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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자인 제임스 멀둔(James Muldoon)은 저서 《러브 머신: AI는 우리가 위로받고 연결되는 방식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가》1)에서 사람들이 AI 챗봇과 맺는 다양한 정서적 관계를 펼쳐놓는다. 그중 AI 챗봇을 가상의 ‘친구’처럼 여기며 소통하는 사람들의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이 중 한 명인 데릭은 AI 챗봇 친구의 장점으로 24시간 내내 함께할 수 있는 것, 자신의 의견에 반대하지 않고 언제나 자신을 지지하는 것을 꼽으며, 그 존재가 큰 위안이 된다고 말한다.
연구를 통해 만났던 청소년들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그들은 생성형 AI 챗봇이 기계임을 알고 있지만, 평가받을지 모른다는 불안함 없이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대상이 있어 좋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또 부정적인 감정을 느낄 때 그 상황을 챗봇에 설명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감정의 근원을 알게 되는 장점이 있다고 말한 청소년도 있었다.
이 청소년들은 공통적으로 AI 챗봇 사용에 주도성을 가지고 있고, 그 관계에 지나치게 몰입하는 것 같으면 언제든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기술의 한계를 인식하고 자신의 의도를 지닌 채 활용할 때는 그 장점이 크게 작용할 수 있다. 문제는 이용자가 기술에 정서적·인지적으로 깊이 의존할 때 발생한다. 특히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적은 어린이와 청소년은 더 취약하다.
성인과는 다른 청소년의 생성형 AI 챗봇 이용 방식
청소년이 새로운 기술을 이용하는 방식은 그들이 처한 사회적 맥락과 또래문화의 영향을 강하게 받기 때문에, 성인이 기술을 활용하는 방식과는 다른 경향이 있다. 초록우산이 2026년 4월 발표한 조사 결과2)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아동·청소년의 94.4%가 생성형 AI 챗봇을 이용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서적 이용을 중점으로 조사 결과를 보면, 아동·청소년 중 8.6%가 고민 상담을 위해 생성형 AI 도구를 이용한다고 대답했고, 9.8%는 일상 대화를 포함한 재미를 위해 이용한다고 답했다. 또한 생성형 AI 챗봇을 사용하는 이유로 응답자의 8.1%는 친절하고 나에게 맞게 응대해 줘서, 5.1%는 나의 감정을 잘 이해해 주고 공감해 주기 때문이라고 꼽았다. 더불어 과반에 가까운 응답자가 (41.3%는 가끔, 8.2%는 항상) AI 챗봇이 나를 이해해 준다고 느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인간이 아닌 마법 같은 존재?
어린이·청소년이 일상에서 AI 도구에 감정을 투사하고 정서적으로 의존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생성형 AI가 성장 환경의 일부가 된 어린이·청소년에게 이 기술은 어떤 의미일까? AI 기술과 함께 자라나는 것이 어린이 발달에 어떤 시사점이 있는지를 연구한 잉 쉬(Ying Xu)와 쿤레이 허(Kunlei He)는 어린이가 AI를 개념화하는 방식이 인간과 기계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기도 한다는 견해를 제시한다. 그들은 어린이가 AI 챗봇(혹은 AI 에이전트)을 ‘인간과 비슷하지만, 인간은 아닌 마법과도 같은 존재’라고 여기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기술의 의인화는 어린이가 AI와 상호작용하는 데 더 흥미를 가지게 할 수도 있지만, 동시에 AI가 지니는 능력에 대해 맹신하거나 기술의 한계를 오인하게 하는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3) 이용자가 기술에 더 친근감을 지니고 몰입하게 하며, 인간과 기계의 경계를 분명히 인식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기술 의인화 지양하는 규제 정책, 강화하는 챗봇 서비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동반자 챗봇 규제 법’은 동반자 역할을 하는 생성형 AI 챗봇 서비스의 이용자가 미성년자일 경우 ‘인간이 아니라 기계가 말하고 있음을 명시’하고, 3시간 이상 대화가 지속되면 화면 대부분을 가리는 알림을 일정 시간 띄우도록 규정하고 있다.4) 이는 어린이·청소년 이용자가 자신이 대화하고 있는 대상이 인간이 아닌 기계임을 항상 인지하게 하고, 과몰입을 유도하는 기술적 특성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를 제공하는 것이다.
하지만 생성형 AI 챗봇 서비스들은 여전히 마치 사람과 대화하는 듯한 경험을 주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를테면 칭찬이나 공감 등 긍정적 반응을 즉각적으로 제공함으로써 이용자가 그 관계에 몰입하게 하고, 대화가 끊이지 않도록 개방형 질문을 하거나, 이용자가 서비스를 사용하지 않을 때 푸시 알림을 통해 재접속을 유도하기도 한다.5) 이는 AI 챗봇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이 이용자의 건강한 이용보다, 장시간 이용을 통한 이윤 창출을 우선시함을 보여준다.
챗봇에 의존하는 청소년을 위한 교육
어린이·청소년이 정서적 과의존을 유발할 수 있는 기술 환경에 놓여있을 때, 교육은 그들에게 어떤 역량을 키워줄 수 있을까. 먼저, 교육은 어린이·청소년이 AI 기술의 특징과 한계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AI 도구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에 집중하는 교육보다는, AI 기술 구동 방식에 대해 이해하고 이를 통해 AI 도구를 주도적·선택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이 중요하다. 어린이·청소년이 AI 기술의 특성과 한계를 이해해야 어떤 경우에 어떤 용도로 어느 정도까지 사용할지 정확한 의도를 가지고 주도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둘째는 기술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히며 기술에 대한 주도성을 키울 수 있게 도와주는 교육이다. 예를 들어, 기술의 의인화가 AI 챗봇에 정서적으로 과의존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지 토론하면서, 기술과 사회, 나와의 관계를 한 발 떨어져 사고해 볼 수 있다. 이를테면 AI 챗봇에 이름을 붙이고 소통하며 정서적으로 기대게 되는 경험은, 과거 다이어리에 이름을 붙이고 그날의 일을 기록하며 마음을 털어놓던 청소년의 경험과 무엇이 같고 다를까. AI 챗봇 서비스를 개발하는 기업들이 이용자가 챗봇에 캐릭터성을 부여하고 소통하게 설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내가 만약 어린이나 청소년이 과의존하지 않고 건강하게 혹은 재미있게 소통할 수 있는 AI 챗봇을 개발한다면 무엇을 가능하게 하고 무엇을 제한하고자 할까. 이런 질문들에 스스로 답해보는 것은 기술과 산업, 자본의 결합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가능하게 한다. 기술에 대한 성찰적 질문들을 공유하는 교육은 어린이·청소년이 AI 도구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가 아닌 기술 개발의 방향성에 목소리를 내는 디지털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게 도울 것이다.
끝으로, AI 기술 및 도구를 사회와 나를 성찰하는 거울이자 출발점으로 사용해 보면 어떨지 제안한다. 청소년들이 AI 챗봇을 ‘좋은 친구’라고 느끼는 이유를 다시 상기해 보자. 나를 평가하지 않고 지지해 주는 친구, 24시간 나와 함께해주는 친구, 나의 감정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하는 대상을 원하고 있었다. 나는 친구에게 그럴 수 있을까, 그러지 못하거나 않는다면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왜 생성형 AI 챗봇에 그런 반응을 바라는 걸까? 정서적 의존을 유도하는 기술은 우리가 ‘우정’을 보는 시각을 바꾸는가? 이처럼 기술과 사회가 서로 영향을 미치며 구성해 가는 모습을 이해하고, 기술-사회-나의 관계를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능력을 키워주는 교육은 어린이·청소년이 기술에 정서적, 인지적으로 과의존하지 않고 주도성을 지니도록 돕는다. 동시에 우리 사회가 기술에 대해 논의하는 관점도 넓히도록 도울 것이다.
1) James Muldoon《Love Machines: How Artificial Intelligence, Is Transforming Our Relationships》, 2026, 송이루 옮김, 《러브머신: AI는 우리가 위로받고 연결되는 방식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가》, 웅진지식하우스, 2026
2) 초록우산(2026), <내 친구와의 위험한 대화-생성형 AI 챗봇 안전설계를 위한 이슈브리프>, https://drive.google.com/file/d/1b6GT3guST5Y00uVI0Zu0OH7hwd5cI2sB/view?pli=1
3) Xu, Y.&He, K.(2026), <Growing up with Artificial Intelligence: Implications for Child Development>, Cambridge University Press, https://www.cambridge.org/core/elements/growingup-with-artificial-intelligence/44DE6A63A575B7953F2871C2C4D04E6A
4) <Bill analysis: S.B. 300 (Padilla)>, California Legislature, California State Senate, 2026.1, https://sjud.senate.ca.gov/system/files/2026-01/sb-300-padilla-sjud-analysis.pdf
5) 김나정(2026), <AI 챗봇의 위험에 노출된 아동청소년: 사전예방 중심 규제체계 도입의 필요성과 방향성>, 이슈와 논점, 제2515호, 국회입법조사처, https://www.nars.go.kr/report/view.do?page=3&cmsCode=CM0043&categoryId=&searchType=&searchKeyword=&brdSeq=4946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