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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의 코로나19 보도 - 일본
커버스토리 | 등록일 : 2020-04-01

일본에서 코로나19 관련 보도는 다른 이슈를 모두 덮어버릴 정도로 과열된 양상을 보였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국민의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보도가 오히려 혼란을 가중했다. 일본의 코로나19 관련 보도와, 이를 둘러싼 논의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일본 내 코로나19 보도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정부 대응에 대한 비판이다. 시작은 2월 3일, 요코하마항에 정박한 크루즈에 대한 일본 정부의 허술한 대응이 표면화되면서부터다. 일본 정부는 56개국 약 3,700명의 승객과 승무원을 실은 크루즈,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 2월 5일 10명의 집단감염이 확인되자, 선내 감염 확대 방지를 위해 14일간 승객을 선실에 격리했다. 당시 세계보건기구(WHO)는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적절했다”는 반응이었다. 언론도 “어쩔 수 없는 대책”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후 일본 정부가 구체적인 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상태에서 선내 감염자 수는 나날이 증가했다. 2월 20일까지 600명 이상의 감염자가 발생했다. 감염 확대 방지를 위한 대기 조치가 대량의 감염자 발생이라는 결과를 초래하자, ‘정부의 대응이 적절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크루즈에 단시간 투입됐던 전염병 전문가인 이와타 겐타로(岩田健太郎) 고베대 교수가 2월 18일, “안전구역과 비안전구역의 구분이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며 이번처럼 감염의 두려움을 느낀 적이 없었다는 동영상을 유튜브에 실어 정부 비판에 불이 붙었다. 

일본 정부는 선내 격리와 관리가 철저하게 이뤄졌다고 부정했지만, 크루즈 감염을 분석한 국립감염증연구소(国立感染症研究所)는 격리 조치 이후 승무원․선실 내 승객 간 감염 확산 가능성을 지적했다. 게다가 검역관과 선내에 파견된 후생노동성 직원이 감염되는 등, 선내 관리가 허술했다고 보이는 사례가 잇따라 드러났다. 류큐신보는 사설을 통해 문제가 없었다는 정부의 발언은 판단 근거가 충분하지 않아 설득력이 없다고 비판했다. 요미우리신문도 사설에서 “격리 후로도 감염자가 속출하는 것을 보면 격리 조치가 그 기능을 충분히 해냈다고 말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후 경로를 알 수 없는 감염자가 전국에서 발생하고 정부가 감염 확대 방지 및 치료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자, 언론의 정부 비판 보도는 그 강도를 더해갔다. 일본 정부는 무작정 병원을 찾아 의료기관이 마비되는 혼란을 막기 위해, 감기 증상이나 4일 이상 열이 지속하면 먼저 ‘귀국자·접촉자 상담센터(이하 상담센터)’로 연락해 병원 안내에 따를 것을 권장했다. 그 후 의사가 보건소에 검사를 의뢰하면, 보건소가 자치단체와 상의해 지방위생연구소 등 검사기관에 의뢰해 검사를 받을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일본 언론은 검사를 받고 싶어도 받을 수 없는 ‘검사 난민’이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여행 이력이 없다는 이유로 상담센터에서 의료기관 안내를 받지 못하거나, 의사의 검사 의뢰가 있어도 보건소에서 거부당하는 사례들을 고발했다. 정부는 하루 3,800건의 PCR검사1)가 가능하다고 설명해왔다. 그러나, 2월 26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가토 가츠노부(加藤勝信) 후생노동상은 인력과 설비 부족 등을 이유로 일평균 약 900건밖에 검사하지 못하고 있음을 인정했다. 

 

맹목적인 정부 비판 보도 등장

 

신종 감염병 확산 상황을 정확히 파악․대응하지 못한 것과 더불어 일본 정부는 국민과의 소통에도 한계를 드러냈다. 그 결과, 보수·진보 언론 할 것 없이 정부의 코로나19 대책을 놓고 ‘우왕좌왕’, ‘즉흥적이다’, ‘허술하다’, ‘정보 부족’ 등의 추궁하는 보도를 쏟아냈다. 이는 일본 정부 스스로 국민의 불신과 불안을 야기한 결과다. 

문제는 이 같은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오보 소동이 일거나, 맹목적으로 정부를 비판하는 보도가 나왔다는 점이다. 국립감염증연구소는 3월 2일, 코로나19 관련 보도에서 “발언의 취지가 다른 문맥으로 이해돼 오해가 확산됐다”고 성명을 냈다. 이는 홋카이도 지역에 파견된 국립감염증연구소 직원의 “PCR검사는 입원을 필요로 하는 폐렴 환자에 한정해야 한다”는 말을 ‘아베 정부가 검사 건수를 낮춰 감염자 수의 증가를 막으려 한다’고 해석해 보도한 일부 일간지 기사에 관한 것이었다.  

이 보도로 일본 정부와 국립감염증연구소의 ‘검사 방해’ 논란이 확산됐다. 연구소는 기사에 나온 직원의 발언은 감염 전파 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적극적 역학조사에 대한 일반적인 의견’으로, “감염 가능성이 있는 환자에 대한 의료기관의 검사 필요성을 언급한 적은 없다”며 검사 방해 의혹을 부정했다. 그러면서 연구소는 이 같은 보도가 “긴급 사태에서 밤낮으로 대응하는 직원과 관계자들의 의욕을 떨어뜨리고, 연구소에 대한 불신을 초래해 코로나19 감염 대책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언론의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 외에도 스토 야스시(須藤靖) 도쿄대 교수는 와이드 쇼 형식으로 된 TV 방송의 코로나19 보도 문제를 언급했다. 스토 교수는 “일시적으로 시청자를 후련하게 하는 것으로만 끝나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언론이 무책임하게 ‘해야 했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행할 수 있을지’ 제언이 있어야 한다”며 언론의 건설적인 보도를 요청했다.

 

가짜뉴스 검증커녕 불안감 부추겨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인터넷상에는 사실과 다른 가짜뉴스가 성행했다. 일본 언론들은 가짜뉴스의 사실 여부를 취재해 바로잡는 검증 보도를 했다. 예컨대, NHK는 프리마켓사이트에서 ‘화강암 등의 돌이 바이러스 분해에 효과가 있다’며 판매되고 있는 것을 지적하며, “일반 돌로 병을 치료하는 효능이 확인됐다는 과학적 근거는 없다”는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 냉정하게 대응하도록 보도했다. 인터넷상에서 떠도는 근거 없는 가짜뉴스에 대한 언론의 검증 보도는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검증 보도가 의도와는 달리, 가짜뉴스를 선동해 사회에 혼란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화장지, 티슈 등 생필품이 갑자기 품절됐다. 2월 말, SNS에서 “코로나19로 원재료를 중국에서 수입하지 못하고 있다”, “화장지 품귀” 등의 글이 확산한 것이 계기였다. 각 언론사는 “티슈나 화장지 공급에 코로나19의 영향은 없다”, “재고는 충분히 있다”는 사실을 알리며, 동요하지 않을 것을 보도했다. 이러한 검증 보도에도 소비자의 사재기 현상은 줄어들지 않았다. 오히려 일본 전 지역에서 화장지, 티슈 등이 품절되는 사태가 이어졌다. 이에 대해 도쿠야마 요시오(徳山喜雄) 릿쇼대 교수는 “오일쇼크 때 생긴 ‘화장지 사재기 소동’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며 언론은 가짜뉴스를 정확히 잡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쿠야마 교수는 기자로 활동할 당시 카메라맨이 화장지 재고가 없는 사진을 촬영해 게재하자 사재기 소동이 전국으로 확산했다며 “사진 및 영상이 가진 영향력이 크므로 선동 보도를 하지 않도록 항상 노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화장지 품귀’라는 가짜 정보로 인해 화장지 품절 사태가 속출하자 상점에 “가족당 한 개로 판매를 제한하겠다”는 안내문이 내걸렸다.

<출처 - 필자 제공>

 

실제로 소동이 일어난 당시, 화장지를 사기 위해 몰려드는 사람들의 모습과 슈퍼 진열장이 텅 빈 모습이 거듭 방송되거나, 가짜뉴스 검증보다는 ‘사재기’와 ‘품절’이 강조된 제목으로 국민에게 불안을 안겨주는 보도가 많았다. 하시모토 요시아키(橋元良明) 도쿄대 교수는 의제설정효과를 들어 “줄 서는 모습이나 텅 빈 진열대를 보도로 접하게 되면, 사람들은 ‘생필품이 다른 이들의 최대 관심사구나’라고 인식하게 된다. 따라서 자신도 뒤처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동일한 행동을 취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사회 혼란 가중하는 언론

 

일본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처음으로 등장한 것은 1월 16일이다. 코로나19 감염이 일본에서 확산하기 전인 당시만 해도 일본 언론은 냉정하고 침착하게 보도했다. 당시 NHK는 ‘바르게 무서워하기(正しく怖がる)’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발 빠르게 코로나19 특별사이트를 개설해 감염 상황, 최신 뉴스, 알아둬야 할 정보 등을 전달했다. NHK뿐만 아니라, 다른 언론사에서도 이 같은 움직임이 있었다. ‘바르게 무서워하기’는 2011년 동북대지진으로 도쿄전력의 원자력발전소가 폭발한 후, 방사선 영향에 대한 혼란을 막고자 일본 사회에 퍼진 메시지였다. 이번 코로나19에 대해서도 일본 언론들은 바르게 알고 대처하자며 냉정한 자세를 유지해왔다. 

그랬던 보도가 정부의 크루즈 대응과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과열돼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은 사태를 불러왔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관련 기사는 2월 2일 홍콩 감염자가 일본에 크루즈를 통해 들어온 이후 점점 증가해, 2월 20일에는 일일 기사 건수가 1,000건을 넘었다. 넘쳐나는 코로나19 보도가 자칫 사회 내 혼란을 가중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당시의 보도가 적절했는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앞서 인용한 도쿠야마 교수는 “많은 언론이 매일 발생하는 상황에 쫓기며 즉흥적인 보도만을 내보내는 것이 현실이다. 기사량이 내용의 충실성과 비례한다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라며 코로나19 보도에 대한 언론의 자성을 촉구했다.

후지TV 계열 후지뉴스네트워크(FNN, Fuji News Network)가 2월 22~23일에 실시한 전화 설문조사(전국 18세 이상의 유권자 1,040명 대상)에 따르면 코로나19에 대해 불안을 “크게 느낀다”가 41.3%, “어느 정도 느낀다”가 43.7%로 85%의 사람들이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고 대답했다.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일본에서는 이미 정치․경제․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 지장이 생겼고, 전 국민이 고대하는 도쿄올림픽 개최의 불확실성도 점점 커지고 있다.2) 코로나19가 일본 국민의 일상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치며 불안 또한 고조되는 가운데, 정확하고 적절한 언론  보도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크게 요구되고 있다.

 

 

 

 

 

 

 

1) Polymerase Chain Reaction, 환자의 침이나 가래 등에서 리보핵산(RNA)를 채취해 진짜 환자의 그것과 비교해 일정 비율 이상 일치하면 양성으로 판정하는 검사 방법. 우리말로는 ‘중합효소연쇄반응’이라고 한다. <출처 - “PCR검사”, 매일경제용어사전> 

2) 기사 작성 이후인 3월 24일, 도쿄올림픽 1년 연기가 확정됐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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