인해 선거가 재실시될 예정이지만, 루마니아 사례는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한 선거 전략이 기존 언론을 배제하고도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강력하게 보여준다. 이러한 흐름은 앞으로 더 많은 국가에서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흐름과 함께, 미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의 지도자들이 비판적인 언론 매체를 압박하고, 취재원을 보호하려는 기자들을 감옥에 보내겠다고 위협하는 등 언론 전반에 대한 정치적 압력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 보고서는 이러한 수사적 위협이 그 자체만으로 전 세계적 언론 보도에 위축 효과(chilling effect)를3)불러오고 있다며 우려했다. 일부 뉴스룸은 생존을 위해 스스로 정치적 논쟁에서 거리를 두려는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역사적으로 대선 후보에 대한 지지를 공식적으로 표명해 온 워싱턴포스트가 2024년 대선에서 카멀라 해리스에 대한 지지를 공식적으로 표명하지 않은 것은 워싱턴포스트 구독자들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큰 충격을 주었다. 이는 일부 언론사 소유주들이 향후 4년 동안 정치적 충돌을 피하고, 상업적 이익을 지키려는 전략적 판단을 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신문사들은 정치 이슈에 최대한 휘말리지 않으려고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2025년 언론의 가장 큰 과제는 ‘생존’과 ‘저널리즘의 본질’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일이 될 것이다.
검색의 위기와 지능형 에이전트의 부상
인공지능 기술이 언론 현장에서 중요한 화두가 된 지도 어느덧 10년이 돼가지만, 이번 보고서를 통해 그 기술 지형이 얼마나 급격하게 변화했는지를 새삼 실감하게 된다. AI 기술은 단순히 보조적인 도구가 아니라, 뉴스 산업 전반을 뒤흔들 만큼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AI 기술이 뉴스 소비 방식과 유통 구조에 가져올 근본적인 변화에 언론계가 적응해야 한다는 사실이 더욱 분명해졌다. 보고서는 이러한 변화의 핵심을 두 가지 경향으로 정리한다. 첫째는 검색 서비스의 변화가 불러온 실존적 위기며, 둘째는 지능형 에이전트의 부상이다.
검색 엔진은 오랫동안 뉴스 소비의 핵심 창구였다. 그러나 AI 기반 검색이 도입되면서 기존 검색 방식이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으며, 이는 뉴스 트래픽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지난해 페이스북이 뉴스 콘텐츠 지원을 축소하면서 언론사들의 SNS 기반 트래픽이 급감했고, 엑스(X)도 뉴스 친화적인 플랫폼에서 벗어나며 언론사들이 의존할 수 있는 유통 채널이 크게 줄어들었다.[그림 2] 이런 상황에서 검색 엔진은 여전히 뉴스 유입을 유도하는 주요 경로로 남아 있었지만, AI가 도입되면서 이마저도 불확실해지고 있다. 구글의 ‘AI 개요(AI Overview)’ 기능은 기존의 뉴스 링크 대신 AI가 직접 요약한 내용을 제공하면서 독자들이 뉴스를 클릭하지 않고 요약만 소비하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 AI가 검색 결과에서 뉴스를 직접 제공할 경우, 언론사들은 기존의 검색 트래픽을 잃을 가능성이 커진다.

AI 기반 검색의 발전과 함께 등장한 또 다른 변화는 지능형 에이전트4)의 부상이다. 지능형 에이전트는 단순히 뉴스를 찾아주는 데 그치지 않고 사용자를 위해 정보를 요약·분석하며, 개인 맞춤형 뉴스를 제공하는 역할까지 한다. 최근 AI는 텍스트뿐만 아니라 음성, 영상, 코드까지 이해하는 멀티모달(Multimodal)시스템으로 발전하고 있다. 인공지능의 발전 속도는 놀랍도록 빠르다. 애플 인텔리전스(Apple Intelligence)5)와 구글의 노트북LM(Notebook LM)6) 같은 서비스는 AI가 사용자의 일정 관리, 정보 검색, 뉴스 요약, 콘텐츠 추천 등을 수행하는 방식으로 설계됐으며, 가트너(Gartner)7)는 2028년까지 일상적인 업무 결정의 15% 이상이 AI 에이전트에 의해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변화는 뉴스 소비 방식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검색 창에 키워드를 입력하는 대신, AI와 직접 대화하며 뉴스를 소비하는 형태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처럼 AI가 뉴스 소비 방식 전반을 재편하는 가운데, 언론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AI 검색과 지능형 에이전트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새로운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단순한 기사 생산을 넘어, 독자와 직접 연결될 수 있는 채널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AI가 뉴스를 대신 요약하는 시대가 온다면, 언론사들은 브랜드 가치와 신뢰성을 더욱 강화해야 하며, AI 환경에서도 언론의 역할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소셜미디어에서 AI로, 언론의 생존 전략은?
빅테크(Big Tech) 플랫폼과 언론의 관계는 오랫동안 긴장 속에 공존해 왔다. 하지만 최근 플랫폼 환경이 급변하면서 언론사들은 더욱 복잡한 선택의 기로에 놓이고 있다.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언론 매체들은 빅테크와의 관계에 대해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일부는 플랫폼과의 협력을 강화하려 하고, 일부는 결별을 원하며, 또 다른 일부는 현 상태를 유지하려 한다. 보고서에 인용된 덴마크 지역 언론 셀란스케미디어(Sjællandske Medier)의 편집장 루이스 페테르손(Louise Pettersson)은 이를 “플랫폼과의 편의적 결혼(marriage of convenience)”이라고 표현하며, “플랫폼들은 우리의 독창적인 콘텐츠로 이익을 얻고 싶어 하지만, 그에 대한 트래픽이나 보상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특히 메타(Meta)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존의 SNS 기반 트래픽이 줄어드는 가운데, 언론사들은 이를 대체할 만한 뉴스 유통 채널로 눈을 돌리고 있다. 왓츠앱(WhatsApp), 링크드인(LinkedIn), 블루스카이(Bluesky), 구글디스커버(Google Discover) 등이 점점 더 중요한 뉴스 트래픽 경로로 자리 잡고 있으며, 특히 구글 디스커버는 이미 많은 언론사에 가장 중요한 트래픽 유입원이 됐다. 반면, 페이스북과 엑스(X)에 대한 의존도는 급격히 줄고 있다. 특히 페이스북은 언론 산업에서 영향력이 크게 약화된 모습이다. 많은 언론사가 페이스북이 뉴스 유통 채널로서의 가치를 상실했다고 증언했다.
보고서는 엑스에서 이탈한 기자와 언론사가 대거 블루스카이8)로 이동하는 현상도 주목했다. 블루스카이는 2024년 9월 900만 명에서 11월 말 2,000만 명으로 가입자가 급증했으며, 특히 엑스의 정치적 입장과 극단주의 문제를 우려한 민주당 지지자들이 대거 이동했다. 뉴욕타임스와 파이낸셜타임스 등 주요 언론사들도 블루스카이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으며, 이곳에서 엑스보다 강력한 콘텐츠 조정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블루스카이가 단기간 내 엑스를 완전히 대체할 가능성은 낮지만, 점점 더 파편화되고 정치적으로 양극화되는 소셜미디어 환경에서 중요한 틈새(niche) 시장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
일부 언론사들은 현재 상황을 언론 산업이 플랫폼과의 관계를 재정의할 기회로 보고 있다. 독일 슈피겔(Der Spiegel)의 혁신 책임자인 마티아스 스트라이츠(Matthias Streitz)는 “엑스와 같은 일부 플랫폼은 더 이상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조차 신경 쓰지 않지만, 새로운 AI 플랫폼들은 흥미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많은 언론사가 기존 소셜미디어보다 AI 기반 플랫폼과의 협력 가능성에 더 주목하고 있으며, 특히 오픈AI와 퍼플렉시티와 같은 AI 플랫폼과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올해 중요한 우선순위로 떠오르고 있다. 조사 결과, AI 플랫폼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응답이 그렇지 않겠다는 응답보다 56%p나 높았다. [그림 3]

결국, 언론사들은 변화하는 플랫폼 환경 속에서 생존 전략을 재정비해야 한다. 기존의 SNS 기반 뉴스 유통 방식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으며, AI 기반 뉴스 서비스와의 협업이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수도 있다. 또한 뉴스룸은 자체적인 브랜드 정체성을 강화하면서도, 새로운 기술을 활용해 독자와 직접 연결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2025년, 언론이 마주한 가장 시급한 과제는 플랫폼 의존도를 줄이고 자체적인 생존 전략을 구축하는 일이다.
혼란은 곧 기회의 순간이다. 2025년은 기존의 방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현실을 마주하는 해이자, 저널리즘의 미래를 다시 정의할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정치적 압박, 경제적 불확실성, 플랫폼 의존도 증가, 그리고 AI 기반 뉴스 소비 확산이라는 도전 속에서 저널리즘의 본질을 지키면서도 혁신할 수 있을 것인가? 이제 그 답을 찾아야 할 때다.
2) Ilie, L., Bayer, L., & Gray, A., <Who is Calin Georgescu, the man at the centre of Romania’s cancelled election?>, Reuters, 2024.12.7, https://www.reuters.com/world/europe/calin-georgescu-far-rightoutsider-who-could-be-romanias-new-president-2024-11-25/
3) 과도한 규제나 압력으로 사상과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는 현상
4) Pounds, E., <What Is Agentic AI?>, Nvidia, 2024.10.22, https://blogs.nvidia.com/blog/what-is-agentic-ai/
5) 애플의 생성형 AI 서비스, https://www.apple.com/apple-intelligence
6) 구글의 생성형 AI 서비스, https://notebooklm.google/
7) Coshow, T., <Intelligent Agents in AI Really Can Work Alone. Here’s How.>, Gartner, 2024.10.1, https://www.gartner.com/en/articles/
intelligent-agent-in-ai
8) <About Bluesky>, Bluesky, https://bsky.social/about/faq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