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하면서 뉴스룸에서의 활용도 늘고 있다. 언론사는 인공지능을 어떻게 사용하고 윤리적 기준을 어떻게 적용해야 할까. 지난 3월 뉴욕타임스가 개편한 <윤리적 저널리즘> 핸드북에서 우리가 참고할 만한 사항을 확인해 본다. 편집자 주
만 단어가 넘는 뉴욕타임스의 <윤리적 저널리즘(Ethical Journalism)> 핸드북1)에서 인공지능 기술에 관한 내용은 단 86단어에 불과하다. 이 비율은 전체에서 0.01%도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짧은 문단은 오히려 인공지능 기술에 관한 윤리기준이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진실 추구’와 ‘공익을 위한 저널리즘’이라는 뉴욕타임스의 핵심 윤리 철학 안에서 해석해야만 그 의미가 온전히 드러난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 글은 뉴욕타임스가 기존 사내 언론윤리팀을 확장하면서 어떻게 인공지능 윤리를 기존의 틀에 내포하고 적용했는지를 보여준다. 뉴욕타임스의 사례를 통해 우리나라 언론의 인공지능 윤리 마련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하고자 한다.
뉴욕타임스는 무엇을 지향하나
언론사에서 기술을 도입하려고 할 때는 먼저 “어떤 저널리즘을 위해 이 기술을 수용하는가?”라는 중요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뉴욕타임스는 인공지능 기술을 저널리즘에 활용하면서 기존의 윤리적 기준을 어떻게 지킬지 고민하고 있으며, 이러한 고민을 인공지능 기술 사용 지침에 명확히 반영하고 있다. 이를 위해 우리는 뉴욕타임스가 어떤 저널리즘을 지향하는지를 먼저 알 필요가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를 윤리기준의 가장 첫 부분에 명시하고 있다.
“우리가 성공하려면, 독자, 시청자, 청취자들의 신뢰가 필수적입니다. 이 지침은 이 신뢰를 보호하기 위해 고안됐습니다.”
이처럼 뉴욕타임스의 윤리적 기준은 독자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인공지능 기술에 관한 윤리적 고민도 이러한 큰 틀을 고려했다. 그래서 뉴욕타임스의 인공지능 윤리 기술 지침은 새로운 문서가 아닌 기존에 지속적으로 갱신되던 뉴욕타임스의 윤리적인 저널리즘 핸드북(Ethical Journalism Handbook)을 통해 이뤄졌다.
인공지능 기술과 윤리의 교차점
뉴욕타임스는 인공지능 기술에 관한 윤리 지침을 제2장 언론 모범 사례(Best Practices)에 포함했다. 뉴욕타임스는 인공지능에 관한 윤리 원칙을 회사의 큰 가치관을 내세우며 소개한다. “뉴욕타임스는 오랫동안 저널리즘 서비스를 위해 기술을 수용해 왔으며, 이제 그 기술에는 인공지능 도구도 포함된다”라고 언급함으로써 인공지능 기술을 신기술로 수용하는 입장을 밝힌다. 그러나 바로 그 뒤에 “하지만 이러한 도구들은 기자들의 전문성과 판단을 대체할 수 없다”라고 덧붙여 인공지능 기술이 기자들을 대체할 수 없음을 강조한다.
‘인공지능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지만 기자를 대체하지는 않는다’라는 입장을 어떻게 실천하는지 뉴욕타임스는 예시를 통해 설명한다. 인공지능 기술을 사용할 때 “모든 인공지능 기술 사용은 사람의 감독하에 이뤄져야 하며, 기존의 저널리즘 기준과 편집 과정에 부합해야 한다”라는 원칙을 명시하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이 기자들의 전문성과 판단을 대체할 수 없다는 명확한 입장에 맞춰, 기사 작성 기준과 편집 과정이 인공지능 기술로 인해 달라져서는 안 된다고 명시한다. 또한, “인공지능 기술로 작성한 콘텐츠가 상당량 사용된다면, 그 과정을 명확히 밝히고 독자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라는 조항을 두어, 인공지능 기술을 사용한 저널리즘 생산 과정에서 투명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보여준다.
이와 같은 원칙은 인공지능 기술이 가져올 수 있는 오류, 편향, 책임 회피 등의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신중한 균형을 유지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즉, 뉴욕타임스는 인공지능 기술의 효율성을 인정하면서도, 기술이 저널리즘의 윤리적 책임을 대신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은 도구일 뿐, 궁극적인 판단과 책임은 인간인 기자에게 있음을 강조한다.
뉴욕타임스의 인공지능 윤리기준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인공지능 기술에 대해 완전히 새로운 가치 체계를 제시하기보다 기존의 저널리즘 윤리기준(정확성, 독립성, 공익성)을 어떻게 인공지능 기술 환경에서도 지킬지에 집중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인공지능 기술이 새로운 기술이기 때문에 이전에 없던 윤리적 기준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오해다. 인공지능 기술과 같은 신기술이 급변하고 낯설게 느껴지지만, 뉴욕타임스는 이에 대응하는 윤리가 기존 윤리의 연장선상에서 다뤄져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뉴욕타임스 윤리의 두 축: 윤리기준팀과 신뢰팀
모든 윤리적 기준은 단순히 그 기준을 설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실제로 적용하고 독자와 소통할 전반적인 하나의 체계로 확립해야 한다. 뉴욕타임스는 이를 윤리기준팀과 신뢰팀의 상호보완적 관계를 통해 이뤄냈다.
2021년 9월, 뉴욕타임스는 회사의 윤리적 기준을 더욱 강화하고자 윤리기준팀이라는 새로운 팀을 구성했다고 발표했다. 윤리기준팀은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맞춰 윤리적 기준을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하며, 뉴욕타임스는 이를 보도에 반영한다. 즉, 뉴욕타임스의 윤리기준을 제시하는 데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팀인 셈이다. 더 나아가 이러한 윤리기준이 사내에서 모든 부서를 관통하는 핵심 가치가 되도록 돕는다.
그리고 2024년 5월, 뉴욕타임스는 신뢰팀(Trust Team) 창설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신뢰팀의 주요 임무는 뉴욕타임스의 보도가 어떻게 윤리적으로 이뤄졌는지, 그리고 윤리적 기준이 어떻게 실천되고 있는지 독자들에게 명확히 알리고 소통하는 일이다. 즉, 신뢰팀은 뉴욕타임스의 윤리적 기준을 외부에 전달하고, 독자와의 신뢰를 구축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신뢰팀은 독자들이 뉴욕타임스의 보도에 대해 신뢰할 수 있도록, 보도 내용에 대한 투명한 설명을 제공한다. 이를 위해 보도의 출처나 작성 과정, 그리고 그 과정에서의 윤리적 판단을 명확하게 밝히는 방법을 지속적으로 모색한다.
뉴욕타임스의 신뢰팀 창설은 그동안 언론 윤리기준에서 꾸준히 지적돼 온 두 가지 주요 약점, 즉 윤리적 기준이 너무 두루뭉술하고 모호하며 강제력이 부족하다는 점, 그리고 그 기준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독자들이 알 수 없는 상황을 보완하려는 중요한 시도로 볼 수 있다. 그동안 많은 언론사가 윤리적 규범을 제시했지만, 그 기준이 실제로 어떻게 적용되는지에 대한 투명한 설명은 부족한 경우가 많았다. 이에 비해, 신뢰팀은 보도의 과정과 기준을 독자에게 공개하고, 이를 통해 언론의 신뢰를 회복하고 강화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접근은 뉴욕타임스가 언론 윤리를 선언하는 수준을 넘어, 그 원칙이 어떻게 실천되고 있는지를 독자에게 투명하게 드러낸다는 점에서 중요한 진전을 보여준다. 뉴욕타임스가 윤리 원칙의 서두에 밝혔듯, 윤리적인 저널리즘이 결국 신뢰받는 저널리즘을 위한 도구라면, 이를 소통하는 일은 실천하는 일 못지않게 중요하다.
신뢰팀이 공개한 반쪽짜리 윤리 적용
뉴욕타임스 신뢰팀은 <저널리즘의 이면: 뉴욕타임스가 작동하는 방식(Behind the Journalism: How The Times Works)>2) 시리즈를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 이 시리즈는 뉴욕타임스가 매일 수백 건의 저널리즘 콘텐츠를 어떻게 생산하는지에 대한 정책과 과정을 설명하며, 뉴욕타임스가 윤리적 기준을 어떻게 적용하고 엄격한 보도 기준을 준수하는지를 독자에게 전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2024년 10월, 신뢰팀은 이 시리즈의 일환으로 <뉴욕타임스가 저널리즘에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법(How The New York Times Uses A.I. for Journalism)>3)이라는 글을 업로드했다. 이 글은 인공지능 기술이 뉴욕타임스 내에서 어떻게 윤리적 기준에 부합하게 사용되고 있는지에 대해 투명하게 설명한다. 신뢰팀은 이 시리즈를 통해 인공지능 기술이 보도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그리고 이를 통해 독자와의 신뢰를 강화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 글에 따르면, 인공지능 기술은 뉴욕타임스의 대규모 데이터 분석과 같은 조사 보도를 지원하는 중요한 도구로 사용된다. 방대한 위성 이미지를 분석하는 데 인공지능이 사용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또한, 기사 추천 시스템에도 사용돼 독자 맞춤형 기사를 제공한다. 모든 인공지능 기술 도구 사용은 인간의 감독하에 이뤄지며, 최종적으로 기자들이 모든 콘텐츠에 대해 책임진다는 점이 강조된다. 뉴욕타임스는 또 자동 음성 기술과 스페인어 번역 모델을 통해 더 많은 독자가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밝혔다.
신뢰팀이 발표하는 이 시리즈는 윤리적 기준을 넘어서는 의의가 있다. 바로 기술 발전 속에서도 윤리적 책임을 유지하려는 진지한 노력을 독자들에게 직접 알리는 과정이라는 점이다. 이 글은 뉴욕타임스가 단순히 윤리적 기준을 만든 데 만족하지 않고, 인공지능 기술을 윤리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독자와의 신뢰를 강화하고자 했음을 보여준다. 인공지능 기술 사용에 대한 투명한 설명은 독자들에게 신뢰를 줄 뿐만 아니라, 뉴욕타임스가 기술과 윤리를 어떻게 조화롭게 결합하려는지에 대한 중요한 비전을 제시한다.
인공지능 윤리: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한 필요조건
뉴욕타임스 윤리기준팀과 신뢰팀을 중심으로 한 인공지능 윤리기준의 설정과 적용, 그리고 독자와 소통하려는 노력은 훌륭한 체계다. 그러나 여전히 발전의 여지는 있다. 예를 들어, 뉴욕타임스가 현재 공개한 내용만으로는 개별 뉴스에서 인공지능 기술이 실제로 얼마나 활용되고 있는지 충분히 알 수 없다. 최근 여러 보도에 따르면(The Verge,4) Neiman Lab,5) Semafor6)), 뉴욕타임스는 뉴스룸 내에서 기자들이 기사 편집, 정보 요약, 코딩, 기사 작성 등 전반에 인공지능 기술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하지만 방금 읽은 신뢰팀의 글에는 이러한 상황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인공지능 기술이 뉴스룸에서 실제로 어떻게 사용되는지, 어떤 작업에 얼마나 사용되는지에 대한 세부적인 정보는 여전히 부족하다.
기자들이 각 기사에서 인공지능 기술을 어떻게 선택·사용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뉴욕타임스는 인공지능 기술 활용에 있어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일부 기술(예: 위성 이미지 분석)은 공개하면서도 다른 기술(예: 교정·교열, 정보 요약, 코딩, 인터뷰 질문 작성 등)은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독자들에게 신뢰를 쌓고 투명성을 유지하려는 뉴욕타임스의 노력에 상반되는 모순으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뉴욕타임스가 한 걸음 더 나아가려면, 각 뉴스 기사에서 사용된 인공지능 도구와 그 사용 범위에 대해 보다 세밀하고 구체적인 공개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예를 들어, 어떤 인공지능 기술이 어떤 기사에서 어떻게 활용되었는지, 그 도구가 기사 작성과 편집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명확히 설명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뉴욕타임스는 독자들에게 더 많은 투명성과 신뢰를 제공할 수 있다. 또한, 인공지능 기술 도구의 사용에 있어 다양한 선택이 이뤄지는 만큼, 그 선택 과정을 독자에게 명확히 알리는 일이 윤리적 기준을 충족하는 데 중요한 부분이다.
대한민국 언론은 무엇을 해야 하나
뉴욕타임스의 인공지능 기술 윤리 기준은 한국 언론에 여러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첫째, 인공지능 기술의 윤리적 사용에 관한 명확한 기준을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인공지능 기술이 저널리즘의 효율성과 접근성을 높이는 데 유용할 수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그 사용에 있어 윤리적 기준을 준수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한국 언론도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저널리즘의 핵심 가치를 훼손하지 않도록 윤리적 기준을 세우고 이를 바탕으로 인공지능 기술을 사용해야 한다.
둘째, 투명성 강조다. 뉴욕타임스는 인공지능 기술 도구 사용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공개하고, 그 사용에 따른 투명성을 확보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한국 언론도 인공지능 기술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그 사용 범위와 목적을 독자에게 명확하게 알리고, 정보 제공의 신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예를 들어, 기사의 요약이나 제목 작성에 인공지능 기술을 사용하는 경우, 이를 독자에게 명확히 알려주는 방식이 필요하다. 이는 기자에게 추가적인 업무를 요구할 수 있으므로 뉴스룸 내에서의 동의와 이를 실천하는 이유에 대한 가치 공유가 중요하다.
셋째, 인공지능 기술과 인간의 협업에 대한 명확한 구분이다. 뉴욕타임스는 인공지능이 기자를 대체해서는 안 되며, 어디까지나 보조 도구로 활용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 언론 역시 인공지능을 효율적인 도구로 활용하되, 여전히 기자의 판단과 책임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특히, 인공지능이 생성한 콘텐츠의 정확성과 신뢰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최종 책임이 항상 기자와 뉴스룸에 있음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위에서 제시한 바와 같이, 인공지능 기술의 사용 범위와 선택 과정을 명확하게 공개하고 이를 독자와 투명하게 소통하는 데 앞장선다면, 한국 언론은 뉴욕타임스가 놓친 부분을 보완하며 더욱 신뢰받는 저널리즘을 구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 기술을 사용하는 구체적인 상황과 그 이유를 독자에게 투명하게 설명하고, 어떤 기준과 절차에 따라 도구를 선택했는지 명확히 공개함으로써 독자와의 신뢰를 더욱 강화할 수 있다. 또한, 인공지능 기술의 사용이 언론 핵심 가치를 훼손하지 않도록 꾸준히 점검하고 평가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한국 언론이 인공지능 기술의 윤리적 활용에 있어 선도적인 모델을 제시하고, 글로벌 미디어 시장에서도 높은 신뢰를 얻을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