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사 상세
[커버스토리] 이용자가 바라본 2025년 언론
커버스토리 | 등록일 : 2025-11-28

2025년을 마무리하며 《신문과방송》은 지난해 만났던 전·현직 언론사 이용자위원들을 다시 만났다. 올 한 해 동안 우리 언론과 뉴스는 무엇이 달라졌고, 또 내년에는 어떤 변화를 기대하는지 그들의 목소리에 다시 귀 기울여 본다. 편집자 주

 

지난해 12월, 《신문과방송》은 언론사 이용자위원으로 활동 중인 독자와 시청자 4명을 만나 우리 언론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2025년에 보고 싶은 뉴스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이들은 새해 언론이 ‘사회 통합에 기여하고’, ‘약자를 배려하며’, ‘저널리즘의 본질에 충실하고’, ‘우리나라의 강점을 널리 알리는’ 보도를 내놓기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1)

 

2025년이 저물어가는 지금, 이들의 바람은 얼마나 이뤄졌을까. 《신문과방송》은 다시 그들과 함께 한 해의 언론 보도를 되돌아보며 ‘좋은 뉴스’와 ‘좋은 언론’에 대해 깊이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김창숙 2025년 한 해가 지나고 있다. 그동안 언론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본인의 경험과 주변 사람들의 경험 등을 통해 같이 논의했으면 좋겠다. 간단히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유재연 작년 간담회 때는 스타트업 투자사 옐로우독에서 파트너로 일하고 있었다. 현재는 회사를 옮겨, 한양대에서 겸임 교수로 재직 중이다. 중앙일보 독자위원회의 일도 아직 하고 있다. 

이상기 한겨레에서 기자로 일하다 현재는 아시아엔(THE AsiaN) 발행인으로 일하고 있다. 작년에 이어 KBS 시청자위원회에서 권리 분과 소위원장직을 맡고 있다. 

송지현 한겨레 열린편집위원은 지난 7월경 임기가 끝났다. 하지만 IT 기업에서 PR과 관련 직무를 맡아 언론과 계속 긴밀하게 일하고 있다.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의 미디어 감시팀에서도 지속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정지훈 한국일보 뉴스이용자위원회의 활동은 지난 7월로 마무리했다. 현재는 학교 현장 실습 프로그램을 통해 한 인터넷 신문사에서 인턴 기자로 일하며, 취업도 준비 중이다.

 

뉴스 소비, 어떻게 바뀌었나

 

김창숙 올해 뉴스 이용이 이전과 비교했을 때 늘었는지 줄었는지, 그리고 주로 어떤 플랫폼을 이용했는지 설명 부탁드린다.

유재연 올해는 AI를 통해 뉴스를 찾는 일이 정말 많아졌다. 주변 사람들을 봐도 궁금한 점이 생기면 챗GPT에 먼저 물어보는 듯하다. 그런데 이런 채팅 기반 서비스는 사용자가 적극적으로 질문해야 해서, 기존 포털에서 스크롤하며 보던 분들에게는 아직 접근성이 좋지 않은 것 같다. 전체적인 소비 패턴은 여전히 스크롤 방식이 중심이라고 본다. 다만 요즘은 사람들 사이에 ‘시간 낭비형 플랫폼’에 대한 피로감이 커지면서, 좀 더 의미 있게 정보를 소비하려는 욕구가 생기기 시작한 것 같다. 종이신문을 다시 구독한다거나, 아예 언론사 홈페이지에 직접 들어가 보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이상기 생산자이자 소비자로서 여전히 레거시 미디어를 중심으로 본다. 아침마다 보수·진보 신문 두 종, 코리아타임스, 경제지, 국방일보까지 총 다섯 종을 읽고 필요한 것만 스크랩해둔다. 방송 뉴스는 쇼츠 형식으로 짧게 소비하는 경우가 많다. 생산자로서는 올해 처음 챗GPT를 적극 활용했는데 번역과 자료 정리에 큰 도움이 됐고, 국가별 정보 유통 수준에 따라 오류가 생긴다는 점도 확인했다. 그래서 더더욱 AI를 피하지 말고 정확하게 활용해야 하며, 이는 내년에도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송지현 작년에는 계엄 이슈 때문에 TV 뉴스에 의존했다. 올해까지 그 흐름이 꾸준히 이어진 듯하다. 사회·정치적으로 즉시 확인해야 할 어젠다가 많아지면서 포털보다 방송 뉴스와 YTN 같은 보도 채널, 시사 라디오·유튜브를 더 자주 보게 됐다. 뉴스 소비량도 전반적으로 늘었다. 대신 포털에서 능동적으로 기사를 찾아 읽는 습관은 많이 줄었다. 필요한 정보는 RSS로 키워드만 받아보면서, 예전처럼 포털에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뉴스 소비는 거의 하지 않게 됐다.

정지훈 올해 초 학교에서 근로 장학생을 하면서 여러 학생들과 대화할 기회가 많았는데, 예상과 달리 또래들이 뉴스를 꽤 적극적으로 보고 있다는 걸 느꼈다. 특히 정치·경제 이슈도 자연스럽게 대화 주제로 올라왔는데, 이는 작년 계엄령 상황을 겪으면서 청년층의 인식이 크게 바뀐 영향이라고 본다. 정치·경제가 ‘어렵다’는 이미지에서 사회의 중요한 축이라는 인식으로 전환되면서 뉴스 관심도가 높아진 것 같다. 대선 등 굵직한 사건도 이런 흐름을 강화했다. 한국일보·조선일보 등 신문사별 앱을 시각별로 보고 있고, 최근에는 AI를 이용해 보수, 중도, 진보의 시각을 정리해 관련 기사와 함께 보여주는 ‘다시 스탠드’ 같은 뉴스 앱도 활용하고 있다. 요즘은 유튜브나 포털뿐 아니라 인스타그램을 통해서도 뉴스를 많이 보는 것 같다. 인스타그램에 그날 이슈를 정리한 카드뉴스가 자주 올라와 이런 형태로 소비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김창숙 저는 여전히 포털 중심으로 뉴스를 소비하는 편인데, 아침마다 한 시간 이상 포털을 들여다볼 정도로 뉴스 이용이 잦다. 다만 올해 들어서는 특정 언론사 사이트에 직접 들어가 보는 일이 예전보다 많아졌다. 언론사 프리미엄 구독도 조금씩 늘려가는 중이다. 다른 분들도 비슷한 경험을 공유해 주셔서 더 흥미롭게 느껴진다.

이상기 종이신문을 꼭 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1면 배치만 봐도 그날 중요한 이슈의 우선순위가 정리돼 있어 인생의 ‘선택과 집중’처럼 큰 흐름을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된다. 경제지·영자지·국방일보처럼 특화된 신문들은 디테일도 뛰어나다. 그래서 온 국민이 레거시 미디어인 종이신문을 반드시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김창숙 어쨌든 좋은 콘텐츠를 찾는 사람들은 여전히 있는 것 같다. 뉴스레터 등의 콘텐츠도 받아보고 있는가.

유재연 ‘뉴닉’을 계속 보고 있다. 기자 생활을 하던 2015년 무렵부터 뉴스레터 기반 스타트업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는데, 그때부터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됐다. 뉴닉은 처음엔 20대도 쉽게 경제 뉴스를 볼 수 있게 하려는 취지에서 출발했지만 지금은 다양한 주제를 잘 큐레이션해 준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런 ‘개인 큐레이션’ 중심의 뉴스레터 모델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는 의문이 있다.

정지훈 아침마다 바이트컴퍼니의 뉴스레터 데일리바이트를 자주 본다. 한국일보 뉴스이용자위원회 활동을 함께했던 위원님이 운영하는데 주로 경제 이슈를 다뤄 참고하기 좋다. 

이상기 《신문과방송》뿐 아니라 대학 신문도 받아보는데 20대 학생부터 은퇴한 교수·공무원들까지 다양한 시각의 좋은 정보가 많다. 종합지 외에도 이렇게 특화된 매체들이 많아 각자 취향과 니즈에 맞게 얼마든지 선택할 수 있다고 본다. 대략 네 종류를 구독해 보고 있다. 디지털로도 보지만 종이로 보는 것이 훨씬 편하다.

송지현 뉴스레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매일경제 미라클레터, 한겨레 H:730, 데일리바이트를 자주 보고 있고 뉴닉도 구독하고 있다. 우리 회사가 IT 기업이고 내 나이대는 뉴스레터 활용이 자연스럽지만, 더 젊은 친구들은 ‘데패뉴(데일리패션뉴스)’ 같은 인스타 채널을 많이 본다. 그날 이슈를 큐레이션 해주는 형식이라 많이 보는 것 같다.

 

2025년 언론의 변화와 과제


김창숙 지난 1월호에서 이상기 님은 언론이 지나치게 비슷한 기사를 양산한다는 문제를 지적했다. 유재연 님과 송지현 님은 언론의 비즈니스 모델과 지표가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지훈 님은 자극적 표현에 무감각해진 언론 문제를 말씀해 주셨다. 2025년에 들어 이러한 문제들이 개선됐다고 보는지, 아니면 여전하다고 보는지 궁금하다. 또한 올해 새롭게 등장한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도 함께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정지훈 자극적 표현 문제는 대선 시기에 가장 심해졌다고 본다. 그때 언론이 조회수를 노린 자극적 제목을 많이 사용했고, 혐오 발언이나 진영 논리를 오히려 확대 재생산한다고 느꼈다. 정치 성향이 다르면 연애도 어렵다는 조사 결과처럼 사회가 극단적으로 갈라진 상황에서 언론이 매듭을 더 꼬아버렸다고 생각한다. 이런 문제의 근본 원인은 페이지뷰 중심의 수익 구조 때문이라고 본다. 다만 올해 들어 정치 상황이 조금 안정되면서 자극적 제목 사용은 어느 정도 나아졌다고 느낀다.


김창숙 정치 분야 이외의 기사들은 어떠한가. 예를 들어 범죄 보도 관련해서는 좀 선정적인 것 같다는 생각이 있다.

정지훈 지난 1월호에서도 지적했는데 당시에도 범죄 기사의 경우 제목이 꽤 자극적으로 뽑혀 있었다.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같은 프로그램의 영향인지 사건을 미스터리화하는 방식이 언론에도 남아 있어 그런 제목이 더 많아졌다고 본다. 그래서 제목 선정 방식은 여전히 개선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송지현 기업에서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입장에서, 언론사가 하루빨리 지속가능한 수익 모델을 찾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지금은 광고나 구독만으로 유지가 어려워 본질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는 점이 안타깝다. 여전히 현장에서 발로 뛰어 취재한 ‘오리지널 기사’가 가치 있다고 본다. 그런 기사들이 정당하게 보상받고, 재가공 큐레이션 매체와는 다른 방식으로 평가받을 구조가 필요하다. 하지만 실제 트래픽은 유튜브·인스타·AI 엔진으로만 몰리고, 언론사 자체 플랫폼으로는 거의 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앞으로는 포털의 영향력이 줄고 AI가 어떤 매체의 뉴스를 학습하느냐가 언론사의 위상을 가르는 기준이 될 것 같고, 언론도 ‘AI에 채택되는 기사’를 중심으로 BM(비즈니스 모델)을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상기 요즘 언론은 클릭 수를 올리려고 지나치게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기사와 방송을 쏟아내고 있다. 내가 신문 윤리위원으로 활동할 때도 같은 회사에서 불만 제기가 수백 건씩 올라왔다. 클릭 중심 구조가 한국 저널리즘을 망치고 있다고 보며, 광고 모델도 클릭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언론은 보수·진보보다 팩트를 중심에 둬야 하는데 지금은 해석과 진영 논리에만 치우쳐 있다. 현장 취재가 줄고 데스크 요구만 따르는 분위기도 문제다. ‘타사보다 낫다’ 수준이 아니라 절대적 기준을 세우고 그 수준을 지키려는 노력이 필요한데, 지금은 플랫폼만 늘었을 뿐 기본이 무너지고 있어 매우 안타깝다.

 

 

작년에 이어 다시 모인 언론사 이용자위원들 ⓒ한국언론진흥재단 

 

 

김창숙 뉴스 이용 행태가 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언론사들은 여전히 선정적이고 클릭 중심의 콘텐츠를 많이 생산하고 있다고 판단하나?

송지현 기자들이 그렇게 치열하게 시간과 타이밍을 계산하며 경쟁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었다. 언제 내야 다른 보도자료와 겹치지 않고 클릭률을 높일 수 있는지 전략적으로 고민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이상기 지금 언론은 하루에도 ‘단독’이라는 표현을 수십, 수백 번 쓰는데 다른 매체가 이미 보도하면 단독이 아니다. 그래서 저는 ‘단독’보다 ‘최초 보도’가 더 정직한 표현이라고 본다.

유재연 비즈니스 모델은 결국 ‘누가 돈을 내는가’의 문제인데, 지금 언론은 지갑을 여는 주체를 여전히 광고주로만 보고 있다. 그래서 광고 지표를 따라가다 보니 낚시성 기사가 구조적으로 반복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구독 모델(B2C)은 잠재 고객 수가 제한적이라 수익 규모가 크지 않고, B2G 시장도 정부 및 공공기관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여지가 많지 않다. 그래서 최근 언론사는 AI를 새로운 B2B 고객으로 보고 학습 데이터 판매를 고민하고 있는데, 이는 기사를 ‘벌크 데이터’로 넘기는 오해에서 출발한 접근이라고 본다. 기사에는 정보·지식·어젠다 세팅이 압축돼 있어 이를 단순 학습데이터로 넘기는 것은 큰 낭비다. 언론사는 기사 IP를 기반으로 자체 모델을 만들거나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는 식으로, AI 시대에 맞는 R&D 기반의 새로운 BM을 고민해야 하는데 지금은 그런 시도가 부족한 것 같다.

송지현 지난해에는 구독 기반 모델이 더 활성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는데, 막상 유료 구독이 자리 잡은 매체에서도 자극적인 제목과 헤드라인을 과도하게 쓰는 경우가 많다. 내용은 밋밋한데 앞단만 과하게 포장하는 방식이 오히려 편향과 왜곡을 만든다고 느낀다. 그래서 이런 현상이 안타깝다.

유재연 요즘 포털에서 기사를 보면, 자극적인 제목으로 클릭을 유도한 뒤 자세한 내용은 자사 사이트로 유입시키는 방식을 많이 쓴다. 유입 효과가 얼마나 될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자사 플랫폼으로 트래픽을 돌리려는 새로운 마케팅 전략이라고 본다. 저는 이 변화가 꽤 흥미롭다고 생각한다.

 

2025년 기억할 만한 좋은 뉴스들

 

김창숙 지난 1월호에서 여러분이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기사, 공감과 인정의 시선이 담긴 기사 등 ‘좋은 뉴스’를 더 보고 싶다고 말씀해 주셨다. 올해 한국 뉴스는 그런 의미에서 작년보다 나아졌다고 보는가, 아니면 더 나빠졌다고 보는가. 특정 주제나 형식 측면에서 인상 깊었던 ‘좋은 뉴스’가 있었다면 함께 이야기해 주시면 좋겠다.

이상기 매달 ‘이달의 기자상’을 꼭 챙겨보는데, 지역을 막론하고 정말 열심히 취재한 기사들이 많다. 특히 제주MBC는 기자가 20명도 안 되는 작은 조직인데도 올해만 두 번 수상해 놀라웠다. 또 KBS 송수진 기자의 <기자 선행매매 수사, ‘특징주’ 100여 개 뒤진다> 탐사보도를 보며 이게 바로 정통 탐사라는 생각을 했다. 이런 탐사 취재는 기자 윤리강령에도 포함될 만큼 중요하다고 본다.

송지현 제가 생각하는 좋은 뉴스는 ‘사망을 사건으로 보도하는 뉴스’가 아니라 ‘사망을 막을 수 있는 뉴스’다. 그런 차원에서 한국일보의 <소년이 자란다> 시리즈는 10대 청소년이 왜 극우화되는지를 심층적으로 다뤄 매우 의미 있었다고 생각한다. 또 시사 프로그램에서 전국 아동양육시설의 생활 규칙을 전수 조사해 데이터로 분석한 보도도 큰 설득력이 있었다. 이런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고 해결 방향을 제시하는 뉴스가 더 많아지길 바란다.

한편, 제가 속한 단체가 언론에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당사자를 동등하게 인터뷰해 달라’라는 것이다. 고교학점제 같은 이슈를 보도할 때 전문가만 인터뷰하지 말고 학생의 목소리도 일대일 비율로 담아야 한다고 본다. 아동·청소년은 언론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는 데 계속 소외되고 있어 이를 개선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정지훈 올해 KBS의 캄보디아 취재가 가장 인상 깊었다. 원동희 기자가 업로드한 ‘캄보디아 납치 정황’ 쇼츠가 큰 반향을 일으키면서 다른 언론사들도 뒤이어 관련 취재를 시작했다. 그 영상 조회수가 1,288만 회로 국민 5명 중 한 명이 본 셈인데, 댓글에서도 기자의 노력을 인정하고 응원하는 반응이 많았다. 제가 작년에 ‘열심히 취재하는 기자에게 응원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는데, 실제로 그런 모습이 나타난 점이 의미 있었다. 이런 보도가 사회를 실제로 움직이게 한 사례라고 생각한다.

 

김창숙 형식적인 측면에서도 쇼츠라는 형식이 더 많이 소비된 것인지 궁금하다.

정지훈 아무래도 쇼츠 형식이 효과적이었다고 본다. 영상에서 한국인이 납치되는 정황을 직접 포착했고, 다음날 다시 현장을 찾아 확인하는 장면까지 담겨 생생함이 컸다.

유재연 예전에는 ‘스타 기자’가 많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요즘은 스트레이트 기사(단신 기사)의 중요성을 더 크게 느낀다. 모든 단독은 결국 스트레이트에서 출발하고, 이는 기자의 태도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좋은 기사는 첫째, 약자의 편에서 실제 변화를 만들어내는 기사이고, 둘째, 사회에 긍정적 비전을 지속적으로 제시하는 기사라고 생각한다. 대표 사례로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때 중앙일보가 소상공인 피해를 빠르게 포착해 단독으로 보도한 기사인데, 이후 정부가 실제로 33억을 들여 물품을 구매하며 변화가 일어났다는 점이 의미 있었다. 또 중국의 AI 굴기처럼 기존 고정관념을 깨고 새로운 관점을 꾸준히 제시하는 보도도 중요하다고 본다. 이런 끈기 있는 스트레이트와 어젠다 세팅이야말로 좋은 기사라고 생각한다.

 

‘좋은 언론’이 되기 위한 조건

 

김창숙 ‘좋은 언론’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그리고 그런 좋은 언론이 되기 위해 언론 조직은 어떤 모습을 갖춰야 하는지 의견을 듣고 싶다.

송지현 이 시대 좋은 언론이 될 수 있는 가장 큰 잠재력은 ‘데이터’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다양한 데이터를 직접 수집하고 분석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기 때문에, 과거처럼 통계청이나 기업에서 제공하는 숫자만 재가공하는 방식이 아니라 기자가 스스로 데이터를 확보하고 분석해 새로운 관점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본다. 이런 부분에 언론사가 적극적으로 지원하면 기사의 변별력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말하면, 재정적 여유가 있는 언론일수록 기자들이 영업 부담 없이 좋은 기사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도 분명하다. 씁쓸하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조직 구조에 대해서도 아쉬움이 있다. 부서 이동이 잦아 취재의 연속성이 끊기다 보니, 예를 들어 대선처럼 통시적 비교가 필요한 이슈에서도 3년 전 공약과 현재 공약을 연결한 보도를 찾기 어려웠다. 이전 취재자와 이후 취재자 사이 인수인계나 정보 공유가 더 체계적으로 이뤄졌다면 훨씬 깊이 있는 보도가 가능했을 것이다.

즉 좋은 언론이 되기 위해서는 데이터 분석 역량을 키우고, 기자들이 영업 부담 없이 취재에 전념할 수 있는 재정적 기반을 만들며, 조직 내부의 분절된 구조를 개선해 ‘연속성과 축적’이 가능한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정지훈 좋은 뉴스는 ‘전망대’ 같은 뉴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망대에 올라가면 눈앞의 건물만 보는 게 아니라 도시 전체의 스카이라인을 한눈에 볼 수 있듯이, 독자에게 새로운 시야를 열어주는 뉴스가 좋은 뉴스라고 본다. 단순한 사실 전달만으로는 부족하고, 전문가나 실무자의 관점, 그리고 기자의 도메인 지식이 더해져 맥락을 짚어줘야 비로소 이해가 깊어진다고 느꼈다.

현장 실습을 하면서 경제 기사를 많이 읽고 있는데, 다양한 관점과 배경 설명이 더해진 기사일수록 훨씬 잘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 좋은 뉴스란 한 사건을 여러 방향에서 볼 수 있게 해주고, 깊이 있는 취재를 통해 독자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는 기사라고 생각한다.

유재연 좋은 언론을 두 가지 차원에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콘텐츠를 만드는 조직으로서의 언론이고, 다른 하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조직으로서의 언론이다. 

먼저 콘텐츠를 만드는 조직으로 보면, 기존에는 언론사의 색깔을 지나치게 정치적 스탠스로만 나눠 왔다. 조중동 vs. 한겨레·경향처럼 이분법으로 나누는 방식인데, 사실 각 언론사가 추구하는 고유한 ‘가치’가 따로 있다고 본다. 그리고 그 가치가 일종의 ‘품위’로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 품위 있는 어른을 찾기 어렵다는 말이 나오는데, 언론 역시 민주주의 가치를 지키면서 품위 있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두 번째로 서비스 제공자의 관점에서 보면, 언론은 그 ‘품위 있는 콘텐츠’를 어떻게 더 많은 사람에게 제공해 사회적으로 품격을 높일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발견하고, 자신들의 영향력을 성찰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조금 철학적인 이야기일 수 있지만, 이런 고민이 사라지고 있는 것 같아 아쉽다.

이상기 PD든 기자든 언론인이라면 비록 급여는 회사에서 받지만, 실제로 하는 일은 우리 공동체와 저널리즘을 위해 복무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언론은 아무나 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언론인은 품위와 품격, 책임감을 반드시 지녀야 한다. 언론계 인력 충원 방식도 좀 더 다양해졌으면 한다. 굳이 수습으로만 시작할 필요 없이, 시니어들도 그동안의 경험을 글로 풀어낼 수 있다면 언론에 들어올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요즘 기자들이 너무 일찍 그만둔다고들 하는데, 자존감과 책임감을 가진 언론인이라면 쉽게 현장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그런 마음가짐이 있으면 사회에서도 더 큰 존중을 받을 것이다. 또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곳이 《신문과방송》, 기자협회보, PD연합회보, 미디어오늘 같은 미디어 전문 매체라고 생각한다. 특정 진영이 아니라 정보와 통찰을 제공하는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하며, 미디어 비평의 목적은 독자와 시청자의 저널리즘 안목과 리터러시를 높이는 데 있어야 한다.

 

 

진행을 맡은 김창숙 선임연구위원(좌)과 한양대 겸임교수로 재직중인 유재연 중앙일보 독자위원(우) ⓒ한국언론진흥재단

 

 

 

새해에 보고 싶은 뉴스

 

김창숙 2026년에는 어떠한 뉴스를 보고 싶은가.

유재연 내년이 올해보다 더 큰 격변의 시기가 되리라 생각한다. 기술 변화가 워낙 빠르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 변화를 강하게 체감하게 되고, 그만큼 불안감도 커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저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공포가 과장되지 않는 것’이라고 본다. 요즘 ‘일의 미래는 어떻게 바뀌나’, ‘교육은 어떻게 해야 하나’, ‘아이들이 챗GPT를 써도 되나’ 같은 질문이 정말 많이 나오는데, 정작 누구도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전문가와 이해당사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지혜를 모으는 자리가 너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설령 그런 자리가 있었다고 해도 사회적으로 제대로 환기되거나 공유되지 못했다는 한계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역할을 언론이 해야 한다고 본다. 중요한 사안들을 중심으로 전문가와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묶어내고, 당사자의 관점을 기반으로 해답을 찾아갈 수 있는 방향을 만들어주는 것, 그게 내년 언론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년에는 그런 시도가 훨씬 많아지기를 바란다.

이상기 작년에 했던 말을 다시 찾아봤는데, 올 한 해의 바람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서로를 인정·공감하고 통합하는 사회를 만드는 데 언론이 이바지했으면 좋겠다. 그런 기사를 쓰려면 현장에서 땀을 많이 흘리고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해야 독자와 시청자가 행복해진다. 또한 언론인들이 소명의식을 가지고 현장을 지켜줬으면 한다. 그런 기자와 PD, 프로그램들이 더 많이 나와야 한다. 그래야 송지현 위원이 말한 것처럼 ‘죽음을 보도하는 뉴스’가 아니라, ‘죽음을 막아내는 뉴스’가 될 수 있다. 지금도 현장에서 많은 PD와 기자들이 정말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조금 더 분발해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정지훈 1월호에서는 독자에게 바라는 점을 말씀드렸는데, 이번에는 기자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 기자라는 직업은 박봉에 책임은 크고 해야 할 일도 많은 정말 힘든 직업이라고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 곳곳에서 진실을 취재하기 위해 노력하시는 기자들이 분명히 있다고 느낀다. 정보가 홍수처럼 쏟아지는 지금 같은 시대에는 이런 기자들 덕분에 오히려 언론의 가치가 더 빛난다고 생각한다.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밤낮없이 고생하시는 만큼 계속 사명감을 가지고 좋은 취재를 이어가 주셨으면 한다. 나 역시 그런 사명감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응원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송지현 미디어 업계 전체를 보면 결국 핵심은 ‘어떻게 혐오·차별 표현과 가짜 뉴스를 제대로 걸러낼 것인가’라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레거시 미디어에서 유튜브나 다른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흐름 자체는 거스를 수 없는 변화인데, 문제는 레거시 매체와 비(非)레거시 매체에 적용되는 규범과 제도가 너무 다르다는 점이다. 현행 규제가 미치지 않는 영역에서 무차별적인 혐오 표현과 가짜 뉴스가 쏟아지고 있다고 본다. 이런 문제를 어떻게 규제 영역으로 끌어오고, 악의적이고 무자비한 표현들을 어떻게 예방할 것인가에 대해 국가적 노력이 훨씬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김창숙 좋은 의견 들려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내년에는 좀 더 좋은 뉴스가 많아지길 바라본다. 

 

 

 

 

 

 

 

 

 

1) 박아란, <이용자가 말하는 2025년 보고 싶은 뉴스는>, 《신문과방송》 2025년 1월호

 

저자의 다른 미디어
  • 필자 : 김창숙, 남유원
  • 소속 :
  • 직함 :
  • 발행 : 2025-11-28
  • 조회수 : 113
  • 키워드 :
블로그 공유 트위터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