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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월드 와이드] 일본
미디어 월드 와이드 | 등록일 : 2021-09-30

9월 1일, 일본 디지털 개혁을 총괄하는 사령탑, 디지털청이 발족했다. 디지털청은 개별적으로 운영되던 국가와 지방 정보시스템을 통일하고, 행정 서비스의 온라인화를 추진한다. 디지털청 창설은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정권의 간판 정책 중 하나다. 20여 년 동안 오랜 과제로 남아 있는 전자정부 실현을 위해 기존의 행정 구조와 관행을 근본적으로 혁신하겠다는 취지다. 초대 ‘디지털 대신’으로 임명된 히라이 다쿠야(平井卓也) 디지털개혁 담당대신은 7월 30일 기자회견에서 “정부의 가장 큰 구조개혁이 될 것이다”며 당찬 결의를 내비쳤다.

 

전자정부 20년 과제

 

일본에서 전자정부의 실현은 숙원과 같은 정책 과제다. 2001년 모리 요시로(森喜朗) 정권이 ‘이-저팬(e-Japan) 전략’을 수립한 것이 그 시작이었다. 5년 이내에 세계 최강의 IT 국가를 건설한다는 야심 찬 목표 아래, 초고속 인터넷망을 정비하고, 전자정부를 실현하는 등 디지털화를 추진했다. 5년 뒤, 일본은 선진국 수준의 IT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지만, IT 활용에 있어서는 행정은 물론이고 의료, 교육 등 공적 부문에서 많은 국민이 실감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후로도 일본 정부는 2006년 ‘IT 신개혁전략’, 2009년 ‘아이-저팬(i-Japan) 전략’, 2013년 ‘세계 최첨단 IT 국가 창조 선언’ 등을 통해 계속해서 전자정부를 실현하기 위한 문을 두드려왔다. 하지만 20년간 실패를 거듭할 뿐이었다.

 

실제로 여러 조사 결과는 일본 전자정부의 후진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2019년, 일본종합연구소가 각 부처 행정의 온라인화 실적을 조사한 결과, 전체 5만 5,765건의 행정 절차 가운데, 온라인으로 처리되는 것은 7.5%에 불과했다. 세계 각국과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2020년 UN(국제연합)이 발표한 ‘세계 전자정부 순위’는 덴마크가 1위, 한국이 2위를 차지했지만, 일본은 지난 조사보다도 4단계나 떨어진 14위에 머물렀다. 게다가, 내각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국가 행정 절차의 온라인 이용률은 7.3%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0개국 가운데 최하위였다.

 

코로나19로 폭로된 ‘디지털 패전’

 

일본 사회는 여전히 종이 문화가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관공서 자체도 워낙 아날로그 방식에 익숙하다 보니, 디지털화가 뒤처져 있다고 해도 그다지 위기감을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이것을 180도 바꾸게 된 계기가 코로나19다. 비대면이 일상화되고 사회 전반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일본 정부도 행정서비스를 온라인으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준비가 제대로 돼 있지 않아 문제가 속출했고, 결국 디지털 낙후의 실태가 세상에 폭로됐다.

 

예를 들어, 작년 일본 정부는 국민에게 1인당 10만 엔(약 106만 원)이라는 재난지원금 격의 현금을 신속하게 지급하려고 온라인 신청을 허용했다가 오히려 우편 신청보다 지급 시간이 오래 걸리는 웃지 못할 상황에 부닥쳤다. 온라인 신청의 경우, 중복 신청과 오류가 많아 지방자치단체 직원이 온라인으로 신청된 데이터를 모두 수작업으로 옮겨 일일이 주민 정보와 대조하는 작업을 거쳐야 했기 때문이다.

 

백신 접종을 원활하게 진행하고자 현장에 제공된 정보시스템은 사용하기 불편하거나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문제가 잇따랐다. 특히, 후생노동성이 제공한 백신 접종 원활화 시스템(V-SYS), 내각관방이 제공한 백신 접종 기록시스템(VRS) 등 각각의 부처에서 제공한 연동되지 않는 복수의 시스템이 현장에 난립하는 통에 혼란을 가중하기도 했다.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하는 즉시 그 사실을 알려주는 스마트폰 앱 ‘코코아(COCOA)’의 경우, 감염 확산을 방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화제가 됐다. 그러나, 안드로이드 버전에서 4개월 이상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며 이용자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디지털화는 업무의 효율화를 위한 것이다. 국민에게 가장 필요한 서비스를 신속하게 제공하고자 시도한 것이 되레 일본에서는 현장 업무를 가중하고, 불편과 혼란을 안겨주는 등 본말전도 사태가 벌어졌다. 히라이 디지털 대신은 “20년 걸려 정부가 쌓아 올린 IT 인프라와 전략들이 코로나19 대책에 전혀 도움이 못 됐다. 그야말로 디지털 패전이다”라며 개탄했다.

 

일본은 양질의 IT 인프라를 갖추고 있고, 정부가 디지털 관련 예산으로 수조 엔을 쏟아부었다. 그런데 왜 디지털화에 실패할까.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행정의 종적 구조’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코로나19 사태에서 문제가 드러났듯 같은 분야라 할지라도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서로 연계하지 않고 제각기 다른 정보시스템을 사용하다 보니 자료 공유조차 불가능했다.

 

IT 인재 부족도 문제로 꼽힌다. 내각부가 발표한 2020년도 경제재정백서에 따르면, 공적 부문에 소속된 IT 인재는 총수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미국이 10%인 것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앞서 말한 코코아 앱의 문제 원인도 각 부처에 IT 인재가 없어 앱 운용을 민간기업에 온전히 맡겨버렸기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림] 디지털청의 조직 체제 <출처 - 디지털청 홈페이지 참고해 필자 작성>

 

 

디지털청, 막강한 권한 가진 사령탑

 

디지털청은 디지털화를 더 이상 뒷짐만 지고 볼 수 없게 된 일본 정부가 근본적인 개혁을 선언하며 창설한 것이다. 9월 1일 발족식에서 스가 총리는 “나라 전체를 바꿀 정도의 각오로 지혜를 짜내주길 바란다”며 기대를 밝혔다.

 

디지털청은 총리가 수장을 맡는 이례적인 행정기관으로, 디지털 업무 전반을 주도하는 사령탑이 돼 강력한 종합조정능력을 행사하게 된다. 행정의 종적 구조로 인한 폐단을 타파하고자, 각 부처보다 높은 위치에서 다른 부처의 디지털 업무 내용을 검토하고 간섭해 개선을 권고하거나 관련 예산을 배분하는 권한을 가진다.

 

 

[표] 디지털청의 업무 <출처 - <디지털 사회의 실현을 위한 중점계획>(디지털청, 2021)을 참고해 필자 작성>

 

 

IT 인재도 다수 채용했다. 총 600여 명의 직원 중 3분의 1인 200여 명이 민간 부문 출신으로 구성돼 있다. 사무차관에 해당하는 디지털감을 민간 부문에서 발탁하는 등, 민간 출신의 전문 인재가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 개입할 수 있게 해, 관민이 함께 행정을 비롯한 사회 전반의 디지털화를 추진하면서 국민 편의성을 향상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최대 핵심 업무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시스템 기반을 정비하는 것이다. 각 관공서가 개별적으로 관리해온 정보시스템을 하나로 운용하는 국가 정보시스템의 기반을 구축한다. 구체적으로는 정부와 부처, 지방자치단체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거버먼트 클라우드’라 불리는 정보시스템 기반을 구축해 주민등록, 세금, 이사, 육아 지원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지방자치단체의 행정 절차들을 표준화된 시스템으로 공유한다. 이렇게 되면 관공서의 데이터 연계가 쉬워지고, 데이터의 일괄 관리가 가능해 행정 서비스의 질이 향상될 수 있다. 정부는 2025년까지 모든 지방자치단체가 거버먼트 클라우드를 이용하게 하도록 할 계획이다.

 

또 다른 핵심 업무는 우리의 주민등록증과 비슷한 ‘마이넘버’ 카드의 보급과 활용이다. 전 국민에게 12자리의 고유번호를 부여한 것으로 2016년부터 발급됐다. 히라이 디지털 대신은 디지털청 창설에 앞서 “스마트폰으로 모든 행정 절차가 60초 이내에 이뤄지도록 한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것을 실현해 주는 것이 바로 마이넘버 카드다. 카드에는 IC칩이 탑재돼 있어, 온라인으로 본인 확인이 가능하다. 이 기능을 스마트폰으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해 다양한 절차가 스마트폰 1대로 가능한 사회를 만들 계획이다.

 

2022년까지 마이넘버 카드를 거의 모든 국민에게 보급하는 것이 그들의 목표다. 지금까지는 행정기관이 주로 세금, 사회보장, 재해의 세 가지 분야로 활용했지만, 보급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디지털청 주도하에 분야를 확산시킬 방침이다. 당장 10월부터 마이넘버 카드를 건강보험증 대신 의료 분야에서 이용할 수 있게 된다. 2024년도 말까지 운전면허증과도 일체화할 예정이다.

 

국민의 신뢰가 전제

 

20년 걸려도 바뀌지 않던 것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 ‘전례가 없다’고 불리는 디지털청의 창설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지만, 발족 직전까지 크고 작은 소동이 일며 논란을 빚었다.

 

지난 8월, 일본 정부는 도쿄올림픽・패럴림픽 관련 앱을 발주하는 과정에서 부적절한 행위가 있었다는 보고서를 공표했다. 앱 개발을 주도한 내각관방의 IT전략실 간부가 앱 내용을 결정하는 사양서 작성에 외부 벤처기업 사장을 관여시켰고, 실제로 하청업체로 업무 수주까지 받게 했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해당 간부는 그 사장에게서 빈번하게 고액 접대까지 받고 있었다. 결국 관계자 6명이 처분을 받았고, 히라이 디지털 대신도 감독 책임으로 봉급을 반환했다.

 

민관 유착은 공무 수행의 공정성을 뒤흔드는 것으로 행정기관의 신뢰와도 직결되는 문제다. IT전략실은 디지털청의 전신이고, 해당 간부는 민간기업 출신이다. 디지털청에도 민간기업 출신이 많은 데다, 겸업을 인정하는 인사제도로 인해 소속 기업과의 유착이나 정보 유출 등에 대한 우려가 컸는데, 이번 문제로 쐐기를 박는 격이 됐다.

 

또한 지난 5월 디지털청 창설에 앞서 성립된 디지털 개혁 관련 법에서 개인정보보호법이 대대적으로 개정된 것에 대한 사회 내 반발이 심하다. 이번 개혁에서 일본 정부는 데이터 활용과 편의성 추구를 최우선으로 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서로 다르게 적용되던 개인정보보호법을 통합하고, 지방자치단체가 개인정보를 가명으로 가공해 타 기업 등에 활용하게 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개정법이 지방자치단체에 비해 다소 느슨한 국가의 법률에 맞춰 통합된 점, 자기 정보 컨트롤권이 없는 점, 감시 감독을 맡은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규모와 권한이 약한 점 등 그동안 국민에게 보장된 개인정보보호법을 후퇴시키는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발족한 디지털청의 성패를 놓고 말이 많다. 사실 디지털청에 대한 일본 국민의 기대는 그다지 높지 않다. 아사히신문이 4월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기대한다’ 44%, ‘기대하지 않는다’ 45%로 거의 반반이었다. 오히려, 국가가 건강보험 등 개인정보를 마이넘버와 함께 관리하는 것에 저항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59%였다. 일본 정부는 마이넘버 카드 보급을 위해 전자결제와 연계하면 포인트를 제공하거나, 카드를 발급받은 사람에게 지원금을 인터넷으로 신청할 수 있게 하는 등 혜택과 편의성을 제공하며 갖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드 보급률이 37%(8월 기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향후, 전자정부 실현에 중요한 열쇠가 될 것으로 여겨지는 마이넘버 카드 보급과 활용에 국민의 협조는 필수 불가결하다. 프라이버시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일본 국민도 신뢰할만한 안전한 디지털 환경의 구축과 앞으로의 변화에 대한 정부의 충분한 설명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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