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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월드 와이드] 일본
미디어월드와이드 | 등록일 : 2021-07-30

도쿄올림픽 개최 논란에 대한 일본 언론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언론은 특정 사안을 사회적 문제로 의제화해 공론장을 마련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일본에서는 코로나19 감염 상황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아 도쿄올림픽 개최 직전까지도 취소를 주장하는 반대 여론이 거셌다. 도쿄올림픽 개최 여부가 국민의 최대 관심사였지만, 주류 언론이 개최에 대한 사론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아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많다. 올림픽 반대 여론이 갈 곳을 잃어버린 상황에 언론의 책임론도 대두됐다.


일본 국민 60%가 도쿄올림픽 취소 원해

 

도쿄올림픽 개최국인 일본에서는 지난 4월부터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긴급사태가 이어졌다. 특히, 오사카 지역은 신규 확진자 수가 최대치를 기록할 정도로 급증해, 환자들이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 자택에서 사망하는 사례가 속출하며 의료 붕괴 상태에 직면했다.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불안 속에서 수많은 시민이 오롯이 감염 억제를 위해 불편과 희생을 감수해 왔다.

 

그런 일본 국민에게 올림픽 개최는 반갑지 않은 일이었다. 올림픽을 계기로 코로나19 감염이 확산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감염 상황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와중에 도쿄올림픽 개막일이 성큼 다가오자 일본 국민의 대다수가 올림픽 개최에 반대했다. 각 언론사가 실시한 5월 전국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아사히신문 83%(취소+연기), 교도통신 59.7%(취소), 요미우리신문 59%(취소), 산케이신문 56.6%(취소), 도쿄신문 60.2%(취소)로, 국민의 약 60%가 도쿄올림픽 취소를 원했다.

 

도쿄올림픽 취소를 요구하는 움직임도 곳곳에서 나타났다. 지난 4월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올림픽 기간에 간호사 500명을 파견해 달라는 공문을 간호협회에 보낸 것이 알려지면서 SNS상에서는 간호사 파견에 반대하는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 같은 달 30일 의료노동조합연합회도 “환자와 간호사의 생명과 건강을 희생하면서까지 올림픽 개최를 고집하는 것에 강한 분노를 느낀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5월에는 한 온라인 청원사이트를 통해 시작된 도쿄올림픽 반대 서명운동에 5일 만에 30만여 명이 참여해 화제가 됐다. 또한 도쿄올림픽 주 경기장인 국립경기장과 도쿄도청,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앞에는 연일 개최 취소를 외치는 시민 시위가 펼쳐졌다.

 

개최국 국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미 1년 연장한 도쿄올림픽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주최 측은 개최 강행을 고집했다. 존 코츠(John Dowling Coates)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조정위원장은 5월 21일 기자회견에서 설령 도쿄에 긴급사태가 발령돼도 예정대로 도쿄올림픽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일본 국민을 지키는 일본 정부 역시 감염 확산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올림픽을 강행하겠다는 IOC의 입장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 그동안 일본 정부는 도쿄올림픽이 코로나19에 이긴 증거를 제시하고, 동일본대지진 재해지의 부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랬던 도쿄올림픽 개최 의의는 감염 확산으로 해외 관중이 사라지면서 빛이 바랬다. 코로나19 중에 올림픽을 개최할 명백한 의의와 근거가 없어진 상태에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는 시종일관 “안전·안심한 대회를 열도록 전력을 다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7월 12일 온라인 청원사이트에 올라온 올림픽 취소 청원 <출처 – 7월 12일 Change.org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공론장 역할 못한 주류 언론

 

코로나19 중에 도쿄올림픽을 “개최하냐 마냐”는 논쟁은 세계 곳곳에서 주목할 정도로 화두였다. 해외 언론들은 일본의 감염 상황을 무시하고 올림픽을 강행하는 IOC, 일본 정부를 비판하며 올림픽 취소를 주장했다. 일본에서도 지역신문을 중심으로 일본 정부에 개최 재검토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성화 릴레이 축소, 올림픽 재검토하자>(류큐신보, 4월 18일 자), <올림픽 개최 판단, 총리는 국민을 보고 있나>(니가타일보, 5월 11일 자), <도쿄올림픽 대회, 정부는 취소를 결단하라>(신노마이니치신문, 5월 23일 자), <긴급사태에도 올림픽 개최, 강행하면 총리 퇴진이다>(오키나와타임스, 5월 25일 자) 등 사설이 그러했다. 특히, 신노마이니치신문은 “올림픽 개막까지 감염 상황이 좋아진다 해도 현재 가지고 있는 자원은 다음 긴급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도쿄올림픽은 취소돼야만 한다”며, 강한 논조로 올림픽 취소를 주장했다.

 

문제는 일본 안팎 언론은 도쿄올림픽 개최 강행에 이의를 제기하며 개최 여부를 공론화하는데, 일본 주류 언론인 전국지가 침묵으로 일관했다는 점이다. 물론 전국지가 이 논쟁을 다루지 않은 것은 아니다. 올림픽 취소를 주장하는 전문가 의견을 게재하기도 했고, 반대 시위나 해외 언론의 반응을 전달했지만 단순 사실 보도 형태로 그 역할을 수행했을 뿐이었다. 야마코시 슈조(山腰修三) 게이오대 교수는 “저널리즘은 보도뿐만 아니라 주장이나 논평도 포함된다”며, 사설을 통해 ‘올림픽 개최 여부’라는 논해야 할 사안을 논하지 않는 언론사들을 꼬집어 ‘저널리즘의 부작위(不作為: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것)’라고 비판했다. 사설은 언론사의 생각이나 가치관에 대한 이해와 지지를 넓히는 수단이며, 언론사가 이를 통해 자사의 입장을 표명하지 않으면 사회적 논의로 나아가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야마코시 교수는 “주류 언론이 부작위를 계속하는 한 올림픽 주최 측과 언론을 같은 편으로 보는 시선은 계속될 것이다. 이는 언론 불신이 커지는 요인마저 될 수 있다”며 각 언론사에 경종을 울렸다.

 

사실, 일본 전국지인 요미우리신문, 아사히신문, 마이니치신문, 니혼게이자이신문, 산케이신문은 도쿄올림픽 스폰서 계약을 맺고 있다. 도쿄올림픽 개최에 먹구름이 끼고 여론도 반대하는데 주류 언론이 개최 취소를 주장하지 못하는 이유가 스폰서라는 이해관계 때문이라는 말이 많았다. 반대로 이들이 올림픽 개최를 찬성한다고 해도 압도적으로 거센 반대 여론의 비판을 피해갈 수는 없을 것이다. 주간지 슈칸포스트(週刊ポスト)의 인터넷판인 뉴스포스트세븐은 5월 22일 전국지가 모두 올림픽 스폰서가 된 것은 이례적이라고 지적하며, 스폰서 언론사가 도쿄올림픽 개최에 찬성하는지 질의한 결과를 보도했다. 뉴스포스트세븐은 요미우리와 마이니치는 사설에 밝혔다고 설명하나 양사 모두 찬반 여부를 명백히 밝힌 적은 없고, 나머지 신문은 답변을 회피했다며 “국민의 관심사에 제대로 답변하지 않는 언론은 지면으로 뭘 말해도 독자의 공감을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갈 곳 잃은 반대 여론


쏟아지는 질타에 영향을 받은 걸까. 아사히신문은 5월 26일 도쿄올림픽 취소를 요구하는 사설을 게재했다. 일방적인 올림픽 강행에 국민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상황을 살펴 올림픽 개최를 취소할 것을 총리에게 요구한다”는 내용이었다. 주류 언론인 아사히신문의 공식적인 도쿄올림픽 취소 표명은 세간의 주목을 받음과 동시에 스폰서면서 개최 취소를 주장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비판도 많았다. 아사히신문은 사설을 게재한 날, 공식 홈페이지에 “대회 조직위원회와 오피셜 파트너 계약을 맺을 당시 ‘파트너 활동과 언론 보도에는 선을 긋는다’고 약속했다. 아사히신문이 올림픽 관련 사안을 시시비비 공정한 시점으로 보도하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는 해명을 내놨다. 이에 대해 야마다 미치코(山田道子) 전 선데이마이니치 편집장은 “요컨대, 보도와 경영이 별개라는 건가. 다른 언론사가 태도를 명확하게 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고 지적했다. 아사히신문의 취소 표명으로 올림픽 개최 여부가 봇물 터지듯 논의되나 했는데, 결국 언론이 올림픽 스폰서로 있는 한 모순된 입장을 내비치게 되는 개최 취소를 주장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증명하게 된 셈이었다.

 

게다가, 도쿄올림픽 개막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오자 언론은 ‘올림픽 찬반’에서 ‘관중 유무’로 보도의 논점을 전환했다. 6월 각 언론사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는 <올림픽 ‘무관중 개최 찬성’ 31%, ‘안전·안심 안 된다’ 64%(마이니치신문)>, <올림픽 ‘무관중으로’ 53%, ‘내각 지지’ 34%(아사히신문)>, <유관중 올림픽 ‘타당’ 22%, ‘무관중’ 33%, ‘내각 지지’ 43%(니혼게이자이신문)>로, 제목에서 ‘올림픽 취소’라는 단어가 사라져버렸다. 올림픽 취소를 단념하고 무관중 개최를 고려하는 사람들이 다소 늘어난 결과를 반영한 것이었다. 이에 대해 우에노 지즈코(上野千鶴子) 사회학자는 애초에 언론이 올림픽 찬반을 묻던 여론조사에 개최를 전제로 한 ‘관중 유무’라는 선택지를 넣음으로써 결과도 바뀐 것으로 바라보며, 개최가 기정사실화된 양 논점을 틀어버린 언론에 대해 “정부가 원하는 대로 유인되다 못해 가담한 꼴이 됐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일본 사회에 “올림픽에 대해 뭘 말해도 바뀌지 않는다는 무력감이 확산되고 있다”며 그 책임이 언론에게도 있음을 지적했다.

 

7월 들어 도쿄의 감염 상황이 악화돼 3주 전에 해지됐던 긴급사태가 또다시 발령됐다. 코로나19 감염 상황이 좋아지길 바라며 1년 연장한 도쿄올림픽이 긴급사태 중 무관중으로 치러지는 것이 공식 확정되자, 시민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막바지까지 개최를 막아보고자 7월 12일 현재도 많은 시민들은 온라인 청원사이트를 통해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여론을 등지고 논의도 충분히 진행되지 않은 채 강행된 말도 많고 탈도 많던 2020 도쿄올림픽은 관중도 수익도 환영도 못 받는 사상 초유의 올림픽이 되는 씁쓸한 현실을 마주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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