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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세대는 ‘미래’로만 호명될 뿐, 그들의 ‘현재’의 목소리는 충분히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스스로 취재하고 기록하며 기자로 활동하는 청소년들이 있다. 《신문과방송》이 여섯 명의 청소년 기자들을 만나 그들이 바라보는 오늘의 저널리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편집자 주
뉴스 이용은 감소하고, 즐거움을 주는 짧고 가벼운 콘텐츠가 팝콘처럼 소비되는 시대다. 주요 매체 기자들도 ‘언론이란 무엇인가’, ‘좋은 기사를 쓴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이 일을 언제까지 계속할 수 있을까’와 같은 질문을 반복하며, 저널리즘의 의미와 지속가능성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한편, 요즘 청소년은 긴 호흡의 글이나 영상을 소비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고 한다. 학업에 치이고 숏폼, 게임에 빠진 10대는 ‘미래’의 꿈나무로 묘사되며 ‘현재’의 목소리는 거세돼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대적 상황 속에서도 스스로 독립 언론을 만들거나, 기자로 활동하며 학교 안팎의 문제, 사회의 흐름을 직접 취재하고 보도하는 청소년들이 있다. 이들은 왜 ‘기자’가 되기를 자처하고, ‘기사’를 쓰며 이 시대를 기록하고 있을까? 《신문과방송》은 이러한 궁금증을 갖고 김담경(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문성호(토끼풀), 박서준(청라온), 서부건(토끼풀), 장준희(웹진MOO), 장효주(이음) 기자를 만났다.
김창숙 간단하게 매체와 본인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김담경(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국제부 기자 김담경입니다. 저희 매체에는 전국 중학생부터 만 19세까지 기자들이 활동하고 있고, 한 기자가 한 달에 1건 이상 기사를 작성하는 상시 발행 매체입니다. 이번에 26기 기자를 300명 뽑았고, 저희 학교에서는 네 명의 선배가 활동했었고 현재는 저 한 명이 청소년 기자단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문성호(토끼풀) <토끼풀> 편집장 문성호입니다. <토끼풀>은 지도 교사가 있던 시절도 있었지만, 2년 전부터 어떤 기관에도 속하지 않고 어른들의 개입 전혀 없이 독립 언론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은평구 4개 학교 연합으로 활동하다, 지금은 서울 전체에서 기자를 뽑고 있습니다. 서울이 아닌 경우도 배제하지는 않습니다. 기자는 33명 정도고, 한 달에 한 번 약 16면의 신문을 발간하고 있습니다. 구성원은 모두 청소년이지만 후원해 주시는 어른들도 있습니다. 저는 예전부터 사회적인 문제에 관심이 있다기보다는 불만이 많은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불만이 많은 사람이 기자도 잘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 불만과 반항심이 잘 작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서부건(토끼풀) <토끼풀> 기자 서부건입니다. 활동한 지 590여 일 됐네요. 전 <토끼풀>을 하기 전에는 뉴스도 안 보고 관심도 없었는데, 친구가 하자 해서 하게 됐어요. 그런데 해보니 생각보다 잘 맞아 나중에도 기자를 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토끼풀> 후원자가 1,000명 정도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때 폐간 위기였는데 후원이 생기면서 운영이 원활해졌어요.
박서준(청라온) <청라온> 사무국에서 기술지원팀장을 맡고 있는 박서준입니다. <청라온>은 2021년 창간된 청소년 단체 유니엄(Younium) 산하 매체이고, 만 14~24세 청소년 기자를 선발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는 웹사이트 개발·유지 보수 등 기술 지원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본인이 만든 오픈 소스를 많은 사람에게 공유하고 싶어하는 것이 개발자의 특성인데요, 그래서인지 뭔가 기여하는 걸 매우 좋아해요. 저도 그렇고요. 청소년 언론은 재정이 부족해 웹사이트를 개발하거나 외주를 맡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부분에 제가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참여하고 있어요.
장효주(이음) 성북구 청소년 독립 언론 <이음> 편집장 장효주입니다. 이음은 2026년 1월 10일 창간호 지면 신문을 발행했고 웹사이트에 올라간 기사와 별도의 지면용 기사를 더해 1년에 4번 계간지로 발행할 예정입니다. 웹사이트에는 기사를 상시적으로 올리고 있고요. 청소년 기자 17명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후원으로 운영되고, 현재 다음 호를 발행할 정도의 후원금은 모여있어요. 앞으로 정기 후원 구독자들께 신문을 보내드리려고 기획하고 있습니다.
장준희(웹진MOO) 2023년부터 <웹진MOO>에서 활동 중인 장준희입니다. <웹진MOO>는 인천광역시에서 운영하는 청소년 매체로, 인천청소년기자단이 주축이 되어 제작하고 있습니다. 기자단은 2001년 시작해 2026년 제26기가 활동 중입니다. 현재 기자는 16명 정도 있습니다. 정해진 발행 주기는 없고, 자율적으로 기사를 작성해 한 달에 최대 3건까지 홈페이지에 올려요.
릴스보다 강한 ‘글의 힘’
김창숙 요즘 세대를 불문하고 유튜브, 릴스 등 영상을 많이 생산·소비하고, 재미있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경향이 강한데, 여러분은 어떤 이유로 뉴스에 관심을 갖고 기사를 직접 쓰게 되었나요?
박서준(청라온) 말씀하신 매체들은 누구나 콘텐츠를 올릴 수 있다는 게 장점인데, 저는 오히려 그 부분이 큰 단점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기 생각을 올렸는데 조회수가 높아지면 그게 여론이 될 수도 있잖아요. 이에 비해 기사는 ‘책임성 있는 글’이라는 점이 매력 있게 다가왔습니다. 또 <청라온>에 들어오기 전까지 혼자 4년 정도 개발을 하면서 웹사이트를 만들거나 웹 크롤링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뉴스를 많이 접하고 관심을 갖게 된 것 같아요.
장효주(이음) 많은 양의 정보와 어떤 의견이 있는지, 어떤 공론장이 펼쳐져 있는지 전달하기에 짧은 글은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요. 사실관계를 명확히 기술하고 여러 의견을 취합해 전달할 수 있는 가장 최적화된 글이 기사이고, 이것이 가장 책임 있는 형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글, 시사, 정치에 관심이 굉장히 많은데, 제가 좋아하는 ‘정치’와 ‘글’이 만나면 ‘기사’라는 아주 좋은 매체가 탄생하기 때문에 시도해 본 것 같습니다.
문성호(토끼풀) 학교 안의 소식을 전하고 싶은데 유튜브는 편집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 어려웠어요. 그래서 온라인으로 기사를 내보려고 했는데 학교에서 핸드폰을 걷으니 친구들이 온라인으로 기사를 읽을 수가 없더라고요. 그럼 종이로 하자, 해서 학생인권조례 폐지 관련 사실을 보도하는 기사를 써서 신문 형태 대자보로 크게 뽑아 복도 벽에 붙여놨었고, 신문 지면처럼 편집해 인쇄를 시도했어요. 지면은 결국 (기사의) 생존을 위한 거였어요.
서부건(토끼풀) 학교에서 핸드폰을 걷으니 할 게 없잖아요. 지루한 공부를 하느니 차라리 기사를 읽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시험 기간에 공부하기 따분하면 그 시간에 <토끼풀>을 읽는 친구들이 많아요. 블루오션을 잘 공략한 것 같아요.
장준희(웹진MOO) 유튜브나 SNS를 많이 보긴 하지만 한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명해지려면 시간도 많이 필요하고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데 기사는 이런 기반이 없어도 꽤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글로 내 목소리를 내보자 해서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또 아침에 뉴스를 틀어놓고 밥을 먹다 보니 언론에 관심이 생겼고, 중학교 시절부터 글을 많이 써보고 싶었는데, 글의 스펙트럼을 넓혀보고 싶어서 시작했어요.
김담경(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어렸을 때부터 글에 관심이 많았고 저널리즘을 전공하고 싶어서 대학 입학 전에 직접 경험해 보고자 선배들이 추천해 준 기자단 활동을 하게 됐어요. 여러 표현 방식 중에서도 기사가 언론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잖아요. 미디어가 발달하기 전에도 사람들은 신문을 통해 세상의 소식을 접할 수 있었으니까요. 새롭고 다양한 표현 방식이 생겼지만, 언론의 본질이자 뿌리인 기사에 더 흥미를 느끼게 된 것 같아요. 유튜브나 릴스는 영상이라 휙휙 빠르게 지나간다면 기사는 읽는 사람의 속도에 맞춰 조절하면서 읽을 수 있다는 점도 좋았고요.
당사자가 직접 취재하고 쓰는 이야기
김창숙 청소년 언론의 기자들은 주로 어떤 내용을 다루나요? 취재는 언제, 어떻게 하는지 궁금해요.
장준희(웹진MOO) <웹진MOO>가 인천 청소년 기자단이다 보니 인천이랑 청소년을 따로 놓고 각각의 기사를 쓸 때도 있고, 둘이 합쳐 볼 때도 있어요. 최근에는 AI와 TTS(음성합성) 관련 기사를 하나 썼고요. 저는 학교 다닐 때 공항철도를 타는데, 공항철도는 기후동행카드가 안 돼서 얼마 전에 지원 필요성에 대한 얘기를 썼어요. 또 JTBC에서 동계 올림픽 중계를 했는데 큰 화제가 안 됐잖아요. 제가 미디어 관련 고등학교에 다니다 보니 그 이유를 분석해 썼어요. 저희 매체는 현장 취재보다는 기존 기사나 이슈를 공부해 기사를 작성하거든요. 그러다 보니 주말에 기사를 쓰거나 지하철에서 핸드폰으로 쓰고 있어요.
장효주(이음) 저희는 성북구 독립 언론이다 보니 성북구 관련된 사안을 기사로 많이 작성하는데, 그 안에 청소년과 직결된 문제도 많아요. 최근에는 성북구에 있는 성신여대에서 학생 탄압 사건이 일어나 그걸 취재하기도 했고요. 또 성북구는 여중, 남중이 많아 그에 따라 문화가 다르고 교칙도 학교마다 천차만별이에요. 그래서 성북구에 있는 중학교 친구들을 동원해 모든 교칙을 조사하고, 인터뷰도 해 체육복이나 사복 규제 같은 시대착오적인 교칙을 지적했어요. 저희는 방학 때 주로 활동하고, 기자 대부분이 학생이라 시험 기간에는 활동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어요. 현장 취재도 필요한 것만 하는데 일주일에 두세 번은 하는 것 같아요.
서부건(토끼풀) 저는 청소년 이슈를 주로 다루는데 주변에서 체감하는 걸 많이 쓰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청소년이 많이 하는 게임인 로블록스에서 극우 집회가 열린다는 제보를 받아 직접 취재하기도 했고, 또 학원 운영 시간이 12시까지 연장되는 것도 저희가 직접 체감하는 이슈잖아요. 그런 걸 위주로 써요. 현장 취재를 많이 하는 것 같은데, 평소에는 학원이나 학교 때문에 취재할 시간이 거의 없어서 필요하면 학교나 학원을 빠지기도 했어요.
문성호(토끼풀) 취재는 방과 후나 밤, 새벽 시간에 해요. 주로 전화나 이메일, 문자를 활용하는 편이에요. 신문 조판 짤 때는 밤을 새우죠. 캘린더를 보니 지난 2월에 현장 취재를 두 번 다녀왔네요. 보통 체험학습을 쓰거나 시험이 끝난 날 인터뷰를 많이 진행해요.
김담경(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세계 이슈에 대해 글을 쓰면 더 많은 독자들이 읽어주지 않을까 생각해 기자단의 여러 부서 중에도 국제부를 선택했어요. 또 국제학교를 다니다 보니 어렸을 때부터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을 사귀며 여러 문화를 접할 수 있었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여러 나라의 이슈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그래서 저는 국제부 기자로서 국제 이슈나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끄는 주제에 대해 글을 씁니다. 다만, 같은 이슈라도 청소년 관점에 좀 더 초점을 맞추려고 노력해요.

김창숙 취재 과정에서 보람을 느낀 적이나 어려움을 느낀 적이 있나요? 아니면 청소년이기 때문에 도움이 됐던 경험이 있는지 자유롭게 말해주세요.
장효주(이음) 당사자성이 있고, 청소년만이 할 수 있는 얘기가 분명히 있다고 믿기 때문에 그건 장점인 것 같아요. 저희 기사를 근거로 부당한 교칙을 개정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어서 그때 좀 ‘변화를 만들었구나’하는 보람도 있었고요. 활동하면서 느끼는 건 저희가 청소년이어서 그런지 무시하는 분위기가 분명히 존재하고 있어요.
박서준(청라온) 단점은 접근성. 청소년이기 때문에 못 들어간 행사도 많고 청소년 기자라 초청받지 못한 경우도 있었어요. 장점은 당사자성이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서부건(토끼풀) <토끼풀>이 어느 정도 인지도가 생기면서 교육계나 정치하시는 분들도 많이 보세요. 그래서 어제도 교육부 장관 인터뷰 도중 장관이 저희 기사를 봤다고 하시면서 교육 과정에 참고하겠다고 하셨는데, 이런 식으로 청소년의 목소리를 저희가 대변하고 있지 않나 싶어요. 단점은 청소년 언론인이라고 말했을 때 믿지 않는 경우가 있어요. 인터뷰 요청을 드렸을 때 해외에 있다면서 거절하셨는데 알고 보니 국내에 계셔서 충격을 받은 적도 있고요. 또 같이 작업한 기자 중에도 저를 기자라고 부르지 않고 학생이라고 부르는 분들이 아직 많아요. 그런 것도 청소년인 저를 기자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느껴져요.
김담경(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아무래도 저희가 청소년이고 주변 사람도 대부분 청소년이기 때문에 청소년 관점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아요. 어른들은 쉽게 들을 수 없지만 저희는 이슈에 대해 같이 얘기하거나 듣게 되니까요.
장준희(웹진MOO) 제 글을 보는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보람이예요. 그런데 취재하고 기사 쓸 시간이 부족해 어렵긴 해요. 청소년기에 청소년에 대한 많은 얘기를 할 수 있다는 게 제 생각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김창숙 요즘 기자를 업으로 하는 사람들도 취재하고 기사를 쓰는 것에 회의를 느끼기도 합니다. 여러분에게 취재하고 기사를 쓴다는 것, 그리고 저널리즘은 어떤 의미인가요?
문성호(토끼풀) 일을 하다 보면 관성적으로 하게 될 때가 있는데, 그럼에도 재미있고 또 약간 반항심으로 하게 되는 것도 있어요. 하지 말라고 계속 얘기하니까. 저희(토끼풀)는 계속 ‘까잖아요’. 그런데 요즘 언론은 이런 비판 기능을 좀 상실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희가 더 많이 비판하려고 노력하고 거기서 희열을 느끼고 있어요. 청소년 언론이 언론으로 인정받으려는 헌법소원 같은 부가적인 활동들도 다 재밌게 하고 있고요. 사회에 영향을 준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잖아요.
장준희(웹진MOO) 언론사에서는 큰 이슈가 발생하면 그것만 나오더라고요. 최근에 제가 인천의 청소년 교통비 지원에 대해 호소하는 기사를 한 번 썼거든요. 그런 지역의 작은 이슈들을 말할 수 있고, 누군가가 들어준다는 게 의미가 커요.
서부건(토끼풀) 저도 공론화가 제일 크지 않나 싶어요. 저희가 다루는 이야기는 기성 언론에서 주로 다루는 주제는 아니잖아요. 예를 들어 ‘기후 동행 카드에 청소년 혜택이 없다’는 이슈는 어른보다 청소년이 당사자성이 있는데, 저희는 이걸 직접 다룬다는 점에서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저널리즘’은 언론의 활동 전반을 뜻하는 단어잖아요. 거창한 무언가가 아니라 그냥 <토끼풀>이 지금까지 해온 활동 자체가 저널리즘 아닌가 싶네요.
장효주(이음) 예전부터 시사 의제에 관심이 많아 기자회견 현장이나 집회에 가기도 했어요. 이런 곳에 가면 누군가는 기사를 써야 공론화가 되고 공론장이 형성되는데, 이런 기사를 쓰는 기자들이 많이 없더라고요. 분명히 소외되는 이슈들이 있다고 생각해서 ‘그럼 그냥 내가 쓰자’라고 한 것이 출발점이었던 것 같아요. 성북구 내에도 여러 문제가 많아요. 길이 울퉁불퉁해 배달 기사님들이 다니기 힘든 지역이고, 최근에는 성신여대 학생 탄압 문제가 있었고요. 제가 성신여대 학생 탄압 관련 기자회견에 갔을 때 기자가 거의 안 왔었어요. 이런 소외되는 시선과 목소리가 분명히 있고, 그걸 쓸 매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박서준(청라온) 우리끼리 얘기하다가 한 번씩 툭툭 나오는 문제들을 진지하게 조사하고 취재를 하면서 사회적 시선으로 문제를 바라볼 수 있게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기사를 작성하는 일이 곧 생각을 확장하고 깊이 할 수 있는 하나의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김담경(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저널리즘은 제 정체성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의 저도 청소년 기자로 활동하고 있고, 저널리즘을 전공할 생각도 하고 있고, 비슷한 직업도 꿈꾸고 있으니까요.
어른들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면
김창숙 어른들이 만드는 기성 언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혹시 지켜져야 할 가치가 지켜지지 못하고 있거나, 기성 언론이기 때문에 더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생각하나요?
서부건(토끼풀) 교과서에도 나오는 말인데 언론의 본질이 권력을 감시·견제하는 거잖아요. 그걸 제대로 해줬으면 좋겠어요.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약자들의 스피커 역할을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권력자들의 이야기만 받아쓰는 언론은 필요없다고 생각해요. 또 아쉬운 점이 있다면 청소년의 목소리를 잘 실어주지 않는 거예요. 어린이날 특집 기사가 아니면 어린이, 청소년에 대한 기사는 자주 쓰지 않잖아요. 그래도 기자들이 잠입 취재도 하고,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기사를 쓴 걸 보면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저도 나중에 그런 기사를 써보고 싶고요.
장효주(이음) 정치적인 글을 써야 한다고 봐요. 정치적인 글과 정파적인 글은 다르잖아요. 정파적으로 한쪽 입장을 대변하거나 편향되면 안 되지만, 여러 사람의 정치적인 의견을 취합해 기자가 해법을 제시하는 기사는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아쉽다고 느끼는 점은 청소년 문제를 다루는 기사에서 청소년은 무조건 학생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청소년 중엔 학생이 아닌 청소년도 있거든요. 자퇴생도 있고, 모종의 이유로 학교 밖에서 생활하는 청소년도 있는데 그런 걸 전혀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요. 그래도 청소년 언론이 보도하지 못하는 것을 보도하는 경우도 분명히 있다고 생각해요. 서부건 기자가 얘기한 것처럼 청소년 기자는 잠입 취재에 한계가 있으니까요. 또 종군 기자들은 존경할 부분이 많다고 생각해요.
김담경(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언론이 지켜야 하는 가치는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정치권력뿐만 아니라 자본이나 여론, 유명세도 권력이 될 수 있잖아요. 그런 것들에 당당하게 맞서 사실을 마주하고 나아가는 게 진정한 언론의 가치라고 생각해요. 또 기성 언론은 뉴미디어와 다르게 여전히 소통이 어려운 것 같아요. 뉴미디어는 댓글이나 ‘좋아요’로 소통한다면 기성 언론은 아직 일방적으로 생각을 보여주고 있다는 게 아쉬워요. 그런데 이 부분은 전문성을 기반으로 전통을 이어온 것이기 때문에 존중해야 하고 장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장준희(웹진MOO) 다양한 문제를 보도하는 가치가 지켜져야 할 것 같아요. 큰 이슈가 터지면 그 내용만 기사로 나오더라고요. 물론 당연히 보도해야 하는 게 맞는데 다른 작은 이슈에 대해서도 같이 다뤄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이슈가 생겼다고 너무 그 이슈에 매몰되기보다 다양한 기사가 나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우중충한 것 말고 예쁘고 밝은 기사도 보고 싶어요. 또 기성 언론은 되게 빠르잖아요. 사건이 터지자마자 바로 기사가 올라오는 경우도 있고. 그런 걸 볼 때마다 이러니까 기자구나 싶을 때가 많은 것 같아요.
박서준(청라온) 교통카드의 일정 한도를 초과한 금액에 대해서는 100% 환급해 주는 제도가 있더라고요. 그런데 보도는 지하철을 타면 100% 환급해 준다고만 되었어요. 그래서 댓글이 나랏돈이 없는데 뭐 하는 거냐는 식으로 형성되기도 했고요. 이렇게 정확한 사실만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또 기술적인 부분을 생각해 보면 웹사이트가 잘 구축돼 있긴 하지만, 언론사 사이트 첫 화면 하면 딱 생각나는 구조 하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런 점 때문에 기성세대들만의 언론이 되는 게 아닌가싶어요. 우리 세대들은 낯설게 느끼는 경우도 꽤 많거든요. 그래서 MZ세대나 더 어린 세대들에게 더 친근하게 보이도록 틀을 조금 바꿔도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창숙 이 기사를 읽는 독자들한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 주세요.
박서준(청라온) 청소년 언론이라고 하면 무시하는 사람들이 꽤 많아요. 그런데 우리도 나름대로 시스템이 있고, 열정으로 모인 사람들이잖아요. 그래서 존중해 줬으면 좋겠고 청소년이 쓴 기사도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장효주(이음) 청소년 언론이라고 해서 기성 언론과 능력이나 수준 차이가 많이 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청소년 언론도 조판이나 기사의 질이 괜찮기 때문에 미숙할 것이라는 편견을 버려주셨으면 좋겠고, 이음을 많이 사랑해 주셨으면 해요. 또 언론뿐만 아니라 기성세대들이 청소년을 미래 시민이나 꿈나무, 새싹이라고 하는데, 미래의 시민이 아니고 현재를 사는 시민입니다. 저희는 주체적으로 하고 있는데 꿈나무라고 하면 아직 자라지 않은 미성숙함이 내포돼 있잖아요. 그런 고정관념을 깨주셨으면 좋겠어요.
장준희(웹진MOO) 청소년 저널리즘에는 힘이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의 목소리가 변화를 만들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어른들은 청소년은 공부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하지만, 청소년들이 공부 외에도 좋아하는 일과 재능, 그리고 힘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해요.
김담경(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우리 사회는 기성세대나 어른들만 사는 게 아니라 청소년과 어린이도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이니 청소년의 이야기에도 관심 가져주시면 좋겠어요.
서부건(토끼풀) 학생은 공부에 집중해야 한다는 말을 지금도 일주일에 네 번 정도 듣거든요. 너무 그러지 말고 응원도 해 주시면 좋겠고, 기사 읽고 댓글 남겨주시고 후원도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책 《저널리즘의 기본원칙》(Kovach & Rosenstiel, 2021)에는 ‘모든 세대는 각자의 저널리즘을 창조한다’라는 말이 있다. 저널리즘과 비저널리즘의 경계가 흐려지고, 무엇이 저널리즘의 핵심 가치이며 기자의 역할인지 혼란스러운 시대에, 저널리즘이라는 깃대를 세운 10대들은 스스로 그 원칙과 가치, 책임을 고민하며 자신들만의 저널리즘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2시간 넘게 이어진 좌담회에서 알게된 이들의 활동은 단순한 체험이나 동아리, 입시를 위한 스펙 쌓기와는 거리가 멀었다. 청소년만이 볼 수 있는 문제를 발견하고, 이를 취재하고 비판하며 공론화하는 과정에서, 이들은 사회의 권력과 구조에 질문을 던지는 언론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저널리즘이 흔들리는 지금, 그 본질을 가장 꾸준히 붙들고 있는 것은 이들일지도 모른다. 이 ‘기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나이에서 비롯된 의구심이나 우려가 아니라, 분명한 지지와 응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