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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리뷰] 보고서: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2026년 저널리즘, 기술 경향과 전망>
미디어 리뷰 | 등록일 : 2026-02-27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는 한 해의 시작점에 저널리즘의 현재와 미래를 가늠하는 보고서를 발간해 왔다. 2026년 1월 발간된 보고서에는 51개 국 280명의 언론사 경영진 설문을 통해 미디어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과 전망을 담았다. 한국 언론이 참고할 만한 보고서의 주요 내용을 요약·소개한다. 편집자 주

 

검색 트래픽은 줄고, 저널리즘에 대한 업계의 확신은 더욱 약해지고 있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보고서 <2026년 저널리즘, 기술 경향과 전망(Journalism and Technology Trends and Predictions 2026)>1)은 51개 국 280명의 언론사 경영진 설문을 바탕으로, 언론 산업이 받는 압박이 단순히 불길한 ‘감(感)’이 아니라 수치와 전략 선택으로 이미 증명된 현실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보고서가 제시하는 언론 산업의 현주소는 냉정하다.

 

△ 저널리즘 전망에 ‘낙관적이다’라고 답한 비율은 38%에 그쳤다.

△ 검색엔진 트래픽은 향후 3년간 평균 43%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 구글 검색 유입은 지난해보다 글로벌 33%(미국 38%) 하락했다.2)

△ 크리에이터가 ‘시간과 관심을 빼앗는다’라고 우려하는 응답은 70%에 달했다.

 

검색 트래픽 감소와 저널리즘 신뢰 약화는 이제 각각의 위기가 아니라, 같은 구조 변화의 서로 다른 얼굴에 가깝다. 보고서가 보여주는 2026년의 핵심은 ‘콘텐츠 경쟁’이 아니라 접근(access)과 신뢰(trust)의 재배분이다. 검색은 링크를 건네는 문이 아니라 답을 즉시 제공하는 인터페이스로 바뀌고, 동시에 사람들은 기관보다 ‘사람(크리에이터)’을 더 자연스러운 뉴스 창구로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그 결과 언론은 한쪽에서는 AI가 정보 소비의 입구를 재설계하는 압박을, 다른 한쪽에서는 크리에이터가 관심과 인재를 흡수하는 압박을 동시에 받는다.

 

중요한 건, 보고서가 보여주는 수치들은 업계의 게임 규칙이 바뀌고 있다는 신호다. 검색의 답변화(Answer Engines)는 범용 정보를 더 빠르게 상품화하고,3) 크리에이터의 부상은 뉴스의 설득 단위를 브랜드에서 개인으로 이동시킨다. 이 변화가 겹치면, 언론사는 더 적은 유입 속에서 더 강한 차별화를 요구받고, 동시에 사람을 전면에 세울수록 조직의 기준·윤리·리스크 관리가 더 어려워지는 딜레마에 빠진다.

 

그래서 이 글은 방대한 보고서를 ‘기계(AI)와 인간(크리에이터), 언론을 조이는 두 손’이라는 하나의 프레임으로 압축해 톺아보았다. 먼저 검색과 AI가 유입 경로와 수익의 전제를 어떻게 바꾸는지, 그리고 두 번째로 크리에이터가 관심의 배분과 조직 운영을 어떻게 흔드는지에 집중한다. 마지막에는 이 문제의식을 한국의 유통·수익 구조 안에서 다시 던져본다.

 

 


 

 

기계(AI)의 압박

 

첫 번째 손은 기계, 즉 AI다. 검색은 더 이상 링크를 ‘전달’하는 통로가 아니라, 검색 화면 안에서 답을 ‘완결’시키는 인터페이스(답변 엔진)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보고서는 구글의 AI 오버뷰 확산이 ‘제로 클릭(검색 결과에서 답을 보고 링크를 누르지 않는 이용)’을 늘려 언론사 유입을 깎을 수 있다는 우려를 전면에 둔다. 다만 현시점 데이터는 단정이 아니라 징후에 가깝다. 일부 매체는 검색 트래픽이 급감했다고 하지만, 아직 변화가 크지 않다는 반응도 공존했다. 차트비트 합산 데이터에서는 2024년 11월부터 2025년 11월까지의 구글 자연 검색 유입이 글로벌 33%, 미국 38%감소했지만, 그 하락분이 AI 오버뷰 때문인지는 단정하기 어렵다. 다만 날씨·TV 편성표·운세 같은 생활·유틸리티형 콘텐츠는 먼저 영향을 받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유입 지형 전체가 재편되는 과정을 더 지켜보며 해석해야 할 필요는 있다.

 

 


 

하지만 트래픽 문제는 단지 검색 결과 화면의 변화에만 머물지 않는다. 보고서가 올해 특히 주목하는 것은, ‘에이전틱(agentic) AI’5)가 결합된 새로운 접근 지점(AI 브라우저와 개인화 브리핑 앱 등)이 확산되면서 뉴스 소비가 웹사이트 바깥에서 점점 더 완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코멧(Comet), 아틀라스(Atlas) 같은 AI 브라우저는 웹페이지를 요약·번역하는 수준을 넘어, 자연어 명령으로 각종 작업을 수행하고(요약·번역·문서 처리 등) 경우에 따라 사용자를 대신해 웹을 탐색하며 개인화된 뉴스 요약을 끌어모을 수 있다. 헉스(Huxe), 오픈AI(OpenAI)의 펄스(Pulse) 같은 브리핑 앱 역시 에이전틱 방식으로 이메일·관심사·그날의 주요 뉴스를 묶어(오디오·카드형 등) ‘방문 없이도’ 소비 가능한 형태로 재가공한다. 보고서는 이런 도구들이 확산되면 “사람이 읽었는가”라는 질문 자체가 더 복잡해진다고 본다. 콘텐츠가 점점 ‘리퀴드(liquid)’6)해져 이용 맥락에 따라 형태가 바뀌고, 퍼블리셔가 기사 ‘모양’을 통제하기도 어려워지며, 무엇보다 콘텐츠가 어떤 방식으로 사용됐는지 알기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결국 핵심은 ‘누가 읽었는가’의 재정의다. AI 브라우저가 사용자 대신 자동 요약해 제공한 소비를 ‘인간 방문’으로 볼지, 아니면 새로운 유형의 중개(혹은 봇 트래픽)로 볼지에 따라 측정·광고·구독의 기준이 다시 흔들릴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 보고서에 깔려 있다. 실제로 보고서는 헉스나 펄스 같은 도구들이 개인화 브리핑을 대규모로 제공하면서 “머지않아 퍼블리셔 웹사이트를 읽는 주체가 사람보다 봇이 더 많아질 수 있다”는 관측까지 소개하고, 설문 응답자의 75%가 이런 ‘새 브라우저/에이전틱 앱’의 확산이 향후 3년간 뉴스 산업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이 압박에 대해 보고서가 반복해 제시하는 처방은 ‘차별화’다. AI가 점점 더 많은 정보를 빠르고 그럴듯하게 요약·정리할수록 언론은 ‘기계가 싸게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조직이 시간을 들여 만들어야만 하는 것’으로 무게중심을 옮겨야 한다고 진단한다. 그래서 보고서는 많은 경영진이 이미 편집 우선순위를 재조정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늘리겠다고 답한 항목은 현장 조사·탐사와 같은 오리지널 취재(+91),7) 맥락 설명과 해설·프레이밍(+82), 휴먼 스토리(+72), 팩트체크·검증(+63)처럼 ‘사람이 발로 뛰고 판단해야 하는 영역’이 두드러진다. 반대로 줄이겠다는 방향은 서비스 저널리즘(-42), 에버그린(evergreen) 콘텐츠(-32), 일반 뉴스(-38)처럼 AI 챗봇·요약 엔진에 의해 ‘상품화(commoditised)’되기 쉬운 영역에 집중돼 있다.8) 한마디로, ‘AI가 요약하기 쉬운 콘텐츠’에서 ‘AI가 요약만으로는 대체하기 어려운 저널리즘’으로 이동하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다르게 말하면, 더 많은 트래픽을 노리는 전략이라기보다(도달은 줄더라도) 브랜드가 제공할 수 있는 고유한 가치를 분명히 해 독자와의 직접 관계를 강화하려는 전략이다.

 

 


 

인간(크리에이터)의 압박

 

두 번째 손은 인간, 즉 크리에이터다. 크리에이터 생태계는 단지 새로운 유통 채널이 아니라 언론의 관심을 빼앗는 경쟁자이자 인재를 흡수하는 ‘인재 시장’이기도 하다. 보고서에 따르면 크리에이터가 언론사의 시간·관심을 가져간다는 우려(70%) 못지않게, 핵심 인력이 크리에이터 경제로 이동할 위험(39%)도 뚜렷하게 제기된다. 개인 브랜드가 커질수록, 언론사는 ‘브랜드’가 아니라 ‘사람’을 중심으로 경쟁하게 되고, 이는 조직 운영의 기본 전제를 바꿔놓는다.

 

 


 

이 대목에서 보고서는 워싱턴포스트 사례를 통해, 특정 인물이 떠난 뒤 공식 채널의 성과가 약화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구체적으로 워싱턴포스트에서 ‘틱톡 가이’로 불리며 여러 상을 받았던 데이브 조겐슨(Dave Jorgenson)이 8년간의 재직 끝에 독립해 ‘LNI(Local News International)’를 시작하자, 그가 출연하던 워싱턴포스트 유튜브 채널 ‘워싱턴 포스트 유니버스(Washington Post Universe)’의 도달(reach)이 거의 하룻밤 사이에 무너졌고, 경쟁 관계가 된 조겐슨의 새 채널이 해당 영역의 관심을 빠르게 흡수하며 성과를 앞질렀다는 점을 데이터로 제시한다. 개인이 곧 채널이 되고, 개인이 곧 브랜드가 되는 환경에서는 ‘인재를 키우는 전략’이 ‘인재를 떠나게 만드는 전략’으로 뒤집힐 수도 있다. 언론사가 인물을 전면에 세울수록, 그 인물이 떠났을 때 독자와 시청자까지 함께 떠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언론사는 크리에이터를 어떻게 대하고 있을까. 흥미로운 점은, 많은 언론사가 크리에이터를 경쟁자로만 보지 않고 조직적으로 흡수·협업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응답자의 76%는 기자들이 크리에이터처럼 행동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며, 50%는 크리에이터와의 파트너십을, 31%는 채용을, 28%는 크리에이터 스튜디오 형태의 합작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젊은 층에 닿기 위한 제작·유통 방식의 재설계로 이해할 수 있다. 다만 개성·개인화 강화는 조직의 객관성, 일관성, 리스크 관리와 충돌할 수 있다. 그래서 보고서는, 기자들이 개인 크리에이터로 활동할 때의 경계와 기준을 명확히 하는 내부 가이드라인이 함께 요구된다는 점도 강조한다.

 

인간의 압박에 대한 언론사의 또 다른 대응은 포맷 혁신이다. 크리에이터가 강한 영역은 결국 형식이고, 이용자들은 점점 더 영상·오디오 중심으로 시간을 배분하고 있다. 그 결과 79%는 영상 투자를 더 중요하게 보고, 71%는 오디오 확대가 중요하다고 답했다. 보고서는 특히 세로형 영상이 주류로 들어오는 장면을 주목한다. 예컨대 뉴욕타임스의 앱 내 워치(Watch) 탭처럼, 플랫폼용 포맷이 자사 제품 경험까지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영상팀을 강화하자’가 아니라, 기사·앱·브랜딩·수익모델까지 함께 흔드는 변화다.

 

 


 

2026년 한국 언론 산업은

 

보고서의 문제의식을 한국 언론 환경에 그대로 대입해 보면, 곧바로 정답이 나오기보다는 오히려 질문이 더 또렷해지는 느낌이 든다. 그 이유는 한국이 기술 변화의 파고를 더 빨리 혹은 더 강하게 맞는 구간이 분명히 존재하는 한편, 뉴스 유통 구조(포털·플랫폼·메신저·커뮤니티), 이용자 습관, 그리고 산업의 수익·규제·정치적 맥락이 독특한 방식으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AI 시대에 차별화하자’, ‘크리에이터처럼 바꾸자’ 같은 구호는 충분히 설득력 있게 들리지만, 실제 실행 단계에서는 그 문장 뒤에 따라붙는 설계 문제가 훨씬 더 중요해진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와 같은 국제 보고서가 한국의 실무자들에게 흥미로운 거울이면서도, 동시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망설여지는 이유도 아마 여기에 있을 것이다.

 

첫째, 한국에서는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지킬지’가 선택이 아니라 순서가 된다. AI가 손쉽게 요약·재가공할 수 있는 범용 정보 중심의 생산 체계에서 벗어나 취재·검증·맥락 같은 ‘요약되기 어려운 가치’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방향은 원칙적으로 맞을 수 있다. 다만 한국에서는 이 전환이 편집국의 결심만으로는 진행되기 어렵다. 이용자들이 뉴스를 만나는 경로가 다층적이고(혹은 특정 경로에 과도하게 집중돼 있고), 경로마다 요구하는 형식·속도·제목·패키징의 문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결국 ‘차별화’는 기사 종류 몇 개를 늘리고 줄이는 문제가 아니라, 취재-편집-배포-수익화까지 연결한 제품 설계와 운영 기준을 다시 짜는 일로 확장될 수밖에 없다.

 

둘째, 한국에서는 사람을 전면에 세우는 전략이 성과만큼이나 리스크도 함께 키운다. 개성, 얼굴, 목소리, 영상 등을 가미한 크리에이터형 유통은 도달과 친밀감을 높이는 데 분명히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기자 개인의 말이 곧바로 정치적·이념적 프레임으로 해석되거나, 조직의 공정성 논쟁으로 번지는 일이 비교적 쉽게 발생한다. 따라서 ‘더 크리에이터처럼’이 목표가 되는 순간, 이는 곧 비용이 되기 쉽다. 개인의 영향력을 키우되 조직의 신뢰를 깎지 않으려면, 이해충돌·취재 독립성·상업 협업·정치적 표현·검증 책임·오류 정정 방식 같은 경계선을 먼저 정교하게 그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국에서는 ‘기계의 압박’과 ‘인간의 압박’이 분리되지 않은 채 한꺼번에 작동한다. 크리에이터가 강해지는 이유는 그들이 사람이어서만이 아니라, AI와 플랫폼이 선호하는 형식(즉, 짧고, 훅이 강하고, 영상화가 쉽고, 재가공이 쉬운 콘텐츠)에 더 빨리 적응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반대로 언론이 AI를 활용해 효율을 높일수록, 그 효율이 취재력을 강화했는지 아니면 생산량만 늘렸는지가 즉시 평가 대상이 된다. 이때 조직이 흔들리는 지점은 대개 ‘빠르게 만들기’와 ‘신뢰 지키기’가 같은 방향이 아닐 때다.

 

보고서를 통해 2026년은 언론 산업이 큰 그림을 그려야 할 시기라는 점을 분명히 알 수 있다. 지금 필요한 일은 유행을 따라가는 단기적인 변신이 아니라, 한국의 유통·수익 구조 안에서 뉴스 경험의 규칙을 다시 세우는 재설계에 가까운 혁신이다. AI가 요약하는 시대에도, 크리에이터가 각광받는 시대에도, 결국 승부는 ‘무엇을 더 만들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기준으로 만들 것인가’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1) https://reutersinstitute.politics.ox.ac.uk/sites/default/files/2026-01/Trends_and_Predictions_2026.pdf

2) 차트비트(Chartbeat) 집계. 차트비트는 다수 언론사의 트래픽 데이터를 집계·분석하는 웹 분석(analytics) 제공사다.

3) 특히 보고서에서 ‘상품화’는 콘텐츠가 차별성을 잃고 대체 가능한 ‘표준재’처럼 취급되는 상태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4) ‘레퍼럴 트래픽’은 검색·소셜·앱 등 외부 채널의 링크를 통해 언론사 사이트로 넘어오는 방문을 뜻한다.

5) 보고서가 말하는 에이전틱 AI는 단순히 답을 생성하는 것을 넘어, 사용자를 대신해 여러 단계를 거쳐 작업(탐색·요약·정리 등)을 수행하는 쪽으로 진화하는 AI 흐름을 가리킨다.

6) ‘리퀴드 콘텐츠’는 하나의 고정된 기사(완성품)라기보다, 이용자의 맥락(시간/상황/관심사 등)에 따라 내용·형식이 달라지도록 설계된 가변형 스토리 경험을 뜻한다.

7) 각 수치는 AI 시대에 각각에 더/덜 중점을 둬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 간 순차이(Net difference)를 의미한다.

8) 서비스 저널리즘과 에버그린 콘텐츠 등은 여행 안내, 제품 리뷰, TV 편성 같은 효용형·반복형 정보를 포함하며, AI 챗봇에 의해 비교적 쉽게 대체(상품화)될 수 있는 영역으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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