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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미디어 현장] 일본_ 셀프컬처 소비의 부상과 미디어
글로벌 미디어 현장 | 등록일 : 2026-01-30

“나다움을 욕망한다.”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일본 MZ세대의 소비 문화적 특징을 한마디로 나타내면 이렇다. ‘나다움’이란 어떤 의미일까? 사회적으로 다양성이 강조되면서 “나는 개성이 있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는 사람이 부쩍 늘고 있다. 디지털화에 따라 정보가 넘쳐흐르는 시대, 선택의 고민은 더 깊어진다. 이런 일상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속한 문화’를 스스로 내면에서 재편집하는 것이 바로 ‘나다움’이다. 

 

일본 최대 광고·홍보 업체인 덴쓰(電通)는 이런 ‘욕망’을 올해의 트렌드로 꼽으며, ‘셀프컬처 소비(セルフカルチャー消費)’의 부상을 주목했다. 한마디로 ‘나다움’을 동반한 소비 행동을 뜻한다. 이에 따른 콘텐츠의 다양화와 개인화가 올 한 해 미디어 업계의 화두가 될 것이라고 한다. 특히 사용자가 직접 만들거나 직접 참여해 생산하는 ‘소비자 생성 미디어(CGM, Consumer-Generated Media)’의 증가가 각종 ‘붐’을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 등을 추천하고 응원하는 ‘오시카쓰(推し活)’ 역시 이런 분위기와 맞물려 더욱 활성화될 전망이다.1)

 

 

최근 한국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다시 유행하고 있는 캐릭터 육성 게임기 ‘다마고치’ ⓒ뉴스1

 

 

CGM이 ‘헤이세이 여아’ 붐 이끌어

 

‘나다움’의 판단 기준은 제각각일 터, 최근 들어 일본에선 과거에 자신이 좋아했던 것을 현재의 시선으로 받아들이는 활동이 각광받고 있다. ‘헤이세이 여아(平成女児)’ 붐이 대표적이다. 일본의 독자적인 연호인 ‘헤이세이(1989~2019년)’를 사용하던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소학교(초등학교)를 다닌 여성들이 당시에 경험했던 독특한 문화나 유행했던 상품 등을 그리워하는 맥락에서 주로 사용된다. 원래 인터넷상의 속어였지만, 이제는 사회 현상이 됐다. ‘2025년 신어·유행어 대상’ 후보에 올랐을 정도다.2)

 

가장 중요한 코드는 ‘귀여움’이다. 소녀 취향이 돋보이는 아이템과 캐릭터가 이런 유행을 이끌고 있다. 패션, 문구류, 장난감, TV 프로그램, 놀이 방식 등 종류는 다양하다.

 

캐릭터 육성 게임기인 ‘다마고치’가 재유행하는 것도 이런 현상과 맞닿아 있다. 아동용 의류 브랜드의 캐릭터인 ‘베리에짱(ベリエちゃん)’과 ‘나카무라군(ナカムラくん)’, 여아용 액세서리(플라스틱 재질 보석 목걸이)를 동봉한 장난감 과자 ‘세봉스타(セボンスター)’, 친구들끼리 교환하는 스티커의 일종인 ‘봉봉드롭실(ボンボンドロップシール·줄임말은 ‘봉드로’)’ 등도 인기를 끌고 있다. 아이스크림·과일 등의 아이템을 젤리 모양으로 부풀린 모습을 한 봉드로의 경우 품귀 현상을 빚을 만큼 열성 팬이 많다. 2024년 3월 발매 이후 1년 8개월 만에 무려 1,300만 장 이상이 판매됐다.3)

 

이런 유행을 확산시키는 게 바로 CGM이다. 사용자가 틱톡·인스타그램 등 CGM 플랫폼을 통해 “신선하고 귀엽다”라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리면 같은 연령대의 여성들 사이에서 자가 증식하며 퍼져나가는 식이다. “어릴 적 이루지 못한 사치감을 맛보고 싶다”며 따라 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레트로 소비’와 유사하지만, 세대별 관점 달라

 

‘헤이세이 여아’로 부르지만, 통상적인 세대 구분법으로는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1990년대 중반 출생)와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후반 출생)가 함께 속한다. 이들은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이면서도 아날로그 문화나 제품에 향수를 느끼는 세대적 특징을 갖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인스턴트 카메라나 레코드판 등 아날로그 제품을 사들이는 ‘레트로(retro) 소비’와도 일맥상통한다. 일본에선 이전 시대의 느낌을 살려 ‘쇼와(昭和) 레트로’, ‘헤이세이 레트로’라는 표현도 자주 쓴다. 다만 헤이세이 여아 붐의 경우, 특정 연령대의 여성들만 향유했던 문화라는 점에서 독특한 측면이 있다.

 

또 같은 아이템에 대한 세대별 소비적 관점에도 차이가 있다. 밀레니얼 세대가 ‘추억 소환’에 방점이 있다면, Z세대는 ‘SNS용 감성’에 상대적으로 더 치중한다.

 

이들은 SNS에 최적화된 세대이기도 하다. 인스타그램 등에서 헤이세이 여아의 세계관을 멋지게 포장하는 데 능숙해 반향을 잘 일으킨다. 그러다 보니 관련 아이템에 향수가 있을 리 만무한 알파 세대(2010년대~2020년대 중반 출생)로 유행이 번지고 있다. 개인 미디어와 여러 세대에 걸친 소비력이 결합하면서 관련 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다. 기업들은 복각4)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 한정판 상품 등을 내놓으며 붐업(boom-up)을 이끈다. 시장이 계속 확대되는 것이다.

 

헤이세이 여아와 유사한 현상이지만, 남녀 구분이 없는 것도 있다. 바로 ‘리바이벌 소비(リバイバル消費)’다. 과거 유행한 브랜드, 제품, 콘텐츠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상품을 사들이는 소비 방식이다. 추억의 패션, 음악, 영화 등을 즐기는 게 단적인 예다.

 

한국에서도 1990년대 후반 X세대(1970년대생)의 상징이었던 ‘Y2K 패션’ 등이 재유행하는 현상이 있었다. 마찬가지로 일본에선 1990년대 후반 유행했던 ‘고갸루(コギャル) 문화’가 재등장해 눈길을 끈다. 짙은 태닝 피부와 밝게 염색하는 헤어스타일, 흰색 루즈 삭스 등 주로 여고생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패션 코드다. 

 

‘엑스포’는 셀프컬처 소비의 거대 플랫폼

 

‘셀프컬처 소비’의 또 다른 잣대는 열광하는 타인으로부터 배워 자신에게 적용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해 4~10월에 열린 ‘오사카·간사이 엑스포(EXPO)’를 통한 자아 표출이다.

 

일본 정부는 대회 직전만 해도 엑스포 준비 부족과 계속되는 폭염 탓에 흥행 실패를 우려했다. 하지만 기우였다. 대회 기간을 통틀어 누적 관람객 수가 2,508만 명에 이를 만큼 이번 엑스포에 대한 열기는 뜨거웠다.5)

 

그런 수많은 인파 속에서 국가별·테마별로 준비된 다양한 파빌리온(pavilion·전시관)을 하루에 모두 둘러보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그만큼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다. 결국 취향의 문제다. ‘나다움’을 중시하는 사람들은 관람 전에 남이 어떤 것을 어떻게 봤는지를 상당히 많이 섭렵해 살핀다. 헤이세이 여아 붐처럼 주로 CGM 콘텐츠를 통해서다.

 

엑스포의 전반적인 특징도 한몫을 한다. 엑스포 전시장은 필연적으로 첨단 과학기술이 꽃피는 미래 사회를 상상하는 공간이다. 내가 살아가야 할 ‘사회의 미래’를 ‘나의 삶’과 연결 지을 수 있는 체험형 전시물들이 많다는 얘기다. 관람객은 대두로 만든 고기(미라클 미트), ‘하늘을 나는 자동차’로 불리는 전동 수직 이착륙기(eVTOL)등을 통해 자신이 대체식품과 미래 이동 수단의 실험 대상이자 주체가 되는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타인의 경험으로 시작해 자신의 경험으로 끝나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또 다른 CGM으로 재공유된다. 엑스포 자체가 거대한 셀프컬처 소비의 플랫폼 역할을 하는 셈이다.

 

‘오시카쓰’ 유무로 확연히 갈린 X 이용 시간

 

셀프컬처 소비를 좌우하는 건 ‘개취(개인의 취향을 뜻하는 줄임말)’다. 그런 점에서 2010년대부터 확산하기 시작한 ‘오시카쓰’의 변화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오시카쓰는 남에게 추천하고 싶을 만큼 지지하는 대상을 뜻하는 ‘오시(推し)’와 활동을 뜻하는 ‘가쓰도(活動)’의 합성어다. 지지하는 대상을 열정적으로 응원하고 소비하는 팬 활동 전반을 의미한다.

 

아이돌, 아티스트, 스포츠 선수와 팀, 작가, 영상작품, 만화, 소설 등은 물론 유튜버, 인플루언서, 가상 캐릭터인 브이튜버(Vtuber) 등에 이르기까지 지지하는 대상은 다양하다.

 

오시카쓰는 젊은 세대에만 국한된 활동이 아니다. 덴쓰가 2024년 9월 실시한 ‘오시카쓰와 미디어 이용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오시카쓰에 가장 진심인 건 젊은 여성이다. 지지 대상의 유무를 묻자, 15~29세의 여성 중 71.1%가 ‘있다’고 답했을 정도다. 같은 연령대 남성의 경우는 47.7%였다. 그런데 50~69세 중장년층에서도 여성의 29%, 남성의 19.9%가 ‘있다’고 응답했다.6)

 

오시카쓰 확산의 주요 통로는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와 SNS다. 특히 SNS는 오시카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게 돕는 사회적인 장치가 됐다. 또 같은 ‘오시’를 가진 동료들과의 커뮤니티 역할도 한다. 

 

실제로 덴쓰의 조사에서 오시카쓰를 하는 사람은 아닌 사람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디어 이용 시간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엑스(X)의 경우 일주일간 이용 시간이 지지 대상이 없는 사람(53.2분)에 비해 4배 정도 많은 208.6분으로 조사됐다. 마찬가지로 인스타그램은 약 2.9배, 유튜브와 틱톡은 약 2배 정도 이용 시간이 많았다. 반면 TV의 경우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나 SNS에 비해 그 격차가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상파·BS(Broadcast Satellite)·CS(Communication Satellite) 방송을 통틀어 지지 대상이 없는 사람의 시청 시간은 555.1분, 있는 사람은 676.8분으로 약 1.2배 수준이었다. 

 

덴쓰는 오시카쓰 활동에서 X 이용 시간의 차이가 가장 큰 점과 관련해선 “X는 (오시카쓰 활동에 있어서) 일상적인 핵심 정보 업데이트 및 커뮤니티 구축을 위한 주요 플랫폼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오시카이’, ‘성지순례’ 

오프라인 시장도 커져

 

이런 온라인 교류가 오프라인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같은 취향을 가진 팬들끼리 모여 ‘최애(最愛)’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임인 ‘오시카이(推し会)’가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오시카이에 특화된 시설도 생겨났다. 일례로 오사카시 기타구의 숙박시설인 ‘이노베 빌라 오사카(INOVE VILLA OSAKA)’는 100인치 스크린을 설치한 방을 마련해 ‘아이돌 팬 활동 숙박’ 플랜을 운영하고 있다. 오시카쓰의 증가로 팬들의 ‘원정’이나 최애 관련 장소를 방문하는 ‘성지순례’ 등을 내세운 관광 상품도 속속 시장에 나타나고 있다. 심지어 오래된 굿즈나 잡지 등을 맡기는 수화물 보관 서비스도 적지 않다고 한다.7)

 

한국이 발상지인 ‘응원 광고’도 급격히 늘고 있다. 팬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응원하는 내용의 광고를 내는 것이다. 응원 광고 서비스 ‘치어링애드’를 운영하는 JR동일본기획에 따르면 응원 광고를 낸 단체 수가 2022년 346개에서 2024년 2,956개로 늘었다. 수백만 엔에 이르는 비행기 래핑 광고도 등장할 정도로 시장은 커지고 있다. 응원 광고의 잠재 시장 규모가 769억 엔(약 7,182억 원)이라는 추산도 나온다.8)

 

이런 현상들은 셀프컬처 소비가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사회 전반에 큰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걸 짐작게 한다. 미디어 업계 입장에선 개인의 욕망을 어떻게 충족시킬지가 과제가 되는 셈이다.

 

 

 

 

 

 

 

1) https://www.dentsu.co.jp/news/item-cms/2025121-1204.pdf

2) https://www.jiyu.co.jp/singo

3) 高井里佳子, <「ボンボンドロップシール」1300万枚出荷 平成女児ブームで品薄>, 朝日新聞, 2026.1.7, https://digital.asahi.com/articles/ASTDR2JKXTDRPTIL011M.html

4) 원형을 모방해 다시 판각하는 것. 최근에는 예전에 시장에 출시된 적 있는 상품을 재출시하는 행위를 의미함. 편집자 주

5) <万博、きょう閉幕 一般入場者2500万人突破、想定には届かず>, 毎日新聞, 2025.10.13, https://mainichi.jp/articles/20251012/k00/00m/040/186000c

6) Hasegawa So, <In an era where nearly half have a “favorite,” what perspectives are essential for advertising and marketing?>, Dentsuho, 2025.10.28, https://dentsu-ho.com/en/articles/9466

7) 西村宏治, <推し始めから推し終いまで 広がる「推し活」経済圏、気になる変化も>, 朝日新聞, 2026.1.3, https://digital.asahi.com/articles/ASTDZ0BKNTDZPLFA00HM.html?_requesturl=articles%2FASTDZ0BKNTDZPLFA00HM.html

8) https://www.jeki.co.jp/info/files/upload/20250227/推し活・応援広告調査2024_リリース_250227HP.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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