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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야구·축구 등 이른바 ‘국민 스포츠’의 중계를 둘러싸고 ‘보편적 시청권’ 논란이 커지고 있다. 당장 내년 3월 미국·일본·푸에르토리코 등에서 열리는 빅 이벤트인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의 일본 국내 중계권이 도마 위에 올랐다. 기존 주관사인 요미우리신문을 거치지 않고 미국의 유료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인 넷플릭스(Netflix)가 중계권을 따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가 경기 중계를 독점할 경우 일본 야구팬들이 무료로 경기를 보는 것은 불가능해진다.
지구촌 축제인 월드컵도 비슷한 처지다. 영국계 유료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인 DAZN이 국제축구연맹(FIFA)과 2026년 북중미 월드컵의 중계권 계약에 뛰어든 상황이다.
스포츠 중계권료가 급등하면서 이 같은 현상은 점차 ‘뉴 노멀(New Normal)’이 돼 갈 공산이 크다. 글로벌 OTT 사업자의 막강한 자금력에 밀린 방송국들은 이제 스포츠 중계에서 강제 퇴장당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일본 미디어계 일각에선 ‘올림픽·월드컵을 축제로 만드는 건 여전히 방송국’이란 인식도 남아 있다. 과연 반전은 가능할까.
넷플릭스의 WBC 독점 중계 후폭풍
스포츠 중계권 논란의 진앙은 넷플릭스다. 넷플릭스는 지난 8월 25일 WBC 운영사인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주식회사(WBCI, World Baseball Classic Inc.)와 내년에 열리는 WBC 경기(2026년 3월 5~17일)의 일본 내 독점 중계권 계약을 진행 중이라고 알렸다. 그러면서 “2026 WBC는 일본 시청자들이 처음으로 경험하게 될 넷플릭스의 국내 생중계 이벤트가 될 것”이라며 “전 47경기를 넷플릭스의 생중계 및 주문형 서비스로 시청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넷플릭스 유료 가입자만 “WBC의 뜨거운 열기와 스릴 넘치는 순간”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1)
계약 당사자들은 중계권료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업계에선 100억~150억 엔(약 948억~1,422억 원) 전후로 보고 있다. 넷플릭스는 왜 이 정도의 거액을 투자하며 중계권 확보에 나섰을까.
3년 만에 열리는 이번 대회는 역대 6번째 WBC다. 최다 우승국인 일본(3회)에선 이미 ‘국민적 이벤트’로 각광받고 있다. 시청률 조사회사인 비디오리서치에 따르면 직전 대회인 2023년 WBC의 결승전(일본 대 미국)은 시청률이 42.4%에 달했을 정도다. 투수로 나선 오타니 쇼헤이(大谷翔平)가 미국팀 마지막 타자로부터 헛스윙 삼진을 잡아내 일본의 우승을 결정지었을 때는 순간 최고 시청률이 46%까지 치솟았다. 당시 중계는 민영방송인 TV아사히 계열 방송국들이 맡았다.2)
지난 대회까지는 WBCI가 일본 프로야구팀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모회사인 요미우리신문을 통해 일본 방송사들에 중계권을 판매했다. WBC는 지역별 1차 라운드를 거쳐 상위 두 개 팀이 8강전에 나서는데, 한국·호주팀 등이 포함된 ‘도쿄 풀(1차 라운드 10경기)’의 경우 요미우리의 홈구장인 도쿄돔에서 열리는 만큼 주관사로서 그간 중계권 협상에서 우선권을 가졌던 것이다. 그래서 이번 계약을 두고 요미우리 측은 “WBCI가 당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넷플릭스에 도쿄 풀을 포함한 전 경기의 일본 국내 방송·스트리밍 권리를 부여했다”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3)
폭등하는 중계권료, 방송국은 감당 불가
WBCI를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건 미국의 메이저리그 베이스볼(MLB) 사무국이다. 그런데 MLB 측은 시청자의 편의보다는 중계권료를 올려받는 걸 당연시해 왔다. 일본 국내 중계권료도 2017년 약 10억 엔(약 94억 4,600만 원)에서 2023년 30억 엔(약 283억 3,700만 원), 2026년에는 100억~150억 엔(약 948억~1,422억 원)으로 대회마다 크게 올려 받았다. 광고 수익에 의존하는 일본 TV 방송국 입장에선 이렇게 큰 금액을 감당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2주도 채 안 되는 대회 기간에 광고 수익으로 100억 엔(약 948억 원) 이상을 회수하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미 광고주들은 방송 광고비를 계속 줄이는 실정이다. 그 결과 MLB는 협상력이 떨어지는 요미우리 대신 넷플릭스와 손을 잡았다.
일본 야구팬과 관계자들은 충격에 빠졌다. 무료 시청을 당연시해 온 대형 스포츠 중계가 돌연 유료 구독 서비스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다만 의문은 남는다. 넷플릭스의 월정액 요금은 890엔(광고 포함 스탠다드 플랜, 약 8,400원)부터 시작한다. 단순 계산으로는 WBC로 수익을 내려면 수백만 단위의 신규 가입이 필요하다. 넷플릭스가 일본에 상륙한 지 10년째인 지난해 상반기 가입자 수는 1,000만 명을 넘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선 늘지도 줄지도 않는 정체 상태다.
일본의 미디어 전문가들은 넷플릭스가 짧은 기간 펼쳐지는 WBC만으로 단번에 신규 가입을 늘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본다. 각종 스포츠의 생중계에 특화된 일본의 유료 디지털 위성방송인 스카파!(スカパー!)의 최전성기 연간 증가율이 8만 9,000건(2011년)에 그쳤다는 점도 유의할 만하다.4)
미디어계 일각에선 넷플릭스가 새로운 수익원에 눈을 돌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례로 스나카와 히로요시(砂川浩慶) 릿쿄대 사회학부 교수는 시사지 프레지던트와의 인터뷰에서 “다이제스트 배급(특정 콘텐츠를 요약해 배포)을 수익원으로 활용하게 될 것”이라며 “(일본) 국내 사업자와의 서브라이선스 계약(재판매 계약)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짚었다. 실제로 물밑에선 넷플릭스와 일본 방송사 간에 중계권 재판매 협상이 진행 중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고 한다.5)

월드컵 중계권 눈독 들이는 영국계 OTT DAZN
이런 현상은 WBC에만 해당하는 게 아니다. 당장 내년 여름에 열리는 북중미 월드컵(2026년 6월 11일~7월 19일) 중계권을 두고도 스포츠 전문 영국계 OTT 사업자인 DAZN이 일본 국내 중계권을 획득하기 위해 의욕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해외 유료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들이 잇달아 일본 국내 중계권 확보에 나서면서 중계권의 ‘해외 유출’ 문제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일본 내 ‘보편적 시청권’이 결과적으로 해외 사업자에 의해 가로막히고 있다는 점에서다.
월드컵 역시 급등한 중계권료가 발단이다. 이미 2022년 카타르 월드컵 때 중계권료가 180억 엔(약 1,695억 원)에 이르면서 NHK와 민영 방송사들은 중계권 획득을 포기했다. 그 대신 일본계인 ABEMA(옛 ABEMA TV)가 중계권을 따내 모든 경기를 무료로 중계한 덕에 일본 축구 팬들은 안도의 한숨을 돌렸다. 사이버에이전트(지분율 55.2%)가 운영하는 동영상 서비스 업체인 ABEMA는 TV아사히가 공동 설립자이자 2대 주주(36.8%)다. 이 때문에 일본 방송사들과 협업하기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6)
하지만 내년 월드컵의 경우 중계권료가 400억 엔(약 3,768억 원)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일본 업체가 단독으로 중계권을 계약하는 건 불가능해졌다. 여기엔 이번 대회부터 참가팀이 32개에서 48개로 늘면서 경기 수가 총 64경기에서 104경기로 불어난 영향도 있다.
이에 따라 일본 사업자들을 제치고 자금력이 있는 DAZN이 단독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DAZN은 ‘10년간 2,100억 엔(약 1조 9,800억 원)’이란 어마어마한 중계권료를 내면서 2017년부터 일본 프로축구 J리그를 중계한 전례가 있다. 2023년에는 이 계약을 재검토해 2033년까지 ‘11년간 2,395억 엔(약 2조 2,600억 원)’으로 중계권료를 올리기도 했다.7)
다만 DAZN이 단독으로 월드컵 중계권 협상에 나서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최대 이동통신사인 NTT도코모와 중계권을 공동으로 확보하는 협상을 진행 중이라는 소식이 나오고 있어서다. NTT도코모도 자사의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인 레미노(Lemino)를 통해 월드컵을 생중계한다는 입장이다. 레미노는 스마트폰에 특화된 만큼, 스마트 TV 등이 주요 시청 기기인 DAZN과는 영역이 겹치지 않는다.8)
레미노는 기본적으로 무료 플랫폼이지만, 월 990엔(약 9,300원)의 요금제에 가입해야 더 많은 동영상을 볼 수 있다. NTT가 공공성을 고려해 월드컵 중계를 무료로 풀거나 방송국들에 중계권을 재판매할지는 미지수다. FIFA 측과의 중계권료 협상도 관건이다. 양사가 분담하더라도 300억~350억 엔(약 2,821억~3,292억 원) 수준까지는 낮춰야 어느 정도 수익성을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9)
TV 통한 스포츠 시청 줄었지만, 방송사 중계만 가능한 장점도
유료 동영상 서비스 업체들은 스포츠 중계를 중요하게 보고 있다. 스포츠 콘텐츠는 드라마·영화·예능 등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에 비해 시청자의 참여도가 높은 편이다. 돈이나 시간을 적극적으로 투자하려는 팬층이 두텁기 때문에 월정액 유료 가입에도 저항감이 덜하다. 반면 TV는 스포츠에만 집중할 수가 없는 구조적인 한계를 갖고 있다. 그렇다고 스포츠 콘텐츠에 한해서만 유료화하기도 어렵다.
경쟁력 약화는 젊은 세대의 시청 형태에서도 엿보인다. 지난해 11월 NHK 방송문화연구소가 스포츠 시청자 2,4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웹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스포츠 중계 시청 매체로 민방(지상파 62%, 위성방송(BS) 18%)·NHK(지상파 43%, BS 23%) 등을 비중 있게 꼽았다. 그런데 인터넷 스트리밍(무료 31%, 유료 11%)을 통한 시청도 상당했다. 특히 10대 남성의 경우 무료 인터넷 스트리밍으로 스포츠 중계를 보는 경우가 46%에 이를 정도였다.10)

실제로 TV에서의 스포츠 중계 시청률은 하향 추세다. 요미우리신문그룹이 최대 주주인 닛폰TV는 일본에서 가장 인기 있는 프로야구팀인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경기 생중계에 주력하는데, 2004년까지 10%를 넘던 시청률이 2005년 이후로는 두 자릿수는커녕 5%를 밑도는 해가 적지 않다.11) 그 결과 닛폰TV는 과거에는 거의 매일 지상파로 방송하던 요미우리 경기 중계를 2025 시즌에는 낮 경기 위주로 20경기만 내보냈다.12) 물론 TV 방송국에도 강점은 있다. 올림픽·월드컵 등의 대형 이벤트는 경기 못지않게 응원 열기, 선수들의 동정 등 대회를 둘러싼 여러 가지 분위기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방송사는 경기 중계뿐 아니라 관련 뉴스, 정보·예능 특집 프로그램 등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열광할 수 있는 축제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 한마디로 폭발력이 강한 매체라는 것이다. 방송은 또 ‘뉴페이스’ 등 주목할 만한 선수와 관련한 스토리텔링에도 강하다. 시청자로 하여금 감동을 선사할 수 있는 매체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다.
‘보편적 접근’ 제도화한 유럽, 앞으로 일본은?
스포츠 중계의 유료화는 필연적으로 시청 소외 계층을 양산할 수밖에 없다. 일본에선 약 20%의 가구가 OTT를 시청하기에 수월한 고속 인터넷에 접속할 수 없는 환경이다. 이 같은 ‘디지털 디바이드(Digital Divide)’에 따라 고령자·저소득층의 시청권 보장이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와 관련해 유럽연합(EU)에선 ‘보편적 접근(Universal Access)’을 강조하고 있다. 올림픽·월드컵·유럽축구선수권대회 등 사회적으로 중요한 스포츠 이벤트는 누구나 무료로 시청할 수 있어야 한다는 개념이다. 1997년 개정된 EU의 ‘국경 없는 TV 방송에 관한 지침’에선 각 회원국 국민에게 무료 시청 기회를 보장하는 조치가 규정돼 있다.13) 즉 유료 방송이 중계를 독점할 수 없도록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EU뿐만 아니다. 방송의 공공성을 중시하는 영국도 이와 유사한 규정을 두고 있다. 인구의 95% 이상이 이용할 수 있는 공영방송인 BBC 등 지상파를 통해 누구나 국민적 관심이 높은 스포츠 이벤트를 무료로 시청할 수 있도록 의무화하고 있다.14)
반면 일본에선 그간 올림픽 등에 대해 NHK와 민영 방송사들이 공동으로 중계권을 구매해 비용을 분담하는 형태의 ‘재팬 컨소시엄(Japan Consortium)’ 방식을 채택해 왔다. 이를 주도한 건 공영방송인 NHK였다. 유럽처럼 ‘보편적 시청권’을 제도화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도 이와 관련이 있다.
NHK는 지난해 수신료 수입 감소로 449억 엔(약 4,240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수입원의 대부분이 수신료인 NHK가 급등한 스포츠 중계권료를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일본 정부가 보조금, 즉 세금을 투입해야만 하는 사안인 셈이다. 국민적 합의를 전제로 한 논의가 불가피한 일이다.
1) <WORLD BASEBALL CLASSIC INC.とNetflixが、2026年ワールドベースボールクラシックの日本における独占パートナーシップを発表>, Netflix, 2025.8.26, https://about.netflix.com/ja/news/world-baseball-classic-inc-and-netflix-exclusive-partnership
2) 山根 祥汰, <視聴率でみるWBC2023~野球世界一決定戦を視聴率で振り返る~>, Video Research, 2023.4.26, https://www.videor.co.jp/digestplus/article/75987.html
3) <2026年WBCに関するNetflixの発表について>, 讀賣新聞, 2025.8.26, https://info.yomiuri.co.jp/pressrelease/4823.html
4) https://www.skyperfectjsat.space/ir/financial_data/shift?lang=ja
5) 砂川 浩慶·日比野 恭三, <WBCだけじゃなくサッカーW杯も有料配信になる…高額化する「国民的スポーツ」の放映権を税金で払うのはアリか>, President, 2025.10.18, https://president.jp/articles/-/103551
6) https://www.cyberagent.co.jp/files/topics/20015_ext_21_0.pdf
7) <JリーグがDAZNと2023年から11年間で2395億円の新契約締結を発表。来季からJ3除外や地上波放送増を狙う | Jリーグ>, Dazn, 2023.3.30, https://www.dazn.com/ja-JP/news/%E3%81%9D%E3%81%AE%E4%BB%96/2023-03-30-jleague-dazn/ctiakl1q7ktf1v800wdn10tv1
8) <サッカー ドコモ、DAZNが26年W杯名乗り ネット配信>, 毎日新聞, 2025.11.5, https://mainichi.jp/articles/20251105/ddm/035/050/021000c
9) <26年W杯放映権をDAZNとドコモが共同で取得見込み 試合数増で高騰 地上波放送は限定的か>, 日刊スポーツ, 2025.11.4, https://www.nikkansports.com/soccer/world/news/202511040001466.html
10) 斉藤 孝信, <広がるスポーツのネット配信視聴 ネットならではの機能や演出も利用動機に~ スポーツコンテンツ視聴者2,400人へのWEBアンケートから②~【研究員の視点】#569>, NHK, 2025.1.10, https://www.nhk.or.jp/bunken-blog/500/674177.html
11) 斉藤孝信, <#458 WBC直前企画① 視聴率でみる日本プロ野球平成史>, NHK, 2023.3.6, https://www.nhk.or.jp/bunken-blog/500/479675.html
12) <2025年巨人主催試合の地上波放送は20試合 日テレ野球中継のテーマは「クローズアップ・ベースボール」>, 日テレNEWS NNN, 2025.3.1, https://news.ntv.co.jp/category/sports/c48eb5ca8ae64979b7321a417774f873
13) <Audiovisual Media Services Directive - content & distribution rules>, European Commission, https://digital-strategy.ec.europa.eu/en/policies/avmsd-content-distributio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