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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AI 트렌드] 제77회 프라임타임 에미상 리뷰
미디어&AI 트렌드 | 등록일 : 2025-09-26

지난 9월 14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피콕 극장에서 2025년 프라임타임 에미상 시상식이 열렸다. 에미상은 미국 텔레비전예술과학아카데미가 주관하는 최고 권위의 TV 프로그램 시상식으로 꼽힌다. 올해는 어떤 작품이 수상했으며, 눈여겨볼 만한 이슈는 무엇인지 확인해 본다. 편집자 주

 

제77회 프라임타임 에미상(Primetime Emmy Awards) 시상식은 제73회에 이어 다시 한번 OTT의 세상을 알리는 행사였다. 넷플릭스의 영국 드라마 <소년의 시간(Adolescence)>, 애플TV+의 코미디 드라마 <더 스튜디오(The Studio)>, HBO Max의 <더 피트(The Pitt)>가 방송계 최고 권위의 에미상 주요 부문을 휩쓸었다. 제74회는 <오징어 게임>, 제75회는 <석세션(Succession)>, 제76회는 <쇼군(Shogun)>의 행사였다면, 올해의 주인공은 6관왕을 차지한 4부작 <소년의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2025년 프라임타임 에미상 시상은 지난 9월 14일 저녁 로스앤젤레스 피콕 극장에서 코미디언 네이트 바가치(Nate Bargatze)의 사회로 열렸고, CBS와 파라마운트+를 통해 방송됐다. 프라임타임 에미상은 1949년부터 미국 텔레비전예술과학아카데미가 전년도 6월 1일부터 당해 년도 5월 31일까지의 미국 프라임타임 텔레비전 프로그램 중 최고의 작품과 배우, 감독, 작가 등을 선정하는 행사다. 지난해는 2023년 작가 파업의 영향으로 TV쇼 제작이 거의 안 되어 불완전한 경쟁이었다면, 올해는 정상 궤도로 진입했다. 국내에서는 제75회와 제76회에 이어 올해도 TV조선이 생중계했다.

 

 


 

제77회 에미상 수상 후보는 지난 7월 15일 발표됐다. 작품별로 보면 애플TV+의 <세브란스: 단절(Severance)>이 27개로 가장 많고, <더 펭귄(The Penguin)> 24개, <더 화이트 로투스(The White Lotus)>와 <더 스튜디오> 23개, <더 라스트 오브 어스(The Last of Us)> 16개 등이다. 프라임타임 에미상 시상식을 하는 메이저에서는 <세브란스: 단절>과 <더 화이트 로투스>가 각각 10개로 가장 많았고, <소년의 시간>이 8개, <더 펭귄>과 <더 피트>가 각각 7개를 차지했다.

 

스튜디오별로 보면 HBO와 HBO MAX가 에미상 전체에서도 142개로 가장 많은 후보를 냈고, 프라임타임 에미상 대상도 38개로 가장 많이 냈다. 넷플릭스와 애플TV+가 각각 120개와 26개, 프라임타임 에미상은 79개와 33개였다.

 

수상 휩쓴 <더 피트>, <더 스튜디오>, <소년의 시간>

 

드라마, 코미디, TV 미니시리즈/영화 부문 작품상은 각각 HBO Max의 <더 피트>, 애플TV+의 <더 스튜디오>, 넷플릭스의 <소년의 시간>이 차지했다. 드라마 <더 피트>는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대형 병원의 응급실을 배경으로 응급의학과 교수 로비의 15시간 근무를 1시간 단위로 따라가는 15부작 시리즈로 작품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등 3관왕에 올랐다. <더 스튜디오>는 미국 코미디 업계의 권력 다툼을 가장 세련되게 풍자했다는 평을 받는 코미디로 작품상, 남우주연상, 연출상, 작가상 등 4관왕에 올랐고, 크리에이티브 아츠 부문 9관왕을 포함해 총 13개 부문을 휩쓸어 코미디 장르 한 시즌 최다 수상 신기록을 세웠다. 

 

<소년의 시간>은 영국 13세 중학생 제이미 밀러가 동급생 살해 혐의로 체포되며 벌어지는 사건을 원테이크로 제작한 4부작 시리즈로 작품상,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 여우조연상, 감독상, 작가상 등 6관왕에 올랐다. 영국 키어 스타머(Keir Starmer) 총리가 전국 중학교에 무료로 스트리밍하도록 지시할 정도로 청소년기에 발생하는 문제를 잘 보여준다.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하게 대두되는 개념은 ‘인셀(involuntary celibate)’, 즉 비자발적 금욕으로 연애 대상 혹은 성적 파트너를 만날 수 없다고 스스로를 정의하는 남성 이성애자 집단이다.1) 이 작품은 서울드라마어워즈에서도 국제경쟁부문 작품상 대상, 연출상, 남자연기상을 수상했다.

 

OTT 일색, K-콘텐츠에 시사하는 바는

 

제77회 에미상을 보면 몇 가지 사실이 눈에 띈다. 첫째, 올해는 완전히 OTT 일색이다. 프라임타임 시상 부분 25개 중에서 OTT가 무려 20개나 된다. 애플TV+가 7개로 가장 많고, 넷플릭스 6개, HBO MAX 5개, 디즈니플러스와 피콕이 각각 1개씩이다. 제73회에서 넷플릭스가 10개를 수상해 6개인 HBO를 앞섰는데,2) 이보다 더한 결과가 나왔다. 비OTT 콘텐츠는 HBO 4개와 CBS 1개에 불과하다. HBO 같은 케이블TV는 ‘케이블 ACE 어워드’를 별도로 개최하다가 1988년부터 통합하여 실시하면서 한동안 HBO가 지상파를 제치고 롱런했는데, 이제는 OTT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둘째, 애플TV+의 약진이다. 애플TV+는 두 작품이 50개의 후보작을 냈는데, <세브란스: 단절> 27개와 <더 스튜디오> 23개다. 지금까지 애플TV+는 많은 작품을 만들기보다 <파친코>처럼 작품성 위주의 작품을 만들어 왔다. 프라임타임 에미상에서는 수상 후보가 33개로 넷플릭스 26개보다 많다. 수상도 에미상 전체는 넷플릭스가 30개로 22개인 애플TV+보다 많지만 프라임타임에서는 7개로 넷플릭스 6개보다 많다. 이 작품은 서울드라마어워즈에서도 전체 대상인 골든버드상과 작가상을 수상했다.

 

셋째, 시청 시간과 수상작의 관계는 무관한 결과를 보여주었다. 시청률 조사업체 닐슨에서 분석한 시청 시간3)을 보면, 분야별로 4위 이하에 머물렀던 작품이 다수 수상했다. 드라마의 경우 <더 화이트 로투스(The White Lotus)>가 2.1억 시간으로 1위였지만 4위인 <더 피트>가 수상했고, 코미디는 <애봇 초등학교(Abbott Elementary)>가 1.8억 시간으로 1위였지만, 10분의 1도 안 되는 8위인 <더 스튜디오>가 수상했으며, 미니시리즈도 <몬스터스(Monsters)>가 1.5억 시간으로 1위였지만 <소년의 시간>이 수상했다.

 

 

넷째, CJ ENM의 투자 결실이다. CJ ENM의 자회사 피프스시즌(Fifth Season)이 레드아워프로덕션(Red Hour Productions)과 공동으로 만든 애플TV+의 <세브란스: 단절>은 27개로 가장 많은 수상 후보를 냈고, 프라임타임 에미상 2개를 포함해 8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이 드라마는 기억을 분리해 일과 삶을 따라 살아가는 직장인들의 이야기를 다룬 SF 스릴러다. CJ ENM은 이 작품으로 국내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할리우드 진출 가능성을 보여줬다. 한국계 미국인 다이애나 최가 <더 펭귄(The Penguin)>으로 특수분장상을 수상했고, 블랙핑크 리사는 <더 화이트 로투스> 시즌3에 출연해 레드 카펫을 밟았다.4) 이러한 소식이 <오징어 게임> 시즌2가 하나의 후보작도 내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줬으며 한류의 확장이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다섯째, 네이트 바가치의 10만 달러(약 1억 3,800만 원) 기부와 연결된 진행이다. 바가치는 ‘아메리카 보이스&걸스 클럽’에 10만 달러를 기부하기로 하고, 수상 소감 시간을 45초로 설정해 1초를 넘기면 초당 1,000달러(약 137만 원)를 차감하고, 짧으면 초당 1,000달러를 추가하는 조건을 내걸었다. 이를 수상 소감을 할 때마다 주유기 미터처럼 보이게 해 스포츠 중계 같은 효과를 냈다. 방송 마지막에는 마이너스 6만 달러(약 8,300만 원)까지 떨어졌지만, 바가치가 사비로 25만 달러(약 3억 4,000만 원)를 추가하고, 중계 방송한 CBS에서도 10만 달러(약 1억 3,800만 원)를 기부해 총 35만 달러(약 4억 8,000만 원)를 전달했다.5) 한국에서도 마냥 늘어지는 수상 소감 시간을 줄이기 위해 도입해 볼 만하다. 

 

여섯째, 테드 댄슨(Ted Danson)과 메리 스틴버겐(Mary Steenburgen)이 받은 ‘밥 호프 인도주의상’은 매우 의미가 있다. 부부는 평생에 걸쳐 남다른 자선 활동, 사회 공헌, 그리고 세계적 선에 대한 변함없는 헌신을 인정받아 수상했다.6) 2002년 밥 호프(Bob Hope)의 인도주의적 공헌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이 상은 오프라 윈프리(Oprah Winfrey), 조지 클루니(George Clooney) 등이 받았고, 올해 여섯 번째 시상을 한 비정기적 상이다.

 

일곱째, 에미상은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화했다. 같은 작품에서 주연이나 조연으로 후보로 지명되는 경우 같은 연기로 게스트 연기 부문에 도전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따라 <핸드메이즈 테일( The Handmaid’s Tale)>의 알렉시스 블레텔(Alexis Bledel)이 후보 신청을 철회하고, <아파트 이웃들이 수상해(Only Murders in the Building)>의 메릴 스트립(Meryl Streep)도 후보 지명을 철회했다. 한 명의 감독이 카테고리당 하나의 작품만 제출할 수 있던 규정도 철폐돼 경쟁이 치열해졌다.

 

여덟째, 유명을 달리한 분들을 추모하는 시간이 있었다. 국내에서도 한국방송대상 시상식에서 한국방송연기자협회가 주도적으로 준비해 이러한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아홉째, 작품에 대한 예산이다. 버라이어티 스페셜(생방송) 부문 수상은 <SNL 50주년 스페셜>에 돌아갔다. 총괄 프로듀서 론 마이클스(Lorne Michaels)는 수상 소감에서 SNL은 15년 전에도 수상했는데, 당시에 비용을 제약 없이 사용해도 된다고 했다고 한다. 지금처럼 천정부지로 솟아난 한국의 제작비 상황을 보면서 이렇게 제작비 걱정을 하지 않고 제작할 수 있는 여건이 왔으면 한다.

 

열째, 크리스 아브레고(Cris Abrego) 미국 텔레비전예술과학아카데미 회장의 축사가 인상적이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공영방송 CPB에 대한 기금 중단 결정을 비판하고, CPB가 에미상의 주지사상을 수상했다고 소개하며 문화기관의 연결, 포용, 공감의 목소리가 묻히지 않도록 관심을 촉구했다. 또한, TV를 통해 세대를 넓히고, 현안을 제시하고 역사가 정의로운 길로 흐르도록 바꿔 놓았으므로 문화가 단순히 일부를 위한 것이 아닌 모두를 위한 공동체가 되도록 노력하자고 말했다. TV가 어려운 시기이나 이처럼 긍정적인 기능을 하는 작품이 많이 나오길 기대한다.

 

최근 백상예술대상에서 대상을 받은 방송 부문 대상을 보면 국내도 유사하다. 2022년 <오징어 게임>(넷플릭스), 2024년 <무빙>(디즈니플러스), 2025년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넷플릭스)이 대상을 수상했다. 작품상도 2022년 <D.P.>(넷플릭스), 2023년 <더 글로리>(넷플릭스), 2025년 <폭싹 속았수다>(넷플릭스)가 차지했다. 점차 자본의 힘이 좌우하는 드라마 시장이 돼가고 있다. 크리스 아브레고 텔레비전예술과학아카데미 회장이 말한 것처럼, K-콘텐츠가 공동체 모두를 위한 콘텐츠가 되도록 관계자 모두가 힘을 합쳐 창의력 있는 콘텐츠를 제작해 K-콘텐츠의 저력을 다시금 키워갔으면 한다. 

 

 

 

 

 

 

1) 이은선, <소녀가 죽었다, 그리고 시작된 《소년의 시간》>, 시사저널, 2025.4.13, https://www.sisa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329653

2) 유건식, <넷플릭스, 에미상 싹쓸이...韓 작품 수상 머나먼 꿈 아니다>, PD저널, 2021.9.4, https://www.pd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72929

3) <77th Primetime Emmy Awards: Most-Watched Titles and Stars>, Nielsen, 2025.9, https://www.nielsen.com/ko/insights/2025/2025primetimeemmys 

4) 황지영, <블랙핑크 리사, 77회 에미상 레드카펫 밟았다>, 중앙일보, 2025.9.15,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66997

5) The Associated Press, <Boys & Girls Clubs of America may wind up biggest Emmy winner thanks to Nate Bargatze’s>, NBC News, 2025.9.16, https://www.nbcnews.com/news/usnews/boys-girls-clubs-america-may-wind-biggest-emmywinner-thanks-nate-arg-rcna231518

6) Fell, N., <Ted Danson and Mary Steenburgen Accept Bob Hope Humanitarian Award at the Emmys>, The Hollywoodreporter, 2025.9.14, https://www.hollywoodreporter.com/tv/tv-news/2025-emmys-ted-danson-mary-steenburgenhumanitarian-award-123637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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